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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Author: 경옥
끝내 황후의 목소리가 울음에 잠겼다.

부부로 살아온 세월이 있건만, 어쩌다 황제와 자신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방 안에는 모자 두 사람뿐이었다. 황후는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말을 오늘에야 태자에게 털어놓았다.

태자는 슬픔에 젖은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말에 담긴 뜻도 알고 있었다. 요즘 부황의 행보는 실로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

그러나 자신은 늘 부황의 눈 아래 있었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꼬투리를 잡힐 수 있었기에 최근에는 더욱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더구나 부황은 본래부터 온화하고 참을성 있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태자는 속내를 가슴 깊이 눌러 둔 채 말했다.

“모후, 방금 하신 말씀은 이것으로 족합니다. 앞으로는 다시 꺼내지 마십시오. 소자가 모두 마음에 새겼습니다.”

황후는 태자의 침착한 얼굴을 바라보며 더욱 깊은 슬픔을 느꼈다.

맞는 말이었다. 이런 말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동생은 세상에 없고, 아버지는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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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182화

    어둠 속 희미한 불빛 아래서 심정우가 고개를 들어 황후를 바라보았다. 잠긴 목소리에 가느다란 떨림이 섞여 있었다.“오숙모께서 저를 만나려 하지 않으시니… 끝내 용서하지 않으실 모양입니다.”황후가 심정우 앞으로 다가갔다.“연수가 너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지금 네 오숙모의 마음이 어떻겠느냐. 크게 앓고 있다. 태의도 몸이 몹시 쇠약하다고 하여 본궁이 붙잡아 두고 몸을 돌보게 한 것이다. 너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누구를 만날 기운도 없는 게다. 그 아이에게는 잃어버린 자식의 소식이 무엇보다 절박하다.”심정우가 붉어진 눈으로 황후를 올려다보았다.“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찾으러 가겠습니다.”목소리는 거칠게 쉬어 있었다.심정우도 오늘 나름대로 애를 썼다. 아버지가 그를 끌고 가더니, 전에 없이 엄한 얼굴로 당장 군영으로 돌아가라 했다. 부저의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그때부터 심정우는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다. 아버지를 붙잡고 캐물었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은 채 자꾸만 그를 떠밀었다.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거듭 다그친 끝에야 오숙모가 사람을 시켜 어머니를 가두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입을 통해 얼마나 큰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었다.아버지가 왜 그토록 자신을 보내려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머니가 건넨 차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도 뒤늦게 깨달았다.어머니가 정말 오숙모의 아이를 데려간 것인지, 아이를 대체 어디로 보냈는지 직접 묻고 싶었다. 그러나 문 앞의 호위들은 한 치의 틈도 내주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심정우의 쉰 목소리에 울음기가 스며들었다.“오숙모께서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압니다. 그래서 꼭 뵙고 싶었습니다. 제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습니다. 다시 오숙모를 돕고 싶습니다.”황후는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계연수의 태도를 보면 심정우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 마음을 이해했다. 황후 역

  • 주문춘귀   제1181화

    황후는 쇠약한 기색 속에서도 간절함을 놓지 못하는 계연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사실 황후 역시 불안했다. 오늘만 해도 두세 차례 사람을 보내 물었으나, 황제에게서 돌아온 답은 한결같이 모호했다. 확실한 말이 없으니 황후의 마음에도 점점 초조함이 스며들었다.“네가 보낸 호위들은 오후에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 왔다.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고, 양아라는 시녀도 찾지 못했다더구나. 경조윤도 사람을 풀어 찾고 있다. 성문을 봉쇄하고 성안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보이지 않으니, 태후의 영패를 가지고 미리 성 밖으로 나간 듯하다.”황후가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아직 근정전에 계신다. 본궁이 지금 가서 뵙고 올 테니, 소식을 기다리거라.”그러고는 계연수를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리고 한 가지 더 있구나. 정우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계연수의 시선이 멎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황후를 바라보았다.“네 처소 밖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사죄하러 왔다더구나. 태자는 입궁할 것 없다고 했지만, 정우가 한 번만이라도 너를 만나겠다고 고집하여 끝내 말리지 못했다.”황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네가 잠들어 있어 본궁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정우는 계속 밖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라고 해도 듣지 않더구나. 밤도 깊었고, 눈은 그쳤다지만 추위가 몹시 매섭다.”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정우는 마음이 참 곧은 아이다. 어려서부터 성정도 단순했지. 네게 이런 일이 생기니 죄책감이 큰 모양이다. 본궁이 나가 보았을 때는 눈이 벌겋게 되어 있더구나.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한 번만 만나 주겠느냐.”계연수는 말없이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다시 몇 차례 기침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황후는 계연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도 심정우가 사죄하러 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계연수에게 소식을 철저

