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프로젝트 참여를 수락한 지 일주일.송유지는 협력사 사무실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송유지 책임자님.”“네.”아직 그 호칭이 어색했다.유지는 괜히 펜을 한번 돌렸다.맞은편 담당자가 웃었다.“아직 적응 안 되셨어요?”“조금요.”“곧 익숙해질 겁니다.”“그럴까요.”“네. 어제 자료도 좋았어요.”“아…… 감사합니다.”짧게 웃었지만.속으로는 꽤 기뻤다.회의가 끝난 뒤.담당자가 말했다.“참.”“네?”“이번 프로젝트 중간 발표 때 인터뷰도 같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유지의 눈이 커졌다.“인터뷰요?”“네.”“또요?”“왜요.”“저 요즘 계속 앞으로 나가네요.”상대가 웃었다.“싫으세요?”유지는 잠깐 생각했다.“아니요.”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말했다.“해볼게요.”점심시간.유지는 도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회의실 명패.송유지 / 프로젝트 책임자곧바로 답장이 왔다.—잘 어울리네.유지가 피식 웃었다.—뭐가요.—이름 앞에 책임자 붙은 거.—부담스러운데.—좋아하면서.유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왜 자꾸 다 알아요?”—뭘.“저 좋아하는 거.”—티 나니까.“아.”—또 왜.“같이 살더니 너무 많이 알아.”도하가 웃었다.—늦었어.그날 저녁.유지가 집에 들어오자 거실 불은 켜져 있었는데.도하는 없었다.“어?”식탁 위에 메모 하나만 놓여 있었다.친구 잠깐 만나고 올게. 밥 먼저 먹어.유지는 잠깐 서 있었다.“아…….”처음이었다.같이 살기 시작한 뒤.집에 들어왔는데 도하가 없는 저녁.별일도 아닌데.조금 허전했다.유지는 냉장고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혼자 먹기 싫은데.”그러다 스스로 웃었다.“뭐야.”파견 때는 혼자 몇 달도 잘 지냈다.그런데 이제는 며칠 같이 살았다고.빈집이 바로 티가 났다.결국 유지가 먼저 라면을 끓였다.식탁에 앉아 한입 먹으려는데.휴대전화가 울렸다.도하였다.—밥 먹어?“응.”—뭐 먹어.“라면.”—또?“왜요.”—냉장고에
발표가 끝난 다음 날. 송유지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팀장이 손짓했다. “유지 씨.” “네?” “잠깐만.” 유지는 바로 방향을 틀었다. “왜요. 또 뭐 있어요?” 팀장이 피식 웃었다. “요즘 왜 이렇게 겁부터 먹어요.” “요즘 갑자기 부르면 다 뭔가 있어서요.” “이번에도 뭔가는 있어요.” “아…….” 유지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 팀장이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어제 발표 본 쪽에서 연락 왔어요.” 유지의 눈이 커졌다. “어디서요?” “협력사.” “왜요?” “유지 씨 데려가고 싶대요.” “……네?” - 유지는 한동안 서류만 봤다. “저를요?” “네.” “왜요?” “발표 잘했으니까.” “아니, 그래도 갑자기.” 팀장이 팔짱을 꼈다. “정식 이직 제안은 아니고.” 유지가 숨을 조금 내쉬었다. “아.” “대신 공동 프로젝트 책임자로 들어와 달래요.” “그게 더 무서운데요.” “왜.” “책임자라는 말이 계속 붙잖아요.” 팀장이 웃었다. “좋은 거예요.” 유지는 다시 서류를 봤다. 기간 석 달. 외부 협력 프로젝트. 기존 업무와 병행. 그리고 마지막 줄. 프로젝트 종료 후 정규 스카우트 협의 가능. 유지의 손이 멈췄다. “이거…….” “봤죠?” “네.” “당장 결정하라는 건 아니에요.” “언제까지요?” “다음 주.” 유지는 한숨처럼 웃었다. “또 다음 주네.” - 점심시간. 유지는 채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하 씨.” —응. “저 또 뭐 생겼어요.” —이번엔 뭔데. “저 데려가고 싶대요.” 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누가. “협력사.” —이직? “아직은 아니고.” 유지는 빠르게 설명했다. 프로젝트. 석 달. 책임자. 그리고 스카우트 가능성까지. 도하는 끝까지 조용히 들었다. 유지가 먼저 물었다. “왜 말이 없어요?” —생각 중. “뭘.” —네가 하고 싶은지. 유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걸
