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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괜히 신경 쓰이는 사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5 13:33:32

“도하 씨?”

엄마가 되물었다.

유지는 숟가락을 들고 있다가 멈췄다.

“응?”

“방금 도하 씨라고 했잖아.”

“그랬나?”

“원래 형부라고 했잖아.”

유지는 괜히 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언니도 없는데 계속 형부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

엄마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유리가 없어도 도하는 우리 가족이야.”

“알아.”

“그 애도 아직 많이 힘들 거고.”

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나이에 아내를 먼저 보냈잖니.”

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까지 너무 자주 가지는 마.”

유지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냥.”

“언니 물건 정리하러 가는 건데.”

“알아.”

엄마는 잠시 망설였다.

“같은 사람을 잃은 사람끼리는 서로한테 필요 이상으로 기대게 될 수도 있잖아.”

유지의 얼굴이 굳었다.

“엄마.”

“널 의심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거 없어.”

유지는 평소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진짜 아무것도 없어.”

엄마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내내 유지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운 뒤에도 엄마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채도하였다.

유지는 화면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

“네.”

—집이야?

“네.”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있었어요.”

평범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유지가 잠시 대답하지 않자 도하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목소리가 별론데.

유지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도하는 원래 사람의 기분을 세세하게 묻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편이었다.

“엄마가요.”

결국 유지가 말했다.

“제가 도하 씨 집에 너무 자주 가지 말래요.”

수화기 너머가 잠잠해졌다.

—그래?

“네.”

—왜?

유지는 피식 웃었다.

“몰라서 물어요?”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때문에 유지가 괜히 민망해졌다.

“그냥 사람들이 보면 이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그럴 수도 있겠네.

생각보다 담담한 반응이었다.

유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안 갈게요.”

—응.

짧은 대답.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유지는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

“그럼 끊을게요.”

—잠깐.

유지가 멈췄다.

“왜요?”

—지난번에 손목 긁힌 건 괜찮아?

유지는 순간 무슨 말인지 몰랐다.

“손목이요?”

—상자 옮기다가 긁혔잖아.

유지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아주 가느다란 상처가 남아 있었다.

본인도 거의 잊고 있던 것이었다.

“이걸 기억하고 있었어요?”

—봤으니까.

도하의 대답은 담담했다.

“괜찮아요.”

—약은 발랐고?

“그냥 두면 낫죠.”

—그런 식으로 두니까 항상 흉터 남잖아.

유지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항상?”

도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예전에 유리가 그랬어.

역시 언니 때문이었다.

유지는 괜히 조금 전의 생각을 접었다.

“아.”

—이번엔 약 발라.

“네.”

도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또 말했다.

—이번 주 안 와도 돼.

“알아요.”

—내가 정리해둘게.

“혼자 할 수 있어요?”

—해야지.

“그럼 다음 주에 갈게요.”

이번에는 대답이 조금 늦었다.

—그래.

유지는 이상하게 그 한 박자가 신경 쓰였다.

하지만 도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소와 같았다.

“도하 씨.”

—응.

“저 언니랑 많이 닮았어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도하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냥요.”

—얼굴은 조금 닮았지.

“성격은요?”

—전혀.

유지가 웃었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해요?”

도하도 아주 작게 웃었다.

—유리는 생각한 걸 바로 말했고.

“저는요?”

다시 짧은 침묵.

—너는 참다가 한꺼번에 말하는 편이고.

유지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저를 그렇게 잘 알아요?”

—오래 봤잖아.

그 한마디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언니와 결혼했던 동안 자연스럽게 자주 봤으니까.

그런데 유지에게는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렇긴 하네요.”

—그리고.

“또 있어요?”

도하는 잠깐 말을 멈췄다.

—너는 유리보다 생각이 많아.

“그건 좋은 뜻이에요?”

—모르겠어.

“뭐예요.”

유지가 웃었다.

도하 역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둘 사이에 잠깐 편안한 공기가 흘렀다.

그런데 도하가 먼저 말을 바꿨다.

—아무튼 이번 주에는 오지 마.

“왜 자꾸 오지 말래요?”

—어머니도 신경 쓰시잖아.

“도하 씨도 신경 쓰여요?”

질문이 튀어나왔다.

도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유지는 괜히 자신이 이상한 질문을 한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도하가 말했다.

—괜히 네가 곤란해지는 건 싫으니까.

그게 전부였다.

좋아해서도 아니고.

보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말.

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잘 자.

“도하 씨도요.”

통화가 끝났다.

반면 도하는 휴대전화를 바로 내려놓지 못했다.

한동안 꺼진 화면을 바라봤다.

거실은 조용했다.

그는 잠시 드레스룸 쪽을 바라봤다.

이번 주에는 유지가 오지 않는다.

그뿐이었다.

도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멈췄다.

그리고 소파 옆에 놓여 있던 작은 구급함을 열었다.

지난번 유지가 손목을 긁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별것 아닌 상처였다.

그런데 왜 기억하고 있었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도하는 구급함을 닫았다.

“괜한 걸 신경 쓰네.”

낮게 중얼거렸다.

그날 밤.

평소라면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을 휴대전화를 도하는 몇 번이나 뒤집어 봤다.

연락이 온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용한 화면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도하는 결국 휴대전화를 엎어놓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송유지는 처제였다.

유리의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요즘 들어 조금 신경이 쓰일 뿐이었다.

왜 그런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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