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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후계자 선정

Author: 우주멍
“동혁 씨, 설마 당신…… 정신이 돌아온 거야?”

동혁의 맑은 눈동자를 보던 세화가 믿기지 않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응, 나 회복했어, 여보.”

동혁이 세화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고 대담하던 그가 지금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세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동혁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

“흥! 정신이 돌아오면 또 뭐해!”

화란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봤자 폐급일 뿐이잖아!”

화란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구석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

“헛소리 말고 앉기나 해. 2조 원을 기여하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세화가 그를 말리며 구석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

구석의 접이식 의자에는 달랑 세화 가족만 앉아 있었다. 그저 다른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 앞에 올려진 건 고작 국수 네 그릇.

상석에 자리한 진한영은 눈앞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며 마음이 흡족한 듯 호탕한 음성으로 말했다.

“다들 조용, 내가 한 가지 발표하도록 하겠다!”

진한영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진한영이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젯밤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빅맥과 같은 존재야. 이번에 H시에 진출하면서 H시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게 분명하다. 이건 우리 진씨 집안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게야!”

“지금은 우리 진씨 집안이 H시에서 꽤 잘나간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언제든 다른 집안에게 쉽게 추월을 당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우리는 천룡투자그룹을 꼭 붙잡아야 한다!”

“천룡투자그룹에서 흘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울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야.”

진한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는지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포하겠다! 우리 진씨 자손 중에서 누구든 천룡투자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낸다면, 그 사람에게 우리 그룹의 주식 10%와…….”

“그룹 회장 직을 주겠다!”

순간 장 내가 술렁였다.

너무나 엄청난 발표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룹의 주식 10%라니, 이건 정말 큰 거야! 그 정도면 앞으로 평생 마음대로 쓰며 살 수 있지 않겠어?”

“관건은 회장 직인데, 정말 그룹 내 최고의 위치 아니야?”

“하지만 쉽지 않겠지? 지금 시의 모든 가문들이 앞다투며 천룡투자그룹 앞에 줄을 서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진화란이 일어나며 말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 투자는 제가 반드시 받을 것입니다! 제가 이미 세한 씨에게 사업 제안서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곧 윤곽이 나올 거예요.”

화란의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역시 뒤에서 밀어주는 큰 세력이 있으니 벌써…….”

화란이 언급한 방세한은 그녀의 남자친구로서, H시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방씨 집안의 장손이었다.

“방세한의 도움을 받는다면,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어?”

“잘했다, 잘했어! 역시 내 손녀가 최고구나. 3일 후에 네 생일잔치는 이 할애비가 네 체면이 서도록 제대로 차려 주마!”

진한영이 기뻐서 호언장담했다.

“만약 화란이 네가 천룡투자그룹의 투자를 받는다면, 네가 바로 우리 가문의 후계자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세화 일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같은 진씨 집안의 일원이지만, 첩의 자식인 세화 일가는 후계자의 위치에 특히 민감했다.

큰 집인 화란 가족은 원래부터 세화 가족에 대한 태도가 아주 나빴다. 만약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진화란이 후계자가 된다면, 자신들 가족은 아마 제대로 고개 들고 살 수 없을 것이다.

장인과 장모의 안색이 새하얘진 것을 본 동혁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세화가 투자를 받아도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장내가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

피식-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태휘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동혁, 너 또 병이 도졌어? 진세화가 뭘 가지고 투자를 받아? 설마 너 같은 바보 덕택에?”

“네 눈앞에 있는 국수나 먹어! 이 국수가 너네 식구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르잖아?”

화란도 고개를 들어 비웃었다.

“바보가 이제 막 정신이 돌아왔으니, 아무 것도 모르겠지. 진세화는 이미 빚도 많이 졌는데 말이야. 도처에서 웃음을 팔며 돈을 빌렸는데도 말이야. 이젠 몸을 팔아 돈을 빌리는 거 아냐?”

“참, 3일 후 진세화 생일 아냐? 돈도 없어 이런 꼬락서니라니,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라도 주워 가서 3일 후 생일날 먹든지.”

장내에 폭소가 터지며 동혁과 세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굴욕적인 말에 결국 세화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진화란, 너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 분명히 네가 우리 회사를 빼앗았잖아. 그리고 빚투성이인 네 회사를 나한테 떠 넘긴 거잖아? 지금 내가 지고 있는 빚은 완전히 너 때문이야…….”

화란이 즉시 세화의 말을 끊었다.

“진세화, 감히 허튼소리를 한 번만 더 하면 내가 그 입을 찢어버릴 거야! 네 자신을 탓 해야지 왜 내 탓을 해?”

