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소는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아까 전에 핑크로즈를 본 것보다 더 놀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말도 안 돼! 이, 이게 설마 여신의 마음?” “현소야, 여신의 마음이 유명해?” 장현소의 감탄이 류혜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신의 마음이 S시의 한 대형 보석 전시회에 등장했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그때 모두가 여신의 마음을 보고 얼마나 감탄했는데요!” “디자이너가 업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로란 선생님이에요. 로란 디자이너 선생님은 앞으로 이렇게 좋은 작품은 다시 디자인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후 여신의 마음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H시 홀리데이 주얼리 그룹 회장이자 보석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향군 회장 집에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누가 수십억 원을 제시해도 이 회장은 팔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장현소는 너무 흥분해서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설마 세화 언니 목에 있는 게 정말 그거 아니겠지?” 장현소의 말이 끝나자,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았다. ‘수십억 원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걸 동혁이 세화에게 선물했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이동혁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특히 류혜진은 입이 안 닫힐 정도로 크게 놀랐다. “세화 언니, 좀 보여주시겠어요?” 장현소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래.” 세화는 목걸이를 빼서 장현소에게 건네주었다. 류혜연은 긴장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현소야, 넌 진짜 여신의 마음을 본 적이 있어? 그럼 그게 진짜야?” 백천기도 지금 여신의 마음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장현소는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놓았다.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 여신의 마음이 전시장에 있기는 했지만, 자세히 관찰할 기회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세화 언니 목걸이에 달린 이 다이아몬드는 소재나 커팅 솜씨 모두 최고라 진짜 여신의 마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네가 말한 그 여신의 마음일 가
동혁은 조금 어이가 없었는데, 세화가 어리석게도 그가 성세그룹의 회장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그 이유를 직접 설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남들 생각은 신경 안 쓰니까, 세화만 괜찮으면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성세그룹의 회장이든 아니든, 나와 세화의 사이가 영향을 받지는 않으니까.’ 세화는 동혁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세화의 말을 듣는 다른 사람들은 동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신병원?’ ‘환자라고?’ 백천기가 동혁의 눈빛을 보고 갑자기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모님, 대체 무슨 일이길래, 동혁 씨가 여태 정신병원에 있었어요?” “동혁이가 가족과 갈등이 있어서 정신병원에 강제로 끌려가 몇 년 동안 갇혀있었던 거야. 사실 동혁이는 병이 없었는데, H시의 사람들은 여전히 동혁이가 바보인 줄 알고 아직도 우리를 비웃고 있어.” 동혁은 이제 전도유망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 류혜진은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같은 질문에 늘 고개를 들지 못했던 예전의 그 류혜진이 더 이상 아니었다. 그녀는 웃으며 류혜연에게 말했다. “혜연아, 동혁이가 환자라면 강오그룹에 출근할 수 있겠어?” “게다가 동혁이는 첫 출근에 장해조 회장의 눈에 들어 보안부 부장으로 파격 발탁되어 경영진에 들어갔다고.” “아마 너희들은 강오그룹을 모르시겠지만, 우리 H시에서는 쟁쟁한 큰 그룹이야!” 원래 류혜연은 만약 동혁에게 정말 정신병이 있다면, 류혜진 등을 설득해 세화를 백천기와 이어주어서 조카인 세화가 불구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 했다. 하지만 류혜진의 말을 듣고 그녀는 여전히 백천기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저 이동혁에게 병이 없고, 세화도 저 사람을 저렇게 좋아하니 목걸이가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상관없어하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언니도 이동혁에게 만족하는 거 같네.’ ‘이러면 이제 기회란 전혀 없지.’ 백천기는 약간 실망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처럼 좌절감으로 가득하지는 않았다.
