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황태자의 집착을 받은 사연

짐승 황태자의 집착을 받은 사연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05
By:  silver구슬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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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주제에 적국의 황제를 죽여 버렸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황태자가 죽어가는 날 살려주었다. 잔혹한 신은 왜 그가 날 사랑하게 만들었는가. 언젠가 그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날 죽이겠지. 좋아, 그때까지 어디 한번 운명을 시험해 보는 수밖에! 가장 높은 곳의 남자와, 가장 낮은 곳의 여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옥의 미궁 끝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짐승 대공의 집착을 받은 사연 -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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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1. 구원된 심장에 악마가 키스할 때

지하 깊은 곳, 빛조차 미치지 못하는 미궁의 단단한 암석들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크르르릉!

천장이 잘게 갈라지며 엄청난 무게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날카로운 비명처럼 공기를 가르는 마력의 잔재와 눈을 찌르는 흙먼지가 잔인하게 피부를 자극했다. 당장이라도 온 미궁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모든 생명을 집어삼킬 듯한 절망의 심연 그 자체였다.

그 폐허의 중심, 차갑게 식어가는 돌바닥 위에 나는 시신처럼 쓰러져 있었다.

'······마리.'

성도 없고, 제국의 평민조차 되지 못하는 멸망한 도르하르의 하층민. 

레투니카 제국의 가장 부유한 캔돔 대공가 영지 지하에 숨어들어, 숨죽인 채 목숨을 연명하며 하녀로 살아가던 비루하고도 잔혹한 인생.

특별할 것 하나 없던 내 삶의 유일한 이정표이자 소망은, 어린 시절부터 가슴 깊이 품어온—도르하르 제국의 황족 핏줄을 지닌 채 버려졌던—‘할 로드’ 님의 애첩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어 망가졌다.

지독한 저주가 내 등을 잔인하게 찢고 들어가 심장까지 꿰뚫어 버렸다. 구멍 난 심장 너머로 남은 생명력이 붉은 피가 되어 쿨럭쿨럭 새어나갔다. 

바닥을 적시는 피의 온도가 식어갈수록, 내 삶의 타오르던 열망도 함께 차갑게 꺼져갔다. 나는 천천히 사선 너머의 아득한 어둠 속으로 침전하고 있었다.

미련은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살아나간다 한들, 적국인 레투니카 제국의 황제를 죽인 내게 기다리는 것은 오직 참혹한 처형대뿐일 테니까. 

그저 고통 없이 살그머니 눈을 감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래도 마지막은 나쁘지 않았다. 나를 한평생 이용하고 짓밟던 황제의 정부 세실리에에게 멸망의 저주를 뿌려주었고, 할 로드 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던 황제마저 내 손으로 죽였으며, 어린 시절 지하의 어둠 속에서 함께 숨죽여 살던 소중한 친구 라이신을 살려 보냈으니까.

'그래도······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목적 없는 여행이라는 것도 떠나보고. 

누군가의 따스한 품에 안겨 온전하고 지독할 만큼 깊은 사랑도 받아보고 싶었는데.

점점 의식이 가물거리며 극심했던 통증조차 아득해져 갔다. 

고개를 들 힘조차 남지 않은, 스물한 살의 짧고 허무한 생.

모든 빛이 꺼지고 완벽한 침묵이 찾아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천지가 무너져 내리는 굉음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그 발소리만큼은 유리창을 깨뜨리듯 또렷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죽어가는 몸의 감각이 사력을 다해 마지막 파동을 낚아채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 내 처참한 시신이나 다름없는 몸 앞에 멈춰 섰다.

***

붕괴하는 먼지와 진득한 피비린내를 단숨에 흩트려버리는, 지독하게 매혹적인 향기. 

단 한 번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영혼의 밑바닥을 미친 듯이 흔들어놓는 그 은은하고도 위험한 향에 미세하게 눈꺼풀이 떨렸다.

"······예쁜 아이가 죽어가고 있잖아?"

태어나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예쁘다는 칭찬을 죽을 때가 되어서야 듣게 되다니.

