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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Penulis: 금붕어
최수빈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통화 버튼을 누른 뒤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여보세요?”

몇 초간 침묵이 흐르고 변성 처리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빈 씨, 안녕하세요.”

그녀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핸드폰을 꽉 쥐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저 당신과 이야기 나누고 싶을 뿐이에요.”

상대방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그의 웃음은 가슴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요즘 테스트 중인 ‘3호 시스템'의 연료 배합과 연구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만약 불편하시다면, 우리가 직접 방문할 수도 있고요.”

최수빈은 긴장한 나머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프로젝트의 코드명까지 알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세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담담하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당신 손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죠. 알아서 데이터를 내놓으면 우리는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모두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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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6화

    최수빈은 강지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녀의 손등을 토닥여 주었다.“나한테는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무슨 일이 있든 언제든 전화해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때든, 여기서 나가고 싶을 때든... 내가 도와줄게요.”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누던 최수빈은 강지안이 조금 지쳐 보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인사를 건네고 돌아갔다.최수빈을 배웅하고 돌아오자 별장은 다시 고요해졌다. 넓기만 한 공간은 텅 빈 듯, 차가운 적만만이 내려앉아 있었다.강지안은 거실 한가운데 한참 동안 서 있었다.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최수빈이 했던 말들이 맴돌았다.장성훈이 정말 좋은 사람이며 전에 그녀의 경호원이었다는 말 말이다.심지어는 십 년 동안 한순간도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켰으며 그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랐다고 했다.하지만 강지안은 그런 과거의 모습과 지금의 장성훈을 도저히 겹쳐 볼 수 없었다.가슴 한구석이 무언가에 눌린 듯 답답했다. 답답한데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강지안은 더 이상 복잡한 사람들과 일들을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는 몸을 돌려 빠르게 뒷마당으로 향했다.마음 한편에는 계속 그 작은 고양이가 걸려 있었다.호텔에서 데려온 뒤, 그녀는 뒷마당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작은 공간에 고양이를 데려다 놓았다.부드러운 담요를 깔아주고 깨끗한 물과 사료도 준비했다. 혹시 몰라 도우미들에게도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그 고양이는 낯선 별장에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작고 따뜻한 존재이자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던 순간, 품에 안고 유일하게 마음 놓을 수 있는 존재였다.“야옹아.”강지안은 조심스럽게 작은 문을 열었다.“나 왔어. 밥은 잘 먹었...”말끝이 뚝 끊겼다.기대했던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대신 불안할 정도로 고요한 정적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강지안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천천히 굳어졌다.그녀는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 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5화

    강지안은 눈을 내리깔더니 손끝을 살짝 말아쥐었다.“난 그냥...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한 번도 폐 끼친 적 없어요.”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무엇보다 분명했다.“지안 씨, 이건 꼭 기억해요. 지안 씨가 기억을 되찾았든 아니든, 지안 씨는 누구에게도 짐이 아니라는 거.”그 말은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강지안 마음속 가장 여린 부분을 건드렸다.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거실 안에는 벽에 걸린 시계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째깍, 째깍...느리지만 또렷하게, 시계 소리는 고요한 공간을 채웠다.마침내 강지안은 고개를 들었다.기억을 잃은 뒤 줄곧 품고 있던 막막함과 불안이 그녀의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수빈 씨... 혹시 말해줄 수 있어요? 나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었어요?”최수빈은 순간 미세하게 굳었다.“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요.”강지안의 목소리는 더 작아져 마치 혼잣말처럼 흘러나왔다.“내가 뭘 좋아했는지도 모르겠고 뭘 싫어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성격이 어땠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없어도 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결국 가장 오랫동안 마음속에 묻어둔 질문을 꺼냈다.“전에 나랑 성훈 씨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왜 그는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그렇게 깊고, 아프고, 복잡한 눈빛을 보내는 걸까.왜 자신을 위해 민채영을 내쫓고 알레르기 문제마저 뒤로 미뤘을까.왜 그렇게 강압적이고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정작 자신의 앞에서는 늘 조심스러울까.마치 조금만 건드려도 강지안이 부서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강지안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최수빈은 그런 그녀의 막막한 표정을 바라보다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어떤 진실은 너무 아프고 너무 날카롭다. 지금의 강지안에게 그대로 건넬 수 있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4화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장성훈은 난처한 듯 두 손을 펼쳐 보였다.“퇴원하던 날, 아가씨가 아무한테나 연락하거나 갑자기 밖으로 나갈까 봐 제가 일단 맡아둔 거예요. 안에 있는 건 건드리지 않았어요. 아가씨의 사생활도 보지 않았고요.”“어디 있어요?”강지안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곧 장성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을 가리켰다. 가장 아래쪽, 자물쇠가 달린 서랍이었다.“저기 있어요. 열쇠는...”잠시 말을 멈춘 그는 침대 옆 협탁 구석을 바라보았다.“저기 위에 있고요.”강지안은 곧바로 몸을 돌려 열쇠를 집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은 뒤,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꽂았다.찰칵, 잠금이 풀렸다.서랍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휴대폰이었다.휴대폰은 서랍 한가운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히 놓여 있었다.그 순간, 강지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마치 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붙잡은 것처럼, 그녀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꼭 움켜쥐었다.차가운 화면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 감촉이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마침내 자신의 것을 되찾은 것이었다.장성훈은 그녀의 뒤에 선 채 안도한 듯한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휴대폰 돌려줄게요. 앞으로는 직접 가지고 있어요. 다시는 제가 보관하지 않을게요.”강지안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뒤돌아보지도,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다.손끝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가며 그녀는 까만 화면을 내려다봤다.이 작은 기계 안에는 그녀의 과거가, 잊어버린 기억이 들어 있었다.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사랑했는지, 누구를 미워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가 모두 담겨 있었다.강지안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전원 버튼을 눌렀다. 꺼져 있던 화면이 서서히 밝아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장성훈의 눈빛은 깊고 복잡했다.휴대폰이 켜지는 순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것들이 생길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녀는 모든 기억을 되찾을지도 몰랐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3화

