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김예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수장님께서는 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거예요? 아니면 저를 테스트하려는 거예요?”김승준이 흥미롭게 말했다.“정말 가르침을 청하면 어떻고. 또 테스트하면 어떤데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가르침을 청하는 거라면 저는 상대방을 사지에 몰아넣고 살아남았을 거예요. 단순히 테스트하려는 거라면 저는 현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씀드렸을 거예요. 다만 제가 말하는 이 길은 한순간의 실수로 끝이 안 좋을 수도 있어요. 물론 수장님께서는 안동 김씨 가문 전체를 컨트롤할만한 큰 결단력과 강력한 힘을 쥐고 있어서 무엇을 하든 다 옳은 선택이겠지만요.”“사지에 몰아넣고 살아남는다? 짧고 굵게?”김승준이 혼자 중얼거렸다.그에게 김현민 일행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뼛속 깊이 스며든 암과도 같은 존재였다.만약 이 암을 제거하려 한다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분열될 수도 있고, 또한 그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암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간신히 버티다가 결국 몰락할 가능성도 있었다.안타깝게도 김승준 같은 영웅조차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오늘 김예훈의 말이 그를 정신 차리게 했다.계속 시간을 끄는 것보다 짧고 굵게 해결하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제가 상대방을 사지에 몰아넣고 저만 살아남겠다고 한다면 김예훈 씨가 저를 도와줄 건가요?”김승준은 기대에 찬 눈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집안일에 제가 끼어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아니요. 김예훈 씨는 경기도 김 세자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김예훈 씨가 원한다면 심지어 직접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김승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박연서가 거실에서 나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김 도련님께서 수장 자리에 오르길 원한다면 저 박연서는 무조건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예요.”박연서의
김예훈은 잠시 침묵한 뒤 조용히 말했다.“사실 한 가지 의문이 있었어요. 수장님께서는 아직 젊으셔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몇십 년은 충분히 더 이끌 수 있을 텐데 왜 사람들이 빨리 물러나길 바라는 거예요?”김승준은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 씨, 역사에 대해 좀 아시나요?”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김승준이 웃으며 말했다.“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옷매무새를 바로잡을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알 수 있는 거죠. 요즘 젊은이들은 쾌락에 빠져서 저희 세대와는 다르게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이야기를 하던 중 김승준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김예훈 씨가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면 가장 번성했던 시기의 세 황제에 대해 아실 거예요.”김예훈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개국 군주는 넘어가고. 나머지 두 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두 번째 황제는 현명한 분이셨고, 마지막 황제는 한 나라의 마지막 기운을 다 소모했죠. 하지만 두 번째 황제의 재위 기간은 겨우 13년에 불과했고, 마지막 황제는 무려 60년 동안 재위했었죠. 그 이유에 대해 혹시 알고 있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까다로우면 따르는 사람이 없듯이 현명한 군주는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거예요. 따라서 아래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퇴위하기를 바랐을 거고요. 어리석은 군주는 설령 통치 능력이 부족하다 해도 그 아래 사람들은 밑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어서 그가 하루빨리 권력을 잡기를 바랐을 것이고, 또 그가 오래 재위하기를 바랐다고 봐요. 다만 안타까운 것은 오직 현명한 군주만이 한 나라와 한 가정을 오래도록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거예요. 어리석은 군주 밑에서는 비록 이득을 볼 수 있었지만 멸종 시기는 결국 멀지 않을 수밖에 없어요.”김승준은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미식가인 김예훈 조차도 참지 못하고 감탄할 정도였다.“정말 훌륭한 솜씨네요.”물을 마시던 김승준은 이때야 고개를 들어 김예훈을 바라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집에서 직접 만든 반찬인데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김예훈은 멈칫하더니 시선은 다시 앞에 놓인 깍두기 접시로 향했다.조각마다 크기가 균일했고, 색감 또한 완벽했다. 겉보기에는 무심한 듯한 플레이팅이었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정말 대단한 솜씨였다.김승준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아마 수십 년간 수련을 쌓았을 것이다.그가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음식솜씨만으로 최소한 무신 급임을 알 수 있었다.