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7년 후, 하아란이 수십조 원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런데 변호사와 절차를 밟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하아란의 혼인 증명서가 가짜라는 것. 수십조 원의 자산을 오직 하아란만 상속받을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조사한 변호사가 이름 하나를 입에 올렸다. “성태건 씨와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법적 배우자는 임다빈입니다. 하아란 씨는 현재... 미혼이세요.” 우강시 사람이라면 하아란과 성태건이 어렸을 적 부모의 세대에서 이미 혼약을 맺은 관계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하아란은 성태건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자 보물 같은 존재였다. 결혼할 때 성태건은 하아란에게 세기의 결혼식을 선사하며 만인의 앞에서 소리 높여 맹세했었다. “저 성태건이 아란이를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가 임다빈과 혼인신고를 한 날짜가 다름 아닌 하아란과의 결혼식 바로 다음 날이었다.
View More[이것은 용기가 없어 차마 보내지 못한 고백 편지야. 하아란, 나 너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 하지만 네 곁에는 성태건이 있더라. 성태건을 바라보는 네 눈에 빛이 서린 걸 봤어. 난 짝사랑만 해야겠지?]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하아란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고등학교 시절부터 황유석이 그녀를 짝사랑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아란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황유석을 바라보았다.그때 호텔 경비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황 대표님, 누가 호텔 옥상에서 투신하려고 하는데... 그게... 성태건 씨입니다.”하아란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어제 잘 알아듣게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황유석이 그녀를 다독였다.“내가 가서 처리할게.”하아란이 고개를 저었다.“유석아,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하자, 대신 20분만 늦게 시작할 수 있을까?”황유석이 그녀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태건이가 잘못되면 네가 힘들 거라는 거 알아. 기다릴게.”하아란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황유석을 열렬하게 사랑하진 않아도 남은 인생 동안 그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배워가고 싶었다.그녀가 옥상으로 올라갔다.성태건이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입었던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하아란은 그 옷을 단번에 알아보았다.“성태건, 정말 죽고 싶은 거야?”그의 핏발 선 눈에 고통이 사무쳤다. 지금 서 있는 보황 그룹의 78층 꼭대기에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밑으로 떨어져 부서질 것이다.성태건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아란아, 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어.”그녀가 눈물 속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공항에서 네가 임다빈한테 입 맞추는 모습을 봤을 때 나도 똑같이 생각했었어. 널 잃으면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어.”그가 고통스럽게 애원했다.“제발 용서해줘. 5년 동안 너를 찾지 않은 날이 없었어. 국내에 있는 걸 알았더라면 당장 달려왔을 거야.”하아란이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갔던 그 레스토랑 혹시 가봤어?”성
성태건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외국을 미친 듯이 헤매며 5년 동안 찾아다닌 하아란이 줄곧 국내에 머물며 황유석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다음 날 성태건이 급히 비행기를 타고 우강시로 돌아왔다. 망설임 없이 보황 그룹으로 달려가 대표실로 쳐들어갔다.뜻밖에도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하아란이었다.성태건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달려가 하아란을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그가 몸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아란아... 드디어 널 찾았어.”지난 몇 년간 성태건이 세계 곳곳을 뒤지며 그녀를 찾아다녔다는 것을 하아란도 알고 있었다.이번에 결혼 소식을 세상에 알렸으니 성태건이 찾아올 거란 것도 당연히 예상한 바였다.“성태건. 여긴 내 남편의 사무실이야.”성태건이 흠칫하더니 이내 분노하며 소리쳤다.“안 돼. 네가 다른 놈한테 시집가는 꼴 절대 못 봐. 넌 내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애타게 찾아다녔는데.”“나 외국에서 1년밖에 안 있었어. 그 뒤로 4년 동안 쭉 우강시에 있었고.”성태건을 쳐다보는 하아란의 눈동자에 냉기가 감돌았다. 한없이 평온한 그녀와 달리 성태건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괜찮아. 앞으로는 내가 평생 옆에 있을게.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네가 아직 화가 채 풀리지 않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아란아, 우리 2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어.”하아란이 초췌한 모습의 성태건을 응시했다. 5년 전 그토록 오만하고 위풍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명성 그룹을 잃어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하아란을 잃어서 이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가 카드 한 장을 꺼내 성태건에게 내밀었다.“지난 5년 동안 나도 깨달은 게 하나 있어. 이거 6조 원이야. 예전에 내가 명성 그룹 지분을 팔고 받았던 돈. 이제 돌려줄 테니 다시는 만나지 말자.”성태건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아란아, 제발... 다시 한번만 결혼해 줘.”그의 눈앞에 나타난 건 결혼 증명서였다. 위에는 하아란과 황유석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성태건
