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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Author: 경옥
계연수는 약간 불안한 마음에 용춘의 손을 잡았다.

처음에 그녀는 사옥현이 흔쾌히 이혼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그가 이명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단번에 거절한 것이 불안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단지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

계연수는 용춘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심씨 저택.

심서준은 자단목 책상 앞에 앉아 손에 든 서신을 한참 조용히 바라보았다. 길고 가는 손가락이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눈을 감으니 눈보라에 살짝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매는 요염하고 맑았으며 얼굴은 어여쁘고 작았다.

그녀 곁을 스쳐 지날 때, 또 희미한 기침 소리를 들었다.

심서준의 안색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그 여인에게 끌려가는 것이 싫었다.

길게 숨을 들이쉰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혀 의자에 몸을 기댔다. 눈앞에 또 하얗고 고운 얼굴이 떠오르고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것 같았다.

심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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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 kim
사소한 일이었구나...이런 사옥현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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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360화

    계연수의 지난 반생은 담장 안에 갇힌 나날이었다.늘 조심했고 순응했으며 고요했다. 그러나 진심은 얻지 못했고 손에 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심서준을 향한 마음은 분명했다. 그와 함께 있으면 편안했고 신뢰가 있었으며 의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잠시 망설이던 계연수는 낮게 물었다.“가문을 떠나서라도 저는 화리한 몸입니다. 심가에서 허락하겠습니까?”그녀의 망설이는 눈빛을 본 순간, 심서준은 이미 알았다.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은 아직 그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지금은 자신이 억지로 붙잡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붙잡고 싶었다. 설령 그녀가 끝내 떠나려 한다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남게 할 생각이었다.평생 단 한 번. 이 한 번만은 이기적으로 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대가가 그녀의 원망일지라도.심서준은 고개를 숙였다. 소매 끝에서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당신의 답만 필요합니다.”계연수는 그를 바라보았다.몸을 약간 숙인 채 앉아 있는 그의 모습. 젖은 옷이 몸에 밀착되어 있었고 단정하던 머리칼도 몇 가닥 흘러내려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스치는 얼굴은 어딘가 연약해 보이면서도 여전히 고귀했다.이런 심서준은 처음이었다.늘 엄정하고 단정했던 사내였고 차갑고 빈틈없이 완벽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앞에서 가문의 앞날을 말하며 근심과 계산을 털어놓고 곁에 믿을 수 있는 여인은 오직 그녀뿐이라 말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계연수의 입술이 달싹였다.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와 서운함이 꿈틀거렸다. 그것이 그와 혼인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세워 둔 자신의 미래를 접어야 한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저 두 감정이 뒤엉켜 가슴을 채울 뿐이었다.방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다.맑은

  • 주문춘귀   제359화

    심서준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을 이었지만 흐릿한 촛불 아래에서도 그의 시선은 줄곧 계연수에게 머물러 있었다.그녀의 얼굴에 번지는 충격과 혼란을 그는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떠나고 싶어 했다. 다른 곳으로 가 속박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그러나 그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심가의 깊은 저택 안에, 자신의 세계 안에 오래도록 그녀를 가두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던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한 번은 놓아주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훗날 그녀 곁에 다른 남자가 설지도 모른다는 생각, 다시 혼인할지도 모른다는 상상, 심지어 그 사촌, 고준안과 함께 떠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그녀가 언젠가 다른 이의 여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 앞에서 그는 끝내 손을 놓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만은 이기적이고 싶었다.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선 것도 어쩌면 의도된 것이었다. 이 초라하고도 애처로운 형색이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어 주기를 바라면서.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며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폐하께서 제게 혼인을 내리려 하십니다. 태후의 친정 쪽 여인입니다.”계연수는 잠시 멍해졌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심 대인께서 그 혼인을 원치 않으시는 겁니까?”심서준은 담담히 시선을 내렸다.“그 혼인은 심가에 씌우는 족쇄입니다.”잠시 말을 골랐다.“지금의 심가는 겉으로는 번성해 보이지만 실은 기름을 끼얹은 불꽃과도 같습니다. 폐하의 하사는 태후와 심가에 은혜를 보이는 듯하면서 동시에 두 외척을 공평히 아끼는 듯한 모양을 세우는 일이지요. 허나 또 한편으로는, 태후의 눈을 제 곁에 두는 일이기도 합니다. 심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황실의 눈이 더해지는 셈이지요.”그의 음성은 낮았지만 또렷했다.“외척의 권세는 제왕의 마음에 늘 가시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미 폐하께서는 심가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심가를 제어하려

