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은 그제야 알겠다는 표정이었다.“성 세자님. 임강호가 자주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해 보이더군요. 누군가가 임강호의 자리를 노리고 그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아서 움직이기로 한 모양입니다. 김예훈은 바로 사람을 무는 사냥개고요. 이렇게 보면 모든 게 이해됩니다. 임강호도 몸이 회복되고 있으니 부산의 각 세력에게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겠죠. 하지만 갑자기 이러는 것은 오히려 자기만 힘들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의 원한을 샀으니 복수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걸까요?”상현은 상류층의 사람이기는 하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속셈을 완전히 다 알기 어려웠다.성수현은 장기를 두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임강호에게 있어서 그건 아무것도 아니죠. 그는 지금 사람을 찾아서, 사람들을 찾아서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함정을 파놓고 그에게 손을 쓴 사람들이 빠져들기는 기다리는 거죠. 임강호는 강서 임씨 가문의 사람이기는 하나 직계는 아닙니다. 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렵죠. 사람을 죽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위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가장 간단한 수법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김예훈이라는 외지인은 능력과 실력이 다 있지만, 부산에서 아무런 힘이 없잖아요. 그러니 김예훈을 자기 부하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게다가 일이 끝나고 나면 김예훈을 죽여서 부산 상류층 사람들에게 해명할 수도 있죠. 이런 수단은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성수현은 장기를 들고 천천히 어루만졌다. 장기가 가루가 돼버리자 그는 미소 지으면서 얘기했다.“임강호는 역시 임강호네요. 몸이 허약할 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까요.”상현은 성수현의 분석을 듣고 눈이 확 뜨였다. “이렇게 보면 김예훈은 그저 장기 말이라는 거네요?”임강호는 건드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상현은 김예훈을 어떻게든 밟아
김예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이 일은 당신의 책임이 아니에요. 그리고 해명은 상대방한테서 꼭 받아낼 겁니다. 그러니 시아 씨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임시아는 고개를 저었다.“김예훈 씨, 이번 일은 제가 처리하죠. 그래야 앞으로 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게...”쿵.말을 마치기도 전에 VIP 병실의 문을 박차고 몇십 명의 사람들이 기세등등해서 걸어들어왔다.앞장선 것은 상현과 진우현이었다.구류되어 있어야 하는 진우현의 등장은 이미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게다가 사람들의 중심에 선 것은 상현이 아닌, 30대로 보이는 여자였다.그 여자는 흰색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 성숙한 매력이 뿜어졌다.그녀의 얼굴은 꽤 인형처럼 아름다웠다. 걸을 때마다 고고한 기품이 흘러넘쳤는데 안하무인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김예훈, 꿇어!”문이 열리는 순간, 진우현이 먼저 들어와 소리를 쳤다.오후에 접대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여자 연예인들도 부스스한 차림으로 들어왔다. 얼굴에는 원망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들이 언제 이런 굴욕을 맛보았겠는가.이번에는 무조건 치욕을 씻어버릴 생각이었다.“재미있네.”김예훈은 소파에 앉아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임시아가 사과하는 와중에 또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니.임시아가 나서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손을 흔들어 방에 남아있으라고 했다.오정범 등 사람도 현장에 있었지만 일이 시끄럽게 커질까 봐 두려워 담담하게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이때 김예훈은 VIP 병실 거실로 걸어가 침입한 상현을 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상현 어르신, 이건 뭐 하는 겁니까? 경찰서가 적성에 안 맞은 모양이네요.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찾아오시다니. 식사라도 챙겨드려야 하나... 그런데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이만 나가주세요.”김예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파리를 내쫓듯이 손을 휘저었다.“하.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꼴이 부스스한 여자 연예인
