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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novel oleh holia

정략 결혼은 끝냈어야 했다

정략 결혼은 끝냈어야 했다

"대공, 나는 당신의 아이를 원해요." 첫 만남부터 돌직구였다. 전생, 모든 것을 잃고 죽었던 황녀 지빌라. 이번 생, 가장 위험한 남자를 직접 골랐다. 북부의 냉혈 대공, 프레데리크. 이 위험한 황궁을 빠져나가고, 그를 살리고, 제국의 폐망을 막는 것. 사랑 없는 결혼 정도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부, 처음부터 어긋났다. 첫날밤을 거부하던 신랑은 끝내 그 밤을 강행하고, 아이를 낳겠다던 신부는 몰래 피임약을 준비한다. 서로를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믿었던 정략결혼. 왜, 자꾸만 선을 넘는 걸까. 전생의 남편 용병왕 카이사르 집요하게 따라붙고, 누이를 놓아줄 생각 없는 일황자가 발톱을 드러낸 사이, 거래였어야 할 남편의 손끝이 어느새 너무 뜨거워졌다. 정략결혼은, 말 그대로 거래로 끝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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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화 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으니
8화프레데리크는 잠시 침묵했다.침실. 그 단어가 정원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제멋대로 겹쳐지며, 원치 않는 상을 그렸다. 목덜미 아래로 열이 훅 오르는 걸 느끼며, 그는 떠오른 것을 구겨버리듯 미간을 좁혔다.“시끄럽군.”그는 짧게 말했다.“그런 일은 다시 내게 보고하지 마라. 그런 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으니.”랑베르는 고개를 숙였다.“다른 일은?”“특별한 외출로는 신전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예전처럼 매일 귀족 연회에 참석하셨습니다.”“필요한 정보만 보고해. 감상은 빼고.”집무실을 물러 나온 랑베르는, 닫힌 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황녀 전하가 대공 각하에게 사랑에 빠졌다니…….’과거 황녀가 궁정 악사를 사모한 일 이후, 궁정 안팎으로는 그녀의 감정이 또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정략적 만남이기는 하나, 대공 프레데리크 베라트와의 대면 이후 황녀가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다.대공은 과묵한 기사들 중에서도 유난히 입이 무거운 인물이었지만, 그의 단단한 체격과 단정한 미모는 황녀와 나란히 세워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귀족들의 평이었다.몇몇 귀족 부인들은 황녀가 언제 대공에게 반할지를 두고 몰래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 불씨에 기름을 부은 건, 황녀가 얼마전 대공에게 순애보를 바쳤던 동부의 백작 영애를 찾아갔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은밀히, 그러나 빠르게 퍼졌다.‘적을 가까이 두겠다는 뜻인가? 아니면—.’랑베르는 스스로 생각을 멈추었다. 판단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대공 프레데리크를 어린 시절부터 보좌해 온 랑베르 하튼 백작은, 베라트 가문을 지키는 북부 귀족들 중 가장 가까운 가신이었다.대공이 유년기에 동부 클레브 백작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도, 클레브 백작의 딸인 레오노라 영애가 대공을 가슴에 품고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랑베르는 늘 대공과 레오노라의 결합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그 바람은 번번이 어긋났다. 정작 당사자인 대공은 결혼
Terakhir Diperbarui: 2026-08-05
Chapter: 7화 무해한 황녀의 숨겨진 전략
7화누군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카드는 손에서 놓인 순간 허공에 가볍게 떠올라 흐르고 있었다.샤를로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이황자 전하를, 마음에 두고 있어요.”지빌라는 놀란 듯 눈을 들었다. 그녀가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손끝에 감긴 기류가 카드를 한 장, 또 한 장, 그리고 세 번째까지 이끌어냈다.첫 번째 카드를 펼치며 조용히 읊조렸다.“밤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수레바퀴…… 인연이 닿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라.”“얼마나 오래요?”지빌라는 잠시 말없이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회귀 전이라면—2년 뒤 전쟁이 터지고, 그녀는 황태녀 자리에서 밀려 서부 변경백에게 시집가야 했다.이황자는 황후와 함께 궁을 떠나 한적한 영지에 묻혔다. 그 모든 미래를 알고 있는 그녀는 조심스레 답했다.“……아직은, 몰라.”두 번째 카드, 그리고 세 번째 카드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빌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예상치 못한 상징들이 겹쳐져 있었다.“희망은 있어. 연인의 인연이긴 해. 하지만…… 델보 후작이 널 그만큼 오래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샤를로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지금도 혼담이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와 혼인해야 한다니… 너무 억울해요.”