  • 주문춘귀   제358화

    법화시의 객방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작은방 하나에 변변한 가구도 없었다. 놓인 의자마저 심서준의 큰 체구를 감당하기엔 버거워 그가 앉자 삐걱 소리가 났다.문간에서 시작된 물자국이 방 안으로 길게 번졌다. 검은 옷자락에서는 여전히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계연수는 급히 마른 수건을 가져와 그에게 내밀었다.“제가 밖에 나가 옷을 한 벌 구해 오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막 그를 지나치려는 순간, 손목이 단단히 붙들렸다.심서준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 서늘함에 계연수는 본능처럼 몸을 떨었다. 놀란 얼굴로 돌아보자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동자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그러나 분명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잠시 뒤, 그는 손을 놓았다.“먼저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계연수는 그의 기색을 헤아릴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뜻으로 이 밤에 여기까지 온 것인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순순히 그의 말에 따르게 되었다.그래도 한 번 더 물었다.“그래도… 옷이 다 젖으셨습니다.”심서준은 시선을 내렸다. 촛불이 얼굴 절반을 비추었다. 온몸이 비에 젖어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단정하고 냉정한 심 대인의 모습 그대로였다.“걱정 마십시오. 괜찮습니다.”잠시 멈췄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할 말이 있습니다.”계연수는 어리둥절했다. 무엇이기에 이 폭우를 뚫고 온 것일까. 그러나 그의 깊고 또렷한 눈을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십시오.”그녀는 그의 옆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그의 검은 장화 아래로 번지는 물웅덩이를 바라보았다. 무릎 위에 얹은 손가락이 괜히 소매 끝을 움켜쥐었다.그때, 은은한 술 냄새가 스쳤다.…술을 마셨나?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래서일까, 심서준이 처음 꺼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녀는 무심코 되물은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무슨 말씀을…”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얼굴에 어색한 기색이 번졌다.그러나 그의 시

  • 주문춘귀   제357화

    법화시의 객방 안, 계연수는 얇은 홑옷 차림으로 침상 머리에 기대앉아 책을 펼치고 있었다. 절에서 인연을 맺어 받아 읽은 ‘법화현의’였다.두어 쪽 넘겼을 뿐,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지 않아 억지로라도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것이었다.내일이면 길을 떠난다. 앞날은 알 수 없고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는 땅으로 향한다.어머니 앞에서는 담담한 얼굴로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의 삶은 오롯이 제 힘으로 헤쳐가야 한다. 미지의 길은 두려움이기도 했으니 말이다.촛불이 가늘게 흔들렸다.계연수는 한 장을 더 넘겼으나 밤은 이미 깊어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창밖의 폭우 소리만이 쉼 없이 들려왔다.빗소리가 창호지를 두드렸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책을 덮어 머리맡에 내려놓고 막 눕기 위해 몸을 옮기려는 순간, 문가에 어렴풋한 그림자가 비쳤다. 길고 선명한 형체였다. 흔들리는 촛불 속에서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아른거렸다.계연수의 심장이 단번에 조여들었다. 절이라 하여 도둑이 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그녀는 방 안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손에 잡힐 만한 물건을 찾으며 막 문밖의 사람에게 누구냐 묻으려던 찰나, 그 그림자가 움직였다.빗소리를 가르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전해졌다.“저입니다.”익숙한 음성이었다. 서늘하고도 낮은, 심서준의 목소리.그 순간, 계연수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몸이 살짝 휘청일 만큼, 단단히 조여 있던 마음이 풀어져 내렸다.왜 이 시간에, 이런 비 속에 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밖에 선 사람이 심서준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른 걱정은 사라졌다.그녀는 흰 홑옷 차림이었다. 심서준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녀는 낮게 대답하며 잠시 기다려 달라 하고 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긴 머리는 정갈하게 빗을 겨를이 없었다. 방 안에 거울도 없었으니 그저 흰 비녀 하나로 느슨하게 틀어 올린 뒤, 서둘러 문

  • 주문춘귀   제356화

    진안평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몇 마디라도 더 해 보려 했으나 심서준은 이미 마차에 올라타 있었다. 더 말 섞을 뜻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마차 안에 앉은 심서준의 관복은 빗물에 젖어 서늘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몸을 숙였다.앞에 놓인 작은 탁자 위의 등불이 그 차갑고도 고결한 얼굴을 비추었다. 길게 뻗은 눈썹 사이에는 늘 그렇듯 거리를 두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손을 잠시 불에 쬔 뒤, 옆에 놓인 권책을 집어 펼쳤다. 눈길도 들지 않은 채 낮게 내뱉었다.“말하거라.”서늘하고 담담한 음성에, 밖에서 전할 말을 기다리던 문하가 흠칫 놀라 서둘러 휘장을 걷고 들어왔다.허리를 숙인 채 급히 입을 열었다.“계 아가씨께서 이것을 보내셨습니다. 나으리께 전하라 하셨습니다.”문하는 긴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 내밀었다.심서준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 시선을 들어 상자를 보더니 조용히 받아 열었다.뚜껑을 여는 순간, 은은한 향이 스쳤다. 계연수의 몸에 배어 있던 그 향이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두루마리를 펼쳤다.화폭이 드러나는 순간, 눈길이 잠시 멎었다.섬세한 공필(工筆). 궁중 화원이라 해도 쉽사리 흉내 내지 못할 솜씨였다.그의 시선은 곧 상자 위에 얹힌 편지로 옮겨졌다. 그림을 다시 말아 넣고 종이를 펼쳤다.글은 짧았다. 몇 줄 읽지 않아 마지막의 ‘진중’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등불이 흔들렸다.그의 손끝이 서서히 힘을 주자 종이가 구겨졌다.심서준은 고개를 들어 문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문하는 그 엄숙한 눈빛에 움찔했다.“아가씨께서 오전에는 고씨 댁에 들르셨고 오후에는 어머님과 법화시로 가셨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오늘은 절에 묵으신다 합니다.”심서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는 휘장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요란한 빗소리 속에서 그는 한동안 말없이 밤을 응시했다.계연수가 떠난다.지금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그는 또렷이

