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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엄마가 돌아왔다

Author: 노에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08:54:11

아침부터 서아의 기분은 묘하게 들떠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몇 번이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어젯밤 늦게 도착한 메시지 하나가 떠 있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서아야. 엄마야.]

단 네 글자였다. 그런데 그 짧은 문장을 읽은 순간부터 서아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엄마. 너무 오랫동안 부르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떠났다. 처음에는 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엄마 이야기를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서아는 엄마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진 척하는 법을 배웠다.

생일에도, 졸업식에도,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서아는 가끔 엄마를 떠올렸다. 자신이 잘 자랐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아주 가끔은 엄마가 자신을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해 주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그 상상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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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61화. 질투를 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아침 7시 12분.윤서아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을 감싸고 있는 팔을 발견했다. 허리 위로 단단하게 둘러진 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체온. 그리고 목덜미 근처에 닿아 있는 강태준의 숨결까지.어젯밤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태준 씨.”“응.”“안 자요?”“자.”“자는 사람이 대답을 해요?”“네가 부르는데 어떻게 자.”서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태준은 눈도 뜨지 않은 채 그녀를 제 쪽으로 조금 더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서아의 등이 그의 가슴에 완전히 밀착됐다.“잠깐만요. 저 팔 다쳤어요.”그제야 태준이 눈을 떴다.“아.”그는 즉시 팔에 힘을 풀었다.“미안. 괜찮아?”“괜찮아요. 그런데 태준 씨.”“응.”“저 환자예요?”“아니.”“그럼 왜 이렇게 조심조심 다뤄요?”태준은 잠시 서아의 팔에 감긴 붕대를 내려다봤다.“다친 건 맞잖아.”“꿰맨 건 몇 바늘 안 돼요. 의사 선생님도 일상생활은 괜찮다고 했고요.”“일상생활이랑 나한테 안겨 있는 건 다른 문제지.”“그게 무슨 말이에요?”“안아 주는 건 내가 더 조심하면 되니까.”서아는 입을 다물었다. 아침부터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버리면 곤란했다.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강태준은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남자였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기까지 몇 년을 돌아갔고, 손을 잡는 일에도 수없이 망설였다.그런데 지금은.“…태준 씨.”“왜.”“아침부터 너무 다정한 거 아니에요?”태준이 그제야 눈을 떴다. 잠에 취한 듯 낮게 가라앉은 시선이 서아의 얼굴에 머물렀다.“싫어?”“그건 아닌데요.”“그럼 됐네.”태준은 서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서아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이 남자, 요즘 정말 많이 변했다. 문제는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었다.“저 일어나서 씻을 건데요.”“조금만 더.”“어제도 그랬잖아요.”“오늘도 그러면 되지.”“출근해야 하잖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60화. 내가 씻겨 줄까?

    “그런데 서아야.”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던 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네?”“오늘 씻는 건 어떻게 하려고?”서아는 잠시 멈칫했다.“…그냥 씻으면 되죠?”“팔 다쳤잖아.”“한쪽 팔만 다친 거예요. 다른 쪽은 멀쩡해요.”“머리는?”“그건….”서아의 대답이 흐려졌다. 생각해 보니 꽤 난감했다. 상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고, 팔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당부도 들었다. 머리를 감으려면 아무래도 다친 팔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하루 종일 병원에 다녀온 몸으로 씻지도 않고 잠들고 싶지는 않았다. 서아가 고민하는 사이, 태준이 턱을 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씻겨 줄까?”“…네?”서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준은 웃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전혀 장난스럽지 않았다.느릿하게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 평소보다 조금 낮아진 목소리. 그리고 그윽하게 가라앉은 눈빛까지.서아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남자, 지금 일부러 이러고 있었다.“…태준 씨.”“응.”“지금 무슨 생각 하세요?”“씻겨 준다고 했잖아.”“그게 그런 의미로 들리겠어요?”“어떤 의미로 들렸는데?”태준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서아는 입을 다물었다. 저 얼굴로 저런 질문을 하는 게 반칙이었다.“아니, 그러니까….”“응. 그러니까?”“…됐어요.”서아가 벌떡 일어났다.“저 혼자 씻을게요.”그러자 태준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혼자 할 수 있겠어?”“네.”“머리 감는 것도?”“…….”“상처에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하면서?”“태준 씨!”결국 서아가 소리쳤다. 태준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낮에 응급실에서 보였던 굳은 표정도, 도윤을 만났을 때 드러났던 묘한 질투도 사라진 얼굴이었다. 대신 지금은 서아를 놀리는 재미에 푹 빠진 남자친구가 있었다.“알았어. 그만 놀릴게.”“정말 얄미워요.”“그럼 진짜로 혼자 씻을 거야?”태준이 웃음을 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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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는 정말 별것 아닌 순간에 일어났다. 기획팀에서 진행 중인 신규 서비스의 오프라인 홍보 프로젝트.론칭을 앞두고 현장 설치물과 안내 동선, 홍보 부스의 배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 실내에서 자료만 들여다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서아는 오전부터 외부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녔다.“이쪽 배너는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입구에서 들어올 때 안내판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거든요.”“아, 네. 그럼 이쪽 고정 장치부터 풀겠습니다.”“제가 반대쪽 잡고 있을게요.”협력업체 직원이 고정 장치를 풀기 시작했고, 서아는 배너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한쪽을 붙잡았다. 그때였다.“잠깐만요! 위쪽 조심하세요!”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설치 중이던 금속 프레임이 예상과 달리 한쪽으로 기울었다. 직원이 황급히 붙잡았지만, 균형이 무너진 프레임의 모서리가 서아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아!”서아가 반사적으로 팔을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피부가 벌어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 깊게 베인 상처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출혈이 컸다.“윤 사원님! 괜찮으세요?”“네, 잠깐만요….”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팔을 움직이자 통증이 밀려왔다. 현장 책임자가 급히 다가왔다.“이건 병원에 가셔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아니에요. 일단 상처부터 확인할게요.”서아는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얼굴이 조금 창백해져 있었다.상처를 압박한 채 인근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마침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대학교병원이 있었다.구급차를 부를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상처가 벌어져 있어 봉합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서아는 동료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몰랐다.그 병원 응급실에서, 삼 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한국대학교병원 응급실.“보호자분은 따로 오실 예정인가요?”접수 직원의 질문에 서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회사 동료분이 같이 오셨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8화. 강태준이라는 남자

