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갈 거야. 로비에서 기다릴게.]고이한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내려갈게.]소예지도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고이한은 조금 전 해변에서 펼쳐진 블루 티어스를 보지 못했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소예지가 정말 자신과 산책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한 거라고 생각했다.잠시 후, 거실로 내려온 소예지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자.”말을 마친 소예지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걸음에는 조금의 들뜬 기색이 묻어났고 마치 무언가를 빨리 보여주고 싶은 사람처럼 서둘러 앞서갔다.고이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작게 웃으며 뒤따라갔다.전망대를 지나 해변에 들어선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눈앞의 바다가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블루 티어스였구나.”그 순간, 고이한은 소예지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았다.그녀가 자신과 산책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한 건 아니었다. 늦은 밤 혼자 바닷가로 향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져서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 것뿐이었다.역시나 소예지는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바닷가로 달려갔다.달빛 아래에서 긴 치맛자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의 모습은 잠시 현실과 동떨어진 듯 아름다워 보였다.고이한은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한동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소예지는 뒤따라오는 고이한의 존재조차 잊은 듯했다.마치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처럼 그녀의 눈에는 오직 눈앞의 푸른빛만 담겨 있었다.소예지는 바닷물에서 반 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그리고 가볍게 숨을 고르며 파도를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청빛의 물결을 바라보았다.푸른빛은 물결을 따라 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신비로운 광경이었다.“정말 예쁘다.”소예지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고이한은 그녀 옆으로 다가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함께 바다를 바라보았다.“정말 예쁘네. 오늘 밤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어.”“그러니까. 이런 건 정말 보기 드문 행운이야.”소예지는 눈앞의
소예지는 그가 방금 샤워를 마친 듯한 모습을 보고 금방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 먼저 입을 열었다.“나 먼저 내려갈게.”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여자를 바라보던 고이한은 얇은 입술을 살짝 끌어올렸다. 그의 눈빛 끝에 옅은 웃음이 머물렀다.소예지가 1층 로비에 도착하자 노트북을 품에 안은 김경환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소 박사님,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이에요.”소예지는 미소로 답한 뒤 곧장 해변으로 향했다.열 시가 되어서야 고이한이 해변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이미 연회색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트렁크 차림일 때와는 다른 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고하슬!”고하슬은 아빠를 발견하자 기다렸다는 듯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갔다.고이한은 두 팔을 벌려 딸을 안아 올린 뒤 한 바퀴 빙 돌렸다. 고하슬의 맑은 웃음소리가 해변 위로 퍼졌다.파라솔 아래 앉아 있던 소예지는 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잠시 후 고하슬이 다시 조개껍데기를 주우러 달려가자 고이한은 소예지의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햇살이 내려앉은 해변,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그리고 아이의 웃음소리,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평온했다.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늘 짧았다.이틀 뒤, 고이한은 귀국 일정을 정했다.마지막 밤, 고수경은 고하슬을 달래 자신과 함께 자자고 했다. 고하슬도 순순히 따라 나섰고 평소보다 일찍 방으로 돌아갔다.마침 소예지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지원이 최근 데이터 조사 결과를 보내왔고 그녀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고수경은 이번 마지막 밤만큼은 오빠가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랐다. 이번 휴가 동안 소예지의 마음이 조금 풀린 만큼, 두 사람이 오랫동안 남겨둔 매듭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이한은 업무 전화를 끝낸 뒤 고수경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시간을 보니 어느새 열 시였다.“오빠, 하슬이는 내가 볼 테니까 예지 언니한테 해변 산책이나 달구경 하자고 해보는 건 어때?”잠시 후
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다시 그녀의 곁에 섰다.멀리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의 불빛이 그의 눈동자를 깊게 비추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소예지의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고이한의 시선은 소예지가 품에 안고 있는 꽃다발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당신 예전에는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별로 없었잖아.”고이한이 시선을 내리며 그녀를 바라봤다.소예지는 순간 멈칫했다.확실히 예전에는 그녀의 인생 대부분이 고이한과 딸에게 쏠려 있었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사람은 다 변하는 거야.”소예지가 대답했다.“예전에는 시간이 없었어. 그럴 마음도 아니었고.”고이한의 가슴 한쪽이 순간 아릿해졌다.몇 년 전, 그가 참석했던 경제 포럼에서 찍힌 사진들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눈에 띄는 잘생긴 외모 때문에 단숨에 화제가 되었고 한동안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과 댓글이 쏟아졌다.그날 밤 집에 돌아왔을 때, 소예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었다.“우리 남편 정말 잘생겼어. 남자 연예인보다 더 멋있어.”그때의 그녀는 눈에도, 마음에도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다.그래서 지금 자신의 앞에서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소예지를 보고 있자니 고이한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 무거운 생각도 잠시, 조금 통통한 여자아이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지나가려 했다.소예지는 자리를 비켜주려 한 걸음 물러섰지만 평평하지 않은 모래사장 때문에 순간 중심을 잃었다.고이한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피곤해?”그가 물었다.소예지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아홉 시가 되어 있었다.딸이 돌아가 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고이한에게 말했다.“돌아가자. 하슬이도 씻어야 하니까.”“그래.”고이한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다행히 그 남자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든 건 아닌 모양이네.’고하슬과 고수경을 찾아 일
