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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Author: 금붕어
박하린은 말이 끝내자마자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주민혁의 일 처리 속도는 언제나처럼 빠르고 치밀했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운교가의 고급 식사가 천공 연구원 기술부로 배달되었다.

부서 사람들 전원 몫이었다.

운교가.

은산시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최고급 사설 주방.

돈이 있어도 쉽게 예약할 수 없는 곳이라 순간 부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와, 이거 운교가 음식 맞죠? 대박!”

“박하린 씨, 이거 남자 친구가 챙겨준 거죠? 진짜 잘해주네요.”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박하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친구예요.”

“친구라고요? 에이, 저희 다 알죠. 애매한 단계 어디쯤 있는 친구예요?”

“그런데 친구가 혹시 주 대표님인가요? 저번에 같이 있는 거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요?”

박하린은 민망한 듯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민혁 오빠가 프로젝트 잘되라고 다 같이 먹으라고 한 거예요.”

“어머.”

“역시 주 대표님은 클래스가 다르네요.”

농담 섞인 추임새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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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8화

    엘리아스는 눈앞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 최수빈과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없이 다정한 기색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한 소유욕이 느껴졌다.마치 본능적으로 ‘이 사람들은 내 사람들이다’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았다.하지만 분위기는 조용하고 자연스러웠으며 어색함도, 서로를 떠보는 기색도 없이 그저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비즈니스적인 인사만 오갔다.최수빈은 율이를 품에 안은 채 주민혁 곁에 서 있었다.한 손으로는 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어느새 남자가 조용히 잡아주고 있었다.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안정적이고 든든했다.해야 할 일은 눈앞에 있고 가족은 곁에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은 밝았다.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봤다. 눈가에는 숨길 수 없는 따스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주민혁 역시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 마음을 알아차린 듯,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어 최수빈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율이는 엄마의 품에 기대어 작은 손으로 최수빈의 목을 꼭 끌어안고 며칠 동안 집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곧 계약식 준비가 시작되고 항공 소재 기술도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천공연구원의 미래는 막힘없이 펼쳐지고 있었다.한편.강지안은 별장을 빠져나왔다.장성훈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민채영에게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아래층에 있던 경호원들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움직였다.그녀는 도우미들이 청소를 하고, 민채영이 2층에서 화장을 하고, 장성훈이 갑작스러운 업무 때문에 잠시 회사로 나간 틈을 타 조용히 신발을 갈아 신었다.그리고 현관문을 연 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근처에 잠깐 산책만 다녀올게요. 멀리 가지 않을게요.”그러나 장성훈의 당부가 떠올라 경호원은 잠시 망설였다.강지안은 이제 막 몸을 회복했고 기억까지 잃은 상태였다.그래서 장성훈은 절대 그녀가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되고 혼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7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엘리아스는 온화한 눈빛으로 말하더니 더 길게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그럼 쉬시는 데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내일 아침 호텔 로비에서 뵙죠.”“내일 뵐게요.”최수빈은 문을 닫고 식탁 위에 도시락을 내려놓았다.뚜껑을 열자 따뜻한 죽에서 은은한 향이 퍼져 나와 차갑게 식어 있던 밤공기마저 조금은 녹아내리는 듯했다.그녀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죽을 먹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집에 설치해 둔 CCTV 화면을 띄웠다.화면 속 율이는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작은 얼굴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숨소리는 고르고 편안했다.주민혁은 아이의 작은 침대 곁에 앉아 조용히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조심스러운 손길로 율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최수빈은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일은 순조롭고 가족은 평안하며 곁에는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다.앞으로 나아갈 길에는 밝은 빛이 있었다.이런 삶은 마음을 놓게 할 만큼 안정적이었다.그렇게 간단히 정리를 마친 최수빈은 다음 날 귀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날 밤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방 안을 따뜻하고 환하게 밝혔다.최수빈은 짐을 챙긴 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호텔 로비에는 육민성, 진용휘 그리고 수행 인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엘리아스 역시 한쪽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모두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일행은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순조롭게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른 뒤, 비행기는 안정적으로 하늘로 올라 은산시를 향해 날아갔다.기내는 조용하고 편안했다.최수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은산시에 돌아간 뒤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계약식 준비, 최종 계약서 검토, 항공 소재 연구소와의 협력 조율, 이후 기술 상용화 계획까지...하나하나가 명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6화

