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5 화

Author: 블루
“아!”

혜니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떴다.

시야가 뒤집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인우가 혜니를 단번에 어깨에 둘러멘 것이다.

단단한 어깨가 몸을 눌러 와 아플 정도였다.

“뭐 하는 거야! 내려놔, 한인우!”

혜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공중에 뜬 두 다리가 허둥지둥 버둥거렸다.

우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다 혜니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서야, 온몸이 움찔 굳었다.

한인우.

소문으로만 듣던 A국 금융계의 거물.

수십 조 원대 자산을 손에 쥔 남자였다.

...

혜니는 끌려가는 내내 버둥거렸다.

하이힐이 발끝에서 벗겨질 듯 흔들렸고, 몇 번이나 날아갈 뻔했다.

그렇게 혜니는 인우의 어깨에 둘러 메인 채, 사람 하나 없는 전망 테라스까지 끌려 들어갔다.

“가만히 있어!”

낮게 가라앉은 경고가 혜니의 귓가에 떨어졌다.

인우는 크고 단단한 손으로 혜니의 엉덩이를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툭 쳤다.

그러고서야 조심스럽게 혜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혜니는 완전히 폭발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긴 혜니가 인우를 향해 소리쳤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일부러 이러는 거 맞지?”

인우는 위에서 내려다보듯 혜니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널 구해 준 거야. 방금 그 남자, 너랑 안 맞아.”

“맞고 안 맞고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지금 넌 그냥 내 상사야. 내 사생활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하지만 인우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제멋대로인 말투로 선언했다.

“내 눈에 거슬리면, 넌 누구와도 결혼 못 해.”

인우는 태유그룹을 막 인수하자마자 혜니가 저렇게 잘 지내는 꼴을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었다.

‘내가 전처 복을 이렇게까지 불려 준 셈인가?’

먼저 이혼하자고 한 사람은 혜니였다.

혜니는 사랑이 식었고, 더는 인우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잔인하게 인우를 버렸다.

그러니 인우는 혜니가 마음먹은 대로 행복해지는 꼴을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혜니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자기는 보란 듯이 결혼해도 되고, 남들은 평생 혼자 살라 이거야?’

“나 피곤해. 지금은 일 못 해.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내일 바로 날 해고해.”

혜니는 이를 악물고 말을 뱉었다.

온 힘을 다해 인우를 뒤로 밀쳐 낸 뒤, 혜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망 테라스를 빠져나갔다.

...

밤바람이 혜니의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혜니의 마음까지 어지럽게 흔들어 놓았다.

혜니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인우가 떠나던 날, 하늘은 유난히 잔뜩 흐려 있었다.

인우는 혜니에게 5억 8천만 원이 들어 있는 통장과 120㎡짜리 아파트 한 채를 남겨 두었다.

그것이 당시 두 사람이 가진 전 재산이었다.

혜니가 눈을 떴을 때, 손목에는 남 홍마노 팔찌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인우가 단 한 번도 몸에서 떼어 놓지 않던 물건이었다.

반은 새하얗고, 반은 붉게 물든 팔찌였다.

혜니는 은행나무 아래에 누운 채 목 놓아 울었다.

가을바람에 휩쓸린 낙엽들이 허공을 맴돌다 흩어져 내려, 마치 혜니를 그대로 묻어 버리려는 것만 같았다.

인우를 쫓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혜니는 알았다.

인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뒤 집으로 돌아온 혜니는 이틀 밤낮을 고열에 시달렸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대학 4년 동안의 뜨거운 연애.

그리고 2년의 결혼 생활.

그 모든 시간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인우의 어머니는 여러 번 혜니에게 이혼을 강요했다.

