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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박시온은 소예지와 고하슬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고하슬은 하루 종일 즐겁게 놀고 돌아온 터라 현관으로 뛰어들며 환하게 외쳤다.

“아빠, 아빠! 저 왔어요!”

소예지는 고이한이 집에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2층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고이한이 천천히 내려왔다.

“아빠, 오늘 또 예쁜 아줌마를 만났는데 저한테 너무 잘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그 아줌마가 정말 좋아요. 다음에 또 아줌마 집에서 자고 싶어요.”

고하슬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예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고하슬의 마음속에서는 그저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주면 곧바로 좋은 아줌마가 되는 것이다.

아직 너무 어려서 다가오는 사람이 진심인지 아니면 위험한지 분간할 줄 모르니 결국 소예지가 나서서 심유빈 같은 사람으로부터 딸을 지켜야 했다.

짧은 연휴가 금세 지나가고 사흘째 되는 날 소예지는 고하슬을 데리고 시댁에서 점심을 함께했지만 오후가 되자 곧바로 집으로 나왔다.

진가영은 점점 불만이 쌓여 갔고 손녀와 관련된 일 말고는 며느리와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며칠이 흘러 5월 8일이 되었다.

고하슬은 이안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소예지는 고하슬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고하슬이 교문 안으로 들어가자 소예지가 돌아서는데 마침 윤하준의 차가 도착했다.

윤하준이 이안을 품에 안아 내려 주었고 이안은 소예지를 보자 환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아줌마!”

“이안아, 오랜만이야.”

소예지도 반갑게 웃었다.

“삼촌, 저 혼자 들어갈게요.”

이안은 작은 가방을 메고 홀로 학교로 뛰어 들어갔다.

윤하준은 조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소예지 쪽으로 옮겼다.

“학교 가시는 길이에요?”

소예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수업 들으러 가야 해요.”

소예지가 차에 올라타 떠난 뒤, 윤하준은 불현듯 생각난 듯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때 지난번 주웠던 머리끈이 손에 잡혔다. 하지만 순간 바람이 불어와 끈은 손가락 사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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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338화

    소예지는 슬쩍 이서연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이서연은 순간 몸을 움찔했지만 곧 자신이 그동안 소예지에 대해 험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도했다.소예지가 자리를 뜨고 나자, 남아 있던 안채린의 얼굴에는 서늘한 기색이 드리워졌다.‘역시 윤하준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더니 말투까지 달라졌네. 건방지긴.’연구실로 돌아온 소예지는 다시 실험 자료에 몰두했고 온 신경을 오롯이 눈앞의 연구에 쏟으며 복잡한 현실의 감정들을 조용히 밀어냈다.이 연구에, 이 삶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그녀는 진심이었다.한편, 점심시간이 되어 막 구내식당 입구에 들어서려던 이지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무심히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시죠?”낯익은 저음의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예지 씨, 옆에 있습니까?”순간 이지원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고 반사적으로 물었다.“혹시 고 대표님이신가요?”고이한은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소예지 씨,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이지원은 고개를 들어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마침 소예지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지금 구내식당에 계십니다.”“고맙습니다.”짧고 단호한 인사와 함께 통화는 종료되었다.소예지는 식사를 시작하며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몇 입 먹지도 못한 그때, 식당 입구 쪽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어머, 저 사람은?”“혹시 고이한 아니야? 여긴 또 왜...”식당 구석에서 수군거리던 젊은 여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쏠렸다. 소예지 역시 무심코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시야에 들어온 인물은 바로 고이한이었다.잘 다려진 검은 슈트를 입은 그의 모습은 등장만으로도 모든 시선을 휘어잡았고 절제된 카리스마와 강렬한 분위기는 식당 안 수많은 여성들의 숨결을 조용히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그의 시선이 식당 전체를 훑다 소예지에게 닿았고 두 사람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애초에 입맛도 없던 터라,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소예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을 들고 곧장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337화

    소예지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자, 박시온이 입을 열었다.“네가 지금 모든 열정을 일에 쏟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너처럼 빼어난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끌리는 거야. 그들이 널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설령 네가 마음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들에겐 그조차도 충분한 거야.”박시온의 말은 가볍지 않았다.하지만 윤하준의 그런 진심이 오히려 소예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소예지는 누구에게도 쉽게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특히 그것이 감정이라면 더더욱.즐겁게 지나간 주말이 끝나고 바쁘게 돌아가는 한 주가 또다시 시작됐다.그리고 어느새 금요일, 오늘은 이성열이 주재하는 대형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실험실 사람들 대부분이 참석했고 회의실 안은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강준석이 자연스럽게 소예지의 옆자리에 앉았다.이내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고 그 중 안채린은 유난히 활발한 태도를 보였다.MD 팀에서는 소예지가 해결한 난제가 계기가 되어 연구개발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보고했고 실제로 몇 가지 성과로도 이어졌다는 발표가 이어졌다.이 교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MD 팀과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네요.”그때, 안채린이 고개를 돌려 소예지를 향해 물었다.“소예지 씨는 실험실 구조를 전면 재편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셨나요?”그 순간, 회의실 안의 시선이 일제히 소예지에게 향했다.모두가 그녀의 새로운 연구 방향이 궁금했던 것이다.소예지는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아직은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해 드릴게요.”그 말에 안채린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역시 별거 없네. 운 좋게 한 번 터졌을 뿐이지 천재 소리 듣는 것도 이제 끝이야.’회의가 종료된 후, 강준석이 소예지를 따라잡아 조용히 물었다.“정말 아직 이론 단계야?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3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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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335화