성태건은 하아란이 탄 헬기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의 헬기가 어느 잔디밭에 착륙했다. 오랫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핏발이 선 두 눈에 고통만 들어차 있었다.하아란의 마지막 한마디가 귓가를 맴돌았다. 이젠 그가 뭐라 변명하든 중요하지 않았다.성태건의 무기력한 얼굴에 실망과 절망이 가득했다.그가 하아란에게 그토록 잔인한 상처를 주었건만 하아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성태건에게 한 가장 잔혹한 복수가 바로 그의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실려 간 성태건은 꼬박 사흘 밤낮을 사경을 헤맨 끝에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그를 보러 온 사람이 오직 남궁정현뿐이었다.남궁정현이 입을 열었다.“태건아, 네가 임다빈이랑 결혼식 올렸던 그 웨딩드레스 샵 말이야. 그거 원래 하아란의 소유였어.”성태건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링거 바늘을 거칠게 뽑아버리자 피가 뚝뚝 떨어졌다.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웨딩드레스 샵을 향해 달려갔다.드레스 샵이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성태건을 본 사장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성태건 씨?”“여기 아란이 가게 아닌가요?”“이젠 제 가게입니다. 하아란 씨가 제게 파셨거든요.”사장이 안으로 들어가 웨딩드레스 디자인 북 하나를 성태건에게 건넸다.“전부 하아란 씨가 직접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들입니다. 보고 싶으실 것 같아서요.”성태건이 떨리는 손으로 스케치북의 첫 장을 넘겼다.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그 옆에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그가 그랬다. 내가 바다의 해파리처럼 귀엽지만 독이 있다고. 웃을 때 파이는 보조개가 예쁘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해파리처럼 예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주고 싶다.]웨딩드레스의 디자인이 해파리에서 영감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면서도 아름다웠고 또 보송보송했다.성태건이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겼다. 모든 드레스마다 짧은 글귀가 덧붙여져 있었는데 전부 그에 관한 것이었다.
한 달 전 하아란이 우강시를 떠날 때만 해도 성태건은 임다빈과의 관계를 세상에 요란하게 발표했었다. 그래 놓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렇게 구걸하며 매달리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하아란이 호텔로 돌아왔다가 호텔 앞에서 황유석과 마주쳤다.황유석이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말했다.“성태건이 호텔로 찾아왔었는데 경비원들한테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어.”“고마워, 황 대표.”황유석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그냥 이름 불러. 우리 동기인데.”하아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며칠 동안 네 신세 좀 져야겠어.”“신세는 무슨.”그때 성태건의 차도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성태건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황유석의 두 눈에 날 선 경계심이 어렸다.하아란이 뒤따라온 성태건을 힐끗 쳐다봤다.“지금 하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원고와 피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우리 법정에서 보자, 성태건.”하씨 가문 측에서 성진택의 살인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에게 꼭 사형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 외의 어떤 형벌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성태건이 황유석과 하아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그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괴로웠다.그제야 불현듯 깨달았다. 웨딩드레스 샵에서 하아란이 높은 곳에 서서 그와 임다빈의 결혼식을 내려다보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를.고작 황유석과 하아란이 나란히 걷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그녀는 오죽했을까?‘아란아, 미안해.’2주 후 하씨 가문 어르신 사건의 판결이 내려졌다.무려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로 성진택은 사형을 선고받았다.하아란은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접했다. 그때 성태건이 999송이의 장미와 함께 보황 그룹의 호텔 앞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그녀는 성태건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고 그와 임다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토록 뜨거웠던 사랑이 어떻게 식어버린 것인지, 그 내막 따위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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