    육민성은 송미연과의 통화를 막 끊은 뒤에도 손끝이 한동안 휴대폰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늘 차갑고 담담했던 눈매에는 조금 전의 다정한 기색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마치 조금 전의 난처하면서도 다정했던 대화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최수빈은 양손을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한쪽에 서 있었다.저녁 바람이 그녀의 옆머리를 살며시 흩날렸고 눈빛에는 모든 걸 꿰뚫어 본 듯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이내 그녀가 부드럽지만 직설적으로 말했다.“두 사람, 요즘 확실히 진전이 빠르네요.”육민성은 그녀를 바라봤다.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목소리 역시 평소처럼 담담했다.“원래 이랬어.”잠시 뜸을 들인 뒤, 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우린 친구잖아. 안 그래?”그 말이 떨어지자 최수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모든 감정을 이성이라는 포장지 안에 숨기곤 했다.특히 누군가를 신경 쓸수록 오히려 ‘친구’라는 두 글자로 감정을 감추려 했다.마치 그 이름표만 붙이면 마음속 깊이 숨겨둔 걱정과 애정, 소유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어떤 감정은 결코 ‘친구’라는 말 두 글자로 설명할 수 없었다.최수빈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선배, 이제 그만 자기 자신을 속여요. 두 사람은 이미 결혼했어요. 법적으로 인정받은 부부고 한 침대에서 살아가고 한 지붕 아래서 매일을 함께 보낼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친구로만 남을 수는 없어요.”그녀는 장난기가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있었다.“미연이, 진짜로 집 전등이 고장 나서 전화한 거 아니에요. 그냥 선배가 그리웠던 거라고요. 선배가 곁에 없으니까 마음이 불안했던 거고요.”옆으로 늘어뜨린 육민성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반박은 하지 못했다.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5화

    멀리 떨어진 집에서는 율이가 주민혁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자신의 안전은 진용휘가 책임지고 있었고, 업무상의 기술 문제는 육민성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기에 최수빈은 혼자가 아니었다....도착층에 다다르자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최수빈은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가장 먼저 도착한 메시지는 주민혁에게서 온 것으로10분 전에 보내온 메시지였다.[중원시에 도착했어? 연구실은 순조로워?][율이 방금 일어났는데 상태가 좋아. 체온도 정상이고 죽도 반 그릇 정도 먹었어.][난 집에서 너 기다리고 있을게.]화면을 바라보는 순간 최수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짧은 몇 줄의 메시지만으로도 쌓였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그래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복도 창가에 서서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방금 현장 확인 끝났어요. 소재가 정말 좋더라고요. 협력은 확실히 잡았어요.][율이가 괜찮다니 다행이에요.][여기는 문제 없고 진용휘 씨도 같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요.]메시지는 성공적으로 전송됐다.창밖으로 보이는 중원시의 햇살은 따스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넓게 펼쳐진 시야 너머로 항공우주 단지의 건물들이 마치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거대한 기념비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맑고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공간...그곳이 바로 그들이 향하는 방향이자 천공연구원이 나아갈 방향이었다.그녀와 육민성, 그리고 모든 팀원이 함께 노력하는 목표였다.이번 중원시 출장은 성대한 계약식도, 화려한 조명도, 떠들썩한 분위기도 없었다.하지만 확실한 기술이 있었고, 확실한 협력이 있었으며, 확실한 미래가 있었다.최수빈에게도, 천공연구원에게도 그것이면 충분했다.뒤이어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허리를 곧게 폈다. 그리고 객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오후에는 계약서를 검토해야 했고 내일은 협약 체결이 기다리고 있었다....다음 날.연구실 현장 검토가 마무리되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4화