천미의 뒤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라왔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몸이 다부지고 건장했다 얼굴 역시 단단해 보이는 것이 딱 봐도 고수들이었다. 문에 들어선 후 모두 살기등등하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분위기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룸 안 공기는 마치 납처럼 무거웠다. 세화 등은 질식할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천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사람들을 더 숨 막히게 했다. “언니,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 동혁 씨가 어떻게 장 회장님을 죽일 수 있어?” 세화는 반사적으로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동혁 씨가 장 회장님을 살해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동혁 씨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어디 있어?’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의아해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탁! 천미가 손을 휘둘러 탁자 위에 사진들을 던졌다. 세화가 그 사진들을 들고 살폈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사진들은 강오빌딩 CCTV에서 추출한 거야.” 천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전 10시 반에 보안부 사람들이 함께 강오빌딩의 안전에 대한 일상적인 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었어. 그런데 도중에 이동혁이 혼자 아버지의 개별 사무실 층으로 이동한 거야. 아버지는 그때 평소처럼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계셨어.” “그렇게 얼마 후 이동혁이 당황한 채 계단을 뛰어내려와 강오빌딩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다시 얼마 후 아버지의 비서가 올라가 오후 일정을 보고하는데 아버지가 등나무 의자에 누워서 몇 번을 불러도 안 일어나시는 거야. 바로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 사람들을 불러서 살펴보니까...” 천미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빛만은 오히려 동혁을 차갑게 째려봤다. 손에 쥔 칼이 자꾸 떨려왔다. 지금 천미는 언제라도 동혁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이미 숨을 거두셨어!”헉! 세화의 가족들이 이 말을 듣는 순간 놀라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장
지금 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세화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동혁 씨, 왜 도망가려고 했는지 말해봐? 무언가 본 게 있는 거야?” “난 장 회장님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말했다. “여보의 구조 문자를 받고, 바로 여보를 도우러 내셔널센터로 간 거야.” 말을 들은 천미가 세화를 바라보았다. “구조문자라고? 세화 너 위험했던 적이 있었어? 아니면 동혁이가 또 우릴 속이는 거야?” “난 동혁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데, 동혁 씨가 그런 문자를 받았다고 해서 그때 우리는 누군가 장난을 한 거라고 의심했었어.” 세화는 동혁을 주시하며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것도 다 동혁이의 일방적인 얘기잖아?” 천미는 죽일 듯이 동혁을 노려보면서 단칼에 동혁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 세화는 자신이 동혁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동혁은 세화가 주저하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여보, 나를 믿어. 내가 하지 않았다고 하면 하지 않은 거야.” “변명은 그만둬!” 천미는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사진 몇 장을 더 동혁의 몸에 던졌다. 그 사진에 뜻밖에도 동혁이 백세종과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천미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동혁, 이건 천일이 나에게 준 사진이야. 염동철의 부하가 얼마 전에 너를 찾아가서 너에게 슈퍼카 두 대, 벤츠 7인승 미니밴 한 대를 선물했어. 맞지?” “염동철은 우리 아버지의 오랜 앙숙이었으니, 분명 그들이 너를 사주했을 거야.” ‘뭐라고!’ 세화의 가족은 모두 자리에서 멍해졌다. 제시된 각각의 증거들이 동혁이 장해조를 죽일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화조차도 마음속으로 사진 속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류혜진이 분노하여 말했다. “동혁이 네가 태휘, 화란이 우리 집을 판 돈으
조동래의 말이 끝났다. 그러자 뒤에 있던 경찰들이 방으로 뛰어들어 동혁을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천미가 데려온 사람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경찰관들이 잇달아 화를 냈다. 천미가 데려온 부하들은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칼에 피를 묻혀온 사람 들인 만큼 이 정도쯤으로 놀라지 않았고 전혀 물러섬 없이 경찰과 맞섰다. “선 부사장님, 이게 무슨 뜻인가요?” 조동래는 안 좋은 표정으로 천미를 바라보았다. “조 경감님, 이 사람은 저희가 강오그룹으로 데려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천미가 차가운 음조로 대답했다. 조동래가 콧방귀를 뀌었다. “심 부사장님, 분명히 말하는데 여긴 엄연히 법치 사회입니다.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시 경찰서에 입건되었으니, 이 일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조동래가 다시 손을 흔들었다. 철컥! 경찰관들이 잇달아 총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강오그룹의 사람들의 안색이 잇달아 크게 변했다. 천미는 심호흡을 하더니 동혁을 차갑게 한번 쳐다보았다. “우린 가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세화의 표정마저 못 본 척했다. 강오그룹의 사람들이 떠나고 동혁도 경찰에게 끌려갔다. 룸 안의 팽팽했던 공기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벋어 난 류혜연의 가족은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이동혁의 인품이 그렇게 비열하다니. 죽은 장 회장이 호의로 자신을 발탁해 줬는데, 세화의 그 친구에게 몇 마디 훈계를 들은 것을 가지고 사람을 죽일 줄은 정말 몰랐어!” “세상에 별 나쁜 놈들이 천지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동혁은 세화 누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류혜연의 가족들의 의견이 분분했다.세화의 가족들은 이 말들을 듣고 가슴 찔리듯이 아팠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세화와 류혜진도 동혁이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언니와 세화도 너무 열내지마. 이동혁이 잡힌 건 좋은
