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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5화

Author: 윤지
연지석의 말에 박민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가 그런 말을 했던 건 사실이다. 줄곧 마음에 없는 상대에게 희망을 주면 안 된다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그건 낯선 사람을 상대로 말한 건 아닌데. 그 여자와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는데 좀 더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적어도 돈을 그렇게 허비하지 않도록 말이야.’

“됐어. 그래 네 말 맞아.”

박민정이 말했다.

연지석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우리 계속해.”

그는 아무 일도 없듯이 방금 그 여성이 떠난 자리에 앉더니 순식간에 그녀가 잃어버린 게임 코인을 전부 되찾아왔다.

박민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조하랑이 인형으로 가득 찬 큰 봉투 여러 개를 어깨에 걸치고 나타났다.

그 많은 인형을 들고 오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소리쳤다.

“와, 저 이모가 인형을 저렇게나 많이 잡았어요! 대박이에요!”

아이들은 조하랑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녀가 게임 코인을 산더미처럼 쏟아부은 결과였다.

자신을 칭찬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조하랑은 기쁨에 겨워 봉투를 열며 말했다.

“자, 마음에 드는 거 골라 가!”

오락실에 있던 아이들은 하나둘 모여들어 줄을 지어 신나게 인형을 받아 갔다.

오락실 사장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대로라면 진짜로 적자 날 판이었다.

조하랑은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준 후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저기 기계에 인형을 다시 채워주세요. 저 더 잡을 거예요.”

오락실 사장은 억지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은 곧바로 직원에게 재고 보충을 지시했다.

조하랑은 다시 인형 뽑기에 열중했다.

한편 설인하는 여전히 자신이 한 번도 못 잡은 그 특정 인형만을 노리며 미친 듯이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고 민수아는 여러 게임기 사이를 옮겨 다니며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박민정은 여전히 연지석의 옆자리에 앉아 게임을 이어갔다.

연지석이 곁에 있는 한 그녀는 게임 코인이 떨어질 걱정 없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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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민수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서다희는 유남준의 직속 부하였고 그가 휴가까지 내고 자신을 마중 나왔지만 유남준이박민정을 마중하지 않는다는 건 말하기 미묘한 상황이었다.민수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눈앞에 멈춘 고급 세단을 바라보며 박민정의 운전기사가 온 줄 알고 다가가지 않았다.그러나 차창이 내려가며 유남준의 얼굴이 드러났다.박민정은 그를 보고 의아해했다.“왜 왔어요?”“너 마중 왔어.”유남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차에서 내려 손을 뻗어 박민정의 짐을 자연스럽게 넘겨받았다.“바쁠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박민정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소녀가 아니었기에 남자 친구의 마중을 기대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오직 유남준이 회사를 잘 운영해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었다.“마중 정도는 시간 낼 수 있지.”말을 마친 유남준은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민수아에게 시선을 돌렸다.“서 비서는 아직 안 왔어요?”민수아가 고개를 저었다.“아직이요.”“그 자식이 나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왜 나보다 늦는 거지?”중얼거리듯 말한 유남준은 뒤이어 오는 차량을 힐끔 쳐다보았다.“같은 길인데, 왜 이렇게 느린 건지.”민수아 역시 그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아마 운전 실력이 유 대표님보다 못해서 그런가 봐요. 괜찮아요, 유 대표님과 민정이는 먼저 가세요. 제가 여기서 기다릴게요.”“알겠어요.”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민정과 함께 차에 탔다.차가 출발하자 박민정은 백미러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민수아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아까 왜 서 비서님이 남준 씨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늦다고 했어요?”유남준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누가 서 비서더러 나를 질투 한다고 놀리래?”박민정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이어서 물었다.“그러니까...”“서 비서가 나보다 늦게 출발했어.”유남준이 대답했다.박민정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일부러 수아를 속인 거였어?’민수아의 성격에 서다희가 느릿느릿 오는 걸 보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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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18화

