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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작가: 주광
영호는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섰다.

안쪽에서는 은주가 바쁘게 와인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딱 봐도 민혁과 예진이 들어왔을 때, 둘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영호는 같이 정리를 도우려고 조용히 다가갔다.

“왔네요?”

은주가 눈을 반짝이며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부터는 내 작전대로 움직여야 해요. 우리 둘이 타이밍을 맞춰야 돼요.”

은주의 눈빛은 마치 범죄 영화 속 전략가 같았다.

“내가 예진이한테 전화하면, 영호 씨도 우리 오빠한테 전화해서 여기로 오게 만들어요. 둘이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가 바로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거예요!”

영호는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와인 저장고 특유의 냉기가 피부에 스며들었다.

“여기 좀 춥지 않아요? 서 변호사님하고 예진 씨를 여기 가뒀다가... 감기 걸리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은주는 자신만만하게 검지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더 좋은 거죠. 추우면 어떡해요?”

“서로 껴안고 체온을 나눠야죠! 그럼 뭐든 해결된다니까요.”

혼자 중얼거리며 흐뭇하게 웃는 은주를 보자, 영호는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렇게 한다고 고백을 하게 될까?’

하지만 은주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민혁 오빠가 오늘도 고백을 안 하면, 진짜 내가 평생 손절할 거야!’

그렇게 와인을 정리하고 나서 두 사람은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은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은주가 황급히 손잡이를 당겼다.

쾅! 쾅!

몇 번이나 세게 당겼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은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영호를 쏘아봤다.

“혹시... 문을 닫았어요?”

“네, 그런 거 같긴 해요. 아까 들어올 때 습관처럼 그냥...”

“아이고...”

은주의 눈빛이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영호 씨,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됐어요?! 그냥 들어오면 되는데, 왜 문까지 닫아요!”

영호는 얼떨결에 어깨를 움찔했다.

“아니 문 닫은 게 뭐가 어때서요... 열면 되잖아요?”

“그래요. 그럼 영호 씨가 직접 열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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