  • 주문춘귀   제1180화

    끝내 황후의 목소리가 울음에 잠겼다.부부로 살아온 세월이 있건만, 어쩌다 황제와 자신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방 안에는 모자 두 사람뿐이었다. 황후는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말을 오늘에야 태자에게 털어놓았다.태자는 슬픔에 젖은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말에 담긴 뜻도 알고 있었다. 요즘 부황의 행보는 실로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그러나 자신은 늘 부황의 눈 아래 있었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꼬투리를 잡힐 수 있었기에 최근에는 더욱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더구나 부황은 본래부터 온화하고 참을성 있는 아버지가 아니었다.태자는 속내를 가슴 깊이 눌러 둔 채 말했다.“모후, 방금 하신 말씀은 이것으로 족합니다. 앞으로는 다시 꺼내지 마십시오. 소자가 모두 마음에 새겼습니다.”황후는 태자의 침착한 얼굴을 바라보며 더욱 깊은 슬픔을 느꼈다.맞는 말이었다. 이런 말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동생은 세상에 없고, 아버지는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제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하겠는가. 심씨 가문에는 앞에 나서 줄 사람이 없었다.심서준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조정에서 바람 따라 움직이던 자들도 흩어질 터였다. 그렇게 되면 태자 역시 뒤를 받쳐 줄 이들을 잃게 된다.지금은 황제와 정면으로 맞설 힘이 없었다. 우선은 기운을 보전하며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황후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태후의 일에는 너는 나서지 말거라. 내가 처리하마. 아무리 그래도 네 황조모이시니, 네가 직접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그녀는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우선 심씨 부저에 가 보거라. 집안이 어수선하지는 않은지 살펴보고.”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여미를 보내 모후를 돌보게 하겠습니다.”그러나 황후는 정여미의 이름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웠다. 정씨 가문에서 들인 그 며느리는 얼굴만 보아도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증오스러웠다.황후가 태자를 바라보았다.“본궁은 그 태자비를 보는 것조차 진저리가 난다

  • 주문춘귀   제1179화

    게다가 계연수는 호위들과 용춘에게도 부저에 무슨 일이 생기든 지체 없이 궁으로 소식을 전하라고 당부해 두었다.그러니 태자가 노부인을 문안한다는 명목으로 부저에 가면 될 일이었다. 아이도 살펴보고, 집안 사정이 지금 어떠한지도 알아볼 수 있었다.황후도 그 말이 타당하다 여겼다. 계연수에게 우선 몸을 돌보라 이르고는, 태자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려 했다.그때 계연수가 다시 물었다.“지난 이틀 동안 부저에서 있었던 일은 아직 심 수보께 전하지 못했습니다. 마마께서는 소식을 보내셨습니까?”황후가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께는 당분간 알리지 않을 생각이다. 길도 먼 데다 한겨울이지 않느냐. 눈까지 많이 내리는데, 다급한 마음에 길을 나서셨다가 변이라도 당하실까 두렵구나. 이 일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 말씀드리는 편이 낫겠다.”계연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묻지 않았다.황후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인이 약을 들고 들어왔다. 방 어멈은 서둘러 약그릇을 받아 들고, 계연수를 조금 더 일으켜 제 몸에 기대게 했다. 그러고는 한 숟가락씩 약을 떠 먹였다.그런데 몸을 안아 받치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방 어멈의 몸까지 달아오르는 듯했다.계연수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품에 기대어 있는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단단히 받쳐 주지 않으면 그대로 옆으로 미끄러져 내릴 것만 같았다.간간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기침 소리에 방 어멈의 가슴도 철렁했다. 그녀는 더욱 조심스럽게 약을 떠서 계연수의 입가로 가져갔다.다행히 계연수는 눈을 감은 채로도 약을 받아 삼켰다.임 원정이 처방한 약에는 귀한 약재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러나 냄새가 어찌나 독한지 방 어멈조차 맡고 있기 어려웠다. 계연수는 맛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한 모금씩 묵묵히 삼켰다.문득 임 원정의 말이 떠올랐다. 부인의 몸은 이미 버틸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풍한이 극심해지면 미각마저 잃을 수 있다는 말도 했던 듯했다.약을 다 먹일 무렵 계연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주문춘귀   제1178화

