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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윤하준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 짧은 틈을 타 고이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수병을 집어 들었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가 다시 살짝 닫아 제자리에 놓았다.

소예지의 시선이 무심히 그 물병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끝내 그녀는 그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무대 위에 선 주현우는 열정적인 연설을 마무리하며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꼭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그분 덕분에 영감이 떠오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며 결국 지금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객석을 가로질러 소예지를 향했고 손짓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제가 감사드릴 분은 바로 소예지 선생님입니다. 지난번 그분과의 짧은 대화가 제 사고를 완전히 전환시켰고 생각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었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소예지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내 회의장 안에는 따뜻한 박수갈채가 울려 퍼졌고 그 박수가 서서히 잦아들자 주현우는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이제 고 대표님의 말씀을 청해보겠습니다.”

고이한이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는 순간, 소예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엔 이미 고수경이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그녀는 거울 너머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비꼬듯 말했다.

“오늘 꽤 주목 좀 받던데요?”

소예지는 담담히 대답했다.

“일일이 의미 둘 일은 아니에요.”

그녀가 무심하게 대꾸하자 고수경은 거울을 통해 그녀를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말투를 낮췄다.

“그래도 충고 하나 할게요. 하준 오빠 넘보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소예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침묵을 찔린 양으로 받아들인 고수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아무리 여자가 없어도 누가 이혼한 여자를 좋아하겠어요?”

소예지는 말없이 손을 씻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혼한 여자가 고수경 씨 눈엔 그렇게 하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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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예지는 더 이상 고수경의 날 선 말에 흔들리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내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절대 이렇게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거야.”고수경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뭔가 더 말하려던 그 순간, 복도 끝에서 길고 날렵한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오빠!”소예지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지만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고이한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소예지의 등 뒤에 잠시 머물다, 이내 동생인 고수경에게로 옮겨졌다.“여긴 왜 온 거야?”“그냥, 저 여자한테 따지러 왔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 많은 재산을 가져간 건지!”고이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건 나와 소예지 사이의 일이야. 네가 끼어들 문제는 아니야.”뜻밖의 반응에 고수경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하지만 오빠, 그건...”“돌아가.”짧고 단호한 한마디에 고수경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분한 듯 소예지를 짧게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돌렸다.복도엔 다시 정적만이 감돌았다.소예지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고 대표님, 부탁인데요. 앞으로 당신 가족들이 내 인생에 더 이상 끼어들지 않게 해주세요.”일부러 거리를 둔 듯한 호칭에 고이한의 눈빛이 짙게 어두워졌다.그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한때 따스하고 다정하던 눈동자 속엔 이제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가운 빛만이 감돌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깬 건 고이한이었다.“내 동생 말은 신경 쓰지 마.”“그 애 말이 틀린 것도 아니죠. 난 당신한테 내 인생의 6년을 허비했어요.”“꼭 그렇게까지 말해야겠어?”고이한의 목소리에 냉기가 서려 있었지만 소예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전 사실만 말했을 뿐이에요.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되죠, 고 대표님.”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강준석이 조심스럽게 나섰다.“고 대표님, 저희 곧 회의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없으시다면 저희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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