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김예훈이 송산 빌라로 돌아갔을 때, 이지윤한테서 전화가 왔다.전화기 너머의 이지윤은 태도가 공손하기 그지없었다.“김 대표님께서 부탁하신 사람에 대해 조사가 끝났습니다. 얼굴 성형을 한 것도 모자라 몸매 성형까지, 또 신분 세탁을 위해 큰돈을 들였더라고요. 그런데 인도는 저희 청별 그룹의 구역이 아니겠습니까. 조사해 보니 바로 나오더라고요. 이 사람 신분을 아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김예훈이 평온하게 물었다.“누군데요?”“진주에서 이름난 미녀이자 사람마다 두려워하는 블랙 위도우 소한미 씨였습니다.”...오후 4시, 밀양 국제공항 VIP 대기실.김예훈은 문을 열고 들어가 사방을 둘러보다 가장 구석에 있는 위치로 가서 앉았다.맞은편에는 정갈하게 메이크업하고, 선글라스까지 하고, 손에는 인도로 가는 티켓을 들고 있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자꾸만 손목에 있는 까르띠에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매우 급한 모양이었다.“얼굴도 바뀌고, 몸매도 바뀌었는데 분위기는 여전하네.”김예훈은 그녀의 앞에 가서 앉더니 피식 웃었다.“난 그래도 예전의 블랙 위도우가 좋은데. 포스도 있고 애교도 넘치고. 그런데 지금의 소나린은 예전의 소한미 느낌이 나지 않네. 아쉽네. 너무 아쉬워.”김예훈이 중얼거리면서 직원이 가져다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곳 주인처럼 자유롭기 그지없었다.상대는 멈칫하더니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고개 들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모르는 분이신 것 같은데 사람 잘 못 본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소한미, 우리 둘 사이에 원한이 있는 건 맞지만 이 정도 원한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내가 특별히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네가 죽든 살든, 어떤 모습으로 변했든 관심도 없어. 그런데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잘못을 저질렀으면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소나린은 멈칫하더니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봐요. 저는 당신이 무슨 말
김예훈은 소나린의 말을 무시한 채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네가 성남에서 사고를 저지른 이후로 뒤에 숨어있어야만 했어. 성형하고 신분까지 바꿔서 다시 진주로 들어간거지.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거겠지. 네가 이럴 정도라면 상대방이 많이 챙겨준 모양이야. 예를 들어 천억 원의 현금이라든지.”김예훈이 핸드폰을 꺼내 계정이 적혀 있는 사진을 보여주자 소나린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저는 그쪽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모르겠어요!”소나린이 대뜸 화를 내자 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여기 들어오기 전에 어제 있었던 일을 한번 돌이켜봤거든. 너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전에는 진주에 있어서 움직일 기회가 없었겠지. 그런데 내가 며칠 전에 진주와 밀양에 오는 바람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내가 도착한 그날부터 희망호로 불려 간 거고, 바로 그날에 희망호를 타고 일본에서 밀양까지 온 거야. 그러다 누군가가 너에게 밀양 1인자의 아들인 추문성의 빚 쪽지를 건네준 거고. 너한테 준 목적은 추문성한테 접근해서 그 누나까지 희망호로 유인하려는 작전이었겠지. 특별히 뭐 말할 것도 없었을 거야. 희망호에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만 말하면 되니까. 추문성한테 빚이 있다는 것만 알려지면 추하린도 따라서 올 거라고 예상했던 거지.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던 허민재는 바로 추하린한테 덮칠 수 있었고. 추하린이 예뻐서,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추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짓누르고 있어서 불만이 많았던 거지. 네 뒤에 있는 사람은 내가 추문성이랑 친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씨 가문 오누이가 희망호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을 때 내가 나타나 도와줄 거라고 이미 예상했던 거지. 그런데 오히려 허민재가 나한테 짓밟혔으니 임현우를 보낼 수밖에. 그러면 나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거고. 그런데 내가 쉽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지. 그래서 오늘 아침에 희망호를 압류하는 연기까지 펼쳤던 거 아
김예훈은 여유롭게 홍차를 마시면서 말했다.“지금 너를 가장 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신분을 감출 필요 없어. 네가 소한미라는 것을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만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만약에 네가 여전히 신분을 감추고 나한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네 신분을 폭로해 버릴 거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나랑 스타일이 다르더라고. 너의 모든 조상님을 무덤에서 파내서 그 뼈를 갈아버릴 사람들이야.”“너!”소나린은 몇번이고 김예훈의 말을 끊고 싶었지만 동공이 흔들렸다.예전에 잘나갔던 블랙 위도우라고 해도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겁먹은 모양이다.왕년의 포스를 잃어버리니 이제는 영락없는 나약한 여인이었다.그녀 역시 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번에 소한미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바람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명성도 잃고, 희망호도 잃고, 몇조 원에 달하는 손해도 보게 되었다.충분히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그녀의 모든 조상님을 무덤에서 파내서 그 뼈를 갈아버릴 정도였다.이 순간 소나린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냉수를 들이켰다. 이렇게 해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만약 너의 뒤에 있는 사람을 폭로하고 싶지 않거나, 그 사람의 이름을 직접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내가 물어보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 내가 진주와 밀양에 온 이유는 우리 장모님이 납치되어서야. 그 배후자의 타깃이 나고. 아주 칼같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어느 만큼 미웠으면 이렇게까지 하겠어. 그러니까 그 사람은 너의 주인이 아니야. 이건 그 사람의 스타일이랑 맞지 않거든. 내가 진주와 밀양에서 가장 많이 접촉한 사람은 허씨 가문과 홍성파 사람들이었어. 비록 나한테 많이 당하긴 했지만 예전부터 나를 죽이려고 계획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러니까 네 뒤에 있는 사람은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본능적으로 일어나 보았더니 VIP 대기실에 있던 그 많은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선물 박스 하나 빼곤 아무도 없었다.