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58화. 강태준이라는 남자

Author: 노에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21:20:57

아침부터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기획팀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테이블 위에는 전날 밤부터 검토하던 프로젝트 자료가 쌓여 있었고, 대형 화면에는 수정된 일정표가 떠 있었다.

문제는 오늘 오전 열한 시.

T.J.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신규 서비스 론칭 프로젝트의 최종 실무 점검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회의에는 강태준 대표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다.

“윤 사원님, 혹시 대표님 오늘 기분 안 좋으시대요?”

옆자리의 박지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아가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왜요?”

“아까 협력사 쪽에서 연락 왔는데, 어제 전달한 자료 때문에 문제가 생겼대요. 그것도 꽤 크게요.”

서아의 손끝이 멈췄다.

“어떤 문제인데요?”

“일정이요. 저쪽에서 갑자기 기존에 합의했던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했나 봐요. 안 맞춰 주면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는데….”

박지수가 말을 흐렸다.

“우리 쪽도 난리예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9화. 곤란한 재회

    사고는 정말 별것 아닌 순간에 일어났다. 기획팀에서 진행 중인 신규 서비스의 오프라인 홍보 프로젝트.론칭을 앞두고 현장 설치물과 안내 동선, 홍보 부스의 배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 실내에서 자료만 들여다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서아는 오전부터 외부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녔다.“이쪽 배너는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입구에서 들어올 때 안내판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거든요.”“아, 네. 그럼 이쪽 고정 장치부터 풀겠습니다.”“제가 반대쪽 잡고 있을게요.”협력업체 직원이 고정 장치를 풀기 시작했고, 서아는 배너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한쪽을 붙잡았다. 그때였다.“잠깐만요! 위쪽 조심하세요!”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설치 중이던 금속 프레임이 예상과 달리 한쪽으로 기울었다. 직원이 황급히 붙잡았지만, 균형이 무너진 프레임의 모서리가 서아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아!”서아가 반사적으로 팔을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피부가 벌어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 깊게 베인 상처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출혈이 컸다.“윤 사원님! 괜찮으세요?”“네, 잠깐만요….”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팔을 움직이자 통증이 밀려왔다. 현장 책임자가 급히 다가왔다.“이건 병원에 가셔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아니에요. 일단 상처부터 확인할게요.”서아는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얼굴이 조금 창백해져 있었다.상처를 압박한 채 인근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마침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대학교병원이 있었다.구급차를 부를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상처가 벌어져 있어 봉합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서아는 동료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몰랐다.그 병원 응급실에서, 삼 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한국대학교병원 응급실.“보호자분은 따로 오실 예정인가요?”접수 직원의 질문에 서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회사 동료분이 같이 오셨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8화. 강태준이라는 남자

    아침부터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기획팀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테이블 위에는 전날 밤부터 검토하던 프로젝트 자료가 쌓여 있었고, 대형 화면에는 수정된 일정표가 떠 있었다.문제는 오늘 오전 열한 시.T.J.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신규 서비스 론칭 프로젝트의 최종 실무 점검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회의에는 강태준 대표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다.“윤 사원님, 혹시 대표님 오늘 기분 안 좋으시대요?”옆자리의 박지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아가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왜요?”“아까 협력사 쪽에서 연락 왔는데, 어제 전달한 자료 때문에 문제가 생겼대요. 그것도 꽤 크게요.”서아의 손끝이 멈췄다.“어떤 문제인데요?”“일정이요. 저쪽에서 갑자기 기존에 합의했던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했나 봐요. 안 맞춰 주면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는데….”박지수가 말을 흐렸다.“우리 쪽도 난리예요. 개발팀은 일정상 불가능하다고 하고, 영업 쪽은 계약이 걸려 있으니까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하고. 기획팀이 중간에서 욕을 다 먹게 생겼어요.”서아는 천천히 자료를 덮었다. 프로젝트의 실무 일정을 조율한 건 서아였다. 상대 측이 처음 제안한 일정과 내부 개발팀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안을 만들었고, 그 일정은 양측 책임자들의 확인까지 마친 상태였다.그런데 이제 와서 일정을 바꾸겠다고?“일단 회의에서 확인해 볼게요.”서아는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벌써 몇 가지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상대 측이 단순히 일정을 착각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까지 꺼냈다면, 의도적으로 협상 우위를 가져가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문제는 그들이 이런 식으로 압박하면 실무자들이 가장 먼저 흔들린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오늘 회의에서 그 압박을 받아 내야 하는 사람은 서아였다.***오전 열한 시. 회의실 문이 열렸다.“안녕하십니까, 대표님.”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일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7화. 다시 일상

