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그녀가 자리에 돌아가서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수아가 흥이 가득 찬 표정으로 달렸왔다.“민정아, 그거 알아? 주주들이 유 대표님이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모두 앞다투어 찬성했어.”민수아는 마음속으로 유남준을 존경했다. 다른 말 필요 없이 그의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모든 것이 해결되니 말이다. “그럴 줄 알았어.”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남준을 보았다.“처음부터 남준 씨가 결정한 프로젝트라고 했으면 곧바로 통과되었을 거야.”그 순간 박민정은 마음속으로 자신은 언제면 유남준처럼 이름 세글자로 모든 사람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때마침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고 박민호인 걸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박민정은 박민호가 갑자기 왜 연락을 하는지 의아해하며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누나, 지금 바빠?”“일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야?”“별거 아니고 내가 최근에 과일 가게를 오픈한 거 알지? 누나한테 제철 과일을 보냈으니 먹어봐. 제일 좋은 것으로 보냈어.”박민정이 서둘러 거절했다.“괜찮아. 과일은 내가 필요한 만큼 사 먹으면 되니까 특별히 보내지 않아도 돼.”전에 당한 적이 많기 때문에 어쩐지 박민호라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 같아서 그의 물건을 받고 싶지 않았다.“내 마음이니까 받아. 그리고 누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이미 출발했어. 지금쯤이면 회사에 도착할 거야.”박민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먼저 얘기하면 거절당할 줄 알고 먼저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박민정은 박민호가 이어서 무슨 부탁을 할지 기다렸다.“그럼 일해. 먹어보고 맛있으면 얘기해줘. 나중에 또 보내줄게.”말을 마친 박민호는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박민정의 의아해하고 있을 때 프런트 직원이 과일이 도착했다고 전화했다.“내가 가서 가져올게.”민수아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부탁해.”민수아는 신속하게 로비로
유남준이 주방 정리를 하면서 말했다.“나 이제 괜찮아. 같이 갈 거야.”박민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남준 씨, 요즘 왜 그래요?”유남준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괜찮아. 아마 휴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그의 동문서답에 박민정은 조금 화가 났다.“지금 그 얘기 하는 거 아니잖아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남준은 진짜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민정아, 나는 그냥 당신과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유남준의 부드러운 말투를 들으며 박민정은 어젯밤 열이 날 때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남준 씨, 서방님 그 일은 사고일 뿐이에요. 나 이제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알았어.”유남준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그는 말로만 알겠다고 하고는 박민정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따라 나갔다.박민정은 하는 수 없이 유남준과 같이 출근했다.회사 직원들은 이제 두 사람이 함께 출근하는 모습에 익숙했고 모두 부러워했는데 박민정은 개의치 않았다.유남준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박민정의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는 마치 지엔 그룹의 직원인 듯했는데 외부 사람들이 봤을 때 아무도 그를 글로벌 그룹의 대표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대표님, 어제 승인한 프로젝트를 주주들이 부결했어.”민수아가 어젯밤에 잘 자지 못했는지 다크써클이 심한 얼굴로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며 말했다.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유가 뭐야?”“이 근처에 상가가 많아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했어.”박민정이 다급한 마음에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이 프로젝트 근처에 지하철이 개통될 거라는 얘기 안 했어?”“당연히 했지. 그런데 주주들은 그건 헛소문일 뿐이라고 안 믿어.”민수아는 답답해하며 설인하가 있었으면 반드시 주주들을 혼내줬을 거라고 생각했다.박민정이 옆에 있는 유남준을 힐끗 보고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IM 그룹과 협력하는 거라고 얘기해. 그리고 남준 씨가 지하철이 개통되는 것을 도
박민정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가정 의사에게 유남준을 부탁했다.의사가 치료하는 동안에도 유남준은 계속 중얼거렸다.“민정아, 이번에는 내가 꼭 지켜줄게. 절대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그의 말을 듣고있던 박민정은 마음이 아팠다.유남준이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던 이유가 바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알았어요. 나 지금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요.”박민정의 말을 알아들은 듯 유남준은 더 이상 중얼대지 않았다.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가정 의사가 쑥스러웠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사모님, 해열제를 투입했으니 대표님은 이제 곧 괜찮아지실 겁니다.”박민정은 그제야 안심했다.“너무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서 죄송해요.”“괜찮습니다.”가정 의사가 떠나고 박민정이 유남준의 이마에 손을 올렸는데 열이 많이 내린 것 같았다.그녀가 손을 거두려는 찰나에 유남준의 손에 잡혔는데 그는 간신히 눈을 뜨고 놀란 표정을 지은 박민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민정아.”“깼어요?”유남준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상태로 박민정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나 왜 이래?”“열이 나고 계속 이상한 말만 했어요."박민정의 말을 듣고 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이렇게 머리가 아프구나.”박민정은 마음이 아팠다.“이제 열이 많이 내려갔으니 괜찮아질 거예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더 자요.”그녀도 힘들어서 한잠 더 자야 했다.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당겨 품에 꼭 껴안았다.“이렇게 안고 자자.”박민정은 너무 졸려서 거부하지 않고 유남준이 하자는 대로 했다.시간이 흘러 박민정이 눈을 다시 떴을 때는 해가 중천이었다.그녀가 서둘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11시였다.“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박민정은 말하면서 옆에 있을 유남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왜 깨우지 않았어요?”그런데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유남준은 자리에 없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침실 밖으로 갔더니 유