    “이것이 바로 저희가 사흘 전에 최종 확정한 차세대 경량 고내열 항공우주 합금입니다.”그가 직원에게 시연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순간 화면 위로 수많은 데이터가 떠올랐다.각 항목의 수치는 모두 기존 업계의 상식을 뒤흔드는 수준이었다.육민성은 손을 뻗어 보호 유리 너머로 시제품 표면의 미세한 결을 자세히 살폈다.“고온 내구성과 경량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겁니까?”엘리아스는 웃으며 피하지 않고 답했다.“결정 구조 최적화입니다.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도핑 공정을 적용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공정을 보유한 곳은 저희 생산 라인뿐이죠. 육 대표님, 미세 구조는 가까이서 확인하실 수 있도록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세부 공정 기술은 정식 계약 체결 이후에야 전부 공개할 수 있습니다.”타당한 이유였기에 최수빈과 육민성 모두 그 점을 이해했다.이내 육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합니다.”그 후 엘리아스는 일행에게 기술을 하나씩 공개했다.확인하는 항목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옆에서 끊임없이 기록하던 기술 총괄의 눈빛은 점점 더 밝아졌으며 때때로 육민성과 눈빛을 주고받기도 했다.모두가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이 소재는 진짜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말이다.현재 천공연구원이 가장 부족하고, 가장 필요로 하며,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기술이었다.최수빈은 사람들 뒤쪽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모든 세부 사항을 빠짐없이 눈에 담는 중이었다.엘리아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연구실에는 과장된 부분이 없었으며 데이터 조작도 없었다.이번 중원시 방문은 정말 오길 잘한 일이었다.육민성은 마지막 데이터 검증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엘리아스를 바라봤다.“소재 성능은 저희의 예상에 부합합니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이에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으니 정식 협력 단계로 진행해도 됩니다.”엘리아스는 그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육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3화

    얼마 후, 일행은 비행기에 올랐다.이동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됐으며 두 시간여가 지난 뒤, 비행기는 중원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중원시는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깨끗한 공기와 탁 트인 시야, 공항 안팎에는 작업복 차림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도시 곳곳에는 철저함과 최첨단 기술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엘리아스는 직접 출구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많은 사람을 데리고 나오지는 않았고 실험실 책임자 한 명과 운전기사 한 명만 대동했을 뿐이었다.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 최수빈 측과 같은 스타일이었다.“수빈 씨, 육 대표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엘리아스가 다가와 악수를 건네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숙소는 연구실 근처 호텔로 준비해뒀습니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연구실로 이동하죠.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바라던 바입니다.”최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량은 곧바로 시 외곽에 위치한 항공우주 과학기술 단지로 향했다.핵심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보안은 더욱 엄격해졌다. 검문, 신원 확인, 등록, 사전 신고 절차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져 공기마저 무겁고 엄숙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이곳은 중점 관리 구역입니다.”엘리아스가 설명했다.“모든 소재와 시제품, 데이터는 최고 등급 보안 대상이죠. 저희가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사전에 최상위 등급의 승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은 애초에 들어올 수 없어요.”최수빈과 육민성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규제가 엄격하다는 건, 그만큼 안에 있는 기술의 가치가 크다는 의미였다.차량은 마침내 외관이 수수하고 눈에 띄는 간판조차 거의 없는 흰색 건물 앞에 멈춰 섰다.입구에는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경비 인력이 서 있었고 보안 장비도 빈틈없이 갖춰져 있었다.차에서 내리자 엘리아스의 표정도 한층 진지해졌다.“여러분, 지금부터 휴대폰은 전부 지정 담당자에게 맡겨주세요. 촬영, 녹음,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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