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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eur: 미친선이
위자료도 뺏기고 카드도 뺏기고

“화월산거도(花月山居圖)란 말이지……” 강서준은 조용히 되뇌었다.

이 그림은 강한 그룹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다.

할아버지가 임종하시기 전에 강서준에게 강한 그룹은 망해도 그림을 잃어버려선 안된다고 하셨다.

십년의 세월동안 강서준은 한시도 이 그림을 잊은 적이 없다.

“이혁, 준비해, 저녁에 움직이게.”

“네.” 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넌 가봐, 아내가 곧 퇴근할 거야, 아내는 내가 빈티 나는 인간과 만나는 걸 싫어하는데, 넌 딱 봐도 있어 보이는 타입이 아니야. 아내한테 들키면 잔소리 듣는다.”

이혁 표정이 굳어졌다.

피부가 좀 검어서 그렇지, 없어 보인다는 둥 빈티까진 아니지 않나?

“뭘 멍하니 있어, 꺼져.” 강서준이 발로 툭 찼다.

이혁이 갔다.

강서준이 시간을 보니 퇴근 시간이 됐다. 김초현이 나올 거다.

강서준은 한쪽에 세워 둔 스쿠터를 밀고 스카이 그룹 바깥을 지나다 한 여자가 빌딩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여자는 키가 180cm에 오피스룩 차림으로, 흰색 셔츠에 검정 랩스커트, 빨간색 힐을 신었다.

굵은 갈색 웨이브 머리에 손엔 서류가방을 들고 길을 걷는 모습이 우아하고 폼 난다.

“초현씨.”

남자 하나가 서둘러 다가오는데 손에 꽃다발을 들고 여보에게 건네며, “초현씨, 받아요. 저녁에 시간 있어요? 취선루(醉仙樓)에 다이아몬드 스위트룸 예약했거든요, 초현씨랑 같이 디너를 즐기고 싶은데.”

꽃다발을 건넨 사람은 강중 4대 가문 중 하나인 QA 그룹 왕현빈이다.

김초현이 천군 그룹의 주문을 받고 김초현과 천군 그룹 회장 이예천의 관계가 드러난 후, SA 그룹 평판은 갈수록 높아지고 외모를 회복한 김초현도 강중 제일 미녀로 손꼽혔다.

김초현은 SL의 대표가 된 이후로 업무 능력이 뛰어나 고작 보름 만에 회사 체계를 잡았다.

따라서 김초현의 평판도 높아지며, 강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녀 대표라고 불리게 되었다.

비록 김초현에게 남편이 있지만 강중에서 강서준의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집안 좋은 오빠들은 강서준을 아예 무시하며 오매불망 김초현이란 미인을 얻고자 안간힘을 썼다.

이때 김초현은 스쿠터를 밀고오는 강서준을 보더니 얼굴에 얄궂은 미소를 띠고 왕현빈을 무시한 채 달려가서 사람들 앞에서 뽀뽀를 하더니 다정하게 강서준의 팔짱을 꼈다.

“자기야, 이 사람이 취선루 다이아몬드 스위트룸 예약했다고 밥같이 먹자고 하네요, 나 아직 취선루 안 가봤잖아요.”

“가자고 하면 가면 되죠, 만약 가능하면 가는 길에 나도 데려가요, 나도 안 가봤으니.”

왕현빈이 이 장면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지며 싸늘한 목소리로: “강서준, 나 QA 그룹 왕현빈이야, 1억줄테니까 초현이한테서 떨어져!”

왕현빈이 말하며 카드를 꺼내 강서준에게 건넸다.

“여보, 받아요 말아요?”

“마음 대로 하세용.” 김초현이 기쁨의 미소를 띤 채: “역시 받는게 좋겠어요, 1억이면 취선루 다이아몬드 스위트룸에서 식사 하고도 남잖아요.”

“그럼 받아야죠.”

강서준이 웃으며 왕현빈의 카드를 건네 받고 묻길: “맞다, 비밀번호가 어떻게 돼요?”

왕현빈이 고개를 들어: “패스워드는 0이 6개, 돈 가지고 꺼지라고. 앞으로 넌 초현이랑 아무 상관없는 거야.”

“응, 우리 돌아가서 바로 이혼할 겁니다.” 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보, 어서 타요.”

김초현이 스쿠터 뒷좌석에 타고 손을 뻗어 강서준의 허리를 안더니 왕현빈이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유유히 떠났다.

왕현빈은 넋이 나가서 한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겨우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고, 손에 든 꽃다발을 땅에 내팽개치며 멀리 가버린 강서준에게 욕을 퍼붓는데: “나쁜 새끼야, 아주 두고 봐 너!”

강서준은 스쿠터로 김초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뒤 김초현은 소파에 앉아 하얗고 작은 손을 내밀며 강서준을 바라봤다.

