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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Author: 웃음광란
“서비마마를 뵙겠습니다.”

추월녀는 뒤돌아 서비에게 몸을 숙여 인사를 올렸다. 얼굴에는 얕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표정은 덤덤하고 여유로우며 빈틈이 없었다.

서비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속으로 내가 얼마나 밉겠냐? 그런데 어찌 아직도 내 앞에서 체면을 차리는 것이냐?”

그날 서비가 황제 앞에서 추월녀를 공개적으로 뺨 맞게 만들었던 일을 추월녀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추월녀를 향한 서비의 눈빛에는 분노와 원한이 섞여 있었다.

허나 추월녀는 서비를 바라보면서도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후 서비는 갑자기 웃었다.

“어린 계집이 본궁보다 더 침착하구나. 과연 진아가 예전부터 너에게 의지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과찬이십니다. 마마께서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 하시는지요?”

추월녀는 태연하게 물었다.

“원래는 너한테 한 번 굴욕을 주려 했다. 허나 본궁은 너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네 재능은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서비는 춘하궁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따라오거라, 본궁이 할 말이 있다.”

추월녀는 옆에 있던 궁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내 시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전해라. 난 천하궁으로 가서 서비마마께 안부를 물어야 하느니라.”

“예.”

궁녀는 몸을 숙이고 돌아섰다.

춘하궁 편전 안에는 금세 서비와 추월녀, 그리고 서비를 시중드는 서 상궁만 남았다.

서비는 차를 음미하며 정교하게 다듬은 눈으로 추월녀를 스윽 바라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본궁의 장소에 네가 온 것을 알게 된다면 본궁은 너에게 해를 끼치지 못할 거라는 거지?”

추월녀는 일 처리가 신중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운 것이 정말 대단한 여인이었다.

서비는 추월녀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뒤섞였다.

추월녀의 빈틈없는 태도가 싫었으나 재능만큼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만약 이런 여인이 자기 아들 곁에 있는다면 앞으로 유봉진이 큰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추월녀는 얕은 미소만 지으며 온화하고 예의 바르면서도 우아하고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서비가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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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설득되진 않았겠지만 똑똑한 계집이니 기다려 보자꾸나.”서비는 멀어져 가는 추월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은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지만 발걸음은 조금 무거워 보였다.“지금은 본궁만이 국공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황후도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 황후를 건드리는 것이 복일지 화일지 아무도 알 수 없지. 하지만 본궁은 다르다. 월녀가 본궁의 친손주를 낳는다면 본궁은 반드시 월녀 편에 설 것이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본궁이 황후보다 훨씬 믿음직하지 않겠느냐?”“그럼 마마께서는 월녀 아씨가 반드시 응할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허나 지금까지 추월녀가 보여준 모든 행동은 거부의 표시였기에 서 상궁도 확신할 수 없었다.“반드시 그렇다고는 못 하겠지 지켜보면 알 거다.”“혹시 그냥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닐까요?”서 상궁이 걱정했다.추월녀는 사려 깊은 성격이라 십 일이면 충분히 여러 계략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서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본궁이 십 일을 준다고 해도 꼭 십 일이라는 법은 없지. 그동안 국공부를 잘 살피거라. 본궁도 월녀에게 조금씩 압박을 줄 것이다.”“예.”서 상궁은 즉시 사람을 시켜 국공부를 계속 주시하게 했으며 다시 돌아왔을 때 서비는 다시 말했다.“진아를 궁에 들이도록 해라. 본궁이 할 말이 있으니.”궁문을 나서자 자운선과 추일이 조급한 표정으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서비마마께서... 혹시...”“괜찮다.”추월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돌아가서 이야기하자.”궁 안팎에는 보는 눈도 많고 소문과 잡음이 많았다.국공부로 돌아오자 자운선은 그제야 겨우 질문했다.“서비마마께서 아직도 아씨를 진왕 대군 나라한테 시집보내려 하시는 겁니까?”추월녀가 아무 말이 없자 자운선은 너무 답답했다.“우리 국공부의 병권을 위해서라면 저 여자는 정말 못 할 짓이 없을 것 같구나. 허나 꼭 병권만 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서비의 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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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궁은 네가 진아와 대혼을 이루길 바란다. 본궁이 추 장군을 위해 마련하는 부인은 당연히 외모와 지혜를 겸비하고 한결같이 추 장군의 곁을 지키며 도와줄 현명한 여인일 것이다.”추월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비는 말을 이어갔다.“물론, 네가 진아와 다시 화합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추 장군의 상대는 거만하고 제멋대로일 수 있겠구나. 그때는 어쩌면 추 장군의 비밀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너희 국공부는 지금은 평온하지만 새로 들어가는 장군 부인이 한 번 소동을 일으키면 국공 대인조차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월녀야, 난 그냥 가능성을 말하는 것뿐이지 다른 뜻은 없다.”서비는 매우 자상하고 부드럽게 웃었다.“월녀야, 우리 여인들이 바라는 건 뭘까? 결국 강력한 힘을 가진 서방이지 않겠냐? 나를 위해 부귀영화를 가져다주고 한평생 호화로운 삶을 줄 수 있는 서방 아니겠냐? 진아가 지금 가끔 길을 잘못 들긴 했지만 사실 우리 모두 알잖니? 진아는 그냥 잠시 마음이 흔들린 것뿐이다.”서비는 계속 설득했다.“진아가 예전에는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네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 산골 계집에게 마음을 준 것도 그저 새로움에 끌린 것뿐이니 곧 싫증 날 것이다.”추월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비는 이어서 말했다.“월녀 넌 똑똑하니 잘 알고 있을 거다. 황실 사내와 결혼하면 평생 다른 여인과 서방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서비는 추월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추월녀는 말이 없었지만 서비는 어린 소녀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극도로 거부하는지 알았다.“솔직히 말해 본궁도 젊었을 때 한 사람만을 평생 바라보겠다는 생각을 해봤단다. 허나 그런 건 결국 우리 여인들 마음속 바람일 뿐이더구나. 친왕조차 그러하니 폐하의 후궁은 어떻겠느냐? 월녀야, 너는 네 서방이 평생 평범하게 살면서 너만 바라보길 원하느냐? 아니면 수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면서 백성들의 존경을 받길 바라느냐? 어린 소녀의 마음은 소녀 시절에 묻어두는 게