말을 끝낸 샤를로트는 커튼 너머, 황녀의 정원이 있을 쪽을 바라보았다. 시든 꽃잎 너머에서 아직 피지 못한 봉오리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터였다. 꼭 저 같다고, 그녀는 여겼다.지빌라는 아르카나의 말을 가감 없이 전했다. 그 이상은 건드리지 않았다. 운명을 보여주는 일과, 운명에 따를 것인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선택은 언제나, 그들의 몫이었다.회귀한 뒤, 지빌라도 스스로를 위해 아르카나를 펼쳐보았다. 그러나 카드들은 끝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운명을 한 번 다 겪은 자에겐 더 이상 보여줄 미래가 없다는 듯이.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떤 길이
Terakhir Diperbarui: 2026-08-05
Chapter: 6화 아르카나를 봐주세요
6화지빌라는 가십지 한 장을 넘기다 말고 손을 멈췄다. 말끝에 담긴 의미를 스스로도 가늠하고 있는 듯, 시선이 멀어졌다.“…레오노라는 눈치가 빠르니까. 그리고, 프레데리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창밖에, 시선이 머물렀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지빌라는 속으로 되뇌었다.‘소문 따위야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이 바보 같은 제국이 또 무너지는 걸 막는 것. 그리고 프레데리크와 레오노라가… 끝내 서로를 붙잡을 수 있다면— 그건 내게도, 그들에게도… 축복일 테니까.’그 다짐 끝엔, 묘한 체념과 염원이 뒤섞여 있었다.한편, 샤를로트는 내심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버지 후작은 조급하게 혼사를 추진하고 있었고, 그녀는 정작 마음에도 없는 남자들을 마주해야 했다.‘차라리 나도 레오노라처럼… 황녀 전하에게 시녀 제의를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그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괜히 속이 쓰렸다.“그럼, 아르카나를 봐주세요.”“무엇이 궁금한 거지? 미래의 남편 될 사람?”“맞아요. 그저 그런 남자랑 결혼하느니… 차라리 황녀 전하의 시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 운명을 봐주세요.”지빌라는 카드를 꺼내기 전, 잠시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회귀한 이후, 그녀 안에 어떤 ‘감각’이 깃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처음은 황후가 추천한 귀부인들의 모임에서였다. 그날따라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치 누군가 길을 깔아둔 듯 일이 풀렸다. 그 보이지 않는 이끌림의 끝에서, 그녀는 신전에서 내려온 유물들을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신전 지하에 보관되던 고대 카드 세트.교황의 특별한 허락으로 일반 귀족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진열대 앞에 섰을 때, 그녀의 손끝이 무심코 카드를 스쳤다. 그 순간, 은은한 빛이 번지며 한 장이 저 홀로 흔들렸다.“……이건?”카드가 스스로 황녀를 바라보는 듯했다.사제가 다가와 대답했다.“아르카나는 원래 주인을 알아봅니다, 황녀 전하.”“하지만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사제는 의미
Terakhir Diperbarui: 2026-08-04
Chapter: 5화 황녀를 둘러싼 기묘한 소문
5화레오노라가 동부에서 수도까지 올라온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저 소문을 확인하려던 게 아니었다. 프레데리크가 정말로 황녀와 결혼한다면, 그 사실을 두 눈으로 보며, 자기 마음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던 것이다.‘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돌아가자. 깨끗하게… 끝내자.’그렇게 생각했었다.그러나 황녀의 제안은, 마치 그녀가 일구어 온 모든 것을 단숨에 삼켜버릴 괴물 같았다.“……황녀 전하.”레오노라는 숨을 들이켠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말조차 무너질 듯, 휘청이는 감정의 끝자락에서 꺼낸 것이었다.지빌라는 한 걸음, 물러나는 듯한 거리감으로 말을 건넸다.“오늘은 돌아가요. 그리고―잘 생각해요.”그 말은 간결했지만, 명령이었다. 거역할 수 없는 힘이 거기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빌라는 천천히, 결정적인 말을 덧붙였다.“내 시녀가 되겠다면…… 북부로 함께 가요. 프레데리크 곁이 아니라, 내 곁에서 살아가도록 해요.”황녀가 떠나자, 방 안은 숨을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 적막 속에, 레오노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심장이—속이—머릿속이 요동쳤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이, 비명처럼 가슴을 긁고 있었다.‘왜 그랬나요, 프레데리크… 왜 단 한 번도, 나를…… 보아주지 않았나요!’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조심스레 말아쥐는 손 안에 억눌린 감정이 고였다. 눈물이 맺히는 줄도 몰랐다. 그녀는 그저, 입술을 깨문 채, 무너지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그를 미워하고 싶었다.모든 걸 모른 척했던 그의 무심함, 말 한마디 없이 황녀의 손을 잡아버린 그 비정함이 지독하게,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그의 가문, 그의 등에 얹힌 운명을 생각하면 그 미움조차 어디로 향해야 할지 잃어버렸다.‘당신은… 나를 지키기 위해, 나를 놓은 걸까요.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까요.’그녀는 그렇게라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야, 그녀가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녀도 여전히