두 사람이 서로 언쟁을 벌이자 연회장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집안의 어른, 진한영이 손을 가로젓고는 상황을 마무리한 후 동혁을 향해 말했다.

“동혁아, 만약 세화가 천룡투자그룹의 투자를 받는다면, 세화 회사의 부채를 다 갚아주마. 그리고 요 몇 년간의 그룹 배당금도 돌려주겠다.”

진한영의 말을 들은 세화 부모가 기쁜 내색을 숨기지 못했다.

동혁이 사라진 후, 자신들 가족의 그룹 배당금을 아버지 진한영이 다 막아버렸다. 몇 년 간의 것을 모두 합치면 수억 원에 달할 것이다.

이것을 손에 넣는다면, 자신들의 생활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얼굴의 희색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진한영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전제가 하나 있다. 먼저 세화는 표범에게 가서 오래 전 빌려간 돈을 찾아와야 한다!”

류혜진과 남편은 그 순간 멍해졌다.

그 말을 같이 들었던 사람들 역시 가슴이 떨렸다.

표범이 누군가. 바로 H시 악질 중의 악질이 아닌가. 예전에 표범에게서 과거의 빚을 돌려받으려 하던 집안 사람 하나는 하마터면 불구가 될 뻔했다!

지금 할아버지가 제기한 요구는 일부러 세화를 괴롭히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류혜진이 당황해서 말했다.

“안 됩니다. 아버님. 표범에게 가서 돈을 요구하다가는 죽습니다.”

“세화가 빚을 받으러 가면 어떻게 될지…….”

상황을 지켜보던 화란이 말했다.

“숙모, 안 가도 돼요. 그냥 앞으로도 평생 그 꼬락서니로 사시면 되겠네요.”

그 말을 들은 세화 일가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세화가 잠시 망설이던 그때, 동혁이 그녀의 작은 손을 꾹 쥐며 귀에 대고 말했다.

“여보, 하겠다고 대답해.”

‘뭐?’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세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동혁 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 사람, 표범이야, 그자에게서는 빚을 못 돌려받아요.”

그러나 동혁은 느긋한 모습으로 호언장담했다.

“여보. 나를 믿어, 약속해. 빚을 받아낼 수 있도록 내가 도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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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75화 그럼 돈은?

    사란미는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창백한 표정으로 동혁의 뒤를 따라서 사무실로 들어섰다.“쯧쯧, 일개 공익재단의 지부 사무국 사무실을 이렇게 호화롭게 꾸미다니.”음미하듯이 한마디 던진 동혁이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곧이어 눈썹을 찌푸리면서 동혁이 말했다.“너 뭐 하는 거야?”사란미는 옷을 벗고 있었다. 흰색 브라만 남긴 채 겉옷은 이미 벗은 상태라 뽀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이 여자가 뭔가 예상한 모양이네.’‘어쩐지 그래서 H시 골드스타기금의 최고 책임자가 될 수 있었던 거야.’동혁의 말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사란미가 가련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이 선생님, 저를 가지시려고 저보고 들어오라고 하신 거 아닌가요?”“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을 모시라고 하시면, 두말하지 않고 제가 모실게요.”“제발 살려주세요...”동혁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하늘에 맹세코, 동혁은 정말로 그런 생각이 없었다. ‘이제야 왜 사란미만 들어왔는지 알겠네.’‘임창호 등 다른 사람들은 밖에 남고서 말이야.’‘알고 보니 모두 내가 이 여자에게 마음이 있는 걸로 알았던 모양이지.’“아니야, 난 더러운 걸 싫어해.”“옷을 입고 다시 얘기하지.”손사래를 친 동혁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사란미가 옷을 입는 모습을 지켜본 뒤 말했다.“H시상공회의소의 성금 6백억 원이 아직 너희 계좌에 있겠지? 책임자인 네가 마음대로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하, 할 수 있습니다!”“단지, 은세웅만 반대하지 않으면 문제없습니다!”희망을 엿본 사란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가련한 척했지만, 동혁의 든든한 배경에 기댈 수 있기를 희망하기도 했다.‘남자를 상대하는 내 수완이라면 틀림없이 이동혁이 내 맛을 알게 될 거야.’ ‘그럼 더 이상 나를 떨쳐내지 않겠지.’“그럼 곧바로 6백억 원의 자금은 H시 시장의 계좌로 보내.”동혁이 손사래를 쳤다. ‘골드스타기금은 정말 믿을 수가 없어.’“참, 이번 기부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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