김예훈의 말에 상현과 진우현의 표정은 다 굳어버렸다. 그들은 계속 김예훈을 죽이고 싶어 했다. 그리고 혜성 세트장의 일을 복수하고 싶었다.하지만 매번 짓밟히는 건 그들이었다. 얼마나 처참한가.“네가 김예훈이야?”이때 사람들 가운데서 한 여자가 앞으로 나섰다.그녀가 걸음을 디딜 때마다 구두 소리가 또각거렸다. 고고하고 강압적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로를 보며 물었다.“누구세요?”“이분은 부산 경찰서의 견세정 님이야! 10대 명문가 중 무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견 서장님이 나를 위해 오신 거야! 도대체 어떤 눈치 없는 놈이 나를 경찰서로 보낸 건지 똑똑히 봐야겠어!”상현은 흥미진진하게 입을 열었다. 그가 봤을 때, 김예훈은 경찰서와의 연줄이 없었기 때문이다.견세정의 배경과 실력으로는 부산의 도련님들도 그녀를 우러러봐야 할 정도였다.김예훈은 더 전처럼 그들을 짓밟을 수 없을 것이다.눈을 가늘게 뜬 김예훈은 견세정을 보면서 담담하게 웃고 얘기했다.“상현 어르신이 여자의 힘을 빌려야 할 줄은 몰랐네요. 이 정도면 성수현이 알아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상현은 김예훈은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김예훈, 성 세자가 어떤 사람인데. 너 따위를 만나줄 시간이 있을 거로 생각해? 너 같은 놈은 성 세자님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자격도 없어.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쁘거든. 그리고 확실하게 얘기해 주지. 네 힘과 네 배후는 이제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못 믿겠으면 연락해 봐. 네가 경찰서에서 사람을 불러올 수 있다면 내가 무릎을 꿇지!”고고하게 내뱉은 상현의 말은 도리 있어 보였다. 여자 연예인들도 고개를 쳐들고 김예훈을 멸시하며 깔보았다.김예훈은 그저 웃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나 김예훈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어요. 나는 한 번도 배후라는 것이 없었으니까. 나 자신이 내 힘이고 배후예요. 경찰서의 사람이 나를 도운 건 그저 할 일을 한 거예요. 내가 만약 정말 내 힘을 동원했다면 두 사람은 이미
“해명?”김예훈이 작게 웃었다.“그래요. 견 서장님이 말해보시죠. 어떤 해명을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지.”견세정은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으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김예훈의 눈에는 상현을 보호해 줄 능력도 없는 사람이었다.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니 김예훈은 더욱 쉽게 견세정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견청룡이 분노한다면 더욱 좋았다.“무슨 해명을 원하느냐고? 내가 똑똑히 알려주지. 일단 6조를 받아야겠어. 그리고 꿇어서 상현 씨한테 머리를 세 번 박고 손가락 세 개를 잘라버려. 할 수 있겠어?”견세정은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했다.“못 하겠으면 같이 가서 얘기해 보자고. 서로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찾아봐야지.”그렇게 말하면서 견세정이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 서 있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앞으로 나왔다.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 기운이 흉흉했다.마치 몸짓 한번, 눈길 한 번으로 김예훈을 꿇릴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그 모습을 본 김예훈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견 서장님, 견 서장님의 스타일을 보면 누가 경찰서 서장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오히려 조직 두목이 더 어울리는걸요? 제가 신고할까 봐 걱정되지 않으세요?”“신고?”견세정은 그만 소리 내 웃음을 터뜨렸다.“어디 한번 해봐. 네가 사람을 불러올 수 있으면 내가 무릎 꿇고 너를 아빠라고 부르겠어. 게다가 네 밤 시중까지 들어주지.”김예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얘기했다.“그건 됐어요. 서장님이 너무 음란해서 병이 옮을 것 같네요.”견세정은 이가 깨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거의 30세가 되는 그녀였지만 아직도 우아한 아우라와 빼어난 몸매와 외모 덕분에 많은 남자가 그녀에게 구애했다.요즘은 그 남자들을 굴려 부산에서 한자리까지 하게 되었다.하지만 이 뻔뻔한 촌놈이 감히 그녀를 거절하다니.견세정은 바로 김예훈의 뺨을 내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그녀가 화를 내기 전에 진우현이 앞으로 나와 김예훈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김예훈, 네
