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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Author: 금붕어
자신들의 속내를 꿰뚫은 송미연의 말에 송강수와 설희애의 얼굴에는 이내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송강수가 헛기침을 하며 변명하려 했다.

“미연아, 우리는 네 부모잖아. 당연히 네가 걱정돼서 왔지.”

“걱정이요?”

송미연이 피식 웃었다.

“걱정한다는 게... 저를 육 대표님과 결혼하게 몰아붙이는 건가요? 이혼하면 곧장 장씨 가문에 밀어 넣어서 송씨 가문의 이익을 챙기려는 건가요? 제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도 제 몸 상태부터 묻는 게 아니라, 여기서 육 대표님과 다투고 이혼을 따지고 정략결혼을 논하는 게 걱정한다는 표현이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오랫동안 쌓이고 눌려 있던 억울함과 분노가 이 순간 마침내 터져 나왔다.

“저 어릴 때부터 두 분 말만 듣고 살았어요. 배우라면 배웠고 하라면 했어요. 그렇게 말 잘 듣고 두 분이 원하는 걸 전부 해내면 언젠가는 저를 조금이라도 더 봐 줄 줄 알았어요.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 줄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제가 틀렸어요. 그것도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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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74화

    자신들의 속내를 꿰뚫은 송미연의 말에 송강수와 설희애의 얼굴에는 이내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송강수가 헛기침을 하며 변명하려 했다.“미연아, 우리는 네 부모잖아. 당연히 네가 걱정돼서 왔지.”“걱정이요?”송미연이 피식 웃었다.“걱정한다는 게... 저를 육 대표님과 결혼하게 몰아붙이는 건가요? 이혼하면 곧장 장씨 가문에 밀어 넣어서 송씨 가문의 이익을 챙기려는 건가요? 제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도 제 몸 상태부터 묻는 게 아니라, 여기서 육 대표님과 다투고 이혼을 따지고 정략결혼을 논하는 게 걱정한다는 표현이에요?”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오랫동안 쌓이고 눌려 있던 억울함과 분노가 이 순간 마침내 터져 나왔다.“저 어릴 때부터 두 분 말만 듣고 살았어요. 배우라면 배웠고 하라면 했어요. 그렇게 말 잘 듣고 두 분이 원하는 걸 전부 해내면 언젠가는 저를 조금이라도 더 봐 줄 줄 알았어요.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 줄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제가 틀렸어요. 그것도 아주 완전히. 두 분 마음속에서 저는 한 번도 딸이었던 적이 없더라고요. 그저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지. 회사가 두 분의 목숨이고 진우가 두 분의 귀한 아들이라면, 저는 그저 두 분이 거래에 써먹는 패일 뿐이잖아요.”송미연의 말에 육민성은 가슴이 미어졌다.그래서 병상 곁으로 다가가 송미연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미연 씨,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송미연은 육민성의 품에 기대어 그의 안정적인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억눌러 왔던 서러움이 오히려 더 북받쳐 올랐다.“미연아,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송씨 가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너도 알잖아. 정말 막다른 길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이러지 않았어.”“막다른 길이요?”송미연이 고개를 들었다.“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두 분과 진우예요. 하루 종일 요행만 바라고 제대로 발붙이고 일할 생각은 하지 않다가 이제 문제가 생기니 저보고 대신 값을 치르라는 거잖아요. 분명히 말하는데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오늘부터 저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73화

    “우리가 미연이를 어떻게 대하든,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설희애는 육민성의 말에 말문이 막힌 듯 표정이 더 험악하게 굳어졌다.“육민성, 똑똑히 들어. 육씨 가문이 돈 있고 힘 있다고 해서 우리 송씨 가문까지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미연이가 너랑 이혼하고 나면, 우리가 알아서 길을 마련해 줄 거야.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라고.”설희애의 말은 칼날처럼 육민성의 가슴을 깊이 찔렀다.병상에 누운 송미연을 바라보자 가슴 한쪽이 더 아려 왔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런 집안에서 자란 것이었다. 부모의 사랑은커녕 끝없는 요구와 이용만을 당하며 말이다.고집스럽고 강한 척하던 그녀의 모습도,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둘러친 갑옷이었을 뿐이었다.그때 송진우가 앞으로 나서더니 육민성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사실 부모님도 누나를 위해 그러시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대표님과 이혼하면 누나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을 거잖아요. 부모님은 누나에게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서 새로 가정을 꾸리게 해 주려는 거예요. 의지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니까.”육민성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송강수와 설희애를 바라보았다.“지금 미연 씨에게 정략결혼을 시키겠다는 겁니까?”송강수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우리 회사가 조금 어려워서 말이지. 자금 사정도 빠듯하고. 진우도 다음 달이면 약혼을 해야 해서 예물 비용이 꽤 많이 들어. 미연이가 장씨 가문에 시집가면 장씨 쪽에서 당연히 도와줄 거야. 그러면 송씨 가문도 위기를 넘길 수 있고 미연이도 좋은 혼처를 얻는 셈이니... 서로 좋은 일 아니겠어?”장씨 가문은 은산시 일대의 또 다른 부유한 집안이었다.하지만 그 집 아들은 방탕하고 품행이 나쁘기로 악명이 높았다.그런데도 송강수 부부는 이익을 위해 송미연을 그런 사람에게 밀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순간, 육민성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어찌나 꽉 움켜쥐었는지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72화

