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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Author: 경옥
더 듣지 않아도 계연수는 누가 한 짓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머님께 드릴 약은 새로 처방하셨나요?”

주 태의가 서둘러 대답했다.

“염려 마십시오, 부인. 마침 약상자에 청심환과 인삼환이 있어 노부인께 드렸습니다.”

“직접 먹여 드리셨나요?”

“예. 제가 직접 드렸으니 안심하십시오.”

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방 어멈에게 강보에 싸인 죽은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주 태의에게 사인을 살펴보도록 할 생각이었다.

강보는 계연수가 손수 만든 것이었다. 그것이 다시 눈에 들어오자 가슴 한쪽이 날카롭게 저며 왔다. 계연수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차마 한 번 더 바라볼 수가 없었다. 갓 태어난 제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작은 몸이었다. 보고 있으면 자꾸만 잃어버린 아이가 떠오를 것 같았다.

방 어멈이 안고 온 죽은 아이를 보고 주 태의는 크게 놀랐다. 그러나 함부로 캐물어서는 안 될 일임을 알았기에,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겉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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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150화

    더 듣지 않아도 계연수는 누가 한 짓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어머님께 드릴 약은 새로 처방하셨나요?”주 태의가 서둘러 대답했다.“염려 마십시오, 부인. 마침 약상자에 청심환과 인삼환이 있어 노부인께 드렸습니다.”“직접 먹여 드리셨나요?”“예. 제가 직접 드렸으니 안심하십시오.”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방 어멈에게 강보에 싸인 죽은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주 태의에게 사인을 살펴보도록 할 생각이었다.강보는 계연수가 손수 만든 것이었다. 그것이 다시 눈에 들어오자 가슴 한쪽이 날카롭게 저며 왔다. 계연수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차마 한 번 더 바라볼 수가 없었다. 갓 태어난 제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작은 몸이었다. 보고 있으면 자꾸만 잃어버린 아이가 떠오를 것 같았다.방 어멈이 안고 온 죽은 아이를 보고 주 태의는 크게 놀랐다. 그러나 함부로 캐물어서는 안 될 일임을 알았기에,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겉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이의 입을 벌려 혀 안쪽까지 확인했다.잠시 뒤, 주 태의가 계연수에게 고했다.“이 아이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해친 듯합니다.”“어떻게 죽었나요?”“독에 중독되었습니다.”“설태가 희미하게 검게 변해 있습니다. 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두일 겁니다.”주 태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목소리를 낮췄다.“우두는 독성이 강해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먹이면 반 각도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습니다. 다만 이 아이에게 쓴 것은 독성을 줄이도록 법제한 천오인 듯합니다. 그래도 갓난아이가 먹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길어야 며칠을 버틸 뿐이지요. 이렇게 어린아이에게는 약의 양을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얼마나 버틸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또 천오에 중독되었는지는 맥만 짚어서는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혀뿌리에 생긴 검은빛도 죽은 뒤 반나절 안에 사라집니다. 이 아이는 숨을 거둔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독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시간이 더 지났다면 배를 갈라

  • 주문춘귀   제1149화

    계연수의 뺨은 창백했다. 눈을 내리깔자 손마디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스쳤다.더는 백씨의 말을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 계연수는 호위에게 백씨의 입을 막으라 이른 뒤, 방 어멈의 손에 의지해 몸을 곧추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백씨는 멀어지는 계연수의 등을 보며 무어라 더 말하려 했다. 그러나 입을 틀어막은 천 뭉치 탓에 웅얼거리는 소리만 어지럽게 새어 나왔다.문이 다시 닫히자 그 마지막 소리마저 끊겼다.방 어멈은 계연수를 부축해 처소로 돌아가며 조심스레 달랬다.“부인, 큰부인께서 하신 말씀은 마음에 담지 마세요. 부인과 후작께서 그리 금실이 좋으셨는데, 부인이 후작께 해를 입혔을 리 있겠습니까.”계연수는 이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아무 말 없이 걸으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거듭 짚어 보았다. 백씨가 끝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겠다면, 자신이 모질게 군다 한들 원망할 수는 없을 터였다.하늘이 희붐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등롱의 흐릿한 불빛이 어른거릴 때마다 땅 위로 드리운 옅은 그림자도 유령처럼 흔들렸다.처소의 문 앞에는 주 태의가 와 있었다.방에 누워 몸을 추슬러야 할 계연수가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자, 주 태의의 얼굴에 드물게 안타까움과 질책이 함께 떠올랐다.“부인께서는 어찌 이리 몸을 돌보지 않으십니까?”환자의 고통을 살피는 의원으로서, 제 몸을 이토록 소홀히 여기는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여인에게 출산이 큰 고비라면, 산후조리 역시 그에 못지않은 고비였다.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병을 얻으면 평생 앓을 수도 있었다.계연수는 누가 보아도 몹시 쇠약해져 있었다. 출산한 직후부터 움직이며 찬바람까지 맞았으니, 이미 몸의 근본이 상하기 시작한 터였다. 이대로 몸을 혹사하는 모습을 주 태의는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계연수도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계연수는 넋이 빠진 채 몸