조동래가 나지막이 의견을 말했다. 방금 동혁이 끌려올 때, 그는 동혁의 가족조차도 동혁을 위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조동래는 동혁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지금 중상모략을 당했는데, 가족들까지도 이 선생을 믿지 않는다니.’ 동혁은 시큰둥하게 손사래를 쳤다. “깡패 같은 소인배들이 수작을 부리는 곳에서 굳이 내가 신분을 공개하면서 까지 내 무죄를 증명할 필요 없어요.” “그냥 한번 보고 싶군요. 대체 이 깡패들이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하는지.” 동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동혁 조차도 누군가가 자신을 버리는 바둑알로 삼아 음모를 꾸밀 줄은 몰랐다. 조동래의 마음은 더 아팠다. 그는 동혁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H시의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 경감님, 시 경찰서는 갈 필요 없고, 그냥 바로 구치소로 데려다주세요. 괜히 시 경찰서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동혁이 말했다. 조동래가 재빨리 말했다. “이 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 선생님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구치소에는 나쁜 놈들이 뒤섞여 있어서 시 경찰서보다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강오그룹 사람들이라면 가만있지 않을 거고, 이 선생을 죽이려 아마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시 경찰서에 있으면 저들이 어떻게 수면 위로 뛰쳐나오겠습니까?” 조동래는 그제야 동혁이 자신을 미끼로 낚시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그래서 바로 동혁을 구치소로 보냈다. 경찰 병력도 추가해 대기하게 했다. 이어서 조동래가 심문을 책임질 담당 실무진을 보내왔다. 여기서 동혁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이다. ... 망원각. 여기는 예전 강오맹의 본거지였다. 강오맹이 강오그룹으로 바뀐 후,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강오빌딩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망원각은 장해조의 암흑가 일을 처리하는 부하들이 모이는 곳이 되
다른 강오맹 원로들도 이 말을 듣고 격분한 표정이었다. “심천미, 네가 어제 그놈을 강오그룹에 취업시키자마자 오늘 형님을 모해했어. 그런데 네가 지금 또 그놈을 보호하려고 경찰이 연행해 가는 걸 지켜보다니. 혹시 너도 형님을 모해하는 계획에 가담한 거냐?” “형님의 죽음은 천미와도 관계가 없지 않아.” “천미는 원래 출신이 불분명한 데다 H시 출신도 아닌데 영문도 모른 채 형님 곁에서 의붓딸이 되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 저 아이를 형님 곁으로 가게 해 형님을 해친 것 같아!” 원로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천미도 동혁처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면서도 변명을 할 수 없는 기분이 무엇인지 맛보게 되었다. “아저씨들, 천미는 우리 아버지가 인정한 의붓딸입니다. 증거가 없다면 함부로 비난하지 마세요. 잘못해 무고한 사람들이 연루된다면 아버지께서는 구천에서도 눈을 편히 감기 어려울 겁니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나천일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원로들은 화가 났지만 입을 다물었고, 여전히 천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비록 천미가 장해조를 모해한 살인자가 아니더라도, 동혁은 천미가 데려온 사람이었다. 이런 이유로 원로들은 지금 천미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했다. “지금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야!” 그러자 조기천은 다시 천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사건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강오그룹의 모든 일에서 손 떼고 이제부터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마.” 천미는 자책감을 크게 느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전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바로 여기서 아버지의 빈소를 지킬게요.” 이어서 천미는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장해조의 시체 앞에 묵묵히 무릎을 꿇고, 아무 말 없이 향을 피웠다. 그녀는 죄책감을 조금이라고 덜기 위해서, 열심히 정성을 다했다. 이때 천미를 보고 있던 나천일의 눈에 탐욕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는 여우 같은 여자인 천미를 오랫동안 노려왔다. 그래서 일찌감치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었
장해조의 죽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 장해조의 친구들이다. 장해조는 20년 전에 이미 시대를 주름잡던 암흑가 은둔고수로서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그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다. 현재 그 사람들은 모두 각지에 흩어져 었었는데 모두 이미 각 지역을 주름잡는 깡패들이었다. 이 힘이 거대해서 천하의 염동철조차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장해조를 처리할 때 끝없는 후환을 초래할까 봐 직접 하지 못하고 남의 손을 빌렸다. 장해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해조의 친구들은 장해조의 복수를 하겠다고 각지에서 H시로 달려왔다. 짙은 먹구름을 보면 이제 곧 큰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장해의 죽음으로 버러 진 일들을 보며 H시의 혼란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한동안 H시 이름 있는 조직 수장들의 움직임이 없어졌다. 그들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각자 부하들을 단속하여 되도록 남의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 모두 괜한 불란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며 이 혼란을 넘어가려 했다. “염동철이 장 회장님을 모해한 배후이지만, 지금 장 회장님이 막 돌아가신 마당에 크게 싸움을 일으킬 수는 없어. 먼저 장 회장님을 편하게 보내드린 후에 염동철에게 복수를 해야지.” “하지만 지금 염동철에게 복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장 회장님을 모해한 범인이 법을 이용해 우리에게서 빠져나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어.”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는 직접 장 회장님을 죽인 살인범이야. 우리가 그의 가족 전부의 목숨으로 장 회장님의 넋을 위로해야 해!” 망원각에서 강오맹 원로들이 복수를 논의하고 있다. “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 정도 이류 가문은 그냥 싹 죽여버리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 이동혁이란 놈은 시 경찰서에 끌려가 H시 구치소에 갇혀버리는 바람에 우리 손이 쉽게 닿질 않아 죽이기 어려워! 그렇다고 시청에 사람을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잖아? 하 시장이 승낙하겠어?” 이 말을 듣고 나천일은 깜짝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