서늘하면서도 달콤하게 귓가를 간지럽히는 낯선 목소리가 그래도 반가웠다.

이 참혹하고 어두운 미궁 속에 살아있는 인간은 오직 나 하나뿐인 줄 알았는데.

저승길 길동무가 또 있다니. 이건 반가웠다.

고개를 돌릴 힘조차 없는 내게 커다랗고 단단한 손길이 다가왔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턱 끝을 감아쥐더니, 거역할 수 없는 압도적인 악력으로 강제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초점이 흐려진 시선이 얽힌 그 순간, 나는 죽어가던 온몸의 피가 역류하듯 짓눌리는 오한을 느꼈다. 

저승의 신 하데스가 지옥의 문을 열고 걸어 나온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황태자······ 아처린이······ 왜?

나의 조국 도르하르의 제국민들을 개나 돼지처럼 잔혹하게 학살했던 악마. 

레투니카 최고의 아름다운 쓰레기라 불리던 황태자 아처린이 왜 죽지도 않고 내 앞에 서 있는 것인가.

그는 피범벅이 된 나를 내려다보며, 이 잔인한 미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잔혹하도록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쁜아, 혹시 나 알아? 꼭 잘 아는 사람처럼 구네."

이 철천지원수를 레투니카 제국과 도르하르 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있을까. 

마력만 한 자락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내 흩어지는 영혼을 대가로 바쳐서라도 그의 목에 사악한 저주를 퍼부었을 터였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는 미궁의 붉은 마력이 그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흔들고, 짙은 초록빛 눈동자가 몽환적인 환영처럼 빛나는 순간, 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다정한 태도로 나를 향해 몸을 숙여왔다. 

구멍 뚫린 내 심장이 아찔한 미열로 다시 요동칠 만큼 치명적인 미소였다.

"내가 기억을 잃었어. 예쁜아. 그런데······ 이상하게 넌 살려주고 싶네?"

장난 같은 운명의 실타래가 지독하게 엉켜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그의 탐욕스러운 초록빛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무릎을 꿇고 구걸할 목숨 따위는 없었다. 

그저 원수의 얼굴을 영혼에 새긴 채 무겁게 눈을 감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무릎을 꿇은 그가 내 상체 위로 깊고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차갑게 식어가는 미궁의 잔해 속에서, 지독하게 뜨거운 온기와 날카로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읍······!

지체 없이 그의 입술이 피로 물든 내 입술을 거칠게 삼켜왔다. 반항할 겨를조차 없었다. 