월요일 오전. 송유지는 출근하자마자 팀장에게 불려갔다. “유지 씨.” “네.” “잠깐 앉아요.” 유지가 의자를 당겼다. “왜요. 또 파견이에요?” 팀장이 웃었다. “파견 얘기만 나오면 이제 질색하겠네.” “아…… 그건 ..아니긴 한데요.” “이번엔 다른 거예요.” 팀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유지는 첫 줄을 읽다가 눈을 깜빡였다. 신규 프로젝트 실무 총괄 후보 — 송유지 “어?” “놀랐어요?” “저요?” “네.” 유지가 다시 서류를 봤다. “실무 담당이 아니라 총괄이요?” “그동안 평가가 좋았으니까.” “아…….”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 팀장이 말을 이었다. “회사 대표 사례로 외부 발표까지 나갈 수도 있어요.” 유지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요?” “확정되면요.” “잠깐만요.” 유지가 손을 들었다. “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건 별로 안 해봤는데.” “그래서 못 하겠어요?” 유지는 입을 다물었다. 못 하겠냐고 묻는 순간.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다. “……아뇨.” “그럼 됐네.” - 점심시간. 유지는 채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 큰일 났어요. 바로 전화가 왔다. —왜. “저 회사에서 뭐 맡으래요.” —뭘. “신규 프로젝트 총괄.” 잠깐 정적. —축하해. 유지가 인상을 썼다. “끝까지 들어봐요.” —또 있어? “외부 발표도 할 수 있대요.” —그래서 큰일이야? “네.” 도하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웃었죠?” —조금. “저 긴장된다니까.” —근데 하고 싶잖아. 유지가 멈췄다. “어떻게 알아요?” —목소리. “뭐가요.” —싫으면 벌써 안 한다고 했을 텐데. 유지는 피식 웃었다. “아…….” —맞지? “네.” 잠깐. “해보고 싶어요.” 도하가 바로 말했다. —그럼 해. - 며칠 뒤.
수요일 저녁.송유지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우편물을 식탁 위에 올려놨다.“다녀왔어요.”주방에 있던 채도하가 고개를 내밀었다.“어서 와.”유지는 봉투 몇 개를 대충 넘겼다.“관리비.”“응.”“카드.”“응.”그러다 손이 멈췄다.“어?”도하가 물었다.“왜.”유지는 봉투 하나를 들어 보였다.“이거 봐요.”앞면에는 이름이 두 개 적혀 있었다.채도하 · 송유지 귀하.도하도 잠깐 멈췄다.“둘 다?”“네.”유지는 봉투를 이리저리 봤다.“우리 둘 앞으로 우편 처음 온 것 같은데.”“그런가.”“그런가가 아니라 처음이에요.”“기억 잘하네.”“이런 건 기억하죠.”봉투 안에는 입주 세대 대상 안내문과 지역 주민센터 행사 안내가 들어 있었다.유지가 읽다가 웃었다.“아.”“왜.”“별거 아니네.”“뭐였는데.”“새 입주 세대 환영 행사.”도하가 옆에 앉았다.“그런 것도 해?”“하나 봐요.”유지는 안내문을 넘겼다.“토요일 오전.”“갈 거야?”“음.”유지는 도하를 봤다.“갈래요?”“네가 가고 싶으면.”“그 대답 너무 성의 없어요.”“그럼 가자.”“너무 빨라.”도하가 웃었다.“어쩌라는 거야.”유지도 피식 웃었다.“같이 가요.”토요일 오전.주민센터 앞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아이 손을 잡고 온 부부.나이 든 부부.혼자 온 사람.젊은 커플도 있었다.유지는 도하 옆에 붙어 서 있었다.“사람 많네요.”“응.”“괜히 왔나.”“아까는 가자며.”“이렇게 많을 줄 몰랐죠.”접수대 직원이 웃으며 물었다.“두 분 같은 세대시죠?”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성함이요?”도하가 먼저 말했다.“채도하.”유지도 뒤이어 말했다.“송유지요.”직원이 명단을 확인했다.“아, 두 분 공동세대네요.”유지의 눈이 살짝 커졌다.“공동세대요?”“네. 계약자 두 분으로 등록되어 있으셔서요.”유지는 도하를 힐끗 봤다.도하가 작게 웃었다.“왜.”“아니.”“또 좋아?”“조금.”행사는 별거 없
