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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Author: 마루콩
심원후는 처음엔 생각했다.

자기가 먼저 한발 물러서서 강이주를 달래 주면, 강이주는 예전처럼 금세 마음을 풀 거라고.

조금만 다정하게 굴어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예전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심원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강이주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갑게 벽을 세운 채 심원후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 태도는 심원후의 마음 속에 눌려 있던 화를 더 크게 부추겼다.

심원후는 굳은 표정으로 눈앞의 강이주를 바라봤다.

“됐어. 네가 지금 아파서 예민한 거라고 생각할게. 이 정도는 내가 그냥 넘긴다.”

결국 심원후는 또다시 강이주를 위한 핑계를 만들어 줬다.

이쯤에서 적당히 덮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정리했다.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강이주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원후는 목구멍에 걸린 응어리 같은 게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심원후는 다시 병상 옆 의자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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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8화

    “이주야, 아빠는 네 엄마랑 의논해 봤는데, 우리 몇 사람이 살기에는 이 집이 너무 크지 않니. 낭비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집을 팔기로 했다.” 강서규가 천천히 말했다.강이주의 눈이 커졌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갑자기 집은 왜 파세요?”사실 마음속에는 이미 어렴풋이 답이 떠올라 있었다.자신 때문이었다.장숙연이 카드를 돌려주면서 돈까지 더 넣어 줬다.이번에는 강서규가 살고 있는 집을 팔겠다고 말했다.강이주에게 돈이 부족할까 봐, 구씨 집안의 계속되는 압박에 강이주가 견디지 못할까 봐 그러는 것이었다.두 분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그 생각에 강이주의 가슴이 욱신거렸다.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가슴에 무언가 꽉 걸린 듯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곁에 있던 구기빈이 강이주의 표정을 보고 말없이 손을 뻗어 잡아 주었다.강서규가 말을 이었다. “이주야, 다른 생각은 하지 마라. 집을 옮기는 건... 네 엄마랑 오래전부터 의논한 일이야.”“너도 언젠가는 시집갈 테니, 이 큰 집에서 우리 둘만 살면 공간도 남고 외롭겠다 싶었어. 좀 작은 집으로 가는 게 어떨까 했지.”강서규는 강이주의 표정을 세심하게 살폈다.하지만 나머지 생각까지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집이 팔리면 그 돈을 그대로 강이주의 계좌에 넣어 줄 생각이었다.그 돈만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급할 때 쓸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편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강이주는 두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았다.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강서규는 한번 내린 결정을 쉽게 바꾸지 않았다.강이주의 성격도 강서규를 똑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구기빈이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강서규를 향해 구기빈이 말했다. “장인어른, 집을 파는 건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주 씨랑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뭘 걱정하시는지 압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저도 요 며칠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괜찮은 회사 몇 군데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7화

    강이주가 의아한 눈으로 장숙연을 보았다. “일 처리가 좀 복잡해서 쉽게 해결되지는 않나 봐요. 엄마, 기빈 씨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구기빈의 일정을 이렇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장숙연의 표정을 살피니 눈가에 강이주가 읽지 못할 감정이 어려 있었다.강이주는 미간을 조금 좁힌 채 어머니를 찬찬히 살폈다.강이주의 눈길이 너무 예리해서 장숙연은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슬쩍 시선을 피하고서야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다 제 행동을 알아차리고는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나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딸이 빤히 바라보자 괜히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뜨끔해졌다.‘왜 이러지?’장숙연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목을 가다듬은 장숙연이 다시 강이주와 눈을 맞췄다. “오늘 저녁에는 일찍 들어오라고 전해 주렴. 밖에서 너무 애쓰지 말고, 집에 와서 저녁 먹으라고.”그저 저녁을 함께 먹자는 말이었다. 강이주는 구기빈이 요즘 많이 바빠 저녁때 맞춰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장숙연이 강이주의 손등을 두드렸다.“저녁에 아빠가 할 말이 있대. 가족이 다 같이 있어야지.”장숙연이 가족 이야기를 꺼낼 무렵, 강이주는 구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연결된 통화 너머로 장숙연의 말끝이 전해졌다.구기빈에게 들린 건 ‘다 같이 있어야지’라는 말뿐이었다.강이주는 장숙연 앞에서 구기빈에게 물었다. “저녁 먹을 때 집에 올 수 있어? 아빠가 하실 말씀이 있대. 당신도 와서 같이 가족회의 하자고.”적어도 강이주에게는 강서규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든 가족회의였다.구기빈은 망설이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전화기 너머 구기빈이 있는 곳은 조금 시끄러웠다. 누군가 구기빈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하지만 그 소리는 금세 사라졌다.강이주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구기빈은 강이주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강이주는 망설임 없이 종료된 통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6화