    아침부터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기획팀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테이블 위에는 전날 밤부터 검토하던 프로젝트 자료가 쌓여 있었고, 대형 화면에는 수정된 일정표가 떠 있었다.문제는 오늘 오전 열한 시.T.J.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신규 서비스 론칭 프로젝트의 최종 실무 점검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회의에는 강태준 대표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다.“윤 사원님, 혹시 대표님 오늘 기분 안 좋으시대요?”옆자리의 박지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아가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왜요?”“아까 협력사 쪽에서 연락 왔는데, 어제 전달한 자료 때문에 문제가 생겼대요. 그것도 꽤 크게요.”서아의 손끝이 멈췄다.“어떤 문제인데요?”“일정이요. 저쪽에서 갑자기 기존에 합의했던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했나 봐요. 안 맞춰 주면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는데….”박지수가 말을 흐렸다.“우리 쪽도 난리예요. 개발팀은 일정상 불가능하다고 하고, 영업 쪽은 계약이 걸려 있으니까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하고. 기획팀이 중간에서 욕을 다 먹게 생겼어요.”서아는 천천히 자료를 덮었다. 프로젝트의 실무 일정을 조율한 건 서아였다. 상대 측이 처음 제안한 일정과 내부 개발팀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안을 만들었고, 그 일정은 양측 책임자들의 확인까지 마친 상태였다.그런데 이제 와서 일정을 바꾸겠다고?“일단 회의에서 확인해 볼게요.”서아는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벌써 몇 가지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상대 측이 단순히 일정을 착각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까지 꺼냈다면, 의도적으로 협상 우위를 가져가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문제는 그들이 이런 식으로 압박하면 실무자들이 가장 먼저 흔들린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오늘 회의에서 그 압박을 받아 내야 하는 사람은 서아였다.***오전 열한 시. 회의실 문이 열렸다.“안녕하십니까, 대표님.”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일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7화. 다시 일상

    아침 7시 12분.강태준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옆을 확인했다. 윤서아가 있었다. 자신의 팔을 베고 누운 채,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밤새 몇 번이나 뒤척였는지 머리카락이 볼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태준은 움직이려다 멈췄다. 팔이 저렸다. 감각이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빼낼 수가 없었다.‘미치겠네.’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며칠 동안 서로 눈을 피하며 지냈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고, 손끝 하나 닿는 것조차 망설였다.그런데 지금 서아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팔을 베고 자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물론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태준은 알고 있었다. 서아가 자신을 용서해 보겠다고 했다고 해서 상처가 전부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을.그러니 이 순간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됐다. 그는 서아의 얼굴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그러자 서아가 작게 웅얼거렸다.“…으응.”태준은 손을 멈췄다.“서아야.”“…….”“일어나야지. 출근해야 하잖아.”서아가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싫어요…”태준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아. 이거였다. 그가 다섯 해 동안 그리워했던 아침. 자신을 보자마자 화를 내도 좋고, 투덜거려도 좋았다. 이렇게 잠결에 품으로 파고들어도 좋았다. 그저 서아가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는 순간이 다시 돌아왔다는 게 좋았다.“그럼 오늘 회사 안 갈 거야?”“…네.”“대표님한테 내가 대신 연락해 줄까?”서아가 번쩍 눈을 떴다.“안 돼요!”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아, 이제 일어났네.”“…….”서아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태준 씨 진짜 못됐어요.”“왜. 대신 연락해 준다니까.”“대표님이 누구신데요?”“강태준.”“…….”“잘생기고 일 잘하고, 직원 복지에 관심도 많은 대표님.”“아침부터 왜 이러세요?”서아가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태준은 웃음을 참지 못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6화. 우리 다시 잘해 봐요

    서아는 사흘째 어머니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기다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무심코 화면을 확인했고, 알림이 없으면 괜히 서운해졌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깨닫고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미안하다는 말? 보고 싶었다는 말? 돈이 필요해서 연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고 사과하는 말?그 어떤 말을 들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서아는 마음 한구석에서 기다렸다.혹시나. 정말 혹시나, 엄마에게도 자신을 향한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지 않을까. 그 기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면서도 쉽게 버릴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그랬으니까.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날에도 현관문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생일에도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엄마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막상 엄마가 돌아오자 알게 되었다. 자신은 여전히 그때의 어린아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엄마가 자신을 한 번만 더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을 이용당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훨씬 아프다는 것을.금요일 저녁. 퇴근을 마친 서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았다.거실에는 태준이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켜 놓은 채 업무를 보고 있다가 서아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었다.“왔어?”“네.”서아는 신발을 벗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서로를 피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인사를 했고, 저녁이면 짧게나마 말을 나눴다. 태준은 서아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서아 역시 그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예전처럼 웃지도 않았고, 아무렇지 않게 그의 팔에 매달리지도 않았다.잠들기 전 입을 맞추던 습관도 사라졌다.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태준은 그 선을 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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