“왜요?” 강서준이 필사적으로 호주머니를 꽉 쥐고: “이건 왕현빈이 나한테 준 위자료예요, 이건 내 비자금이라고요.”

“웃기고 마요, 내놔요!” 김초현이 굳은 표정으로: “먹고 마시고 쓰고 입고 다 내 걸로 하면서 돈은 달라고 해서 뭐 하게요? 이 1억은 나한테 줘요, 내가 우선 저금할 테니까 앞으로 애 낳고 애 키우고 하려면 다 돈인데?”

강서준은 마지못해 왕현빈이 준 카드를 내놓으며: “여보, 이게 벌써 몇 번째예요, 십여 일동안 사람들이 나한테 준 위자료가 이래저래 2억은 넘는다고요, 그 돈 사실 내 꺼……”

“무슨 돈?”

문 쪽에서 말소리가 났다.

목소리를 듣고 김초현은 순식간에 강서준이 건내 준 카드를 숨기고: “돈, 돈은 무슨.”

하연미가 걸어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망할 것, 엄마까지 속여, 내가 문 앞에서 다 들었어, 무슨 위자료가 어쩌고 2억이 어쩌고, 당장 내놔!”

“엄마,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연미가 소리를 지르며 “딸이랑 얘기하잖아,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지금 몇 시야, 밥은 했어? 당장 꺼지지 못해!”

“에.”

강서준은 서둘러 자리를 떠나 주방으로 가서 밥을 했다.

주방에서 30분을 바쁘게 오가다가 드디어 밖으로 나와 일가족이 한데 밥을 먹었다.

식사 후 강서준이 김초현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로: “여보, 말 안 했죠?”

김초현이 째려보며, “당신 때문이에요,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해서 어쩌자는 거예요, 돈은 엄마한테 다 뺏겼어요. 말로는 날 20년간 키워준 대가라고 하는데 지금 내가 일하고 있으니 자기 노후보장 해달라는 거잖아요!”

“뭐, 전부 다 줬어요?” 강서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요즘 강서준은 정말 돈이 없다.

김씨 집안에 데릴 사위로 들어가서 일도 없고 돈 한푼 없어서 담뱃값조차 이혁이 대준다.

김초현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래요, 전부 줬어요. 진오빠가 준 2천만원, 장오빠가 준 5천만원, 유오빠가 준 6천만원, 왕오빠가 준 1억, 전부 엄마가 몰수해갔어요.”

“아이고.” 강서준이 탄식하며: “내일 당신 마중 나갈 때 또 부잣집 오빠가 당신한테 구애해서 나한테 몇 천만원 위자료로 주기를 바래야 죠. 여보, 카카오 페이 몇 만원만 보내줘요. 담배 살 돈이 없어요.”

“내가 믿을 줄 알아요, 며칠전에 당신 옷 빨 때 주머니에서 플래티넘 카드 나오던데 안에 돈 없다고 할 생각도 마요. 얼른 꺼내 봐요. 내가 보관할 테니까!” 김초현이 손을 내밀며 강서준에게 카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강서준은 플래티넘 카드를 꺼냈다.

카드는 전부 검은 색으로 위에 흑룡이 그려져 있고 카드 번호는 없다.

김초현은 지난번 옷 빨 때 자세히 못 봐서 이제서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이건 어느 은행 카드예요, 위에 왜 번호가 없죠?”

“그건……” 강서준이 우물쭈물하며: “이건 여러 대형은행이 연합한 은행카드예요, 모든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카드번호를. 이젠 ID칩이 내장된 카드라고요.”

김초현은 반신반의하며 카드를 챙기며: “비밀번호는 뭐예요? 안에 얼마 있어요?”

“비밀번호는 8이 8개, 돈은 별로 없어요.”

“아쭈 여덟 개.” 김초현이 욕을 하며: “은행 카드 비밀번호가 8자리라는 게 말이 돼요?”

“내가 잘못 외웠나 봐요, 그럼 8이 6개일 거예요.” 강서준이 난처한듯 웃었다.

강서준의 카드에는 비밀번호는 없다. 뭐라고 입력하든 상관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흑룡 카드는 전국에 딱 한 장만 있는데 이것은 신분의 상징이자, 권력의 상징이다. 돈에 있어서는 강서준도 정말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데, 왜냐면 한번도 찾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강서준이 지난 10년간 군대에서 세운 공로 및 10년간의 영예와 바꾼 것으로 필시 적지 않은 돈이 들어있겠지만, 강서준의 단계에 이르면 돈은 그저 외형적인 것일 뿐 카드에 얼마나 들었는지 관심도 없어진다.

지금 카드를 김초현에게 줬지만 강서준은 개의치 않았다. 김초현 없이 오늘의 강서준도 없고, 강서준의 모든 것은 전부 김초현이 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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