  • 주문춘귀   제1148화

    심태숙은 멀어지는 주 태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발바닥에서부터 서늘한 한기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인 그는 가까스로 옆에 놓인 작은 탁자를 짚었다.곁에 있던 시종이 심상치 않은 낯빛을 보고 황급히 다가와 부축했다.“대감, 왜 그러십니까?”심태숙은 이마를 짚은 채 심정우의 방에서 시중드는 시녀를 당장 불러오게 했다. 시녀가 들어서자마자 그가 물었다.“셋째는 어제 어떻게 돌아왔느냐?”엄숙한 얼굴에 시녀는 서둘러 대답했다.“어제 큰부인께서 데리고 오셨습니다. 하녀 둘이 양옆에서 부축했는데, 그때부터 발을 헛디디시고 제대로 걷지 못하셨습니다. 큰부인께서는 도련님이 실수로 무언가를 잘못 드셨다며,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깨우거나 의원을 부르지 말고 잘 돌보기만 하라고도 하셨고요. 그래서 저도 더 여쭙지 않고 도련님을 눕혀 드렸습니다.”사실 시녀에게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이 하나 더 있었다.심정우의 얼굴을 닦아주던 중, 그가 갑자기 시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무언가 중얼거리기에 궁금한 마음으로 귀를 가까이 대자, 오숙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오숙모, 미안합니다.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잠결에 둘째 부인을 찾았다는 사실을 섣불리 전했다가 좋을 일이 없을 듯했다. 혹여 남몰래 감춰 둔 일에 얽히기라도 한다면, 자신까지 화를 입고 입막음을 당할지 몰랐다.시녀의 말을 듣는 심태숙의 가슴이 거세게 내려앉았다.누가 심정우에게 약을 먹일 수 있었겠는가.이제는 자신보다 키도 크고 무예까지 익힌 아들이었다. 그런 심정우가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은 채 양척촉을 먹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심태숙은 줄곧 백씨가 그토록 대담한 짓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온몸에 식은땀이 돋았다. 조금 전 억지로 백씨를 데리고 나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정말 백씨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적어도 계연수에게 자신을 용서할 여지는 남겨 둔 셈이었다.더는 심정우를 살필 겨를도 없었다

  • 주문춘귀   제1147화

    곁에서 따르던 하인이 물었다.“대감, 이제 관아로 가시겠습니까?”심태숙은 잿빛으로 흐린 새벽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먼저 정우에게 들러야겠다.”사실 심태숙은 심서준이 정말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말을 아직도 온전히 믿지 못했다.그토록 영민한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아우가 어찌 그리 허망하게 죽을 수 있겠는가.세상의 풍운을 일으키고 역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겨야 할 사람이었다. 이렇게 죽었을 리 없었다.심태숙은 서둘러 심정우의 거처로 향했다. 모처럼 아들이 집에 있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번에야말로 분명히 물어볼 생각이었다.그러나 처소에 도착하니 심정우는 여전히 침상에서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그제야 심태숙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정우 같은 아이가 까닭 없이 쓰러질 리 없었다. 주 태의가 부저에 와 있다는 말을 듣자, 심태숙은 서둘러 그를 불러 아들의 상태를 살피게 했다.주 태의는 노부인의 진찰을 마치고 계연수에게 가던 길이었다. 도중에 심씨 집안 큰 대감의 부름을 받아,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셋째 도련님의 맥을 짚으러 갔다.심정우는 평소 몸이 튼튼했다. 조산으로 태어난 탓에 어려서부터 보약을 먹이며 정성껏 돌보았고, 그 덕에 자라면서 병을 앓는 일도 거의 없었다. 심서준의 일을 알았다 해도, 하필 어제 쓰러진 것은 이상했다.더구나 어제 정오부터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심태숙은 아들이 평부진에 다녀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처라도 입고,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지난번에도 무릎을 그토록 심하게 다치고서 입을 다물어, 자칫 큰일이 날 뻔하지 않았던가. 다친 뒤에도 제대로 몸조리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늘 이렇게 사람을 애태웠다. 큰아들의 진중함은 조금도 닮지 않았고, 어린 동생들만도 못했다.주 태의는 심정우의 맥을 세심히 짚었다. 심태숙의 요청대로 몸에 상처가 있는지도 살핀 뒤,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심 대감, 아드님 몸에 다친 곳은 없습니다. 다만…”