    강이주도 장숙연의 눈에 담긴 걱정을 읽었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물었다. “엄마, 하실 말씀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그렇게 조심하실 필요 없어요.”강이주가 먼저 말문을 열자 장숙연도 그제야 말을 꺼냈다. “회사 일은 아빠랑 다 들었어. 우리가 뭘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이거 받아.” 장숙연이 말하며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전에 구기빈이 강서규에게 건넸던 카드였다.강이주의 계좌에 연결된 카드.강이주는 뜻밖이라는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거절하려 했다.장숙연이 먼저 손에 카드를 쥐여 주고 가볍게 감쌌다. “아빠랑 엄마는 여기 있는 돈 한 푼도 안 썼어. 조금 더 넣어 두기도 했고.”“이렇게 힘든 일을 겪는데 부모라는 사람들이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해서 미안하구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더라.”장숙연의 눈에 미안함이 가득했다.강중그룹의 사정은 몇 년째 좋지 않았다.그렇지만 않았어도 강이주가 지금 같은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결국 강서규와 장숙연의 마음속에도 자책이 자리하고 있었다.강이주가 카드를 돌려주려 했다. “엄마, 돈 안 보태주셔도 돼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어떻게 부모님 돈을 받아.’노후에 쓰시라고 자신이 드린 돈이 아닌가.하지만 장숙연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면 받아. 고집부리지 말고. 우린 네 부모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너를 지켜 줘야지.”카드를 돌려주려는 강이주의 손을 막았다.장숙연이 다시 물었다. “구 서방은 어디 있니? 요 며칠 새벽같이 나가서 늦게 들어오던데,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쁘대?”장숙연도 구기빈이 뭘 하는지, 이번 일과 관련된 건지 알지 못했다.다만 강이주가 힘들어하고 있으니 남편인 구기빈이 아내의 마음을 좀 더 살펴 줬으면 했다.‘이렇게 중요한 때에 모른 척하고 매일 밖으로만 나다니면 어떡해...?’그 부분은 장숙연도 구기빈에게 조금 서운했다.그렇다고 사위에게 대놓고 말하기도 어려웠다.혹시 강이주가 부모에게 무슨 말을 했다고 사위가 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5화

    구호민은 강이주가 남몰래 참여한 사업 목록까지 손에 넣었을 가능성이 컸다.구희라는 유만정이 죽은 이유가 강이주 때문이라고 단정했고, 결국 강이주를 배신했다.실제로 구희라는 구호민에게 명단 하나를 넘겼다.강이주가 투자한 사업들과 직접 세운 여러 소규모 업체가 적힌 목록이었다.업종도 분야도 다양해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이번 교통사고로 강이주와 구희라 사이의 단단했던 우정이 무너지지만 않았다면.구희라는 절대로 그 명단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강이주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고 만신창이가 됐다.벌써 여러 사업이 무너졌고, 진행 중이던 사업마저 빼앗기고 있었다.하루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수십 건이 넘는 계약이 틀어졌다.그중에는 강이주 쪽에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하는 건도 있었다.그런 비용까지 감당하다 보니 사업을 맡아 진행하던 직원들도 부득이하게 여럿 내보내야 했다.운영하던 회사들 역시 계속되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았다.언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눈앞에 닥친 일만 수습하기도 버거울 만큼 강이주는 바빴다.그다음을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당장 걱정되는 건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구호민의 악의적인 압박을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이대로 가다가 자금줄이 끊기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그런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강이주는 불안해졌다.구기빈이 며칠째 무슨 일로 바쁜지 알 수 없었다.매일 이른 아침에 일어났고, 강이주가 눈을 뜨면 곁에는 이미 구기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사이 재활 치료에도 두세 번이나 함께하지 못했다.구기빈답지 않은 일이었다. 강이주의 부상에 누구보다 신경을 쓰던 사람이었으니까.강이주는 방의 통창 앞 긴 의자에 앉아 말없이 바깥을 바라보았다.핸드폰을 꺼내 구기빈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전송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주야, 엄마 들어가도 되니?”강이주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네, 들어오세요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4화

