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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Autor: 금붕어
장성훈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피가 한순간에 식어버린 것 같았다.

단순한 단식으로 인한 쇠약이 아니고 몸이 버티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독을 탄 것이었다.

그것도 그의 눈앞에서, 대놓고, 강지안의 목숨을 노린 것이다.

가슴 속에서 거대한 살기가 폭발하듯 치밀어 올라 그대로 몸 전체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장성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누가 한 거죠?”

이는 질문이 아닌 선고였다.

“현재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독성 물질은 최근에 섭취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의사가 말했다.

“이미 위세척과 해독제를 투여했고 생명 징후는 일단 안정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위험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 24시간 집중 관찰이 필요합니다.”

“들여보내 주세요.”

장성훈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아가씨를 봐야겠습니다”

“장 대표님, 지금은 아직...”

“직접 보겠다니까요.”

그의 눈빛은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만큼 차가웠다. 통제 직전, 언제라도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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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8화

    강지안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곳에 도착해 지금까지 적어도 서너 시간은 지났음을.그토록 치열하게 현장을 조율하고 생사의 경계를 다투는 상황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을 그가 배고프지 않을 리 없었다.그저 자신을 먼저 배려하고 싶었을 뿐이리라.자신이 먼저 든든하게 먹고 안정을 찾기를 바란 것이다.강지안은 그를 바라볼 뿐 더는 캐묻지도, 같이 먹자고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소박한 식사가 끝나고 강지안은 따뜻한 국물을 조금씩 홀짝이며 이따금 고개를 들어 장성훈을 살폈다.그는 탁자 옆 의자에 가만히 앉아 수저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녀를 조용히 눈에 담고 있었다. 허리는 여전히 꼿꼿이 세우고 있었지만 온몸을 짓누르는 묵직한 피로감마저 숨기지는 못했다.눈 밑의 그늘이 유독 도드라졌고 긴장으로 굳어 있던 턱선마저 살짝 풀려 있어 오랜 시간 한계 속에서 버텨왔음이 분명해 보였다국경을 넘나들며 작전을 짜고, 퇴로를 확보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충돌에 대비하느라 그는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을 터였다.아까까지는 현장을 지휘하느라 정신력 하나로 버텼겠지만, 이 고요한 방으로 들어와 팽팽했던 끈이 느슨해지자마자 해일 같은 피로가 물밀듯 밀려오는 모양이었다.강지안은 그릇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졌다.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언제나 그녀를 먼저 살피고 자신은 늘 가장 나중으로 미뤄두었으며 항상 그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홀로 모든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장성훈은 그녀가 식사를 마치자 식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소리라도 나서 그녀에게 방해가 될까 봐 손길은 한없이 조심스럽고 덤덤했다.이윽고 몸을 일으킨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는 어서 쉬세요.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밖에 아직 수습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요.”말을 마치고 몸을 돌리려던 찰나, 마음이 다급해진 강지안은 거의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었다.“잠시 앉아서 얘기 좀 나누면 안 될까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 스스로도 아차 싶어 멍해졌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7화

    강지안은 대체 두 사람이 어떻게 연을 맺게 된 것인지 생각했다.기억을 잃어 세세한 흔적도, 얽히고설킨 애증도 모두 잊었건만 뼈에 새겨진 듯한 의지처와 설렘만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지금처럼 위험한 상황 속에서 밖은 생사를 넘나드는 임무가 한창일지라도, 그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지키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어떤 감정은 정말이지 기억을 초월하는 모양이었다.어떤 존재는 뼈에 새겨진 듯 깊어서, 모든 걸 잊어도 기어이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든다.얼마나 기다렸을까, 창밖의 어둠은 깊어 가고 희미하던 소음마저 잦아들며 긴박하던 공기가 다소 누그러졌다.임무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거나 잠시 일단락된 듯했다.강지안의 마음 역시 그제야 한 시름 놓였다.이제 그가 올 시간이었다.그녀는 척추를 세워 몸을 바로 앉히고는 방문을 바라보며 가만히 기다렸다.이윽고 문밖에서 묵직하고도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걸음걸이였으나 특유의 위압감은 여전한 채 한 걸음씩 분명하게 다가왔다.강지안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요동쳤다찰칵,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장성훈이 걸어 들어왔다.그는 이미 전투복을 벗고 심플한 검은색 캐주얼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전장에서의 서슬 퍼런 예리함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차분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가의 그늘은 한층 더 짙어, 오랜 시간 잠 한 자락 자지 못한 채 고도의 긴장 상태를 견뎌왔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보온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는데, 몸짓과 발걸음에는 빈틈없는 차분함이 배어 있었다.침대에 얌전히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강지안의 모습을 보고서야 그의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미세하게 빠졌다.불이 꺼진 방 안에서 머리맡의 전등만이 아늑한 황색 불빛을 흘려보내며 그의 날카로운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눈동자 깊이 감추어둔 안타까움과 피로를 은은히 비추었다.그는 곧장 말을 거는 대신 문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6화