게다가 김현민처럼 약의 힘을 빌려 무신이 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무신이었다.김예훈이 김승준의 실력을 연구하고 있을 때, 김승준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는 경기도 김 세자이자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시죠? 젊은 나이에 이런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사실 이미 상위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김예훈은 김승준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그래도 웃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겸손하기까지 하네요.”심승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실 어제저녁 김예훈 씨 이력서를 받아보게 되었거든요. Q 그룹을 직접 세우고 김씨 가문에게 배신당했지만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았더군요. 이일매, 김병욱도 만만치 않은 사람인데 결국 진주에서 쫓겨났더라고요. 제가 듣기로는 이일매가 지금 김예훈 씨 이름만 들어도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가 되어 미야다 신노스케를 살해하고, 아마미네 토시로를 대한민국에서 쫓아내기까지. 평범한 사람은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에요.”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서는 칭찬하려고 저를 이 자리에 초대하신 건가요?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김승준이 진지하게 말했다.“칭찬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하는 거예요. 동시에 사과의 뜻도 전하
한 편의 권력 다툼 극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김승준이 미처 대응하지 못하게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김현민의 부재로 자연스럽게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성재유도 이런 비슷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수장 경호팀을 각 집안에 보내 단단히 경고했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느긋하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솔직히 말해서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김예훈이 오전 내내 앉아있다가 하인에게 아침 식사를 부탁하려고 할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키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방문이 열리고, 성지유는 어느샌가 말끔한 옷차림을 하고서 공손히 서서 말했다.“도련님, 수장님께서 함께 간단히 식사하자고 하는데 혹시 가능할까요?”눈앞에 서 있는 그녀는 몸매가 날씬하고 얼굴도 예뻤다.무엇보다 그녀는 여 강자다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이 모습에 김예훈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사모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여자를 수장님 곁에서 비서로 일하게 할 수 있지? 안주인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김예훈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도 성지유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시선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이때 그녀는 헛기침하면서 계속해서 말했다.“도련님, 시간이 되실까요? 수장님께서 아직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서요.”그녀는 분명히 김예훈에 대해 훤히 잘 알고 있었다.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든, 경기도 김세자든 성지유 같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틀간 일어난 일들로 김예훈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성지유의 자존심으로는 절대 김예훈을 직접 초대하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김예훈은 그제야 자신이 방금 무례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방금 성 비서님 미모에 놀라 잠시 멍을 때렸네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김예훈이 바로 인정해버리자 성지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다른 남자들
“이런 제기랄!”김현민은 격분했고, 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은 김현민을 궁지로 몰아 그의 계획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그는 갑자기 달려들어 김예훈 손에 있는 사진을 빼앗으려 했다.쨕.김예훈은 바로 그의 뺨을 때려 날려버렸다.그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사람 때리는 게 습관이 되어서 실수한 것 같네요.”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김현민의 뺨을 때린 것이 실수였다고? 뭘 이리 대충 사과해. 김현민은 바보로 아는 건가?’김현민은 몸부림치며 일어섰고, 그 순간 그의 표정은 극도로 험악했다.그리고 그는 앞으로 달려가 단호하게 명령했다.“죽여버려.”이 순간, 김현민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완전히 잊은 상태였다.얼굴에 선명하게 남은 뺨 자국이 그를 격분하게 했고, 오늘 김예훈을 죽이지 않으면 절대 끝내지 않을 모양이다.김예훈은 일부러 어쩔 줄 몰라 하며 뒤로 물러섰다.“도련님, 저는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쨕.