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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Author: 금붕어
‘예린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해.’

하지만 이번 생에는, 오직 딸을 데리고 주씨 가문에서 서둘러 멀어지려는 마음뿐이었다...

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깨뜨렸다.

“똑똑—”

최수빈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고, 경계하며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이 시간에, 누구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서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세요?”

“사모님, 접니다. 려운이에요.”

문밖에서 공손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려운은 주민혁과 함께 일한 지 오래됐고, 일 처리가 항상 신중하고 세심했다. 최수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이 시간에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예린의 방을 찾아오다니.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열었다.

문 앞의 려운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별다른 표정은 없었지만, 눈빛에 알수 없는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

“사모님, 주 대표님께서 제더러 사모님을 모시고 여기에서 떠나라고 하셨어요.”

“떠나라니요?"

최수빈은 어리둥절해하며 인상을 꽉 찌푸렸다.

"왜 떠나야 하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주민혁의 다툼을 떠올렸다. 그가 제안한 재혼 요구를 거절했다고, 그것 때문에 할머니의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려는 걸까?

그녀를 오게 한 것도 그였고, 그녀를 가게 하는 것도 주민혁이였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녀의 태도를 차갑게 만들었다.

“그 사람 무슨 뜻이에요?”

려운은 그녀 불만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고, 여전히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를 더 낮췄다.

“사모님, 상황이 급합니다. 지금 여기는 안전하지 않아요. 어서 아가씨를 데리고 저를 따라 뒷문으로 나갑시다.”

“안전하지 않다고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막 질문을 하려는 순간, 아래층에서 갑자기 위급한 고함이 들려왔다.

“불이야! 불이 났어—!”

이어, 어수선한 비명과 달리는 소리가 뒤섞였다. 평온했던 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최수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아직 불길이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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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788화

    최수빈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민혁이 먼저 다가와 가디건을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손끝이 무심코 그녀의 목덜미를 스치자 서늘한 온기가 잠깐 전해졌다.“밤 되면 추워져. 조금이라도 더 입어.”최수빈은 가디건을 여미었다. 그 위에는 아직도 주민혁에게서 나던 맑은 비누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그녀는 주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 처리하러 간 거예요? 잘됐어요?”주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빈소 안을 한번 훑어보았다.“조문객 명단이랑 장례 절차 정리했고... 형 쪽에도 사람 붙여서 보고 있어.”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이해했다.오후에 보였던 주선웅의 태도에서 주민혁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모양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았다.주민혁도 더 말하지 않았고 그저 최수빈의 곁에 조용히 서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함께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밤이 깊어질수록 빈소 안은 더 고요해졌다.가끔 가족들의 낮은 대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마저도 주변의 적막함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멀리서 조문객들이 들어오는 기척이 희미하게 느껴졌다가 빈소 앞에 이르러서는 낮은 울음과 위로의 말로 바뀌었다.최수빈은 가디건을 꼭 끌어당겼다.이렇게 누군가 곁에 있어 주니 아까보다는 덜 춥게 느껴졌다.설명하기 힘든, 묘하고 복잡한 감정이었다.주민혁은 늘 차갑고 담담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기색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주민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정적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했다.“오늘 밤, 나랑 같이 여기 지킬래?”평온한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최수빈은 그 차분함 뒤로 주민혁이 아주 미세하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빛과 그림자가 그의 선명한 얼굴 윤곽 위에 얹혀 있었고 늘 거리감이 있던 눈빛이 지금은 한결 부드럽게 최수빈을 담고 있었다.그때, 최수빈의 머릿속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787화

    최수빈은 복도 모퉁이를 막 돌아서다 누군가와 마주쳤다.진서령이었다.짙은 자줏빛 원피스를 입고 가슴에는 진주 브로치를 달고 있었지만 늘 치켜들고 다니던 턱은 오늘따라 살짝 내려가 있었다.원금영이 세상을 뜨며 주씨 가문 전체가 어수선해진 탓인지 그녀의 얼굴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최수빈을 보자 진서령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무언가를 말하려다 끝내 삼킨 듯 그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수빈아.”진서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가라앉아 있었고 날카로운 기색도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최수빈은 조금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녀와 진서령의 사이는 애초에 좋다고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과거 주민혁과 교제하던 시절, 진서령은 최수빈의 집안이 평범하다는 이유로 주씨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노골적이든 은근히든 적잖이 불편하게 굴었었다.가장 심했던 건 가족 모임 자리에서,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최수빈을 두고 ‘속이 깊어 보인다, 신분 상승을 노리는 거 아니냐’고 말했을 때였다. 그 말에 최수빈은 결국 눈시울이 붉어졌었다.그때의 진서령은 늘 자신이 가장 높은 자리에 서 있다는 태도였고 모두가 자신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듯 굴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진서령은 마치 온몸의 가시를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내가...”큰 용기를 내는 듯 진서령은 입을 열었다가 잠시 멈췄다.“예전에... 많이 잘못했어.”그러고는 관자놀이 쪽 잔머리를 정리하더니 어색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이 나이에... 사과 한마디는 해야겠더라.”최수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진서령의 입에서 ‘사과’라는 말이 나올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사실 최수빈도 알고 있었다. 진서령이 본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그저 권세와 체면을 지나치게 중시했고 자신에게 어떤 ‘체면’을 안겨 주느냐에 따라 사람을 대했다.자신을 빛내 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웃음을 보였고, 그렇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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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7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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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7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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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783화

    최수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시선이 주민혁의 다친 손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다시 그의 얼굴로 올라왔다.“늘 나를 밖으로 밀어내고 일이 생기면 혼자서만 감당하고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민혁 씨를 믿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이럴 때일수록 나를 배제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주민혁 역시 움직임을 멈추며 최수빈을 바라보았다.짙게 가라앉아 있던 눈동자 깊숙한 곳에 마치 돌 하나가 떨어진 것처럼 잔잔한 파문이 번졌다.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끝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거실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고 식기 세척기에서 울리는 낮은 진동음만이 공간을 채웠다.물러설 기색 하나 없이 최수빈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 눈빛에는 단 하나의 분명한 요구만이 담겨 있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와 함께 마주하고 싶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그때, 주예린이 인형을 안은 채 방에서 나왔다.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에 긴장감이 느껴졌는지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아이의 시선이 최수빈에게서 다시 주민혁에게로 오갔다.작은 얼굴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했지만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최수빈 곁으로 다가와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여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손끝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긴장도 조금 풀렸다.주민혁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오갔다가 다시 최수빈에게 멈췄다.그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어찌나 오래 걸렸는지 최수빈은 자신이 또다시 거절당할 거라 생각할 정도였다.그러다 주민혁은 낮고도 아주 짧게 한마디를 흘렸다.“응. 가자.”그는 몸을 돌려 차 키를 집어 들었다.목소리에는 감정이 거의 실려 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최수빈의 동행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최수빈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주예린의 손을 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현관에서 신발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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