    구희라가 떠난 뒤에도 강이주의 표정은 무거웠다.구기빈이 말했다. “희라 말은 신경 쓰지 마.”구기빈은 유만정의 죽음이 강이주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애초에 구호민은 제 곁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이 주인을 무는 일을 용납할 사람이 아니었다.지난번 유만정이 구호민을 칼로 찌른 건 구호민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짓밟은 일이었다.구호민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하실에서 벌받게 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건 오히려 가벼운 처분이었다.유만정을 그 정도로 내버려둘 리 없었다.원한은 반드시 되갚는 사람이었으니까.그러니 구호민이 유만정의 차에 손을 댔을 가능성도 충분했다.문제는 구호민이 워낙 교활하다는 점이었다.구희라는 물론이고 구기빈 쪽에서도 구호민이 손을 썼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증거가 없는 한 구호민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빠져나갈 수 있었다.일 처리가 늘 빈틈없었으니 증거를 쉽게 찾아내리라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였다.구기빈은 유만정의 장례가 끝난 뒤 줄곧 증거를 모으는 일에 매달렸다.하지만 단서 하나 잡을 수 없었다.강이주가 고개를 저었다. “알아.”“그럼 회사는... 어쩔 생각이야?” 구기빈이 화제를 돌렸다.강이주에게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그럴 마음이 있다면 도움을 줄 만한 지인들을 소개해 줄 수 있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꺼낸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옮겼다.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됐어. 처음에 절차를 전부 희라가 맡아서 했거든. 난 그때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고.”“희라 성격은 당신이 나보다 잘 알잖아.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건 우리 사이에 남아 있던 정까지 제 손으로 깨 버렸다는 뜻이야.”어긋난 우정을 한쪽에서는 되돌려 보려고 애쓰는데, 다른 쪽에서는 원망을 품고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강이주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구희라와의 관계를 예전으로 돌이킬 수는 없었다.사실 누구보다 잘 아는 건 강이주 자신이었다.그런데도 구희라와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기대가 남았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3화

    하지만 강이주도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지금 보니 구기빈이 자신에게 숨기는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강이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구기빈도 강이주의 기분이 달라진 걸 뚜렷하게 느꼈다.눈을 가늘게 뜨고 구희라를 바라보았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구희라는 시선을 돌린 채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 교통사고, 사고가 아니었어. 누가 브레이크를 망가뜨려서 밟아도 작동을 안 한 거라고. 누구 짓일 것 같아?”“첫 번째는 엄마였어. 강이주, 그럼 두 번째는 누구일까? 너? 네 부모님? 아니면 우리 오빠?”구희라는 강이주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씩 입에 올렸다.한 사람을 언급할 때마다 강이주의 표정이 달라졌다.마지막에는 낯이 옅게 질렸다.강이주도 구희라가 그저 겁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구호민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유만정의 교통사고가 정말 누군가 꾸민 일이었다면...’가장 먼저 의심할 사람은 구호민이었다.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당장은 구호민을 어쩔 수 없었다.강이주는 지금까지 구희라가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자신을 유만정을 죽인 원흉으로 여기는 줄 알았다.그런데 방금 구희라의 말을 따져 보면 자신과 아주 무관한 일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살인자라는 말까지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강이주의 표정이 점점 무거워지자 구기빈은 구희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구기빈은 강이주가 그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하도록 온갖 애를 썼다.그런데 구희라는 거리낌없이 전부 강이주에게 쏟아 내고 있었다.구기빈은 동생 구희라에게 완전히 실망했다.당장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 지경까지 오다니. 이제는 제 동생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구희라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곁눈으로 강이주의 표정을 계속 살폈다.강이주가 자신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무언가 묻고 싶은 눈으로 쳐다볼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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