김예훈은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또 김현민의 뺨을 때렸다.이번에는 힘 조절을 전혀 하지 않아 불만이 많던 김현민은 다시 저 멀리 날아갔다.원래는 끝까지 해보려던 김현민은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며 몸이 떨리더니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죄송해요. 제가 또 실수했네요. 도련님께서 기절하셨는데 구급차 좀 불러야 할 것 같아요. 치료비, 정신적 손해 배상은 제가 다 낼게요. 빨리요!”기자들은 더욱 흥분했다.김현민과 오륜 사찰 스님의 연애 소식도 모자라 김예훈이 뺨 두 대로 김현민을 기절시킨 것보다 더 큰 뉴스는 없었다.심지어 연예계 뉴스보다도 더 흥미로웠다.이 순간 아무도 김현민이 이곳에 온 목적을 기억하지 못했다.일행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졌다.‘김현민이 쓰러졌어? 이대로 끝인 건가?’김승준을 궁지로 몰아넣는 계획에 김현민이 빠지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이것은 엄연히 완전한 패배였다.이 순간 이들이 김예훈을 바라보는 표정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김현민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절대 김예훈이라는 녀석이 자신한테 무릎 꿇을 거라고는 도저히 믿지 않았다.그가 김예훈에게 따지려던 순간, 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겼다. 타다닥.이때 뒤에서 몇몇 용문당 제자들이 각각 종이상자를 안고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이것은 김현민 도련님이 약혼자와 찍은 웨딩사진이에요. 도련님께서 아직 약혼녀가 누구인지 공개한 적 없는 것 같은데 관심이 생기지 않아요?”용문당 제자들은 기자 무리로 접근해 웃으면서 웨딩사진을 나누어 주었다.김현민과 김승준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은 사진을 받을 때만 해도 모두 마지못해 하는 표정이었다.그런데 사진 속 한 쌍의 커플을 보자마자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사진 배경은 진주 빅토리아 항구였고, 남자는 다름 아닌 김현민으로 잘생기고 멋졌다.그리고 그 여성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인물이었다.그녀의 얼굴에 번진 달콤한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난 듯했다.김현민과 이렇게 웨딩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모두가 그 여성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하던 찰나, 김예훈이 용문당 제자의 손에서 사진 한 줌을 건네받아 갑자기 높이 던졌다.사진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서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김현민을 비롯한 사람들은 사진 속 인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제대로 본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의 안색이 확 달라졌는지 셀 수 없었다.이들은 모두 사진 속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김현민은 더욱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말도 안 돼. 다 없애버린 사진들인데 어떻게 여기서 나타날 수 있어.”“왜 말이 안 돼요?”김예훈은 김현민 앞에 서서 흥미롭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김현민 도련님,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자 인터넷 시대라 컴퓨터에 흔적이 다 남는 거 몰라요? 컴퓨터 고수만 있으면 삭제한 사진을 찾아내는 데 반 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김현민 도련님도 참 독한 사람이네요. 이 여자가 도련님께 충성하게 만들려고 어떻게 웨딩사진까지 찍을 수
성지유가 이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그녀는 당연히 김승준이 나서면 절대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성지유는 곧바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누구를 협박하는 거예요.”김현민이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성 비서, 오해야. 내가 왜 협박하겠어. 난 늘 수장님을 우러러 존경하기만 했어. 다른 악감정은 없다고. 그저 수장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야. 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거로 생각해. 아무튼 다 내 탓이니까 김태빈을 처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이 일은 이미 집법부대에 넘겨졌으니까 공정하게 투명하게 처리할 거예요.”성지유가 무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께서 죄가 있는지, 앞에 있는 분들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는지는 오직 집법부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협박하고 자백하면서 뭐 하는 거예요.”성지유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김현민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지금 연기하는 건지. 아니면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는 도련님께서 가장 잘 알 거 아니에요. 제가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도련님, 제발 떠나주세요.”김현민은 피식 웃더니 다시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성 비서, 우리는 죄인이 맞아. 그래서 처벌받아야 마땅한 거고. 만약 수장님께서 우리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어르신한테 가서 죄를 빌 거야. 어르신께서는 우리에게 벌 받을 기회를 주실 거로 믿어.”“도련님, 꼭 그렇게 문제를 일으켜야겠어요? 어르신을 이용해 수장님을 협박하려고요?”성지유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녀는 멀리서 기자들이 하나같이 엄청나게 흥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어쨌든 큰 사건이라 한번 보도하면 단번에 유명해질 수 있었다.심지어 잘못 처리하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란 소식이 온 천지에 퍼질 수도, 진주·밀양의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굳이 따지자면 이 기자들은 모두 김현민이 사람 시켜서 불러온 것이었다.목적은 바로 김승준을 굴복시키기 위해서였