  • 주문춘귀   제355화

    떠날 즈음엔 이미 한낮이 훌쩍 지나 있었다.고씨 노부인은 계연수와 고씨가 절에 들러 기도를 올린다 하자 더 붙잡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잠시 하늘이 개었다. 모녀는 먼저 집에 들렀다가 그 뒤 법화시로 향했다.마차 안에서 계연수가 용춘에게 물었다.“그림은 전해 두었느냐?”용춘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옆집 문간에 맡겨 두었습니다. 심 대인께서 돌아오시면 바로 전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계연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 더는 묻지 않았다.오늘 법화시는 한산한 편이었다.이들이 기도를 드리러 온 까닭은 단 하나, 앞길이 순탄하길, 이후의 삶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계연수의 아버지는 평소 신불을 믿지 않았고 그녀 또한 크게 의지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세 번 머리를 조아렸다. 내일 길이 막힘없이 이어지기를, 지난번처럼 뜻밖의 변고가 없기를, 도적이나 유랑 무리 없이 무사히 휘안현에 닿기를, 그곳에 가서도 지나치게 험난하지 않기를.기도를 마친 뒤에는 어머니와 함께 법사를 찾아가 관음부와 오뢰부를 하나씩 받아 몸에 지녔다. 고씨는 더 정성을 들이고 싶다며 절에서 저녁 공양까지 하고 가자고 했다.계연수는 어머니가 이런 것에 마음을 두는 걸 알았기에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식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가느다란 비였는데 공양을 마치고 나오자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이런 날씨로는 더는 길을 나설 수 없었다.결국 절에 하룻밤 묵고 이튿날 새벽 날이 밝으면 떠나기로 했다.*그 무렵, 심서준은 형부에서 막 나오는 길이었다.형부 대청 앞에 서자, 형부상서와 대리시경이 나란히 따라섰다.군호(軍戶)들의 횡령 사건이었다. 주부 동지와 결탁해 뇌물을 주고받았고 위진무사까지 얽혔다. 심지어 위지휘사도 연루되어 서로 책임을 미루며 물고 늘어졌다.금의군이 관련된 자들을 모두 압송해 경성으로 들여왔고 심문은 거의 끝나 있었다. 마지막 형량을

  • 주문춘귀   제119화

    계연수는 노부인이 겨울에 들어 두통을 자주 호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토끼털로 손수 만든 귀마개를 가지고 찾아왔다.그녀를 본 사씨 노부인은 반가워하며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노인은 자세히 그녀를 훑어보았다. 연녹색 바탕에 탐스러운 모란꽃을 수놓은 비단치마에 단아한 자태로 앉아 있는 모습은 노인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노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안색이 좋아 보이는 걸 보니 나도 안심이구나. 어제 심씨 저택에 초대장을 보냈다. 네가 다 나으면 같이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그 댁의 노부인은 설명절 때문에

  • 주문춘귀   제125화

    “앞으로 서로 남남처럼 지내면 됩니다. 누가 물어봐도 절대 사씨 가문에 대하여 안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나으리의 출셋길에 방해가 되는 일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정중히 사옥현에게 예를 행했다.“시집온지 3년동안 후사를 보지 못한 것은 부덕한 제 탓이니, 더 이상 이 집에 남아 있을 체면이 없습니다. 이는 사씨 가문의 잘못도 아니고 나으리의 잘못도 아닙니다.”“모두가 웃을 수 있기 위해서는 저희가 갈라서야 한다고 봅니다.”노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연수야, 왜 그런 바보 같은….”

  • 주문춘귀   제124화

    계연수는 고개를 돌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대체 사옥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노부인의 뜻은 명확했다. 노부인은 여전히 그녀와 사옥현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었다. 가슴에 묻어둔 말을 이제는 꺼낼 때가 온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노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3년 전 나으리와 혼례를 올리고 그분의 부인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한 번도 그분을 원망한 적 없습니다. 애초에 제가 혼서를 들고 찾아왔을 때,

  • 주문춘귀   제120화

    잔뜩 화가 난 노부인의 모습을 보고 어멈들이 다가와 위로했다.그러나 아무도 이명청을 두둔하지 않았다.서원에서 뛰쳐나온 것도 모자라 노부인께 문안도 드리지 않고 대문 밖에서 울고 있으니, 담 밖에 지나가던 사람이 들으면 이 집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줄 오해할지도 모른다.그러니 노부인이 어찌 화가 안 나겠는가.두 남매는 사씨 가문 자제도 아니고 큰 부인의 친척으로서 노부인을 공경해도 모자랄 판에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었다.‘서원에서 대체 뭘 배웠길래 어린 나이에 못된 수작만 배웠구나!’계연수는 조용히 창밖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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