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경서야!” 상민의 절규가 거센 밤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졌다.붉은 차체가 어둠에 완전히 삼켜지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바다 표면에는 점점 커지는 소용돌이만 남았다.상민은 생각할 틈도 없이 차문을 걷어차듯 열었다. 재킷을 벗을 겨를조차 없이 난간이 부서진 곳으로 달려가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졌다.차가운 물과 숨 막히는 압박감이 경서를 감쌌다.사방에서 물이 차 안으로 들이닥쳐 경서를 순식간에 덮었다. 강한 충격까지 겹쳐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경서는 엄마를 본 것 같았다
퍽!상민은 윤모가 경서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주먹으로 입가를 때렸다.윤모는 반격하지 않았다. 경서만 뚫어지게 바라봤다.“경서야.”경서를 부르는 윤모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경서는 윤모를 보지 않았다. 시선은 바 쪽에 놓인 잔으로 향했다.경서는 천천히 걸어가 멀쩡하게 남아 있던 위스키 반 잔을 집었다.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잔을 입가로 가져가 아주 조금 마셨다. 독한 술이 목 안을 뜨겁게 훑고 내려갔다.경서는 그대로 팔을 들어 남은 술을 윤모의 얼굴에 전부 끼얹었다.술이 반듯한 얼굴선을 따라
그 시각, 경서는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켜졌다.‘바람’이 보낸 관계를 끝내자는 메시지 두 개였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경서는 반사적으로 답장을 보냈다.[무슨 뜻이야?]화면에 선명한 빨간 느낌표가 떠올랐다.이미 상대가 경서를 차단한 뒤였다.경서의 손에서 힘이 풀리며 유리컵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쨍! 컵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튄 유리 조각 하나가 발 옆을 스치며 길고 가느다란 상처 두 줄을 냈다. 피가 천천히 배어 나왔다.경서는 핸드폰을 쥔 채 오랫동안 멍하니 앉
은서는 계속 경서를 끌어들였다.“경서 언니가 저를 망치려고 한 거예요! 지난번 납치 사건도 제가 시킨 거라고 계속 의심했어요. 그래서 복수하려는 거예요!”은서는 말하며 윤모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민찬이 먼저 손을 뻗어 막았다.“다른 사람들은 다 바보로 보여?”윤모는 은서를 꿰뚫어 보듯 날카롭게 바라봤다.“창립 기념식에서 하경서 이사한테 약 먹이게 한 것도 너지? 네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정말 실망했어.”윤모는 단어 하나하나를 눌러 또렷하게 말했다.“처음에는 네가 얌전히만 있으면 원하는 건 다
‘F국까지 개를 보러 다녔다고?’‘좋아. 오늘은 진짜 네가 직접 개 보러 오게 해 주지.’인우는 혜니가 먼저 사과하기 전까지 나래는 절대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정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진춘심과 겨우 어느 정도 친해져 신뢰를 얻었는데, 여기서 나래까지 몰래 데리고 나갔다가 들키면 큰일이었다.다음에는 따뜻한 국 한 그릇은커녕 독약부터 들이밀지도 몰랐다.진정은 한참 고민하다 지난번 경찰서까지 갔던 어수룩한 두 사람을 불렀다.“선물 좀 사 들고 올라가서 윤 비서님의 어머님께 사과해. 어떻
혜니는 말을 이어 갔다.“내가 남자 몇 명을 후보로 두든 그건 내 자유야.”“네가 상관할 일 아니고.”혜니는 단호하게 말을 끝내고 인우를 더 보지도 않은 채 돌아섰다.인우가 쫓아가 혜니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너 F국 B시에 그렇게 많이 갔던 거, 류원준 만나러 간 거야?”혜니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개 보러 갔어!”그 말을 던진 혜니는 인우의 손을 세게 뿌리치고 뛰어나갔다.인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다른 남자랑 따로 만나다가 내 눈앞에서 걸린 건 본인이면서.’‘그런데
묵직하게 내려앉은 손끝은 아무렇게나 닿은 듯했지만, 닿는 곳마다 혜니의 감각을 흐트러뜨렸다.‘4년만이야...’4년 만의 키스는 거칠고 익숙했다. 김 기사는 재빨리 차 안의 파티션을 올렸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귀머거리이자 장님이었으면 했다.혜니는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이를 악물 듯 세게 깨물자,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번졌다.그제야 인우가 혜니를 놓아주었다.“한인우, 너 진짜 뻔뻔해.”인우는 뜻을 이룬 사람처럼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너도 꽤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은데?”혜니는 말문이 막혔다.‘이 개
이 목걸이는 오후에 혜니가 직접 받아 온 바로 그 목걸이였다.무려 112억 원대.혜니가 감히 목에 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혹시라도 망가지기라도 하면, 혜니는 평생 인우의 노예처럼 살아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그 순간, 혜니의 머릿속에 초등학교 때 읽었던 유명한 단편 하나가 스쳤다.제목이 하필이면 ‘목걸이’였다.“대표님, 이건 너무 귀한 거예요. 저는 못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망가지면 정말 감당 못 합니다.”혜니는 명절에 어른이 억지로 쥐여 주는 세뱃돈을 끝까지 사양하는 사람처럼 두 손으로 밀어냈다.“고의로 망가뜨
혜니는 기분이 확 상해 곧바로 말했다.“대표님, 비서가 세 명이나 있잖아요. 박 비서에게 동행하라고 하셔도...”‘아무리 그래도 나만 붙잡고 끝까지 갈아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인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한마디를 던졌다.“윤 비서가 대표야, 내가 대표야?”“그야 당연히 대표님이십니다.”혜니는 이를 악물고 두 글자를 짜냈다.‘악덕 자본가.’“47분 남았어.”인우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덧붙였다.혜니는 토끼보다 빠르게 뛰쳐나갔다.‘젠장...’집까지 가는 데 30분.화장하고 옷 갈아입는 데 17분.목을
게다가 혜니를 따로 태그까지 해 두었다.주소 하나.연락처 하나.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쓸데없는 말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혜니는 체념한 듯 가방을 움켜쥐고, 곧장 택시를 잡아 그 주소로 향했다.차 안에서도 머릿속은 계속 윙윙거렸다.반년 전 재계약한 근로계약서에 경업금지 약정이 끼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일방적으로 퇴사하면 회사에 43억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다.혜니의 평생을 갈아 넣어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를 돈이었다.혜니는 지금 미칠 듯이 울적했다.어렵게 도착한 곳은 수리 옥션이었다.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