“저희는 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요.”이때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 진주·밀양 젊은 층의 거물들이었다.이 중에는 곽영현, 남지훈, 진세은도 포함하고 있었다.이들은 진주·밀양 젊은 층의 정예들이 모인 셈으로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김예훈은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김현민의 측근을 꽤 많이 짓밟았고, 또 원래 중립을 지키던 사람들도 꽤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는데 김현민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괜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이 아니었네.’김예훈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안동 김씨 가문의 넷째 집안을 제외하고는 다른 집안사람들이 모두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사람들의 외침과 함께 여러 방문이 열리면서 성지유, 김윤후를 포함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과 안주인인 박연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 장면은 김예훈이 김현민을 좀 더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이런 행동은 죄를 청하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게다가 김승준을 진퇴양난에 빠뜨리기도 했다.앞으로 나아가면 눈앞에 있는 이 사람들의 체면을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것이고, 뒤로 물러서면 자기가 완전히 체면을 잃는 것이었다.아내를 구하려고 천군만마를 이끌고 왔는데 다음 날 자기보다 한참 어린놈들한테 당하면 더 이상 수장할 필요도 없었다.간단히 말해서 김현민의 이 한 수는 김승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렸다.일반인은 그를 어쩌지도 못했을 것이다.흥미롭게 이 장면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김승준이 완벽한 돌파구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추하린에게 전화하고는 조용히 기다렸다.곧이어 성지유가 한 무리의 경호팀을 이끌고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김현민을 쳐다보았다.“도련님, 아침부터 시끄럽게 뭐 하는 거예요? 수장님께서 먼 길을 오시느라 아직 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어젯밤 연이은 사건들 때문에 박연서는 김예훈의 안전이 걱정된다면서 진주·밀양에 있는 동안 별장에서 지내라고 했다.김예훈은 거절했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러기로 했다.어차피 사람이 사는 곳이라 차갑고 냉랭한 시즌 호텔보다는 훨씬 나았다.게다가 김에훈은 어젯밤 일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래서 구경하려고 이곳에 남아있기로 한 것이다.김예훈은 잠에서 깨어나 메일을 확인했는데 공진해가 보내온 부산 최신 소식이 도착해있었다.그의 소식에 따르면 정민아가 부산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은 안정적이지 않다고 했다.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적지 않아 지금 그녀의 출신을 의심하는 상황이었다.정민아는 내부 안정을 위해서라도, 부산 견씨 가문 고위층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지금 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김예훈은 정민아의 성장이 뿌듯하면서도 그녀가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다.김예훈은 문자를 보내려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언제나 태연한 척할 수 있어도 명목상 아내인 정민아 앞에서는 차분할 수 없었다.공진해는 메일에서 은근슬쩍 임은숙이 이제는 회복해서 아직도 악착같이 대한민국 상류층의 젊은 재벌들과 연락하면서 정민아와의 맞선을 주선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아마 그녀에게는 김예훈이 아무리 봐도 정민아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예를 들어 CY 그룹 모든 자금을 그녀에게 맡기지 않으려는 것만으로도 임은숙의 인내심을 건드린 셈이었다.김예훈은 공진해에게 계속 주시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 한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전화로는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기에 지금 해야 할 일은 진주·밀양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예훈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한 뒤에야 완전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는 창가로 가서 보기 드문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 있었다.김예훈이 아침 식사를 즐기려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