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멍해졌다. 온 몇몇 사람은 그녀의 보디가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보디가드들도 금방 나와서 상황파악이 안 되었다. 유성혁을 때린 사람들 가운데 우두머리는 박민정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사모님, 놀라셨죠?”그가 자기보고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박민정은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남준 씨 사람들이에요?”“네.”말을 마치고 그들은 마대에 든 유성혁을 들고 떠났다.박민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유 대표님한테로 갑니다.”박민정도 마침 한가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요.”이 말을 듣고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박민정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요, 전 남준 씨 보러 간 거로 치죠. 남준 씨도 저보고 매일 가도 된다고 했어요.”박민정의 말을 듣고서야 그들은 겨우 승낙했다.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인지 그들은 뒷문으로 들어가고 박민정은 정문으로 들어갔다.30분 후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유성혁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누가 감히 날 때려?”그는 머리를 만지며 주위를 살폈는데 가장 먼저 멀지 않은 곳에서 먹고 있는 박민정이 보였다.“너냐? 이 망할 년아, 감히 나를 때려?”유성혁은 일어나 박민정을 향해 돌진하려고 했다.하지만 박민정 앞에 가기도 전에 짙은 색 슈트를 입은 몇몇 남자들이 그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냈다.그는 양옆을 보고 나서 여기에 보디가드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성혁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겁이 났다.“민정아, 뭐 하려는 거야?”박민정은 그가 돌변하는 것이 너무 웃겼다.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저는 그냥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방금 저를 때리려고 하지 않았어요?”유성혁은 박민정이 사람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다. “함부로 굴지 마. 난 유남준의 사촌 형이야. 유씨 가문 사람들이 이 일을 알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박민정은 아무 반응 없이 묵묵히 듣고 있었다.유성혁은 죽는 게 무서워서 말했다. “1000억도 필요 없어, 너 다
보디가드가 공손한 자세를 하고 대답했다. “총 128마리를 키우는데 별로 신경은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 떠들어서 고소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입니다.”“그렇게 무책임하다고? 그냥 개 먹이로 줘.”유남준이 무심코 말했다.“네.”보디가드는 즉시 유성혁을 향해 걸어갔다.유성혁은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남준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내가 진짜 파렴치한 놈이야. 앞으로 제수씨한테 진짜 잘할게.”그는 말하면서 자신의 뺨을 때렸다.그는 유남준이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번에 얼어 죽을 뻔했을 때도 유명훈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이번에는 자기도 지금 어디로 끌려왔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유명훈이 구하러 오는 것을 바라지 못한다.박민정도 유남준이 이런 수단을 생각해 낼 줄은 몰랐다. 그녀는 가서 말리려고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유성혁 같은 파렴치한 사람한테 마음이 약해질 필요가 없었다.유남준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유성혁은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완전히 기절한 상태로 떠났다.유성혁을 처리한 후, 유남준은 부하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는 아직 유남우가 자신이 병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보디가드들이 떠난 후 방 안에는 박민정과 유남준 두 사람만 남았다.그는 박민정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볼이 불룩해서 먹는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만졌다.박민정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어서 뒤로 피했다. “뭐에요? 또 이러기에요?”유남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바로 손을 뗐다.역시 아직 자기가 싫어서 얼굴 한 번 만지는 것도 안 되는 거로 생각했다. “어제 유성혁을 혼내주겠다고 한 게 일자리를 잃게 하고 이름을 더럽히는 거였어?”유남준은 평소와 같이 침착한 모습을 되찾았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죠.”“그래도 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마.”유남준은