단단한 팔이 얇은 허리를 드세게 끌어안아 그에게 밀착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닿아온 그의 입술 사이로 타는 듯한 생명의 정수가 담긴 포션의 짜릿하고 뜨거운 기운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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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원된 심장에 악마가 키스할 때
지하 깊은 곳, 빛조차 미치지 못하는 미궁의 단단한 암석들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콰아아앙-! 크르르릉!천장이 잘게 갈라지며 엄청난 무게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날카로운 비명처럼 공기를 가르는 마력의 잔재와 눈을 찌르는 흙먼지가 잔인하게 피부를 자극했다. 당장이라도 온 미궁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모든 생명을 집어삼킬 듯한 절망의 심연 그 자체였다.그 폐허의 중심, 차갑게 식어가는 돌바닥 위에 나는 시신처럼 쓰러져 있었다.'······마리.'성도 없고, 제국의 평민조차 되지 못하는 멸망한 도르하르의 하층민. 레투니카 제국의 가장 부유한 캔돔 대공가 영지 지하에 숨어들어, 숨죽인 채 목숨을 연명하며 하녀로 살아가던 비루하고도 잔혹한 인생.특별할 것 하나 없던 내 삶의 유일한 이정표이자 소망은, 어린 시절부터 가슴 깊이 품어온—도르하르 제국의 황족 핏줄을 지닌 채 버려졌던—‘할 로드’ 님의 애첩이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어 망가졌다.지독한 저주가 내 등을 잔인하게 찢고 들어가 심장까지 꿰뚫어 버렸다. 구멍 난 심장 너머로 남은 생명력이 붉은 피가 되어 쿨럭쿨럭 새어나갔다. 바닥을 적시는 피의 온도가 식어갈수록, 내 삶의 타오르던 열망도 함께 차갑게 꺼져갔다. 나는 천천히 사선 너머의 아득한 어둠 속으로 침전하고 있었다.미련은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살아나간다 한들, 적국인 레투니카 제국의 황제를 죽인 내게 기다리는 것은 오직 참혹한 처형대뿐일 테니까. 그저 고통 없이 살그머니 눈을 감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래도 마지막은 나쁘지 않았다. 나를 한평생 이용하고 짓밟던 황제의 정부 세실리에에게 멸망의 저주를 뿌려주었고, 할 로드 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던 황제마저 내 손으로 죽였으며, 어린 시절 지하의 어둠 속에서 함께 숨죽여 살던 소중한 친구 라이신을 살려 보냈으니까.'그래도······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시원한 바람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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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친, 원수의 품에 안기기까지 하다니
우르르 쾅쾅!부스스- 스르륵!미궁은 지금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색마라고 소문난 황태자는 내게 맞춘 입을 뗄 여지가 없어 보였다.그는 숨을 들이쉬듯 깊숙하게 혀를 얽어매며 진득하게 액체를 내 목구멍 너머로 밀어 넣었다. 참으로 집요하고도 탐욕스러운 키스였다. 입 안 전체를 빈틈없이 매만지는 것처럼 온몸을 간질거리게 하는 기묘한 행위였다.태어나 처음 하는 입맞춤이 이렇게 거창할 줄이야. 깊은 목구멍까지 탐해 들어오는 그의 숨결에 온몸이 감전된 듯 부들부들 떨렸다.지하 미궁이 무너져 내리는 엄청난 굉음도, 머리 위로 떨어지는 암석의 충격도 모두 아득한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를 헤집는 그의 뜨거운 입술과, 뇌리를 마비시키는 달콤한 향기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기적이 일어났다. 그와 입을 맞추는 동안, 찢어지고 구멍 났던 내 심장이 서서히 열기를 띠며 소생하기 시작했다. 잘려 나갔던 혈관들이 다시 이어지고, 차갑게 식었던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며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쿵. 쿵. 쿵.원수와 나누는 짓눌릴 듯 길고 뜨거운 키스는 숭고한 의식처럼 무너져가는 잔해가 주변에 쌓여도 멈출 줄을 몰랐다.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살려내는 것이 가장 미워해야 할 악마의 자비가 내 심장에 생명력을 채워 주다니.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는 저주받아 심장이 뚫려 죽는 게 아니라, 돌무더기에 깔려 죽게 될 확률이 더 커진 시점이었다.입술이 떨어지자 아쉬운 듯 그가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떨어졌다. 은빛 실타래가 길게 이어졌다 사라졌다."아, 여인이 익숙한 몸 같기도 하고, 너 같은 좋은 향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 기분 최고다."이 원수가 지금 뭐라는 건지.나는 점점 기력이 돌아왔고, 조금 전까지 바람 소리만 나던 내 입에서는 그래도 이제 말을 뱉을 준비가 끝난 듯 보였다."······난 살려 달라고 한 적 없어요. ······가세요."그냥 꺼지라는 말이었다.나름 이것도 내가 그에게 해주는 자비였다. 그런데 황태자 이놈은 여전히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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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성을 상실한 짐승 같은 황태자
