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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마음에 드냐고 물은 이유

Penulis: 에이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7 18:58:37

다음 날 아침.

송유지는 눈을 뜨자마자 전날 밤 통화를 떠올렸다.

채도하의 마지막 질문.

—그 사람, 마음에 들어?

별것 아닌 질문일 수도 있었다.

처제에게 소개팅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것.

가족처럼 지냈던 사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밤새 머릿속에 남았다.

유지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채도하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

괜히 실망한 자신이 싫어서 바로 화면을 껐다.

“진짜 그만 생각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회사에 도착해서도 자꾸 생각났다.

왜 물었을까.

정말 그냥 궁금했던 걸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였던 걸까.

유지는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다른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현민이었다.

—어제 즐거웠어요. 다음 주보다 조금 빨리 볼 수 있을까요?

유지는 메시지를 바라봤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현민은 좋은 사람이었다.

확실했다.

말도 잘 통했고,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만나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채도하를 잊으려면 더더욱.

—이번 주 금요일은 괜찮아요.

답장을 보내자 금방 메시지가 왔다.

—좋아요. 제가 맛있는 데 찾아볼게요.

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이게 정상적인 관계였다.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

마음이 맞는지 천천히 알아가는 것.

그런데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

그날 저녁.

유지는 야근을 하지 않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회사 건물을 나서는데 익숙한 검은 차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전석 문이 열렸다.

채도하였다.

유지의 걸음이 멈췄다.

“도하 씨?”

도하가 차 문을 닫고 다가왔다.

“퇴근했네.”

“여기 왜 왔어요?”

“근처에 볼일 있어서.”

유지는 바로 웃었다.

“또 근처예요?”

도하가 아주 잠깐 시선을 피했다.

“왜 웃어?”

“도하 씨 회사는 여기서 반대 방향이라니까.”

“외근 나왔어.”

“진짜요?”

“응.”

유지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도하가 한숨처럼 웃었다.

“못 믿겠으면 회사에 전화해보든가.”

“그럴 정도는 아니고요.”

도하는 유지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저녁은?”

“오늘은 먹을 거예요.”

“누구랑?”

질문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유지가 멈칫했다.

도하도 자신이 조금 빠르게 물었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아니.”

그가 바로 말을 바꿨다.

“집에서 먹을 거냐고.”

유지는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집에서 먹을 건데요.”

“그래.”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유지는 괜히 아쉬웠다.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도 싫었다.

“도하 씨.”

“응.”

“어제 왜 물어봤어요?”

도하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뭘?”

“현민 씨 마음에 드냐고.”

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는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응.”

“왜 궁금했는데요?”

“너 소개팅했다며.”

“그래서요?”

도하가 유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잠깐.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그러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좋은 사람인지 알아야 하잖아.”

유지는 순간 웃음이 났다.

“왜 도하 씨가 알아야 해요?”

도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어머니도 걱정하실 거고.”

“엄마가 아니라 도하 씨가 물었잖아요.”

유지는 한 걸음 가까이 섰다.

“도하 씨가 궁금해서.”

둘 사이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도하는 유지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천히 말했다.

“그냥 네가 이상한 사람 만날까 봐.”

유지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 말은 충분히 가족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제가 애예요?”

“그런 뜻 아니야.”

“그럼요?”

도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네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잖아.”

유지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예전에 이상한 남자 만났잖아.”

유지의 눈이 커졌다.

“그걸 기억해요?”

“유리가 걱정 많이 했으니까.”

또 언니였다.

유지는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역시.

채도하가 자신을 신경 쓰는 이유는 언제나 송유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구나.”

유지가 한 걸음 물러났다.

도하가 그 표정 변화를 눈치챈 듯했다.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표정이 그런데.”

“도하 씨는 진짜 별걸 다 보네요.”

“보이니까.”

또 그 말이었다.

유지는 도하를 바라봤다.