    육민성은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손끝으로 송미연의 손등을 조심스레 쓸었다. 손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래서 육민성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 손을 감싸 쥐고 어떻게든 제 온기를 전해 주려 했다.더없이 조심스러운 손길,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는 사람처럼 이전에는 보인 적 없는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머릿속에는 조금 전 회의실에서의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눈시울을 붉힌 채 자신과 맞서던 송미연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다.그는 후회했다.순간적으로 감정을 이기지 못했던 것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던 것을,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많은 억울함을 홀로 삼키게 만든 것을...육민성은 그렇게 한참을 곁에 앉아 송미연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그녀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깨어나는 순간을 놓칠까 두려워서였다.고요한 병실에서는 의료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소리만이 희미하게 이어질 뿐이었다. 시간마저 멈춰 선 듯했다.그곳에는 오직 육민성과 송미연, 그리고 오래도록 억눌러 왔던 깊은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이 평온한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얼마 후,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송강수와 설희애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는 송미연의 남동생 송진우가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육민성이 송미연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설희애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육민성! 너 아직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미연이랑 이제 이혼할 사이잖아. 그런데 아직도 왜 우리 애한테 들러붙어 있어?”송강수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육민성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불쾌함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민성아, 지금 너랑 미연이가 어떤 관계인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미연이는 지금 쓰러져서 안정이 필요하니 이만 나가줘.”육민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갑작스럽게 나타난 송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잠시 의아함이 스쳤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송미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71화

    임한결은 병원 복도 모퉁이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육민성이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이 억울함으로 들끓었다.하지만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지금 저 안에 오직 두 사람만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런 공간은 너무 위험했다.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이니 말이다.임한결은 잘 알고 있었다. 송미연이 육민성에게 아무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늘 날카롭게 부딪치던 말들 뒤에 숨어 있던 건 결국 서운함과 억울함이었다.그리고 송미연을 바라보는 육민성의 눈빛 역시, 결코 친구 사이에서 하는 걱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깊은 애정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을 만큼 짙었다.이대로 두 사람을 함께 있게 둔다면, 송미연이 깨어난 뒤 육민성이 차분히 해명하기만 해도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오해들은 너무 쉽게 풀려 버릴지 몰랐다.그럼 자신은?위닝 테크에서의 경쟁도,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육민성을 향한 감정도 결국 우스운 꼴이 되고 말 터였다.임한결은 차가운 벽에 기대어 휴대폰 연락처 목록을 훑었다.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두 사람이 너무 자연스럽게 다시 가까워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그때, 송미연이 가끔 가족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 떠올랐다.가족들이 자신의 마음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을 그저 집안의 이익을 이어 주는 장기 말처럼 여긴다는 말이었다.그 순간, 머릿속에서 대담한 생각 하나가 싹텄다.이윽고 그녀는 전에 우연히 저장해 두었던 연락처를 찾아냈다. 위닝 테크에 입사할 때, 송미연이 긴급 연락처란에 적어 둔 송강수의 번호였다.임한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한참 이어진 뒤에야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누구시죠?”임한결은 속에서 치미는 불안함을 억누르며 일부러 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안녕하세요. 미연 씨 아버님 맞으시죠? 저는 미연 씨의 동료 임한결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70화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뿐이라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릴 만큼 조용했다.육민성은 품에 안긴 송미연을 내려다보았다.“미연 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나 놀라게 하지 마, 응?”곧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육민성은 송미연을 안은 채 빠르게 위닝 테크를 빠져나왔다.조심스럽게 조수석에 눕히듯 앉힌 뒤에는 안전벨트를 채워 주었다.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그녀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서였다.곧바로 운전석에 올라탄 육민성은 시동을 걸고 가장 가까운 병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달리는 내내 그의 시선은 자꾸만 조수석의 송미연에게 향했다. 눈빛에는 걱정과 자책이 가득했다.‘깨어나면 반드시 제대로 해명해야지. 모든 오해를 풀 거야.’...차가 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육민성은 송미연을 안고 곧장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의사 선생님! 여기 좀 봐 주세요, 빨리요!”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다가오더니 송미연을 응급실 안으로 옮겼다.육민성은 굳게 닫힌 문 앞에 서 있었다.주먹을 꽉 쥔 손끝은 하얗게 질렸고 손마디는 푸른색을 띠며 도드라져 있었다.한편 그 시각.위닝 테크 법무팀에는 임한결이 외근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사무실의 분위기가 어딘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순간,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래서 가까이에 있던 동료를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이에 동료는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을 빠짐없이 전해 주었다.자초지종을 들은 임한결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당황한 눈빛을 내비쳤다.그녀는 송미연이 밤새 자료를 정리했을 줄 몰랐다. 또 육민성이 직접 찾아와 대응할 줄도 몰랐다.더구나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다 송미연이 쓰러졌다는 말은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임한결은 송미연의 자리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두꺼운 법률 분석 보고서도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그제야 그녀는 알았다. 자신이 그동안 송미연에게 지나치게 가혹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69화