나는 아처린의 품에 안긴 채 무너져 내리는 미궁을 가로질렀다.한 번도 보지 못한 통로였다. 세실리에의 심부름으로 이 미궁의 입구와 지하 감옥 언저리는 손금 보듯 알고 있었지만,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길은 난생처음이었다.저주로 심장이 뚫렸다가 그의 생명력으로 겨우 소생한 탓일까. 사지 끝까지 온기가 다 돌지 않아 체력은 아직 아득히 바닥을 치고 있었다.붕괴하는 벽이 새로운 길을 틀어쥐고 있는 건지, 아니면 미궁 자체가 살아 숨 쉬며 우리를 어딘가 깊은 심연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물론 나를 안아 든 아처린은 잔인하도록 흥분해 있었다. 쏟아지는 돌더미를 본능적인 감각으로 유연하게 피하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소름 끼치도록 유려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를 꼭 끌어안은 그의 팔에 어찌나 힘이 들어가 있는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힘들잖아요. 내려놓아 주세요.""싫어. 그럼 나 버리고 갈 거잖아?"대체 어떻게 안 걸까. 그는 마치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피에 굶주린 맹수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오롯이 내게 의지하고 있었다.나는 자꾸만 떨려 오는 손끝이 입술로 향하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그의 혀가 얽히고, 타는 듯한 생명의 정수가 넘어왔던 그 자리. 손끝에 닿는 촉감이 아직도 델 듯이 뜨거웠다.······미쳤지.철천지원수와 입을 맞췄다. 그것도 짓이겨지듯 깊게 두 번이나. 심지어 그의 품에 안겨 붕괴하는 잔해 사이를 달리고 있다니.현실감이 아득해질 만큼 낯설고 지독한 부끄러움이 몰려와, 나는 애꿎은 입술만 자꾸만 문질렀다."어? 예쁜아."달리던 아처린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짙은 초록빛 눈동자가 무너지는 벽 사이로 흘러나오는 붉은 마나를 받아 기묘하고도 관능적으로 일렁였다."자꾸 입술 만지네? 아쉬워? 더 해줄까?""······아뇨!"이 끔찍한 재앙 속에서도 농담을 던질 만큼 여유로운 그는 정말 이해 불가였다.그런데 헛숨을 내쉬며 내 얼굴을 바라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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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쁜이를 지켜준다니. 설마, 나?
한참을 내달린 끝에, 미궁의 붕괴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어스름한 통로에 다다랐다.그 역시 사람인지라 거친 숨을 내쉬며 단단한 암벽에 등을 기대고 잠시 쉬어 갔다.나는 전신으로 천천히 회복되는 마력을 느끼며, 과거 세실리에에게 어깨너머로 배웠던 아공간 마법을 떠올렸다. 사실 세실리에보다 내가 이 지하 미궁에 훨씬 오래 갇혀 있었고, 홀로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르하르의 마법서를 읽으며 실력을 쌓았기에 그녀를 훌쩍 넘어섰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손끝에 은빛 마력을 그러모아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지지직-.차가운 공기가 파열음을 내며 아주 작은 공간의 균열이 일어났다."예쁜아,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아?"대꾸할 기력조차 없어, 나는 그 균열 속으로 손을 넣어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 시원한 물을 담아 아처린에게 내밀었다."······이거 마셔요."아처린은 입꼬리를 부드러운 호선으로 올리며 기분 좋게 가죽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며 벌컥벌컥 물을 삼켰다.얼마나 목이 탔을까. 샘 하나 솟지 않는 차가운 지옥 속에서, 제 생명의 정수를 퍼주어가며 나를 안고 내달렸으니.원수라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라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다."살려준 건 고마워요. 하지만 살아나간다고 해도, 대단한 꿈이나 행복 같은 건······ 나한테 허락된 적 없는 인생이에요. 그러니까······ 이 물 주머니 채워줄 테니까 혼자 도망쳐요."이게 맞았다. 이 미궁은 마력의 덫이 도사리는 지옥이다. 곧 잔여 마력이 몰아쳐 우리 둘의 의식을 잠식할 터였다. 짐덩이인 나를 품에 안고 가다간 이 괴물 같은 황태자조차 체력이 바닥나 매장당할 게 분명했다.그 순간, 물을 마시던 그의 짙은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자꾸 거슬리게 구네. 겨우 살려 줬더니."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그럼······ 그냥 여기서 끝내요. 지금 날 죽이든 살리든······ 좋을 대로 해요. 나한테는 가족도 없고, 사랑받았던 기억 따위도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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