    “아직 임무가 남았습니다. 처리하고 바로 올게요.”강지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 보채거나 매달리지 않고 그저 얌전히 대답했다.“네.”그녀는 장성훈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임무는 얽힌 이해관계가 워낙 많아 매 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이었기에, 더는 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기다릴 수 있었다.아무리 오랜 시간이라도 상관없었다.그때 부하 한 명이 다가와 공손히 길을 안내했다.“강지안 씨,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걸음을 떼며, 강지안은 마지막으로 장성훈을 눈에 담았다. 그는 이미 뒤돌아선 채였다. 곧게 뻗은 그의 등은 다시금 냉철하게 모든 것을 통제하는 지휘관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은 엄숙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으로 빠르게 녹아들었다.방금 전 아주 잠깐 내비쳤던 흐트러짐과 불안함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강지안은 부하를 따라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캠프를 지나, 막사 뒤편의 비교적 한적하고 은밀한 작은 방으로 향했다.단출한 싱글 침대와 탁자, 의자가 전부인 좁은 가건물이었지만, 최전방 지휘소의 긴장과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안전하고 고요한 공간이었다. 누가 봐도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배려해 고른, 가장 안전하고 독립된 피난처임이 분명했다.부하가 문을 열어주고 탁상스탠드를 켜며 공손히 말했다.“강지안 씨,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고요.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라는 도련님의 특별 지시가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 앞쪽 상황이 워낙 긴박해 그분께서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우시니, 부디 너른 마음으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알겠습니다. 고마워요.”강지안이 조용히 고마움을 전하자, 부하는 정중히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물러나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달칵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바깥의 긴장과 소란이 완전히 차단되었다.방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고, 오직 스탠드의 은은하고 따뜻한 불빛만이 작은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공기 중에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5화

    장성훈은 강지안의 앞까지 단숨에 달려왔다.붙잡힌 채 창백해진 얼굴, 헝클어진 머리카락, 손등에 남아 있는 긁힌 상처...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손을 들어 그녀에게 닿으려 했으나 손끝이 닿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공중에 멈춘 손과 함께 눈빛 깊은 곳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여러 감정들이 뒤엉키고 있었다.“누가 오라고 했어요! 누가 여기에 들어오라고 했냐고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요? 아가씨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지 아냐고요!”그는 연달아 네 마디를 내뱉었다.한마디 한마디에는 억눌러왔던 극도의 두려움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하지만 강지안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성훈 씨를 찾으러 왔어요.”낮고 부드러운 한마디, 하지만 그 짧은 말은 장성훈이 애써 유지하던 차갑고 단호한 모습을 단숨에 무너뜨렸다.장성훈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안에는 깊은 고통만이 남아 있었다.그는 손을 들어 강지안을 붙잡고 있던 순찰 인원들에게 말했다.“놓아줘요. 내가 데리고 갈 거니까.”그러자 순찰 인원이 망설이며 말했다.“도련님, 하지만 이분은 허가 없이 들어온 상태라 규정상...”“모든 책임은 내가 집니다.”장성훈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리고 직접 손을 뻗어 강지안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더니 그녀를 품 안에 감싸듯 단단히 보호하며 낮게 말했다.“무슨 일이 생기든, 나 장성훈 한 사람이 책임집니다.”그는 고개를 숙여 품 안의 그녀를 바라봤다.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장성훈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진짜... 제가 미쳐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어요?”강지안은 살짝 고개를 들어 굳게 다문 그의 턱선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성훈 씨를 곤란하게 하려고 온 게 아니에요. 성훈 씨의 임무를 방해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는 한마디 한마디 힘을 주어 말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4화