    박민정은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여기서 시간을 끌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도망칠 방법도 없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샤워를 마친 척 몸에 목욕가운을 두르고 문을 열었다.유남우는 그녀의 몸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스캔했다.박민정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분명 유남준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예전에 유남우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현재 모든 것이 변했다.“민정아, 진작에 널 가지지 못한 게 한스러워.”유남우가 다가오려 하는 순간 박민정은 한 걸음 물러섰다.“남우 씨도 샤워 좀 하시는 게 어때요?”유남우는 걸음을 멈추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장난해? 내가 샤워하는 사이에 도망치려는 작전이지?”이를 들은 박민정은 미소를 지었다.“싫으시다면 말고요. 그냥 한번 물어본 것뿐이에요.”그녀가 적극적으로 유남우에게 다가갔다.“정말 저를 아직도 좋아하는 거예요? 저를 얻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하실 수 있나요? 주영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해 본 적이 있어요?”유남우는 그녀의 시선에 마음이 허탈해졌다.표정 하나 흐트러짐 없이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민정은 마음을 가다듬고 와인이 놓인 테이블 쪽으로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쨍그랑!”깨진 유리잔의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졌다.박민정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유남우에게 겨눴다.“다가오지 마요!”박민정은 병목 부분을 꽉 움켜쥐었다.“정말로 죽여버릴 거예요.”유남우는 이미 그녀가 거부할 것이란걸 예상하였다.그는 두려워하지 않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섰다.“그래? 어디 한번 찔러봐.”박민정이 내민 병 조각이 유남우의 목덜미를 스쳤다.수척한 피부는 쉽게 찢어져 핏방울이 맺혔다.그는 숨을 들이쉬었다.“민정아, 넌 정말 내 예상을 뛰어넘어.”평소에 남과 다툰 적조차 없었던 그녀에게 이 같은 폭력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그녀는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제발 다가오지 마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17화

    유남우가 박민정을 감싸고 있던 팔이 확 굳어버렸다.그 변화를 느낀 박민정이 말을 이었다.“소현이와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전 주영 씨가 남우 씨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제삼자인 저도 눈치챘는데, 남우 씨는 몰랐다는 거예요?”유남우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박민정은 그의 속내를 어렴풋이 읽었다.“이미 알고 있었죠? 그때는 그냥 모른 척한 거죠.”속내가 들통난 유남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민정은 이를 보며 차갑게 비웃었다.“역시 제 예상이 맞았군요. 전에는 주영 씨의 마음을 외면하더니, 이제 다른 사람과 결혼하자, 마음이 변했다고 하는 거예요?”“예전에는 제가 사람을 잘못 알아봐서 남우 씨에게 상처를 줬을지 몰라도, 주영 씨는 남우 씨에게 잘못한 게 없잖아요.”유남우는 목구멍이 살짝 움찔했다.박민정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면서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민정아, 전에는 네가 말을 이렇게 잘한다는 걸 왜 몰랐을까?”그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목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내뿜었다.박민정은 소름이 끼쳤다.“남우 씨, 이러지 마세요.”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내려왔다.“뭘 이러지 말라는 건데?”박민정은 이를 악물었다.유남우는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걸 알아? 지금 후회되는 게 있어. 왜 그렇게 온화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는지. 그래서 내 사랑을 끝내 가질 수 없었어.”박민정은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너를 원해!”유남우가 말했다.“내가 이토록 오래 널 사랑했는데, 정작 너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게 말이 돼?”유남우의 눈빛이 사나워졌다.“오늘 연지석 씨랑 재미있게 놀았지? 예전에 단둘이 있을 때부터 이미 연지석 씨의 사람이었지?”“말도 안 돼요!”박민정이 소리쳤다.“내가 틀린 말 했어? 오해하고 있었던 거야?”“저랑 지석이는 그냥 친구예요. 친구로서 지켜야 할 선을 절대 넘지 않았어요.”박민정은 모멸감에 얼굴이 붉어졌다.유남우는 잠시 침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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