  •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제107화

    “서비마마를 뵙겠습니다.”추월녀는 뒤돌아 서비에게 몸을 숙여 인사를 올렸다. 얼굴에는 얕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표정은 덤덤하고 여유로우며 빈틈이 없었다.서비는 웃으며 말했다.“지금 속으로 내가 얼마나 밉겠냐? 그런데 어찌 아직도 내 앞에서 체면을 차리는 것이냐?”그날 서비가 황제 앞에서 추월녀를 공개적으로 뺨 맞게 만들었던 일을 추월녀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추월녀를 향한 서비의 눈빛에는 분노와 원한이 섞여 있었다.허나 추월녀는 서비를 바라보면서도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잠시 후 서비는 갑자기 웃었다.“어린 계집이 본궁보다 더 침착하구나. 과연 진아가 예전부터 너에게 의지했던 이유가 있었구나.”“과찬이십니다. 마마께서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 하시는지요?”추월녀는 태연하게 물었다.“원래는 너한테 한 번 굴욕을 주려 했다. 허나 본궁은 너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네 재능은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서비는 춘하궁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따라오거라, 본궁이 할 말이 있다.”추월녀는 옆에 있던 궁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내 시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전해라. 난 천하궁으로 가서 서비마마께 안부를 물어야 하느니라.”“예.”궁녀는 몸을 숙이고 돌아섰다.춘하궁 편전 안에는 금세 서비와 추월녀, 그리고 서비를 시중드는 서 상궁만 남았다.서비는 차를 음미하며 정교하게 다듬은 눈으로 추월녀를 스윽 바라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모두가 본궁의 장소에 네가 온 것을 알게 된다면 본궁은 너에게 해를 끼치지 못할 거라는 거지?”추월녀는 일 처리가 신중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운 것이 정말 대단한 여인이었다.서비는 추월녀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뒤섞였다.추월녀의 빈틈없는 태도가 싫었으나 재능만큼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만약 이런 여인이 자기 아들 곁에 있는다면 앞으로 유봉진이 큰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추월녀는 얕은 미소만 지으며 온화하고 예의 바르면서도 우아하고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서비가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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