“너 숙제는 다 했어?”박윤우는 입을 삐쭉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박민정이 유남준을 노려보았다.“말투가 왜 그래요? 애들한테 좀 부드럽게 얘기해요.”유남준은 억울했다.“애들이 내 말투에 상처받을 것 같아?”박윤우와 박예찬은 유남준의 아들이어서 쉽게 상처받는 스타일이 아니다.박민정이 계속 얘기하기 귀찮은 듯 욕실로 들어갔다.그러자 유남준도 따라가더니 욕실 문 앞에서 꼼짝하지 않고 기다렸다.박민정이 나오다가 그를 보고 물었다.“왜 여기에 있어요?”“그냥 걸어 다니다가 마침 여기에 온 거야.”유남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박민정은 왠지 살짝 무서웠다.“요즘 왜 그래요? 왜 매일 나만 쫓아다니는 거예요? 너무 그러니까 이상해요.”유남준은 박민정이 싫어하는 건 알지만 조금만 소홀하면 박민정이 또 다칠 것 같아서 불안했다.“알았어. 안 그럴게. 먼저 올라가서 자. 나는 씻고 올라갈게.”박민정은 그제야 방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누웠다.많이 피곤했는지 그녀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유남준은 샤워를 어찌나 빨리했는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박민정의 옆으로 가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박민정이 불편했는지 몸을 살짝 비틀며 유남준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더 가까이 끌려갔다.“이렇게 자면 불편해요.”박민정의 말에 유남준은 아쉬워하며 힘을 풀었다.“알았어. 자.”박민정이 품에서 멀어지자 그는 마음이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몽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박민정이 끌려가는 걸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민정아, 민정아!”유남준이 꿈속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곤히 자고 있던 박민정은 그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눈을 뜨고 물었다.“왜요?”그녀의 물음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박민정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눈을 비비며 유남준을 보았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는 땀범벅이었다.“남준 씨, 왜 나를 불렀
“남준 오빠, 민정 언니.”멀리서 유주아가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서서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유남준과 박민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당당하게 이쪽으로 걸어왔다.“일 있어?”유남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유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나 민정 언니랑 얘기 나눠도 돼?”또 한 명의 아내를 뺏으려는 자가 나타나자 유남준의 기분은 확 나빠졌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민정아, 빨리 얘기 끝내고 돌아와.”“알았어요, 알았어요.”박민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유남준, 이 사람은 정말 껌딱지처럼 달라붙네.’유남준이 떠나자 박민정은 유주아를 한적한 곳으로 불러내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요?”“민정 언니, 저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유주아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제가 재민 씨를 선택한 게 정말 옳은 결정이었을까요?”박민정은 사랑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이런 질문에는 대체 어떻게 답해야 할까...’“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박민정은 부드럽게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유주아는 눈가를 붉히며 말을 이었다.“요즘 재민 씨가 정말 바쁜 것 같아요, 무리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미안하고요. 사실은 좀 더 여유롭게 살 수도 있는데... 저를 선택한 탓에 이렇게 힘들어졌어요. 우리 부모님께서 그에게 높은 기대를 하시니까 지금 고생하고 있는 거잖아요.”박민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뭐 대수라고, 그냥 이 일이었던 거야?’“주아 씨, 엄마가 되어보니 말인데요. 부모라는 건 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법이에요. 주아 씨 부모님께서 재민 씨가 출세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걸 알아요? 어떤 부모도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아요.”유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요. 하지만...”“주아 씨는 왜 이렇게 주저하는 거예요? 예전엔 재민 씨에게 홀딱 반해 꼭 이 사람과 살겠다던 그 패기는
민수아는 자신이 유남준에게 넘긴 업무가 결국 자기 남편에게 떠넘겨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수아야, 미안해. 오늘 야근이라 퇴근 때 마중 못 갈 것 같아. 혼자 집에 가서 기다려줘.”서다희는 사무실에서 낮은 목소리로 전화했다.민수아는 눈살을 찌푸렸다.“또 야근이야? 요즘 매일 야근이잖아. 회사가 그렇게 바쁜 거야?”“어, 대표님이 매일 너희 회사에 출근하시니까 내 업무량이 두 배로 늘었어.”서다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순간 민수아는 마음이 서늘해졌다.“그럼 어떻게 해? 나는 오늘 다희 너랑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단 말이야.”“조금만 참아봐,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민수아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박민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서 비서님이 또 마중 못 온대?”민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매일 야근에, 들어올 때면 거의 새벽이야.”“그래.”박민정이 그녀에게 물었다.“우리 차에 같이 타고 갈래?”민수아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됐어. 부부 사이에 끼어있는 불편한 신세는 되기 싫어.”유남준은 매일 박민정과 붙어 다녔다. 민수아는 그가 자신을 향해 질투 섞인 시선을 던지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민수아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요즘 우리 남편이 야근이 잦아진 건 유 대표님이 뒤에서 뭔가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지?’민수아의 단호한 태도를 본 박민정은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그때 마침 유남준도 사무실로 들어왔다.“민정아, 퇴근하자.”그는 사무실 안에 있는 민수아를 보고 일부러 물었다.“민 비서, 서 비서가 마중 오지 않았나요? 이렇게 늦게 혼자 귀가하시다니.”민수아는 불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다희는 오늘 야근해야 한대요.”솔직히 민수아는 어이가 없었다. 유 남준이 분명히 알고도 일부러 이렇게 묻는 건 자신을 열받게 하려는 게 분명했다.유남준은 민수아의 화난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일부러 말을 이었다.“그래요? 그런데 내가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