월요일 오후.채도하가 오래 살았던 집의 매도 계약을 끝냈다.송유지는 퇴근 직전 메시지를 받았다.—끝났어.유지는 화면을 한참 봤다.—진짜요?—응.몇 초 뒤.—이제 진짜 남의 집 됐네.유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기분 이상해요?답장은 조금 늦었다.—조금.유지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도하 씨.”—응.“괜찮아요?”—응.“진짜?”—진짜.유지는 의자에 기대었다.“그래도 오래 살았잖아요.”—알아.“언니랑도 살았고.”잠깐 정적.—응.유지는 괜히 말을 잘못했나 싶었다.“아…….”도하가 먼저 말했다.—왜 네가 눈치 봐.“그냥.”—괜찮아.그리고.—기억 없어지는 거 아니잖아.유지는 조용해졌다.“응.”—집만 바뀌는 거지.퇴근 후.유지는 평소보다 조금 빨리 현관문을 열었다.“다녀왔어요.”거실에서 도하가 바로 대답했다.“어서 와.”유지는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그에게 다가갔다.“뭐야.”“그냥.”“그냥 금지.”유지가 웃었다.“오늘은 허용.”그리고 도하를 안았다.도하가 잠깐 굳었다가 바로 등을 감쌌다.“왜.”“축하해주려고.”“집 판 걸?”“응.”“그게 축하할 일이야?”유지는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새집으로 완전히 온 거잖아요.”도하가 몇 초 유지 얼굴을 봤다.“그렇게 생각하면 그렇네.”“그러니까.”유지는 다시 꼭 안았다.“잘 왔어요.”도하가 웃었다.“이미 여기 살고 있었는데.”“그래도.”저녁을 먹다가.도하가 식탁 위에 작은 봉투 하나를 올렸다.유지가 눈썹을 올렸다.“뭐예요?”“가져온 거.”“어디서.”도하는 말없이 봉투를 밀었다.유지가 열어봤다.안에는 오래된 열쇠 하나.어제 봤던 그 열쇠였다.“아.”“기억해?”“응.”유지는 열쇠를 손바닥 위에 올렸다.“진짜 가져왔네요.”“응.”“어디 둘 건데요.”도하가 잠시 생각했다.“네가 정해.”유지가 바로 말했다.“왜 제가.”“어제 네가 더 오래 보고 있었잖아.”“그랬나?”“응.”유지는 열쇠를
토요일 늦은 오후.송유지는 거실 바닥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었다.채도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도하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았다.“네.”유지는 수건을 접으며 흘끗 봤다.“……네.”잠깐.“가격은 그렇게요?”유지의 손이 멈췄다.도하는 몇 마디를 더 듣고 전화를 끊었다.“도하 씨.”“응.”“무슨 전화예요?”도하가 휴대전화를 내려놨다.“예전 집.”“아.”유지가 바로 알아들었다.“팔려고 내놨어요?”“응.”“언제요?”“며칠 전에.”유지가 눈을 크게 떴다.“저한테 말도 안 하고?”“상담했던 건 알잖아.”“상담이랑 내놓은 건 다르죠.”도하가 잠깐 멈췄다.“그러네.”“아.”유지가 수건을 내려놨다.“이렇게 또 뒤늦게 말하네.”“미안.”“이번엔 미안 허용.”도하가 피식 웃었다.유지가 물었다.“근데 방금 뭐래요?”“사겠다는 사람 있대.”“벌써?”“응.”“와…….”유지는 자기도 모르게 길게 숨을 내쉬었다.도하가 그녀를 봤다.“왜.”“몰라요.”“아쉬워?”“제가 왜요?”그렇게 말하고.유지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조금?”“응?”“이상하잖아요.”유지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저 거기 처음 갔을 때도 기억나고.”“응.”“제 머그컵도 있었고.”“응.”“서랍도 생겼고.”“응.”“거기서 처음 같이 자기도 했고.”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랬지.”유지가 작게 중얼거렸다.“생각보다 제 기억도 많네.”도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내일 갈래?”유지가 고개를 들었다.“어디요.”“그 집.”“왜.”“남은 물건도 좀 보고.”잠깐.“아마 마지막일 것 같아서.”유지의 표정이 멈췄다.“진짜 팔 거예요?”“응.”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안 아쉬워요?”“아쉽지.”“그런데?”도하는 집 안을 한번 둘러봤다.“여기 있잖아.”유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아.”“왜.”“그 대답 좀 반칙인데.”다음 날.예전 집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유지는 현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