Terakhir Diperbarui: 2026-08-04
Chapter: 4화 황녀 전하의 시녀라뇨
4화익숙하지 않은 황금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머리 장식 아래로, 본 적 없는 옷자락이 은은하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곧 몸을 낮추어 단정하게 예를 갖췄다.“성 벨하임 바레노스 제국의 지빌라 폰 바뎀베르크힐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동부 클레브 백작가의 적녀, 레오노라라 합니다.”“갑작스럽게 찾아와 놀라게 했나요?”지빌라는 짧게 미소 지으며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레오노라라고 불러도 될까요?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레오노라의 갈색 눈동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이 자리에 황녀가 직접 찾아올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예의로는 설명되지 않았다.‘역시… 프레데리크 때문이겠지.’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있어요.”지빌라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시선이 조용히 레오노라의 얼굴 위에 멈췄다. 그녀의 눈빛에는 계산도, 거짓도 없었다. 오직 한 줄기 진심만이 담겨 있었다.“지금 내 선택으로 인해, 프레데리크와 당신… 가장 미안한 사람은 아마 나일 거예요.”레오노라가 대공에게 품은 순애를 모르는 이는, 제국에 없었다. 그 진심이, 결국 프레데리크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회귀 전 그는 전장에 나서기 며칠 전, 그녀와 극적인 결혼을 택했다.하지만 베라트 가문에 드리운 저주는 그 결심조차 구하지 못 했다.‘두 사람의 비극을 내가 막을 수 있을까?’지빌라조차 그 확신은 없었다. 그녀는 벽에 걸린 그림을 조용히 스치며 전시실을 따라 걸었다. 그 뒤를 레오노라도 가만히 따랐다.“오늘 프레데리크를 만났어요.”지빌라는 짧게 숨을 고르며 말했다.“우리 결혼이 성사됐죠. 당신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요.”레오노라는 순간 숨이 막혔다.‘황녀가…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가 역시, 프레데리크 때문이야…’레오노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황녀가 굳이 이 자리를 마련한 의도를 곱씹었다. 이건 배려가 아니라 통보, 아니 경계였다.‘그 남자
Terakhir Diperbarui: 2026-08-04
Chapter: 3화 구원의 손길처럼, 족쇄처럼
3화지빌라는 그를 오래 바라보았다. 회심의 미소를 띠며.“신께 기도드리는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프레데리크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물러나야 함을 받아들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녀의 정원에서 빠져나갔다. 그의 뒤로 부하들이 따라 걸어 나갔다.무언가를 꿰뚫고 지나가는 듯한 발걸음. 검은 제복을 따라 흐르는 서늘한 기류가, 정원의 향긋함조차 삼키는 듯했다. 장신의 키와 짧게 자른 흑발은 꽃이 만개한 정원 속, 단 한 송이 검은 백합처럼 눈에 띄었다.지빌라는 꿀벌이 다시 돌아와 꽃 위에 내려앉아 꽃 속을 파고드는 것을 찬찬히 바라보았다.‘저 남자… 내가 반드시 살릴 거야.’드디어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녀의 눈동자엔 결기가 번졌다.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 시녀 에르나가 물었다.“황녀 전하… 괜찮으세요?”“외출해야겠어. 저들을 보내서 준비시켜.”시녀 에르나는 황녀의 명을 받들어 다른 시녀들을 황녀의 드레스룸으로 보냈다. 그들은 가는 길에 황후나 일황자에게 들러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전할 게 분명했다.“전하…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요?”“그래 맞아.”곁에 남은 에르나는 그새 건조한 표정으로 돌아온 황녀를 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황녀의 손은 어느새 가슴께의 펜던트에 닿아 있었다. 선황후 나타리에가 남긴 유일한 유품. 황녀를 낳고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어머니였다. 황제는 그 이름을 차마 떠나보내지 못해, 갓 태어난 딸의 두 번째 이름으로 물려주었다.멀어지는 시녀들의 뒷모습을, 에르나는 곁눈으로 좇았다. 황후의 사람들, 그리고 일황자의 사람들. 선황후가 떠난 해에 첫 황자를 낳고, 이듬해 둘째까지 안으며 황후의 관을 쓴 여인이, 이제는 병석의 황제를 대신해 제국을 쥐고 있었다. 황녀를 향한 황제의 지지가 아무리 견고했던들, 깨어나지 못하는 지지는 힘이 되지 못 했다.‘폐하께서 쓰러지지만 않으셨어도, 전하께선 지금쯤…….’에르나는 차마 끝맺지 못한 생각을 삼키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Terakhir Diperbarui: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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