서다희도 듣자니 머리가 아파 났다. 여자의 마음은 참 헤아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해하면…“대표님, 사모님이 대표님한테 무슨 죄송한 일이라도 하셨나요?”그리고 바로 저쪽에서 전화를 끊었다.서다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고 나서 어이없어했다.유남준이 지금 마음이 너무 여린 게 아닌가 생각했다. 말해도 안 들을 거면서 왜 자기한테 묻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서다희가 막 잠을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자 한 통이 왔다. 누군가가 그에게 2억을 송금했다는 문자였다. “장난해? 사기인가?”그가 혼잣말할 때, 방성원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네 여자친구에게 물어봐. 설인하란 내 딸은 어떻게 되었는지, 2억은 팁이야.”서다희는 금방 민수아와 전화를 다 했는데 돈이 들어온 것을 보고 바로 다시 민수아를 찾아갔다.계속 설인하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설인하는 요즘 잘 지내고 있고 몸도 빨리 회복되었고 아이도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민수아는 의아해했다. “왜 그렇게 인하 씨랑 그 사람 딸한테 관심이 많은 거야?”“그냥 물어보는 거지. 자기야, 우리 설날 때 결혼하자. 나도 빨리 딸이 있었으면 좋겠어.”“누가 낳아준대?”민수아는 수줍어하며 전화를 끊었다.방성원은 서다희가 전화하는 것을 자정까지 기다려서야 설인하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지금 박민정이 옛 저택에 갔으니 설인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웠다. 그는 지금 설인하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른다.박민정은 박씨 가문 옛 저택에 살지 않지만 자기 전에 영상통화를 한다.설인하는 이미 마음대로 걸을 수 있고 몸도 회복되었다. 가끔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그녀는 지금 일에 매우 관심이 있다. 산후조리를 잘하지 못하면 후유증을 남길까 봐 걱정돼서 그러지, 지금 당장 나가서 일을 찾고 싶어한다.“인하 씨,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 정말 일자리가 필요하면 서연이 일을 도와도 됐고요.”박
함미현은 자기 남편을 생각했다. 정수미의 도움으로 평범한 프로그래머에서 회사 사장이 되었다.정수미가 말했다. “미현아, 너도 출근하고 싶으면 엄마가 회사 하나 맡겨줄게.”이건 정말 함미현에게 있어서 너무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윤소현이 너무 인색해서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정수미를 거절하라고 했다.함미현은 윤소현이 너무 미웠다. 그녀가 자신의 약점을 잡지 않았다면 자기는 정수미의 친딸이 될 것이다. 그러면 회사 하나는 물론, 정씨 가문도 자기 것이 되는 셈이다.“엄마, 여기 엄청나게 커. 공원 같아. 심지어 공원보다 더 예뻐.”동하는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그의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을 보고 도우미들은 하나같이 눈총을 쏘았다. 이들의 경멸하는 시선을 단번에 본 정수미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너희들은 얼마나 잘났는데? 동하는 나의 친 외손자야. 너희가 내 외손자를 무시할 자격이 있어?”그들은 좀 당황했다. 그들은 이 아이가 정수미 부하의 아이인 줄 알았다. 정수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으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정 대표님.”이들은 바로 정수미에게 사과했다.고영란이 전에 당부한 적이 있다. 절대 정씨 가문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유씨 가문의 시중을 드는 것보다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었다.정수미는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집사는 어디 있어?”곧 집사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정 대표님.”“이 사람들 너무 거슬려.”“네, 바로 내보내겠습니다.”집사는 도우미들처럼 뭐를 모르지 않는다.1분도 안 돼서 방금 동하를 업신여기던 사람들을 해고했다. 함미현의 손을 잡고 있던 동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엄마, 외할머니께서 왜 화를 내시는 거야?”함미현은 어렸을 때부터 억울함을 참았어야 했다. 그녀는 이제야 강한 엄마가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요즘 그녀는 친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정씨 가문에서 너무 잘 지낸 탓인지 친엄마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 씨지 않았다.정수미는 동하한
