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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Author: 주광
사람 마음은 억울할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위로였다.

누군가 달래줄수록, 오히려 더 서럽게 울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의 예진이 그랬다. 눈물은 마치 터진 둑처럼 쏟아졌고,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지며 가슴을 찢어놓는 듯했다.

결국 예진은 민혁을 끌어안아 버렸다.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 채, 어린아이처럼 매달렸다.

예진의 몸은 며칠째 이어지는 공포로 굳어 있었다.

‘만약 아무도 날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그 생각만 해도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림자들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예진은 더욱 격렬하게 몸을 떨며 눈물을 쏟아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쳐버린 예진은 결국 흐느낌을 멈추고 천천히 민혁의 품에서 몸을 뗐다.

그제야 보였다.

민혁이 입고 있던 고급스러운 실크 셔츠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어 있는 것이.

예진은 얼굴이 붉어졌다.

목이 한결 풀린 듯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흐느끼듯 떨렸다.

“미안해요...”

민혁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목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민혁이 곧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니에요,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마요. 예진 씨가 편해진다면... 이 옷이 아니라, 내 옷을 다 손수건으로 써도 괜찮아요.”

뜻밖의 말에 예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옆의 보호자 의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민혁의 긴장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예진의 마음속은 안전하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방금 전까지 예진을 짓눌렀던 공포는 어느새 한 줌의 재처럼 흔적도 없이 흩어져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설명할 수 없는 단단한 안도감이었다.

‘이 사람 옆이라면... 안전해.’

순간, 병실 안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어졌다.

천장의 불빛은 따스했지만, 그 따스함이 오히려 두 사람 사이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민혁은 침대 곁에 앉아 예진과 아주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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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30화

    예진은 가까이서 재하와 선아가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걸 지켜봤다.‘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나 요즘 왜 이러냐, 진짜.’행복한 장면을 볼 때마다 예진은 눈물이 먼저 고였다.은주는 하객석에서 손뼉을 치며 신이 난 모습이지만, 민혁의 눈에는 예진밖에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예진 외에 다른 사람은 없는 듯했다.예진이 반지를 전달하고 내려와 민혁 옆에 앉자,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수줍게 웃었다.잠시 후, 재하와 선아가 간단히 인사말을 한 뒤 본격적으로 피로연이 시작됐다.쟁반에 와인 잔 몇 개를 들고 지나가던 웨이터가, 영호 옆을 지나다가 실수로 와인을 쏟아버렸다.“아, 조심 좀 하지!”은주는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웨이터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영호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이면서 은주를 진정시켰다.“괜찮아. 나 안 다쳤어. 그냥 옷만 좀 젖은 거야. 화장실 좀 다녀올게.”“정말 괜찮지?”“응, 금방 와.”은주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휴... 다행이다. 피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하지만 구석에 앉아 있던 세준은 그 장면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천천히 영호를 따라갔다.영호가 상의를 벗고 화장실로 들어서자,무표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세준도 넥타이를 고쳐 매면서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화장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영호는 세면대 앞에서 젖은 자켓을 물에 씻고 있었지만,와인 자국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아... 완전히 배었네. 드라이 맡겨야겠다.’그때,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찰칵’ 하는 잠금 소리가 들렸다.영호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거울로 뒤를 확인했다.세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물에 젖은 자켓을 힐끗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세탁까지 직접 하시네요? 경찰은 평소에 제복만 입는 모양이네요. 정장은 이거 하나뿐인가요?”영호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이 자식... 일부러 시비 거는 거네.’세준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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