고수경은 고하슬의 손을 잡고 꽃을 파는 좌판 쪽으로 걸어갔다.색종이로 곱게 포장된 장미꽃은 밤빛 속에서도 여전히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꽃 한 다발을 산 뒤 고하슬을 가까이 불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슬아, 이 꽃 아빠한테 드려. 그리고 아빠가 엄마한테 주게 해.”고하슬은 작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꽃다발을 품에 안은 고하슬은 신이 난 듯 고이한에게 달려갔다.작은 얼굴을 들어 올린 아이가 말했다.“아빠, 이거 아빠 거예요.”고이한은 딸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보고 조금 놀랐다.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고수경을 발견했다. 그녀는 입 모양으로 조용히 말했다.'예지 언니한테 줘!'“고마워, 우리 딸.”고이한은 손을 뻗어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여동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고이한은 품 안의 꽃다발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무대 쪽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 소예지를 바라봤다.그녀는 손에 주스병을 들고 있었다.무대 위 DJ는 열정적으로 리듬을 타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음악 소리와 환호 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가 뒤섞인 해변은 시끌벅적했다.밤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을 부드럽게 흩날렸고, 흔들리는 불빛은 그녀의 얼굴 위에서 은은하게 움직였다.표정까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이한은 꽃다발을 든 채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걸어갔다.소예지는 옆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어느새 고이한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밤빛 속에서도 고이한의 시선은 유난히 선명했다.소예지가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갑자기 꽃다발 하나가 그녀의 눈앞에 내밀어졌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꽃을 바라봤다.“당신한테 주는 거야.”고이한의 목소리가 바닷바람을 타고 들려왔다.소예지는 눈앞의 화사한 꽃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고이한을 바라봤다.그의 앞머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두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이 이미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이제 와서 좋아한다고 말한들 예전과 같은 의미일 수는 없었다.게다가 이 문신은 한때 그녀에게 견디기 힘든 상처를 남긴 흔적이기도 했다.수영장 물결은 잔잔하게 흔들렸고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게 내려앉고 있었다.하지만 고이한의 시선은 여전히 소예지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젖은 속눈썹 사이로 드러난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깊어 보였다.“당신이 좋으면 됐어.”소예지는 시선을 내리깔며 다시 같은 대답을 했다.고이한의 입가에서 웃음이 옅어졌다.그는 그녀가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저 살짝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난 좋아.”짧은 세 글자였다.하지만 분명한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소예지는 여전히 시선을 내린 채 손을 뻗어 물살을 가볍게 흩뜨렸다.고이한은 그녀의 튜브를 다시 잡아준 뒤 몸을 돌려 물속으로 들어갔다.맞은편에서 고하슬과 함께 놀고 있던 고수경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히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소예지가 큰오빠와 함께 있을 때의 표정이 더 이상 예전처럼 차갑고 거리감 있지는 않았다.이십 분 정도 더 수영을 한 뒤, 모두 물 밖으로 나왔다.고수경은 고하슬의 손을 잡고 먼저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번 여행에서 고수경이 따라온 목적은 분명했다. 고하슬을 돌보면서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소예지는 수영장 가장자리를 짚고 천천히 물 밖으로 올라왔다.검은색 수영복 위로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눈길을 끌었다. 몸 위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하얀 피부 위로 흘러내렸다.고이한은 여전히 물속에 남아 있었다.소예지가 먼저 거실 쪽으로 들어간 뒤에야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데크체어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그 위에 놓인 목욕 수건을 가져와 허리에 둘렀다.오후 네 시가 지나자
맞은편에 있던 고하슬도 깜짝 놀라 당황했다.“엄마, 괜찮아요?”어린아이는 튜브를 움직여 소예지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고수경의 손이 재빨리 고하슬을 붙잡았다.“괜찮아, 아빠가 엄마 지켜주고 있잖아.”고수경은 조심스럽게 고하슬을 막았다. 지금 이 순간 아이가 다가가면 오히려 두 사람을 더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소예지는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내며 딸을 안심시켰다.“하슬아, 엄마 괜찮아. 걱정하지 마.”소예지가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고 눈을 뜬 순간, 눈앞에 고이한의 젖은 몸이 들어왔다.그녀의 몸이 순간 굳었다.고이한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이 너무나 선명했다.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마치 두 사람이 가장 가까웠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그때 소예지의 시선이 그의 심장 부근으로 향했다.그곳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Y.H’검은색의 단순한 알파벳 두 글자였다.그녀의 시선이 순간 멈췄다.그녀는 이 문신을 4년 전에 이미 본 적이 있었다.소예지의 숨이 살짝 멎었다.4년 전, 이 두 글자는 그녀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그때는 언뜻 스치듯 ‘Y’ 한 글자만 보였을 뿐이었다.그녀는 줄곧 그 문신이 심유빈의 이름 이니셜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마주한 문신은 그녀의 마음을 복잡하게 흔들었다.‘Y.H’‘설마... 예지와 하슬이, 나와 우리 딸의 이름을 뜻하는 건가?’그 깨달음이 찾아오는 순간, 소예지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이한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가슴에 있는 문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빛에는 숨겨왔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미안해. 계속 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어.”고이한의 목소리는 낮고 잠겨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소예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4년 전에 새긴 거야.”소예지의 가슴 깊은 곳이 뜨겁게 흔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