    아침 7시 12분.강태준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옆을 확인했다. 윤서아가 있었다. 자신의 팔을 베고 누운 채,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밤새 몇 번이나 뒤척였는지 머리카락이 볼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태준은 움직이려다 멈췄다. 팔이 저렸다. 감각이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빼낼 수가 없었다.‘미치겠네.’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며칠 동안 서로 눈을 피하며 지냈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고, 손끝 하나 닿는 것조차 망설였다.그런데 지금 서아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팔을 베고 자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물론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태준은 알고 있었다. 서아가 자신을 용서해 보겠다고 했다고 해서 상처가 전부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을.그러니 이 순간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됐다. 그는 서아의 얼굴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그러자 서아가 작게 웅얼거렸다.“…으응.”태준은 손을 멈췄다.“서아야.”“…….”“일어나야지. 출근해야 하잖아.”서아가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싫어요…”태준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아. 이거였다. 그가 다섯 해 동안 그리워했던 아침. 자신을 보자마자 화를 내도 좋고, 투덜거려도 좋았다. 이렇게 잠결에 품으로 파고들어도 좋았다. 그저 서아가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는 순간이 다시 돌아왔다는 게 좋았다.“그럼 오늘 회사 안 갈 거야?”“…네.”“대표님한테 내가 대신 연락해 줄까?”서아가 번쩍 눈을 떴다.“안 돼요!”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아, 이제 일어났네.”“…….”서아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태준 씨 진짜 못됐어요.”“왜. 대신 연락해 준다니까.”“대표님이 누구신데요?”“강태준.”“…….”“잘생기고 일 잘하고, 직원 복지에 관심도 많은 대표님.”“아침부터 왜 이러세요?”서아가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태준은 웃음을 참지 못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6화. 우리 다시 잘해 봐요

    서아는 사흘째 어머니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기다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무심코 화면을 확인했고, 알림이 없으면 괜히 서운해졌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깨닫고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미안하다는 말? 보고 싶었다는 말? 돈이 필요해서 연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고 사과하는 말?그 어떤 말을 들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서아는 마음 한구석에서 기다렸다.혹시나. 정말 혹시나, 엄마에게도 자신을 향한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지 않을까. 그 기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면서도 쉽게 버릴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그랬으니까.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날에도 현관문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생일에도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엄마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막상 엄마가 돌아오자 알게 되었다. 자신은 여전히 그때의 어린아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엄마가 자신을 한 번만 더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을 이용당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훨씬 아프다는 것을.금요일 저녁. 퇴근을 마친 서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았다.거실에는 태준이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켜 놓은 채 업무를 보고 있다가 서아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었다.“왔어?”“네.”서아는 신발을 벗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서로를 피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인사를 했고, 저녁이면 짧게나마 말을 나눴다. 태준은 서아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서아 역시 그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예전처럼 웃지도 않았고, 아무렇지 않게 그의 팔에 매달리지도 않았다.잠들기 전 입을 맞추던 습관도 사라졌다.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태준은 그 선을 넘지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5화. 네가 없는 아침

    아침이 왔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창문 틈으로 햇살이 스며들었고, 거실의 시계는 일정한 간격으로 초침 소리를 냈다. 주방에는 어젯밤 태준이 마시다 만 물컵이 놓여 있었다.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였다. 서아가 없었다. 정확히는, 서아가 태준의 곁에 없었다.태준은 소파에 앉은 채 한참 동안 방문을 바라보았다.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한 탓에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구겨진 셔츠는 어깨에 그대로 걸쳐져 있었다.몇 번이나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노크하려다가 멈췄고, 무슨 말이라도 건네려다가 입을 다물었다.서아가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그 말 하나만큼은 지켜야 했다. 자신이 또다시 서아의 마음을 제멋대로 판단하고, 서아가 원하는 것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앞세운다면, 어젯밤의 사과마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태준은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서아의 어머니가 돈을 받고 떠났다는 사실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서아가 얼마나 아파할지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그런데도 그는 서아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아가 상처받을까 봐. 서아가 다시 버림받았다고 느낄까 봐. 그래서 상처받을 기회조차 빼앗았다.결국 자신은 서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장 서아답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은 셈이었다.다섯 해 전에도 그랬다. 서아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혼자 떠났고, 이번에는 서아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혼자 결정했다. 달라진 줄 알았다. 서아의 곁에서 잠들고, 아침을 함께 맞이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졌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미치겠네.”태준은 낮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태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서아가 나왔다.평소처럼 단정한 출근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도 깔끔하게 정돈했고, 화장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어젯밤 그렇게 울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끔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54화. 왜 또 마음대로 했어요?

    서아는 사흘째 엄마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바쁘신가 보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으니 어색할 수도 있고, 엄마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연락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엄마, 오늘은 뭐 하세요?][식사는 하셨어요?][다음 주에 시간 되시면 저랑 같이 밥 먹어요. 엄마 좋아하시는 음식 찾아볼게요.]메시지는 전송됐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짧게라도 돌아오던 답장마저 어느 순간 끊겼다.서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혹시 자신이 너무 자주 연락해서 부담스러우신 건 아닐까. 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해결하지 못해서 그러시는 걸까.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불안하게 저려 왔다. 그래도 서아는 엄마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다시 만났으니까. 이번에는 정말 잘 지내 보고 싶었으니까.“서아야.”퇴근 후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만 바라보던 서아에게 태준이 다가왔다.“저녁 먹자.”“아, 네. 잠깐만요.”서아는 급히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무슨 일 있어?”“아니에요.”“엄마한테 연락 왔어?”그 질문에 서아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사라졌다.“…아직요.”태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조금 더 기다려 보자.”“네.”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도 사정이 있으시겠죠.”그 말을 하는 서아의 목소리는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처럼 들렸다. 태준은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했다.자신이 건넨 돈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 돈을 받은 서아의 엄마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그는 서아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밥 먹자. 네가 좋아하는 거 해 놨어.”“뭔데요?”“불고기.”서아가 작게 웃었다.“제가 좋아하는 거 기억하셨네요.”태준의 가슴이 묵직해졌다.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도, 싫어하는 반찬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