    이제 계연수에게 심씨 저택은 마음 놓고 일을 맡길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자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집안이 혼란에 빠질까 두려웠다.노부인은 병이 깊었다. 이수옥은 속내가 복잡한 데다 성정도 들떠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백씨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백씨가 저지른 일을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계연수는 그녀에게 집안일을 맡길 수 없었다.최씨는 믿을 만했다. 하지만 성품이 너무 유순하여 중대한 일에서도 쉽게 물러섰고, 집안 어른들이 압박하면 그들의 뜻에 휩쓸리기 쉬웠다. 그런 최씨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역시 미덥지 않았다.더구나 지금 부저의 사정은 복잡했다. 이수옥도 최씨도 모두 큰방 사람이었다.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는 법이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계연수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웠다.지금 심씨 부저에는 중심을 잡고 집안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계연수도 제 몸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궁에 있는 것보다는 부저에 있어야 무슨 일이 생기든 먼저 알 수 있었다.황후가 직접 부저로 가 집안을 돌볼 수는 없었다. 심서준의 변고가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문은 돌기 시작했을 터였다.맞은편 큰백부 집에도 백씨가 일부러 소식을 감추고 있었으나, 오래 숨길 수는 없었다. 그쪽에서도 머지않아 사정을 물으러 올 것이고, 노부인까지 병석에 누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집안사람들이 더욱 동요할 수 있었다.계연수는 이런 생각을 황후에게 털어놓았다. 아이를 저택에 두고 온 것도 마음에 걸려, 궁에 머물러도 편히 쉴 수 없다고 했다.황후는 계연수가 이토록 고집하는 데다 기침까지 멈추지 않으니, 더더욱 지금 돌려보낼 수 없었다. 궁에 있으면 적어도 임 원정이 수시로 몸을 살펴 줄 수 있었다. 임 원정은 다른 태의들과 달라 계연수를 따라 심씨 저택으로 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네 뜻은 알겠다. 헌데 부저의 일은 우선 내려놓거라. 돌아가더라도 여기서 하루는 몸을 추스른 뒤에 가야 한다.”황후가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본궁

  • 주문춘귀   제1177화

    그러나 황제가 보위를 굳혀 갈수록 그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심씨 가문은 더 이상 그저 가족이 아니었다. 황제의 눈에 그들은 외척이었고, 막강한 권세를 쥔 신하들이었다.수보를 천거한 사람은 황후의 아버지였다. 조정의 청류 가운데 절반 가까이도 아버지가 발탁한 이들이었다.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거나 직접 학문을 배운 제자들이었다.황제는 차츰 그들을 불안하게 여기기 시작했다.이후 곁에 둔 심서준이 점점 두각을 드러내자, 아버지의 옛 문하생과 제자들은 하나둘 그에게 모여들었다. 심서준은 일을 바르게 처리했다. 부귀한 명문가에서 자랐으면서도 허세를 부리거나 향락을 좇는 버릇이 없었고, 자신과 뜻이 다르다고 사람을 억누르지도 않았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려 탐관오리는 용서하지 않되, 무고한 이가 옥살이를 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심서준이 일부러 세력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난한 집안 출신의 청렴한 선비들은 기꺼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조정에서 그가 누군가를 탄핵하면 여러 신하가 잇따라 뜻을 함께했고, 그가 한마디를 하면 누구도 그 말이 그르다고 여기지 않았다.심서준은 오직 도찰원의 일에만 마음을 쏟았으나, 큰 나무에는 바람이 드세게 부는 법이었다. 결국 황제는 변하고 말았다.어린 심서준을 곧잘 놀리며 귀여워하고, 늘 제 서재로 데려가던 그 황제는 더 이상 없었다.다정하게 마음을 나누던 부군도 사라졌다. 나이가 들수록 의심만 깊어졌다. 태자는 이미 제 힘을 갖추었고, 심씨 가문에는 따르는 이가 많았다. 황제는 태자도 심씨 가문도 자신이 하루빨리 죽기를 바란다고 여겼다.자신은 아직 한창나이였다. 앞으로도 오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보위에 머무는 황제를 모두가 반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황제가 너무 오래 사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그리하여 태자를 의심하고, 심씨 가문을 의심했다.지난날 자신이 심씨 가문에 내려 준 특별한 영예마저 이제는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황제는 언제까지나 흔들림 없이 보위를 지키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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