인우가 백씨 가문의 외동딸 백조라와 정략결혼을 하면, 백씨 가문이 인우의 사업을 크게 밀어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혜니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아버지가 위독하던 날, 인우는 외지에 나가 연락이 끊겼다.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그때 혜니의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 인우는 고급스러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두 눈은 감겨 있었고, 침대 옆에는 흰색 하이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전남편은 ‘나’바라기   116 화

    그 친구는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쳤고,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끝까지 곁을 지키며 이 농가 레스토랑을 열어 돈을 벌고 교통사고를 당한 남자친구를 돌보고 있었다.“제후 형, 왔어?”훤칠한 남자가 휠체어를 밀며 안에서 나왔다. 바로 민대휘였다.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제후가 웃으며 말했다.“내 친구 데리고 네 요리 맛보러 왔어. 잘하는 걸로 몇 가지 내줘.”“이쪽은 민대휘. 여기는 윤혜니 씨.”“안녕하세요, 민 사장님. 여기 정말 예쁘네요.”혜니가 인사했다.대휘는 웃고는 안쪽을 향해 불렀

  • 전남편은 ‘나’바라기   115 화

    “이 나쁜 놈아,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길 돌아온 거야!”인우는 잘생긴 얼굴 옆으로 팔을 들어서 막았다.진춘심은 감정이 격해져 핸드백으로 인우를 계속 때렸다. 때리면서 욕을 퍼부었다.“이 양심도 없는 놈!”“우리 딸이 네가 가난한 것도 상관없다며 6년을 너랑 살았는데, 네가 바람을 피워? 그러고는 도망가?”“이 나쁜 자식아, 우리 딸 목숨까지 잃을 뻔했어! 너희 집안은 어른이나 애나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없어.”진춘심은 필사적으로 때렸다.김 기사가 이 장면을 보고 큰일이다 싶어 급히 차에서 내려 인우를 막으려 했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114 화

    “와!”자리가 들끓었다.30분쯤 놀고 나자 혜니는 재미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혜니가 떠나자 인우도 곧 게임 자리에서 빠져나왔다.복도 끝 모퉁이는 조명이 어두웠다.혜니가 막 코너를 돌자마자 손목이 강한 힘에 붙잡혔다. 몸이 차가운 벽으로 떠밀렸다.남자의 큰 그림자가 혜니를 덮었다. 인우가 고개를 숙이자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실검 봤어?”목소리는 낮고,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심문처럼 들렸다.오늘 진정은 회사에서 실검 이야기로 떠들썩하다고 말했다. 혜니도 분명 봤을 거라고 했다.그래서 인우는 혜니에게 설명하려고

  • 전남편은 ‘나’바라기   113 화

    인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주변 공기까지 몇 도는 내려간 것 같았다.“강제후 때문에?”혜니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인우를 보았다. 아름다운 눈동자는 무섭도록 텅 비어 있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과거형이라는 말 몰라?”인우는 이를 악물었다. 턱선이 단단하게 굳었고, 한 글자 한 글자에 거친 힘이 실렸다.“윤혜니, 너 후회할 거야.”“그래?”혜니는 차갑게 맞받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인우를 똑바로 보았다.“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한 거 있으면 마음대로 해.”“기다릴게.”말을 마친 혜니는 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112 화

    그 자리에 있던 여직원들의 눈이 금세 반짝였다.강사가 급히 말했다.“대표님은 이쪽에 서시면 됩니다.”비서 세 명이 동시에 인우 뒤에 섰다.새연이 맨 먼저 손을 들었다.“대표님, 저는 살아도 대표실 사람이고 죽어도 대표실 귀신인데요. 혹시... 강제후 본부장님 조로 가도 될까요?”“가던가.”인우는 눈꺼풀도 올리지 않았다.미나가 바로 이어 말했다.“저는 재무팀 본부장님 조로 신청하겠습니다.”“가라.”대표과 같은 조가 되는 건 너무 무서워서 새연과 미나는 미리 도망치는 방법으로 선택했다.혜니도 두 사람이 떠나는 걸

  • 전남편은 ‘나’바라기   111 화

    혜니는 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되지 않았다.결국 혜니는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한밤중, 혜니는 전화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방은 그대로였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인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전화는 옆집 이웃에게서 온 것이었다. 혜니 어머니 진춘심은 넘어져 머리를 다쳤고, 지금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이었다.혜니는 놀라 벌떡 일어나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밤새 N시로 돌아가는 길, 혜니가 탄 차는 인우의 롤스로이스와 스쳐 지나갔다.늦은 밤, 인우가 돌아왔다.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지만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

  • 전남편은 ‘나’바라기   3 화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 전남편은 ‘나’바라기   2 화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

  • 전남편은 ‘나’바라기   1 화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새연아,

  • 전남편은 ‘나’바라기   12 화

    ‘내가 취한 건가?’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