“사돈, 이분이 금방 만난 친딸 맞죠? 정말 닮았네요.”고영란이 본의 아니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정수미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전에 그녀는 원수가 찾아와 복수할까 봐 무서워서 성형했었다. 함미현은 지금의 자신을 닮지 않는 게 맞다.“미현아, 이분은 영란 이모야. 네 언니 미래의 시어머니셔.”함미현은 정수미의 소개로 고영란을 바라보았다. 비록 오십이 넘었지만 보기에 겨우 삼사십 세밖에 안 돼 보였다. 매우 예쁘게 꾸며서 그녀 옆에 서 있는 자신이 마치 미운 오리 새끼 같았다.“안녕하세요.”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리고 동하를 불렀다. “동하야, 할머니라고 불러야지.”동하는 낯선 곳에 와서 아직 적응되지 않았다. 그는 고영란을 쳐다보다가 민망해서 엄마 뒤에 숨었다.정수미가 말했다. “제 외손자예요. 딸과 함께 금방 제 곁에 왔어요. 아직 낯가림이 좀 심한데 신경 쓰지 마세요.”“그럴 리가요.”고영란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러자 박민정이 앞으로 나섰다. “정 대표님, 미현 씨, 제가 사람을 시켜서 쉬는 곳까지 안내하라고 했어요. 방은 다 마련됐으니 좀 쉬었다가 우리 엄마와 결혼 얘기를 하시는 게 어때요?”정수미는 박민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의 두 딸이 모두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는 박민정을 무시하고 고영란한테 말했다. “그럼 가서 좀 쉴게요.”“네, 그러세요.”몇 사람이 떠나자 고영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름이 아니라, 정수미의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 그녀가 눌리는 느낌이었다.하긴 고영란은 몇 년 동안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정수미는 지금 지엔 그룹의 회장이니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꽤 컸다.“민정아, 어떻게 함미현한테 미움을 산 거야? 단지 지난번 그 작은 일뿐이야?”고영란은 좀 의아해했다. 정수미는 지난번의 작은 오해에 뒤끝이 있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박민정은 당연히 그녀에게 윤소현 책임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정 대표와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윤소현은 계산해보았다. 정씨 가문의 거액 혼수에 아버지 윤석후한테 가서 좀 더 달라고 하면 그녀는 가슴을 쭉 펴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모든 얘기를 끝나고 윤소현은 함미현이랑 불러서 함께 유씨 가문을 둘러보자고 제안했다.“그래, 너희들 가서 둘러 봐. 나는 좀 쉬어야겠어.”정수미는 윤소현이 함미현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윤소현과 함미현은 친자매와 다름없이 친하기 때문이다. 함미현도 자기한테 윤소현의 미담을 자주 꺼낸다.밖에 도착하자마자 윤소현의 본성이 드러났다. “함미현, 네 아들을 다른 사람보고 잠시 돌보라고 해. 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알겠어요.”함미현은 마치 그녀의 종과 같았다.그녀는 동하를 달래서 도우미를 따라 놀라고 한 다음 윤소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함미현, 너도 알다시피 난 곧 결혼해. 근데 박민정이 너무 거슬려. 요 며칠 유씨 가문에서 있는데 박민정도 있어. 엄마 앞에서 박민정에 대한 험담을 많이 해야겠어, 알겠어?”이 말을 들은 함미현은 잠시 망설였다.“소현 씨, 그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아무 이유 없이 민정 씨의 험담을 할 수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우리도 알다시피 민정 씨야말로...”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소현은 손을 들어 뺨을 한 대 갈겼다.“너 죽고 싶어?”함미현은 맞아서 얼굴이 화끈했다.윤소현이 차갑게 말했다. “내가 말하는데, 엄마는 주변 사람들한테만 마음이 약하고 말이 잘 통해. 그녀를 배신하거나 속인 사람은 죽는 길밖에 없어.”함미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죄송합니다.”“앞으로 그런 말 좀 하지 마, 짜증 나게.”윤소현은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박민정의 험담을 하기 싫으면 지어내서 말해. 이런 건 좀 혼자 알아서 하고. 일일이 가르치게 하지 마.”“네.”함미현은 고개를 숙여 사나운 눈빛을 감추었다.그녀는 지금 윤소현이 그냥 죽기를 바랬다. 