    강지안은 순간 멍하니 굳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채영 씨는...”그녀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미 떠났어요.”장성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아가씨가 민채영 때문에 쫓겨났다는 걸 알고, 바로 별장에서 나가게 했어요. 당분간은 아가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강지안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으나 진지해 보이는 그의 눈빛은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나랑 돌아가요.”장성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려다가 허공에서 멈췄다.그리고 대신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힘은 아주 살짝 들어가 있었다.“이제 그만 고집부려요. 네? 아무리 그래도 별장이 이 작은 호텔보다 안전해요.”강지안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마음속에는 아직 분노가 남아 있었고 민채영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이 집의 안주인은 나예요.’그리고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억지로 집에서 쫓겨났던 그 순간의 굴욕도 잊지 못했다.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신의 휴대폰이 아직 장성훈에게 있다는 것이었다.휴대폰이 없으면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고 아무런 정보도 확인할 수 없다.자신이 누구인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그 휴대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잃어버린 과거와 연결된, 강지안이 유일하게 붙잡고 있는 끈이었다.강지안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그러다 여전히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조금도 마음이 풀린 기색을 보이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내 휴대폰 돌려줘요.”장성훈은 한눈에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챘으나 굳이 들춰내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돌아가면 줄게요. 원래 아가씨 거였으니까.”“...”강지안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결국 천천히 마음을 정했다.“성훈 씨랑 돌아갈게요.”이내 그녀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몸을 돌렸다. 하지만 더 이상 장성훈을 바라보지는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2화

    장성훈은 미동 없이 목울대만 살짝 움직였을 뿐, 십여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강지안의 허락을 구하지도 않은 채 손목에 살짝 힘을 주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억지로 거칠게 밀어붙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에는 단호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깜짝 놀란 강지안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뭐 하는 거예요?”장성훈은 뒤돌아 문을 닫았다. 곧 ‘찰칵’하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작게 방 안에 울렸다.방은 크지 않았다.싱글 베드 하나와 작은 소파 하나, 침대 옆 협탁에는 그녀가 방금 산 고양이 사료와 따뜻한 물, 그리고 고양이의 상처를 치료하고 남은 거즈가 놓여 있었다.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작고 좁은 공간이었으나 깨끗했다.장성훈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은 저 여기서 잘 거예요.”순간 멍해진 강지안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자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정말 자신이 걱정돼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그 독단적인 성격이 다시 나온 건지 알 수 없었다.“성훈 씨, 정말 말이 안 통하네요.”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여긴 내가 잡은 방이에요. 난 성훈 씨가 여기 있는 거 싫으니까 나가요.”“안 나갑니다.”그의 대답은 너무나 단호했다.“진짜...”강지안은 화가 나 한 걸음 다가갔다.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그의 팔에 손을 댔으나, 순간 장성훈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따뜻하고 힘 있는 손바닥, 하지만 힘을 준 건 아니었고 그저 그녀가 뿌리치지 못하도록 살며시 감싸 쥔 것뿐이었다.“아가씨를 건드리려는 게 아닙니다.”그가 낮게 말했다.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그냥... 아가씨 혼자 밖에 있게 둘 수 없어서 그래요.”“내가 알아서 해요!”강지안은 힘껏 손을 빼냈다.“여기 안전해요. 머물 곳도 있고 먹을 것도 있어요. 고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1화

    “민채영, 대체 무슨 속셈이야?”장성훈은 지금껏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이 없었다.민채영은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난 억지로 내보낸 적 없어요. 스스로 나간 거라고요...”“닥쳐.”장성훈은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볼 생각조차 없었다.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강지안에 대한 걱정과 불안뿐이었다.기억을 잃은 그녀는 의지할 곳도 없었다.돈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다친 고양이까지 품에 안고 나갔다.대체 어디로 간 걸까?혹시 위험한 일을 당한 건 아닐까?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아닐까?아무도 없는 곳에서 속으로 울고 있는 건 아닐까?“당장 찾아.”장성훈은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차갑게 명령했다.“아가씨의 위치를 확인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상관없으니까, 지금 당장 찾아내.”경호원은 감히 지체할 수 없었는지라 곧바로 움직였다.그렇게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강지안이 머물고 있는 호텔 주소가 장성훈의 휴대폰으로 전송됐다.장성훈은 주소를 확인하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투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민채영에게는 더 이상 단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민채영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장성훈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봤다.새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서운함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원망과 독기가 대신 채워갔다.또 강지안이었다. 언제나 강지안이었다.고작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고작 몇 마디 들었다고 불쌍한 척하며 집을 나가다니.그런데도 장성훈은 그녀에게 완전히 홀려버렸다.억울한 마음에 민채영은 이를 악물었다.‘대체 왜지?’장성훈은 차를 몰아 미친 듯이 호텔로 향했다. 차가 멈춰서는 거의 뛰다시피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주소를 확인한 뒤 그는 곧장 강지안이 있는 층으로 향하더니 방 앞에 도착해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 했다.하지만 손가락은 허공에서 멈췄다.강지안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진 것이었다.그리고 더 두려운 건, 기억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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