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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

Author: 블루
혜니는 기분이 확 상해 곧바로 말했다.

“대표님, 비서가 세 명이나 있잖아요. 박 비서에게 동행하라고 하셔도...”

‘아무리 그래도 나만 붙잡고 끝까지 갈아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인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한마디를 던졌다.

“윤 비서가 대표야, 내가 대표야?”

“그야 당연히 대표님이십니다.”

혜니는 이를 악물고 두 글자를 짜냈다.

‘악덕 자본가.’

“47분 남았어.”

인우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혜니는 토끼보다 빠르게 뛰쳐나갔다.

‘젠장...’

집까지 가는 데 30분.

화장하고 옷 갈아입는 데 17분.

목을 매달라고 재촉하는 것보다 더 빡빡한 일정이었다.

혜니는 뛰어가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오늘 저녁에 나래 좀 데리러 가 줘. 나 대표님이랑 접대 자리에 가야 해.”

[그래.]

...

혜니가 아파트 밖으로 나오자, 눈에 확 띄는 롤스로이스가 이미 길가에 멈춰 서 있었다.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하나 잠시 망설이던 때, 뒷좌석 문이 열렸다.

혜니가 차에 오르자, 인우가 고개를 돌려 혜니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

감출 생각도 없이 혜니의 얼굴에서 쇄골로... 다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혜니는 오늘 푸른색 튜브톱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새하얀 어깨는 가녀린 뼈대가 살짝 드러나 더 아슬아슬해 보였고, 가슴 앞 라인은 과하지 않게 아름답게 잡혀 있었다.

허리선은 완벽하게 들어가 있어, 혜니의 몸 선을 고스란히 살려주었다.

정성껏 손본 얼굴까지 더해지니,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부하 직원을 빤히 보는 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요.”

혜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 집요한 인우의 눈빛에, 혜니는 괜히 겁이 날 정도였다.

인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윤 비서, 그동안 남자친구 없었나?”

“그건 또 어디서 보신 건데요?”

혜니가 눈을 가늘게 뜨며 싸늘하게 쏘아보았다.

“완전 말라비틀어진 막대기가 됐잖아. 예전엔 손에 잡히는 맛이 꽤 있었는데.”

인우의 독설은 여전히 무적이었다.

“대표님은 재산은 늘어난 줄 알았지만, 시력은 나빠지셨나 봅니다.”

혜니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제가 무슨 막대기든 아니든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대표님 차례는 안 오니까요.”

인우는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입은 여전히 매섭네.’

혜니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대학교 시절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콩나물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대학교 2학년 때, 혜니가 룸메이트들이 자기 몸을 두고 평평한 막대기 같다고 놀렸다고 투덜거리자, 인우는 혜니에게 여자로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혜니를 데리고 예쁜 언덕으로 갔다.

그곳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선을 넘었던 장소였다.

언덕 위에는 아름다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머리 위로는 별빛이 가득했다.

혜니는 펑펑 울었고, 인우는 이틀 동안 혜니를 달랬다.

그곳은 두 사람만의 약속 같은 장소가 되었다.

이혼 후 2년 동안, 혜니는 기념일이 되면 그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나중에 그 땅은 어느 신비로운 재력가에게 팔렸다.

그 위에는 개인 별장이 들어섰고, 주변에는 담장이 둘러졌다.

그 뒤로 혜니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멀리서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그 은행나무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

인우는 주머니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목걸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갑자기 혜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가 가까워지자, 특별히 조향한 듯한 옅은 시트러스 향기가 훅 밀려왔다.

혜니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예전의 혜니가 가장 좋아하던 향이었다.

“대표님, 선은 지키시죠.”

“목걸이 해. 내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인우는 그렇게 말하며, 혜니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 주려 했다.

혜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빛까지 움찔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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