  • 주문춘귀   제1146화

    심태숙도 알고 있었다. 지금 끝까지 백씨를 감싸려 든다면 계연수와 맞서는 셈이었다.그렇게 계연수의 앞을 가로막았다가, 훗날 백씨가 정말 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면 자신까지 공범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죄 또한 더 무거워질 터였다.지금은 그조차 백씨가 정말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었다.심태숙은 잠시 갈등하다 계연수를 바라봤다.“제수씨의 심정은 알겠소. 헌데 넷째 형수가 의심스럽다 해도, 사람을 이리 묶어 두어서는 안 되오. 아직 죄가 밝혀진 사람도 아니지 않소.”계연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묶어 두지 않으면 형수님께서 또 무슨 수로 증거를 없애실지 모릅니다. 아주버님, 오늘 형수님을 묶어 둔 제 처사가 잘못되었고, 훗날 형수님의 결백이 밝혀진다면 아까 드린 말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심태숙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계연수가 말을 이었다.“아주버님께서는 이제 관아에 나가 보십시오. 며칠 안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을 밝히겠습니다. 형수님께서 이곳에 갇혀 계신다는 사실도 밖에 알리지 않겠습니다. 저희 몇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관아로 모시게 되더라도 밖에는 병환으로 쉬고 계신다고 할 테니, 형수님의 명예가 훼손되지는 않을 겁니다.”심태숙은 계연수의 눈을 마주했다. 순간 그 시선을 똑바로 받아 내기가 어려웠다.부군의 태도가 누그러지는 것을 본 백씨는, 그가 정말 계연수의 뜻대로 하게 두려는 것 같자 곧바로 울부짖었다.“저를 이리 대하는 건 부군까지 업신여기는 겁니다! 부군은 엄연히 후작의 넷째 형님이잖아요. 계연수가 무엇이기에 감히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심태숙은 눈을 감았다. 속으로 득실을 따져 본 끝에, 백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수씨는 아이를 낳자마자 이런 일을 당했소. 마음이 온전할 리 없지 않소. 어제 집안일을 맡아 주관한 사람은 당신뿐이었으니, 의심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오. 정말 하지 않았다면 두려워할 것 없소. 제수씨도 사리를 아는 사람이니, 우선 여기 머무

  • 주문춘귀   제1145화

    심태숙이 말했다.“제수씨, 무슨 일이든 말로 풀면 되지 않소. 이럴 것까지는 없소. 아이가 바뀌었으니 다급한 심정은 알겠으나, 마음만 급하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오.”계연수는 고개를 내려 제 손을 바라봤다가, 여전히 뉘우칠 줄 모르는 백씨의 가증스러운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줄곧 억눌러 온 감정은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속에서 들끓고 있었다.순간 제 몸조차 뜻대로 가눌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백씨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었다.계연수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때 방 어멈이 호위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심태숙은 호위들을 보고 멈칫하더니 계연수를 돌아봤다.“제수씨, 또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계연수는 천천히 손을 풀고 몇 걸음 물러섰다. 의자에 앉은 뒤에도 심태숙의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호위들에게 곧바로 명을 내렸다.“큰부인을 다시 묶고 입을 막아라. 관아로 데려갈 것이다.”심태숙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제수씨, 이건 지나치오.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소. 관아에 가더라도 증거가 있어야 할 것 아니오.”백씨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심태숙을 향해 울부짖었다.“저 좀 살려 주십시오! 계연수가 실성했습니다. 제 아이가 정말 바뀌었는지도 확실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저를 형수라 부르는 사람인데, 어찌 이런 패륜을 저지를 수 있단 말입니까!”심태숙 역시 계연수가 지나치다고 여겨 호위들을 막으려 했다.그러나 심서준이 남겨 둔 호위들은 오직 계연수의 명만 따랐다. 무예가 뛰어난 건장한 호위들을 심태숙이 당해 낼 수도 없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백씨를 묶었다.심태숙이 노한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봤다.“제수씨, 기어이 이토록 모질게 굴겠다는 것이오? 증거 하나 없이 넷째 형수를 관아로 끌고 가겠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제수씨를 어찌 말하겠소?”계연수는 차가운 눈길로 그를 마주했다.“아주버님께서 잘못 아셨습니다. 형수님을 곧바로 관아에 데려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폐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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