김예훈은 웃으면서 진우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진우현은 짜증을 내면서 앞으로 다가가 얘기했다.“왜? 도발하는 거야? 나더러 다가오라고? 이리 와! 어디 한번 날 때려봐! 때려 보라니까?! 때리지 못하면 넌 그저 쓰레기...”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그의 뺨을 확 내리쳤다.쿨럭.진우혁은 피를 토하고 비명을 지르며 벽에 부딪혀 버렸다. 원래도 깨끗하지 못한 꼴이 더욱 더러워졌다.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예쁘장한 여자 연예인들은 모두 멍해서 굳어버렸다. 시가에 불을 붙이려던 상현의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도도한 자태의 견세정도 순간 흠칫했다.견세정은 김예훈이 정말로 진우현을 때릴 줄은 몰랐다.게다가 그녀의 앞에서 말이다..속에서 알 수 없는 불이 들끓었다. 항상 강압적인 태도로 나서던 견세정은 체면이 짓밟히는 기분을 느꼈다.외지인이, 촌놈이, 감히 견세정의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짓밟다니.“머저리 같은 새끼!”견세정은 악독한 얼굴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예쁜 얼굴에는 그렇지 못한 흉측한 표정이 드러났다.“김예훈, 날 뭐로 보는 거야!”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제복을 입은 남자 몇 명이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김예훈은 종이로 손을 닦으며 더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진우현이 직접 찾아온 건데요? 얼굴이 너무 더러워서 참... 내 손만 더러워졌으니 진우현에게 내 핸드워시 비용을 내라고 해요.”쿨럭.바닥에서 뒹굴던 진우현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모욕도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이건 선을 과하게 넘은 모욕이다!“김예훈, 네 담은 인정하지만 나를 화나게 한 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것도 엄청난 대가를! 지금 너를 당장 데려갈 거야. 반항하면 내 손이 미끄러질지도 몰라.”그렇게 말하면서 견세정은 권총을 꺼내 들었다.도도하고 고고하던 견세정도 이제는 할 수 없어서 권총을 꺼내다니.견세정은 확실히 알았다. 오늘 김예훈을 밟아 죽이지 못한다면 성수현에게 해명하지 못할 것이라고.게다가 더는 부산 상류층에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견세정은 약간 놀라서 굳어있다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녀는 진작 상현의 입에서 들은 바가 있었다. 임시아가 김예훈의 배후라는 것은 꽤 놀라웠지만 충격받을 정도는 아니었다.탱탱한 임시아의 피부를 보면서 약간 질투하던 견세정이 차갑게 얘기했다. “누가 이렇게 센 척하는가 했더니, 부산 재벌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임시아 씨네요? 하지만 임시아 씨, 아무리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솔직히 말하면 그저 임강호의 비서일 뿐이에요. 서류나 정리하고 스케줄을 알려주는, 그리고 그저 차나 가져다주고 화장실 청소나 하는 비서라고요! 정의를 지키고 민중을 위해 하는 일에 임시아 씨는 낄 곳이 없네요. 게다가 그저 비서일 뿐, 아무 권한도 없잖아요. 임강호 어르신의 얼굴을 봐서 오늘 공무 집행 방해죄는 묻지 않을게요. 이제 비켜주세요.”견세정은 임시아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견세정도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었다.부산 견씨 가문과 강서 임씨 가문은 모두 10대 명문가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서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견세정의 뒤에는 부산 6대 세자 중 하나인 성수현이 있었고 금릉 성씨 가문이 지켜주고 있다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에 임시아를 마주해도 두렵지 않았다.어떻게든 오늘 김예훈을 짓밟을 거라는 생각에 임시아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견 서장님, 우리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그러니 지금 물러서시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 줄게요. 어때요?”견세정은 시선이 예리해지더니 천천히 얘기했다.“임시아 씨, 낄 곳과 끼지 말아야 할 곳을 알아야죠. 지금 이 일에 당신이 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임강호 어르신의 양딸이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막무가내를 참아줄 이유는 없어요. 부산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정말 김예훈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척질 거예요?”임시아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전 그냥 비서일 뿐이니 어찌 감히 다른 사람과 척지겠습니까. 그저 좋은 마음에 귀띔한