    저녁 식사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윤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예지의 의자를 조심스레 당겨주었고 두 아이는 손을 꼭 맞잡은 채 깡충깡충 뛰며 레스토랑을 먼저 나섰다.따뜻한 가로등 아래, 네 사람의 실루엣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로웠다.“오늘 정말 많이 배웠어요. 윤 대표님.”소예지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말씀해 주신 사례들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어요.”윤하준은 겸손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 앞으로도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같은 시각, 그들 모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한쪽 구석에선 카메라의 섬광이 몇 번 번쩍였다.그날 밤, 고이한에게서 두 차례 더 전화가 걸려 왔지만 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그를 차단했다.이제는 단순히 ‘받을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었다.그의 이름 석 자가 화면에 뜨기만 해도 불쾌했고 더 이상 그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다음 날 아침, 자신을 둘러싼 기사가 세상을 얼마나 뒤흔들게 될지.[윤씨 가문 후계자, 고씨 가문 전 며느리와 밀회?][윤하준·소예지, 열애설 전격 공개]이런 자극적인 제목들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 시작했다.기사 속 사진은 어젯밤의 레스토랑에서 찍힌 것들이었고 일부러 가까워 보이게 촬영된 구도는 두 사람을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곧바로 박시온에게 전화가 왔다.“예지야! 나 축하해줘야 하는 거 맞지?”“축하? 무슨 소리야?”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한 소예지는 그 말에 이불 속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너랑 윤 대표, 실검 1위 찍었어! 사진 너무 예쁘게 나왔던데? 분위기 장난 아니야. 사람들이 완전 사귄다고 난리야!”“뭐라고?”눈이 번쩍 뜨인 소예지는 곧장 핸드폰을 들었다.실시간 검색어, 주요 포털 기사, 댓글까지 한 장 한 장 내려보다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과 윤하준을 발견하곤 잠시 멍해졌다.숨을 깊게 들이켠 그녀가 말없이 스크롤을 내리자 박시온이 덧붙였다.“근데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334화

    “다행이에요. 도움이 될 수 있어서.”윤하준이 살짝 웃으며 말하자 소예지도 따라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간단한 간식 좀 가져올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윤하준은 커피잔을 손에 든 채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문득, 테이블 위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소예지의 휴대폰이었다.집요하게 울려대는 벨 소리에 화면을 들여다보자 ‘고이한'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윤하준의 눈빛이 일순 미묘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고 대표.”반대편에선 짧은 침묵이 흘렀고 곧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왔다.“소예지는 어디 있어?”윤하준은 여유롭게 몸을 뒤로 기대며 대답했다.“간식 가지러 갔어. 휴대폰은 테이블에 두고 갔더라고.”그의 말투엔 아무렇지 않은 척한 담담함과 어딘지 모르게 의도된 느긋함이 섞여 있었다.“급한 일이야? 제가 전해줄까?”“아니. 됐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그래.”하지만 그가 마지막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통화는 끊겨 있었고 마침 그때, 소예지가 간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자신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는 윤하준을 보곤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전화 왔어요?”윤하준은 휴대폰을 건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고 대표예요. 전화가 좀 오래 울리길래 급한 일인가 싶어서 대신 받았어요.”소예지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그 사람, 뭐라고 했어요?”“별말 없었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고만.”그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시선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살폈다.잠시 후, 윤하준이 조용히 물었다.“혹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요?”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별일 아니에요.”그리고는 접시를 건네며 웃었다.“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우리 레스토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예요.”윤하준은 그런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잔상이 어쩐지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333화

    심유빈의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파장을 일으켰고 급기야 한 톱스타의 이혼 소식마저 밀어내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해 버렸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던진 수는 치밀했고 동시에 대담했다.‘공익 활동 조작’,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이보다 더 민감할 수 없는 주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이번 논란의 발단은 그녀가 지난해 참여했던 한 아동 교육 지원 프로젝트였다.당시 총 1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지만 실제 현장에 전달된 금액은 고작 천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그녀의 이름은 하루아침에 조롱과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이건 분명히 걔네 소속사에서 짠 자작극이야.”전화기 너머로 박시온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들이 일부러 이렇게 자극적인 흑막을 흘린 이유가 뭐겠어? 결국 너한테 진흙탕을 뒤집어씌우고 고이한이 널 더 멀리하게 만들려는 거잖아.”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식으로 동정심을 자극하며 피해자인 척 연기하는 모습은 분명 고이한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작이었다.그리고 동시에, 이 사건을 빌미 삼아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그날 저녁 8시 반.윤하준이 이안을 데리러 왔다.소예지의 얼굴엔 뭔가 깊은 고민이 드리운 듯한 그림자가 어렸다.그 모습을 알아챈 윤하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소예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별일 아니에요.”그는 눈앞의 여인이 겉보기와 달리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그래서였을까. 그런 그녀가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저려왔다.“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의 손을 잡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리고 다음 날.심유빈 측은 온라인에 기부금 내역 자료를 전격 공개했고 여러 공익 기관을 태그해 감시와 검토를 직접 요청했다.곧이어 각 기관의 공식 자료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녀의 기부금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결과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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