“저 그렇게 많이 봐요?”

질문이 나간 순간 둘 다 조용해졌다.

도하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유지는 그걸 봤다.

분명히.

그런데 도하는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자주 보니까.”

“언제요?”

“예전부터.”

유지의 심장이 빨라졌다.

“언니랑 있을 때부터?”

“응.”

도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유지는 그 말이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자신은 도하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기억이 거의 없었다.

언니 옆에 있는 남자라고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도하는.

자신의 커피 취향도.

밥을 자주 거르는 습관도.

상처를 그냥 두는 버릇도.

사람 보는 눈이 별로라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

도하가 물었다.

유지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또.”

“뭐가 또요?”

“보고 있다가 안 봤다고 하잖아.”

유지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진짜 아니거든요.”

도하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 때문에 유지의 심장이 더 빨라졌다.

잠시 뒤 도하가 말했다.

“타.”

“왜요?”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집 가는 길이야.”

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로?”

“이번엔 진짜.”

“이번에는?”

도하가 잠시 말을 멈췄다.

유지는 웃었다.

“봐요. 지난번에는 아니었죠?”

“말꼬리 잡지 마.”

“수상한데.”

도하는 대답 대신 조수석 문을 열었다.

“탈 거야, 말 거야?”

결국 유지는 웃으며 차에 탔다.

차 안은 조용했다.

도하는 평소처럼 운전했고, 유지는 창밖을 바라봤다.

몇 분쯤 지났을 때 도하가 물었다.

“금요일에도 약속 있어?”

유지가 바로 그를 바라봤다.

“네.”

도하는 시선을 도로에 둔 채 물었다.

“그 남자?”

“현민 씨요?”

“응.”

“또 만나기로 했어요.”

도하의 손이 핸들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

아주 미세한 변화였다.

유지는 그걸 봤다.

“왜요?”

“뭐가.”

“또 궁금해요?”

도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유지가 피식 웃었다.

“또 그냥.”

“싫으면 안 물어볼게.”

“싫다고 안 했어요.”

유지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도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몇 초 뒤.

그가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괜찮아?”

유지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왜요?”

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질투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조금 낮았다.

“그냥 궁금해서.”

“잘 모르겠어요.”

유지가 말했다.

“아직 한 번밖에 안 만났으니까.”

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했다.

유지는 안전벨트를 풀었다.

“고마워요.”

“응.”

문을 열려는데 도하가 말했다.

“유지야.”

유지가 돌아봤다.

“네?”

도하는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유지는 기다렸다.

“금요일.”

“네.”

“늦으면 연락해.”

유지의 눈이 조금 커졌다.

“왜요?”

도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데리러 갈게.”

유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개팅 끝나고요?”

“응.”

“왜요?”

이번에는 도하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몇 초.

유지는 숨까지 죽인 채 기다렸다.

그러다 도하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늦으면 위험하니까.”

유지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너무 평범한 이유였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하필.

소개팅이 끝나는 시간까지 신경 쓰는 걸까.

“알겠어요.”

유지는 차에서 내렸다.

몇 걸음 걷다가 뒤를 돌아봤다.

도하의 차는 그대로였다.

유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는 출발하지 않았다.

*

집으로 돌아온 도하는 소파에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송유지와의 채팅창.

마지막 메시지는 며칠 전이었다.

그는 한참 화면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금요일.

소개팅 상대와 다시 만난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계속 머리에 남았다.

도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굳이 데리러 간다고 했을까.

늦으면 위험해서.

그게 이유였다.

충분한 이유였다.

그런데 몇 초 뒤.

도하는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

달력을 열었다.

금요일 저녁에 잡혀 있던 약속 하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일정을 삭제했다.

화면에는 아무 일정도 남지 않았다.

도하는 한동안 그 빈칸을 바라봤다.

왜 비워둔 건지.

자신도 아직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금요일 밤만큼은.

다른 약속을 잡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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