    이곳은 너무 위험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위태로운 곳이었다.하지만 상황이 이럴수록, 강지안은 안에 있는 그 사람이 더욱 걱정됐다.장성훈은 바로 이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서 지휘하고, 작전을 짜고, 상대와 맞서고 있었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사를 건 싸움의 한가운데 서 있을지도 몰랐다.강지안은 거칠게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숨을 죽였다. 그리고 나무들의 은폐를 이용해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소리 하나 내지 않았고 불필요한 움직임도 하나 없이, 마치 어둠 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숲 사이를 헤쳐 나갔다.익숙한 모습을 찾기 위해 그녀의 시선은 사람들 사이를 미친 듯이 훑었다.검은 옷, 곧게 뻗은 등, 차갑고 압도적인 분위기...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단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마침내 중앙에 있는 가장 큰 임시 지휘 천막 앞에서 그녀는 장성훈을 발견했다.검은색 작전복 차림의 장성훈은 소나무처럼 꼿꼿한 자세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옆 사람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조명 아래 드러난 옆얼굴은 차갑고 날카롭게 굳어 있었고 표정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주변 사람조차 쉽게 다가갈 수 없을 만큼 강한 기세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다시 본 그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조금 더 야위어 있었다.얼굴빛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어 제대로 쉬지 못한 게 분명했다.허리와 복부 쪽 옷감은 미세하게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 아래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는 듯했다. 상처가 완전히 나은 게 아니었다.그런데도 장성훈은 그 자리에 서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모든 것을 홀로 버티고 있었다.그리고 그를 본 순간, 강지안이 느끼고 있던 모든 두려움과 피로, 아픔은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그녀는 나무 뒤에 숨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마치 지난 며칠 동안 쌓였던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3화

    강지안이 바라는 건 단 하나, 그저 장성훈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는 것이었다.강지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에 뒤엉킨 감정들을 억눌렀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검문소는 주요 도로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정면 경계는 빈틈없이 철저했고 오가는 인원도 많았다. 탐조등은 쉴 새 없이 주변을 비추며 순찰하고 있었기에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하지만 아무리 봉쇄선이라고 해도 입구가 이곳 하나뿐일 리는 없었다.국경 지역은 지형이 복잡했다. 구불구불한 산길과 울창한 숲이 이어져 있기에 분명 다른 방향으로 우회해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길이 있을 것이었다.물론 그런 길은 외지고 험난한 데다 위험하기까지 할 터였다.하지만 지금의 강지안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켰다. 그리고 검문소 주변 지형을 확대해 살펴봤다.빽빽하게 표시된 등고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몇 개의 회색 산길이 큰 도로 옆으로 뻗어나가 울창한 산림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바로 저기야.’순간 결심을 굳힌 강지안은 기사에게 알리지 않았고 경계 인원들의 시선도 끌지 않고는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차 문을 열고 내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밤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 만큼 차가웠다.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스쳤고 차가운 바람에 뺨 감각이 둔해졌으며 걸치고 있던 외투로는 살을 에는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하지만 강지안은 추위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움직였다.그녀의 눈은 차분하게 주변을 훑었다.각 초소의 위치, 탐조등이 비추는 방향, 경계 인원들이 움직이는 동선...하나하나 머릿속에 담았다.그렇게 조금씩 차에서 멀어지고 정면 검문소에서도 멀어졌다.마침내 비교적 인적이 드문 구간에 도착했다.이곳은 조명이 훨씬 어두웠고 경계 인원도 눈에 띄게 적었는데 멀리서 간간이 지나가는 빛줄기만이 짧은 순간 도로 위를 밝힐 뿐이었다.강지안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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