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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금붕어
주예린이 고개를 돌리자 의기양양한 주시후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먼저 봤어.”

주예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돌려줘!”

주시후가 얼굴을 짓궂게 찡그리며 말했다.

“먼저 잡은 사람 거지!”

주예린도 그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고 분명 그녀가 먼저 눈여겨봤다.

예전 같았으면 조용히 오빠한테 양보했을 텐데 최근 엄마가 누구든 괴롭히면 반격해도 된다고 했다.

다만 아이가 손을 대기도 전에 누군가 주예린과 주시후 둘 사이에 나타났다.

박하린이 주예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뭘 뺏는 거야?”

딱히 감정이 담긴 말투는 아니었지만 아이에겐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주예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쥔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극도로 서러움을 느낀 어린 소녀는 제자리에 잔뜩 굳어진 채 고립되어 버림받은 아이처럼 보였다.

“울보야, 또 울려고 해? 하지만 네가 울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주시후는 조롱하며 음료수를 열었다.

“이건 애초에 네가 마실 게 아니었어.”

그는 주예린이 보는 앞에서 음료를 마시려고 했지만 병을 들어서 입을 대기도 전에 손이 텅 비어 버렸다.

누군가 음료수를 뺏어간 것이다.

불만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최수빈과 시선이 마주치자 아이는 살짝 멈칫했다.

엄마가 그를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었다. 차갑고 낯선 눈빛이었다.

최수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음료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쾅!

소리에 주시후는 놀라서 심장이 흠칫 떨렸다.

곧이어 그녀는 고개를 숙여 딸의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더러운 건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우린 필요 없어.”

엄마가 나타나자 의지하고 기댈 곳이 생긴 주예린은 용기가 생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음료 한 병 갖고 그렇게까지 해야 해?”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주민혁이 걸어오며 차가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노려보았다.

최수빈은 피식 웃음이 났다. 그는 이제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대놓고 박하린과 주시후를 편애하고 있었다.

박하린과 그녀의 아들 주시후를 위해 공개적인 장소에서 최수빈의 체면은 짓밟고 있었다.

이젠 그 정도가 지나쳐 모녀의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짓이기는 수준이 되었다.

지난 생에서 그녀는 이렇듯 사소한 일에서 온갖 서러움을 참다가 결국 딸을 잃게 되었다.

일방적인 양보와 거듭 물러서는 태도 때문에 딸이 생명을 잃는 대가를 치렀다.

이번 생에서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주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언제부터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했는데요?”

주민혁은 말없이 표정만 어두워졌고 최수빈은 주예린의 손을 잡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으로 돌아갔다.

진승우가 옆에 있는 주민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최수빈 어떻게 된 거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는데.”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

예전에는 주민혁 곁만 맴돌며 주시후를 챙기기 바빴는데 지금은 성격이 180도 달라졌다.

진승우는 곧바로 최수빈 같은 여자의 속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네. 이런 방식으로 네 관심을 끌려는 거야.”

“한가해 미치겠지?”

주민혁은 최수빈의 변화에 전혀 흥미가 없는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민혁 오빠, 내가 언니한테 잘못한 거야? 요즘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지? 예전엔 안 그랬는데.”

박하린이 주민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빨리 집에 가서 달래줘. 여자는 원래 성가신 존재야. 달래줘야지. 나중에 내가 안 알려줬다고 원망하지 마.”

“됐어. 그 재미없는 여자 얘기는 하지 마. 기분만 망치잖아.”

진승우는 박하린을 바라보며 말을 돌렸다.

“다음 주에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요? 준비는 어떻게 돼가요?”

박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준비는 충분해요.”

“그럼 미리 축하해요.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국내에서 바로 유명해질 거예요. 이 나이에 벌써 그런 성과를 따내면 모든 연구소에서 너도나도 영입하려고 할 거고.”

진승우는 웃으며 말했다.

“봐요. 이렇게 훌륭한 여자가 옆에 있는데 누가 최수빈 같이 집안일만 하는 여자에게 눈길이 가겠어요?”

...

다시 룸으로 돌아와 한재준은 꿰뚫어 볼 듯한 눈빛으로 최수빈을 주시했다.

한때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제자를 다시 한번 심사하는 듯했다.

“왜 그러세요?”

최수빈은 한재준의 시선을 눈치채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때 육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는 얼굴로 주예린을 바라보았다.

“왜 음료수 안 갖고 왔어? 예린아, 아저씨랑 같이 가서 가져올까?”

육민성을 무척 따랐던 주예린은 웃는 얼굴로 따라나섰다.

그들이 떠나자마자 한재준은 굳은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방금 밖에 있을 때 다 봤다.”

최수빈은 멈칫했다.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네 남편은 남들 앞에서 너를 구박하더구나.”

한재준의 말투에는 분노가 묻어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고집스럽게 떠난 줄 알았는데 가정이 엉망이네. 그런 남자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한 거야?”

실망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최수빈은 고개를 숙였다.

이미 모든 걸 내려놓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대하는 주민혁의 태도는 진작 익숙해졌다. 교양 있는 그는 누구에게나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대했고 차가운 태도를 보이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항상 투명 인간처럼 대하며 낯선 사람만도 못한 태도를 보였다.

예전에는 진심을 쏟아부으면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사랑에 눈이 먼 여자에게 좋은 결말은 없는 것 같다.

최수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부 제가 자초한 일이니 당해도 싸죠.”

한재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난 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과거의 일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아. 원한을 품고 살 나이도 지났지. 다음 주 은산에서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가 열리는 데 참가할 생각 없어?”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는 세계적인 우주 탐사 공학 경시대회로 항공 우주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대회 수상자는 해외 유명한 우주, 항공 연구기관인 나사 인턴십에 참여하거나 그들과 협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수빈은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수상한다면 모두가 주목하는 인재로 유명세를 치를 것이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 대회는 참가 신청 기간이 이미 지나지 않았나요...”

과거 대회에 참가했던 그녀는 높은 성적을 거두어 석박사 통합 과정의 기회를 얻었고 모든 대학에서 그녀를 영입하려 들며 학비와 연구비 모두 지원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곧장 511 연구소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한재준은 단지 지금 그녀의 능력이 예전보다 못한 건지, 그렇다면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네가 참가하고 싶다면 내 주최 측에 말해서 추가 신청을 할 수도 있어.”

한재준이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젊을 땐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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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mimi kim
어마어마한 기회를 날리다니 이게 맞는 설정이냐?? 중국인이 써서 그런가 아직도 쌍팔년도 사상을 가지고 소설을 쓰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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