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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소개팅 상대

Autor: 에이르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07 18:58:32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됐다.

송유지는 출근길 내내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

채도하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토요일 밤.

도하는 분명 말했다.

네가 오면 정리를 못 하겠어서.

그 말을 들은 뒤부터 유지의 머릿속은 이상할 만큼 복잡했다.

정리를 못 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언니 생각이 더 나서?

자신이 언니와 닮아서?

아니면.

유지는 그 뒤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나현이 다가왔다.

“이번 주 수요일 저녁 어때?”

유지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

“소개팅.”

그제야 주말에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벌써 잡았어?”

“응. 상대도 좋대.”

나현은 신이 난 얼굴이었다.

“이름은 강현민. 서른셋. 변호사. 성격도 괜찮고 말도 잘 통해.”

유지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나현이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왜?”

“아니.”

“안 할 거야?”

유지는 입술을 다물었다.

채도하가 떠올랐다.

그러자 오히려 결심이 섰다.

“할게.”

“진짜?”

“응.”

좋아해도 되는 사람을 만나보는 게 맞았다.

채도하를 계속 생각하고 있는 지금이 이상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수요일 저녁.

유지는 약속 장소에 십 분 일찍 도착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조금 신경 써서 입었다.

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단정하게.

잠시 후 한 남자가 다가왔다.

“송유지 씨?”

“네.”

“강현민입니다.”

첫인상은 괜찮았다.

깔끔한 셔츠에 짙은 재킷.

말투도 부드러웠다.

둘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현민은 대화를 잘 이끌었다.

직업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지도 않았고, 유지의 말을 끊지도 않았다.

“주말에는 보통 뭐 하세요?”

“그냥 쉬어요.”

“취미는요?”

“요즘은 딱히.”

현민이 웃었다.

“그럼 제가 취미 하나 만들어드려야겠네요.”

유지도 따라 웃었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정말로.

누구에게 보여줘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가족에게 소개해도 되는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집중이 끊겼다.

현민이 메뉴를 고르는 순간에도.

물을 따라주는 순간에도.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었다.

도하는 이런 말을 안 하는데.

도하는 이런 식으로 웃지 않는데.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유지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혹시 제가 재미없어요?”

현민이 물었다.

유지가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자꾸 딴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일이 좀 많아서.”

“괜찮아요.”

현민은 웃었다.

“다음에 더 재미있게 해드리면 되죠.”

다음.

그 말에 유지는 잠시 멈췄다.

현민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만남을 생각하고 있었다.

유지는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좋으면 한 번 더 만나고.

마음이 맞으면 연애하고.

가족에게 소개하고.

숨길 것도 없고.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는 관계.

“다음 주에도 시간 괜찮으세요?”

현민이 물었다.

유지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밤 아홉 시가 가까웠다.

현민이 물었다.

“집까지 데려다드릴까요?”

“괜찮아요. 지하철 타면 돼요.”

“그럼 역까지만 같이 갈게요.”

둘은 나란히 걸었다.

유지는 일부러 휴대전화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 화면이 켜졌다.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채도하.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유지는 화면을 바로 끄려다가 결국 열었다.

—오늘 늦네.

유지는 걸음을 멈출 뻔했다.

왜 늦는 걸 알고 있지.

잠시 후 기억났다.

회사 근처 식당이었다.

도하가 예전에 몇 번 데리러 왔던 곳과 멀지 않았다.

유지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현민이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요.”

“연락 기다리던 사람?”

유지는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에요.”

또 너무 빠르게 부정했다.

현민은 더 묻지 않았다.

역 앞에 도착했다.

“그럼 다음 주에 연락드릴게요.”

“네.”

“오늘 즐거웠어요.”

유지도 웃었다.

“저도요.”

현민이 돌아간 뒤.

유지는 바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추가 메시지는 없었다.

유지는 망설이다 답했다.

—약속 있었어요.

읽음 표시가 금방 떴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유지는 괜히 화면을 바라봤다.

몇 분 뒤.

—그래.

딱 두 글자였다.

이상하게 그 짧은 답이 신경 쓰였다.

유지는 역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한 뒤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데 전화가 울렸다.

채도하였다.

유지는 잠시 받지 않았다.

세 번째 신호가 울릴 때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집이야?

“네.”

—잘 들어갔네.

“근데 왜요?”

—그냥.

유지는 작게 웃었다.

“또 그냥.”

도하는 잠시 조용했다.

유지가 먼저 말했다.

“소개팅했어요.”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아주 잠깐.

“나현이가 소개해줘서.”

—그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너무 평소와 같아서 오히려 유지가 도하의 표정을 보고 싶어졌다.

“변호사래요.”

—괜찮은 사람이야?

유지는 잠시 멈췄다.

“네.”

—다행이네.

그 대답에 가슴이 묘하게 내려앉았다.

“다행이에요?”

—좋은 사람이면 좋지.

너무 자연스러운 말이었다.

유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주에 또 보기로 했어요.”

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는 괜히 귀를 기울였다.

—그래.

또 짧았다.

“왜 갑자기 말이 없어요?”

—생각 중이었어.

“뭘요?”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하 씨.”

—응.

“혹시 신경 쓰여요?”

질문이 튀어나왔다.

유지는 바로 후회했다.

수화기 너머로 아주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

—뭐가?

“제가 소개팅한 거요.”

잠시 침묵.

도하의 대답은 예상보다 담담했다.

—네가 좋은 사람 만나면 좋은 거지.

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답 같은 말이었다.

형부였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운한지 알 수 없었다.

“그렇죠.”

—응.

“그럼 끊을게요.”

—유지야.

손이 멈췄다.

“네?”

도하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유지는 기다렸다.

—그 사람.

“현민 씨요?”

—응.

“왜요?”

또 침묵.

도하가 결국 물었다.

—마음에 들어?

유지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왜 궁금해요?”

—그냥 물어본 거야.

역시.

또 그냥이었다.

유지는 일부러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

“두 번은 만나봐야 알겠죠.”

이번에는 대답이 조금 늦었다.

—그렇겠네.

통화는 곧 끝났다.

유지는 침대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도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소개팅 이야기를 듣고도 축하하듯 반응했고.

다음에 또 만난다는 말에도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굳이 물었다.

마음에 드냐고.

그 질문 하나가 자꾸 남았다.

한편.

채도하는 어두운 거실에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는 이미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별일 아니었다.

송유지가 소개팅을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일이었다.

그게 맞았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뒤에도 그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 모르는 남자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강현민.

도하는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다시 들었다.

유지와 나눈 채팅창을 열었다.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몇 초 뒤 다시 화면을 껐다.

왜 신경 쓰이는지.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그저.

오늘따라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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