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칠흑 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그사이에 드러난 붉은 눈동자가 소름 돋을 만큼 선명한 핏빛을 머금고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움찔하며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그 찰나, 아렌트가 내 손목을 다시 잡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엘리. 엘리….나의 엘리.”“….아렌? 진짜?”나는 놀라서 그의 등을 토닥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혹시 말이야. 넌 임무로 여기 온 거야?”“…어.”“아하. 그렇지. 여기 귀족들은 좀 이상한 것 같아.”“어째서?”“여자들만 보며 들이대려고 난리라.”아렌트는 살짝 웃었다.“그거…아마도 네 옷에 있는 그 붉은 장미 때문일 거야.”“꽃?”그제야 로이드가 내 어깨에 꽂아 둔 장미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왜?”“….그거, 처녀라는 뜻이거든.”“응?!! 처…녀?”“처녀라고 하면 능숙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그렇게 달아.”“…하…미친.”“그러면 보통은 건드리지 않지만, 간혹 처녀만 노리는 놈들은 있지.”그의 손끝이 내 골반을 살며시 긁었다.“엘리…. 왜 그렇게…. 나를.”그가 말을 고쳤다.“아니다. 어디가 마음에 안 들었어? 내가 다 고칠게.”아렌트는 부드럽게 내 어깨의 붉은 꽃을 잡더니 바닥에 거칠게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드러난 어깨에 입술을 내렸다. “읏!”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살며시 밀었다.“…그게.”“그게?”“…네가 메이메이 열매를 망가뜨렸잖아.”“….미안해. 난 너와 함께하고 싶어서.”“그래서 그 산으로 다시 갈 수가 없었어.”“어?!”“사실 더 큰 물에서 살아야 할 용병인데 네가 오두막에만 있고 싶어 하길래…. 그래서 보냈어.”“엘리!”아렌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런데…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도착하지 않더라고.”“…….”“그래서 보니까. 누군가 메이메이 열매들을 모조리 발로 짓이겨 놓았더라고.”“아….”그제야 아렌트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그거. 약초이자, 결계의 축이거든. 자연
“이봐, 일부러 그런 거 알아.”“…지금 상대할 기분 아니거든요.”“상대? 오히려 그쪽이 나랑 부딪쳤으니 나를 상대해줘야겠는데?”“싫거든요.”자리를 피하려 들자, 남자가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나는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며 손목을 비틀었다.“싫다고 했습니다.”“보지 벌리고 싶어서 참석한 거면서 튕기기는.”“야, 아니라고 몇 번이라고 이야기해야 알아먹어!”“아니기는. 나 좆질 잘해. 한 번 하면 여자들이-”“짜증 나네. 짓눌러 놓은 산딸기처럼 생긴 주제에!”“…산…산딸기?!”내 손목을 잡고 있던 남자의 사타구니를 발로 걷어찼다.“윽!”남자가 얼굴을 구기며 사타구니를 붙잡고 무릎을 꿇자, 나는 황급히 손을 뺐다.“변태, 치한! 다들 너 같은 줄 아나.”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연회장을 빠져나왔다.씩씩거리며 익숙하지 않은 높은 구두를 신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던 찰나, 긴 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차라리 다칠까?’아픈 걸 핑계로 로이드를 찾지 않아도 되고, 계약도 연장 안 하면 되잖아. 이대로…숲에 가면 될 테니까.그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는데 아프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 어디에도 부딪치지 않았다. 몸이 허공에 대롱 매달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아…엘리.”어디선가 들어 본 숨 섞인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순간 몸이 굳었다.눈을 뜨자, 어떤 남자가 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그래서 바닥에 안 쓰러졌구나.’아쉽네.아픈 걸 핑계로 로이드의 실험을 참여하지 않으려 했는데….‘찾아야 하는 로이드는 보이지도 않고 날파리만 꼬이네.’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이상한 변태일 수도 있으니.모른 척해야겠다.“저기,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이만.”나는 인사를 하며 그의 품을 밀어냈다. 그러자 남자는 오히려 나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요즘 귀족들의 인사는 끌어안는 거야?’무슨 애정결핍이야? 변태들이야?“엘리. 나야. 아렌
나는짧게 한숨을 내쉬고 손끝으로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린 채 침대에 걸터앉은로이드의 앞에 다가갔다.“빨아줘.”야릇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보았다. 느릿느릿 드레스 밑단을 허리까지 끌어올리자 로이드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였다.“안에 네가 왕창 뿌려놓은….”
비어 있던 마력 회로가 빠르게 채워질수록 아래는 그의 것을 더 강하게 조 더 조여물었다.“으!! 엘…리! 하아!! 엘리, 엘리!”귓가에 로이드가내 이름을 연달아 부르는 숨결이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들으며 나도 그의 허리를다리를 휘감았다. 두 팔로는 어깨와 등을 더 바짝 끌어당겼다.더 깊이 들어오게.그의 좆을 더 깊숙이 삼킬 수 있게.
“왜 그렇게 생각해?”“보통은 밤에 또 섹스할 생각에 적당히 하고 물러나잖아.”“…….”“안 그런 경우는 밤늦게 회의가 있거나 할 때 빼고는 말이야.”로이드가 넌지시 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깊게 내려왔다.
***다음 날에도,그다음 날에도 며칠 동안 아렌트는 낮에 집무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호위 겸 기사단장 슐레이만이 다가왔다.그러자 아렌트의 서늘한 목소리가 나왔다.“왜.”“아니, 폐하 오늘은 안 가십니까?”“…어. 이제 일에 집중해야지.”그의 묵직한 대답에 슐레이만은 창 밖을 다시 바라봤다.“해는 정상인데.”“나도 정상이거든. 그리고 곧 토벌 갈 준비 해야지.”“아, 그렇죠.”“로이드가 오면 바로 출발하게 준비해 놓고.”“…네.”집무실에는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와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 삭막하게 울렸다.점심때, 그를 위한 고기 요리가 나오자, 아렌트는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그땐, 이 조각 하나에…그리도 아껴 먹으면서도 밤새 붙어있어서 좋았는데….’나이프로 이리저리 찌르며 포크로 그저 깨작거렸다. 이제 얼마든지 네가 좋아하는 고기랑 블루베리, 산딸기든 무슨 종류 베리든 다 구해줄 수 있는데.어째서 넌 없을까?“폐하, 식사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시종장의 물음에 아렌트는 온실 안을 훑어봤다.‘엘리를 찾으면, 여기서 마음껏 쉬라고 오두막집처럼 비슷하게 꾸몄는데.’황궁 곳곳에 나무를 심어 숲처럼 꾸몄다. 온실에는 블루베리와 산딸기도 가득 심었다.하지만, 너만 없네.그러니까…. 이곳도 답답하게 느껴져.“아니 괜찮다.”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차를 마시며 온실을 바라보자, 시종장이 살며시 초대장을 내밀었다. 무료한 눈길로 초대장을 보던 아렌트가 서늘하게 물었다.“이건?”“총리께서 신경 쓰신 가면무도회랍니다.”“하아… 거기?”“누가 압니까? 애타게 찾으시는 아가씨가 나올지도요.”***아렌트는 별 기대 없이 가면 무도회에 들어섰다. 지극히 평범한 흰색의 입만 나오는 가면을 쓰고 눈동자 색과 머리색도 바꾼 채 였다.황제가 은발을 찾는다는 소문이라도 난 것인지, 은발로 염색한 이들부터 본래 은발인 여자와 남자들까지 눈에 띄었다.로이드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