“물론이죠.”임시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견세정은 겨우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진우현 감독을 이렇게 때리고, 상현 씨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성 세자의 패 쪽까지 부순 사람을... 임시아 씨가 과연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요?”“그렇다면 나, 임강호까지 나서면, 견세정, 너는 자신 있어?!”이때 위엄있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러자 임강호가 비서와 경호원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임강호? 그를 마주한 견세정의 얼굴을 파리하게 질렸다.상현 등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더 가관이었다.임시아를 마주할 때의 견세정은 자신이 넘쳐서 없는 말도 막 할 수 있었다.하지만 임강호 앞에서, 견세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임강호는 바로 견세정의 앞에 서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군은 나, 임강호의 귀빈이야. 그리고 나의 은인이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법을 지키는 사람이기에 만약 너한테 예훈 군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으면 나도 끼어들지 않겠어. 하지만 증거도 없어 사람을 협박하려고 하다니. 내 의견은 물어봤어? 난 오늘 예훈군의 편을 들어줄 건데, 견세정 부서장은 어떻게 생각하나?”임강호는 ‘부서장’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얘기했다. 견세정의 표정은 더욱 파리해졌다.지금 부산 경찰서에는 서장이 없었다. 그러니 부서장인 견세정이 서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하지만 지금 임강호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그녀는 영원히 서장 자리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견세정이 이득을 따지고 있을 때, 임강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증거는? 증거는 어디 있냐고 묻잖아!”“증,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여기에...”견세정이 이를 꽉 물고 얘기했다.그녀는 이미 성수현의 편에 섰으니 임강호의 편에 설 수 없다.동시에 그녀는 김예훈을 향한 증오가 치밀었다. 임시아 뿐만이 아니라 임강호까지 나타나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이건 상상과 완전히 달랐다. 퍽.임강호는 견세정의 체면을 봐 주지 않고 바로 뺨을 내쳤다. 견세정의 예쁜
“견 서장?”임강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전에도 서장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서장의 기회는 없어. 지금부터는 부서장도 아니야!”임강호가 견세정을 바꿔버리고 싶으면 그저 말 한마디 하면 될 것이었다.“거짓말하지 마!”입을 연 여자 연예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견 서장님은 부산 경찰서의 부서장일 뿐만 아니라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네가 견 서장님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그 여자 연예인은 뜨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예인인데 연예계에서의 지위가 진우현과 비슷했다.자기의 우상인 견세정이 얻어맞고 직위까지 빼앗긴다는 소리를 들은 그 여자는 기분이 언짢았다.임강호는 비서가 건넨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얘기했다.“견세정에게 물어봐. 부산 견씨 가문이 견세정을 지켜줄 수 있을지.”“닥쳐!”이때 견세정이 일어나서 바로 그 여자 연예인의 뺨을 갈겨버렸다.“네까짓 게 감히 임강호 어르신께 대들어?”여자 연예인은 얼굴을 부여잡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견세정을 쳐다보았다. 자기가 왜 뺨을 맞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와 견세정의 신분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만약 견세정이 이 남자를 두려워한다면, 일개 연예인은 더욱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여자 연예인은 견세정을 탓할 수도, 임강호를 탓할 수도 없어 그저 김예훈만 노려보았다.그녀는 자기가 모욕을 받은 게 모두 김예훈 탓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이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면 일이 이렇게 심각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견세정에게 뺨을 맞는 일도 없을 것이다.김예훈은 그녀의 눈빛을 무시한 채 흥미진진하게 견세정을 보면서 견세정이 어떻게 이 난장판을 정리할 것인지 지켜보았다.“임강호 어르신,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죗값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김예훈 씨한테 사죄드립니다,”견세정은 자기의 얼굴을 부여잡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