그러면 자신은 정수미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들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동하는 선천성 당뇨병이 있어서 유지훈의 상대가 아니다. 그는 땅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그를 데리고 나온 도우미는 순간 당황했다.“동하 도련님, 괜찮으세요?”유지훈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병신아, 그러고도 감히 나를 노려봐? 메롱.”그를 책임지는 가정부가 달려왔다. “도련님, 왜 밀었어요?”“내가 왜 못 밀어? 여긴 내 집이야, 내 구역이라고.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넌 그냥 가정부야! 지금 나를 나무라는 거야? 내가 너를 저를 수도 있어!”유지훈은 자신의 가정부에게 심한 말로 쏘아 붙었다.이런 아이를 상대로 가정부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한두 살 때 그렇게 귀여웠던 유지훈이 이렇게 됐다니 너무 실망이었다.동하를 돌보던 도우미가 가정부에게 얼른 유지훈을 데려가라는 눈치를 주었다. 정씨 가문 사람들이 보면 큰일 날 것이다. 오늘 정씨 가문 사람들이 와서 동하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던 도우미들을 다 해고하게 한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분명히 난리 날 것이다. 자기들도 덩달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지훈 도련님, 그런 뜻이 아닙니다. 먼저 돌아가시죠.”가정부도 상황파악을 해서 목소리를 낮춰 유지훈을 달랬다.가정부의 약한 모습을 보고 유지훈은 더욱 분수 넘치게 행동했다.그는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놓고 일부러 울음을 그치지 않는 동하를 바라보았다.“난 안가, 이 울보 좀 더 봐야겠어.”그는 매일 집에서 너무 심심했다. 어렵게 이런 즐거움을 찾았는데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정부는 더욱 난처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유지훈을 강제로 데리고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유지훈은 동하를 향해 걸어갔다. “울긴 왜 울어, 너 엄청 사납잖아? 계속 째려봐야지!”“넌 나쁜 아이야. 지금 당장 우리 외할머니한테 가서 너를 내쫓으라고 할 거야!”동하는 바로 땅에서 일어나 정수미한테 가서 일러바치려 했다.도우미는 겁이 나서 그를 가로막았다. “동하 도련님, 제발
박윤우는 그쪽으로 보았다. 알고 보니 또 유지훈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었다.“너무하네.”박윤우는 유지훈이 괴롭히는 아이를 보았는데 유지훈보다 훨씬 마르고 연약한 아이였다.계속 이렇게 때리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는 라이브를 끄고는 유지훈을 향해 걸어갔다.“유지훈, 뭐 하는 거야?”익숙한 목소리에 유지훈은 어리둥절했다.두 아이를 돌보는 도우미는 박윤우를 보니 더욱 머리가 아팠다. 박윤우와 유지훈도 유난히 갈등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이 세 아이가 싸운다면 정말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유지훈은 동하를 풀어주고 대답했다. “봤잖아, 내가 얘를 때리고 있는데? 이 울보가 방금 나를 째려봤다고.” 지금의 유지훈은 박예찬의 말을 잘 들어야 해서 당연히 박윤우한테도 함부로 할 수 없다.박윤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너 미쳤지? 널 한번 봤다고 지금 이렇게 때리는 거야?”유지훈은 말문이 막혔다. “때리면 안 되는 건가?”“안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거지. 널 째려보는 건지 아니면 원래 눈을 그렇게 뜨는 건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윤우가 또 말했다.그의 말을 듣고 유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동하는 누군가가 와서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박윤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박윤우가 유지훈보다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피부는 하얗고 까만 눈동자는 보석처럼 반짝였는데 마치 동화에서 나오는 어린 왕자 같았다.그는 구원자를 만난 듯 박윤우의 등 뒤로 숨었다.“나를 구해준 것을 꼭 외할머니께 말씀 드릴 거야. 외할머니께서 분명히 큰 상을 내려주실 거야.”박윤우는 그에게 괜찮다고 눈짓을 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봤으니 됐어. 난 절대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아.”그리고 그는 또 유지훈에게 말했다. “유지훈, 네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우리 형한테 말해볼까?”박예찬의 이름을 듣고 유지훈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됐어. 다시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