    회의실 안의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송미연은 밤새 정리한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육민성의 앞으로 내밀었다.“육 대표님, 이번 분쟁 건과 관련해 위닝 테크에서 정리한 자료와 1차 법률 분석 보고서입니다. 검토 부탁드려요.”육민성은 보고서를 집어 들고 몇 장 넘겼다.반듯한 글씨가 눈에 들어오자 순간 그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졌다.어젯밤 그녀가 어떻게 밤을 새워 가며 이 보고서를 완성했을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이 보고서... 송미연 씨가 밤새 작성한 거죠?”육민성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지만 그 말은 송미연에게 오히려 신경을 긁는 소리처럼 들려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눈빛에는 누가 봐도 불쾌해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천공의 일에나 신경 쓰세요. 제 몸 상태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위닝 테크의 업무 결과물입니다. 내용에만 집중하시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차갑게 내뱉은 말이 비수처럼 육민성의 가슴을 파고들었다.그러자 그가 상처 입은 듯한 눈빛으로 송미연을 바라보았다.“미연 씨, 난 그냥 미연 씨가 걱정돼서 그래.”“육 대표님, 예의를 지켜주시고 반말은 삼가해주시죠.”송미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우리 사이는 이미 끝난 지 오래됐습니다. 괜히 걱정하는 척할 필요도 없고요. 저는 지금 위닝 테크 직원이고 대표님은 천공연구원의 대표님입니다. 우린 업무상 협력 관계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육민성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눈빛 속에 담겨 있던 걱정은 점점 답답함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걱정하는 척? 미연 씨,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미연 씨가 오해하고 있다는 건 알아. 그래서 해명하려고 했어. 그런데 단 한 번도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해명이요?”송미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해명을 하겠다는 건데요? 전 안 듣고 싶습니다.”곧 육민성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자 송미연은 반사적으로 그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613화

    그는 수년간 늘 족쇄에 묶인 채 살아야 했다.언제 박씨 가문이 뒤통수를 칠지 몰라 늘 불안했고 그게 자신의 관직 길에 흠집이라도 낼까 봐 조심 또 조심했다.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명성이었다. 때문에 주기훈의 명성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고 청렴하다는 평판이 자자했다.물론 실제로도 그랬다.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매우 엄격했고 주씨 가문 식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그 바람에 어릴 적부터 주민혁은 철저한 훈육 아래 자랐다.주기훈은 싸늘한 눈빛을 내리깔고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며 소리 없이 이를 갈았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611화

    이때, 주시후가 안에서 사람들에게 이끌려 나왔다.아이의 얼굴에는 놀람과 당혹감이 가득했다.“무슨 말이에요... 아빠, 나 버리는 거예요?”주시후는 주민혁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울먹였다.“아빠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아빠잖아요. 그러니까 나 버리면 안 돼요. 난 주씨 가문 사람이잖아요. 다른 데는 절대 안 갈 거예요.”주민혁은 잠시 시선을 내리깔더니 아이를 바라봤다.“이미 예전부터 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다 알고 있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시후는 와르르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다.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아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607화

    주예린이 주민혁을 닮았다는 얘기는 너무 흔하게 들었다.하지만 주시후는 단 한 번도, 단 한 사람에게도 주민혁을 닮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예전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그랬다.모두가 주예린을 보며 ‘아빠랑 똑 닮았네’ 하면서도 주시후에게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그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저렸다.‘정말 난... 아빠의 친아들이 아닌 걸까?’주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가 주민혁 옆에 서더니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아빠, 나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저 사람들 말은 다 거짓말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91화

    그 순간, 박하린은 마치 누가 목을 움켜쥔 듯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이 바짝 조여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아니 애초에 뭘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손에 쥐고 있던 컵을 조용히 움켜쥔 채 옆에 앉은 남자를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민혁 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주민혁의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고 차가울 만큼 무표정했다.“충분히 분명하게 말했을 텐데?”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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