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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2년 남았다죠. 대공

Author: 훌리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4 12:40:43

2화

“2년 남았다죠. 대공.”

‘2년’. 그 짧은 말 한마디에, 프레데리크의 신경이 또다시 긁혔다. 그 뜻을 모를 귀족은 없었다. 그래서 입은 더욱 무겁게 닫혔다.

“대공이 죽을 날만 세고 있다고, 가신들이 수군댄다는 걸 아세요?”

지빌라는 그가 과묵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얼굴 하나는 아깝게 잘생겼는데….’

무심코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을, 정작 그녀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 했다. 프레데리크의 한쪽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못 들은 것으로 해주기에는, 정원이 너무 조용했다.

혹시 베라트 가문의 단명엔 저 침묵도 한몫하지 않을까. 조언을 구하고 싶을 만큼, 이 남자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베라트 가문은 마치 저주라도 받은 듯, 스물다섯을 넘긴 남자가 없었다. 병이든 사고든, 그들은 하나같이 정해진 듯한 시점에 생을 마감했다.

아침까지 멀쩡하던 이가, 해가 지기 전 숨을 거둔 적도 있었다. 죽음은 예고 없이, 그러나 늘 시간을 어기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죽음이 닥칠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어린 가주가 성인이 되기 무섭게, 가신들은 또다시 후계자만 애타게 기다렸다.

프레데리크는 스물셋.

가신들의 성화는 이제 극에 달해 있었다. 방계 하나 없는 베라트 가문이라면, 후계자는 생존 그 자체였다.

회귀 전, 프레데리크는 스물다섯이 되는 해에 전사했다. 실제로 남은 시간은 고작 2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짧은, 잔혹하게도 정해진 미래였다.

‘어떻게 아냐고?’

나는 그를, 단 한 번.

단 한 번, 잃어본 적이 있다.

다시는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그렇다. 나는—회귀자다.

지빌라가 죽음에서 눈을 뜬 것은, 제왕학을 배우기 시작한 그 해였다. 황제가 아직은 건재하던 때. 정확히 10년 전이었다.

‘제왕학? 황태녀? 개나 주라지…….’

지난 생, 이 무렵의 그녀는 이미 귀족의회로부터 정식 추대를 받아 황태녀가 되어 있었다. 대공과의 첫 만남은 황태녀 승계식 축하연회였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그는 초면이 아니었다.

단 하나의 바람은, 지난 생처럼 2년 뒤 전쟁터에서 허망하게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대공이 죽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일황자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녀는 반란군의 창끝에 이끌려, 무력하게 황궁에서 끌려 내려왔다.

서부 변경백과의 원치 않는 결혼. 전장에서 죽어간 첫 번째 남편. 몰락해가는 제국. 그리고 전리품처럼, 용병왕의 손에 넘겨진 두 번째 인생.

황녀라는 이름 아래의 삶은 끝없는 추락이었다. 그 모든 비극은 이 황궁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해.’

황녀 지빌라의 계획은 단순했다. 프레데리크 대공과 결혼해, 이 황궁을 떠나는 것. 더는 황위를 두고 누구와도 다투고 싶지 않았다. 권력도, 명예도, 이제는 미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제국의 몰락을 다시는 바라지 않았다.

제국의 제1검, 프레데리크 베라트 대공. 그 이름 하나가, 제국의 칼날이자 방패였다. 그의 허망한 죽음이 곧 제국의 몰락이었다.

지빌라는 그 진실을 지난 생에서 누구보다 깊이, 뼛속 깊이 새겼다. 그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번 생도 결국 아무 의미가 없었다.

불안이 목 끝까지 차오르자, 지빌라는 진주빛 오벌 펜던트에 손을 댔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

회귀한 이후, 그 빛은 꺼졌고 더는 맥동하지 않았다. 그녀의 죽었던 심장처럼. 지금은, 껍데기만 남은 채였다.

정원을 둘러보았다. 황후 측과 일황자 측에서 보낸 시녀들이, 그림자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긴장한 얼굴들이 희끗이 눈에 들어왔다. 대공의 기사들이었다. 무적이라 불리던 베라트 가의 검들조차, 그녀가 대공에게 내뱉은 한 마디에 얼어붙고 말았다.

‘내일이면, 이 소문은 제국의 저녁 하늘에까지 번지겠지.’

차양막이 펄럭였다. 눈부신 태양 아래, 지빌라는 조용히 웃었다.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리고 문득, 목걸이를 쥔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 하지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 그녀의 회귀를 도왔을지도 모를, 그 이름 없는 사랑을 떠올리자 가슴 깊은 곳이 아프게 조여왔다.

꿀벌이 다시금 날아와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질렀다.

낭패라는 기색이 서린 프레데리크의 얼굴은 점점 무겁게 굳어갔다.

지빌라는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지도, 적은지도.

“대공…… 굳이 그 어려운 길을 가시겠다면….”

프레데리크는 황녀가 말을 맺기도 전에, 시선 한 번으로 그 입을 멈추게 했다. 지빌라는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듯 턱 끝을 살짝 들었다.

그는 지금껏 황실의 압박이든, 가신들의 성화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이 혼사 역시, 이용할 수 있다면 써먹겠다는 심산으로 찾아왔지만, 뜻밖에 난감했다.

황녀에게서 명확한 거절이 없었고, 그녀의 첫 마디는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내일이면 수도 전역에 둘의 결혼 발표라도 난 듯, 소문이 나돌 것이 분명했다.

귓가를 윙윙거리던 꿀벌이 유유히 멀어지는 걸, 프레데리크는 힐끗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황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못을 박듯 말했다.

“이 혼인에 기대하는 바가 없어야 할 겁니다.”

침실도, 후계도, 부부라는 이름이 으레 전제하는 그 어떤 것도. 말끝에 매달린 함의를, 지빌라가 모를 리 없었다.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었다. 지빌라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활짝 웃었다.

“기대라면 차고 넘쳐요. 저만이 아니라 북부의 가신들 모두가요. 그러니 그 말씀은—승낙으로 듣겠어요.”

‘기대라니.’

그런 건 지난 생에 전부 버리고 왔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 남자의 마음이 아니라, 2년 뒤에도 뛰고 있을 심장이었다.

지빌라는 그제야 찻잔을 들었다. 차갑게 식은 차가, 입술에 닿았다. 프레데리크의 시선이 그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걸, 그녀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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