김예훈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발로 유리로 된 테이블을 걷어찼다.“빨리 도망쳐!”깜짝 놀란 소나린은 벌떡 일어나 김예훈과 함께 도망쳤다.퍽!이 둘이 VIP 대기실을 벗어난 순간, 선물 박스가 폭발하면서 이곳이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비록 제때 도망치긴 했지만, 그 여파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거대한 폭발 소리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다행히 VIP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은 진주와 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상대방도 이들을 건드리기 무서웠는지 일부러 사람이 적을 때 움직인 것이다.아니면 어떤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몰랐다.김예훈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을 때...갑자기 번호판도 없는 두 대의 허머 차량이 벽을 부수고 그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다.바로 이때, 차 문이 열리면서 총을 쥐고 있는 열몇 명의 남녀가 차에서 내렸다.김예훈의 표정은 확 변하고 말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비록 낯선 이들이었지만 스타일을 보면 제일 먼저 리카 제국 독수리파가 떠올랐다.이번 희망호 사건은 곽영현이 뒤에서 지휘하고 밀양 허씨 가문이 앞에서 움직이긴 했지만 두 가문 모두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유일하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막심한 손해를 입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일 것이다.김예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무리에 섞여 있던 몇십 명의 남녀가 살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달려오더니 메고 있던 가방에서 비수와 총을 꺼냈다.임현우는 다른 목적 없이 그저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나 보다.“왜? 임 도련님께서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거지?”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말에 소나린은 제일 먼저 임현우가 생각났다.하지만 임현우의 목적은 소나린이 아니라 김예훈이었다.임현우의 성격을 봤
“나를 살려줄 수만 있다면 모든 디테일을 다 알려줄게. 증거도 가지고 있어. 통화녹음도 있고 곽영현이 나한테 준 현금수표도 있어. 모두 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인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목숨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나린은 결국 모든 것을 실토해 버렸다.곽영현이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약속보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그래. 약속 지켜. 이따 나한테 모든 증거를 보여줘. 일단 나랑 같이 가.”김예훈은 소나린의 손을 잡고 재빨리 아까 폐허로 변한 VIP 대기실로 몸을 피했다.공항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김예훈은 이곳에서 싸웠다가 억울한 사람이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웠다.오히려 VIP 대기실은 아까 폭발하는 바람에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두 사람은 다시 연기가 자욱한 VIP 대기실로 들어가게 되었다.바닥에 보이는 몇구의 시체에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김예훈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이프를 챙겨 소나린을 데리고 재빨리 뒤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납장과 통유리 창문이었다.김예훈은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수납장으로 통유리 창문을 깨뜨렸다.그러고서 소나린을 데리고 밖으로 도망치는 대신 그나마 큰 수납장에 몸을 숨겼다.퍽!다 숨었을 때, 킬러들이 발로 주방 문을 걷어차면서 달려 들어왔다.딱 봐도 전투 경험이 많아 보이는 전역 병사들 같아 보였다. 이들은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사정없이 사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이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김예훈과 소나린이 몸을 숨긴 수납장에도 구멍이 몇 개 생겼다.김예훈의 평온한 표정으로 소나린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뒤이어 또 열몇 명의 킬러가 수상한 낌새를 차리고 이곳으로 달려왔다.이들은 장전된 총을 들고 살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원하던 타깃을 발견하지 못했다.우두머리로 보이는 금발의 남성이 무전기를 향해 말했다.“창문을 통해 도망친 모양이야! 얼른 쫓아가!”그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김예훈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김예훈은 상대방이 총구를 자신한테 겨눌 기회도 주지 않고 자세를 낮춰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마지막 나이프를 사정없이 휘두르다 보니, 반사된 불빛과 함께 한 무리의 사람이 쓰러지는 것이다.킬러들은 하나같이 씩씩거리면서 분노의 극치에 도달하고 말았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 총알은 반사되어 함께한 동료의 몸에 박혀버리고 말았다.이 모습에 유일하게 생존한 네명의 킬러들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음 순간, 이들은 동시에 총을 거두고 군사용 비수를 꺼내 살기를 뿜어내면서 김예훈에게 접근했다.샤샥!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또 한 번 나이프를 휘둘렀다.다음 순간, 네명의 킬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목을 쥐어 잡은 채 하나같이 쓰러지고 말았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주방으로 뛰어 들어온 적들은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김예훈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바닥에 있던 총을 주워 앞구르기로 로비를 향했다.밖에는 열몇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김예훈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하나같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총알이 수도 없이 날아왔지만 김예훈은 모조리 피하면서 똑같이 상대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잠시 후, 절반 가까이 되는 적들이 맥 없이 쓰러졌고, 나머지 적들은 당황한 나머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사이 20명 가까이 죽어 나간 것을 보면 김예훈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이 전역 병사들은 무신 급 실력자를 상대할 능력은 안 되어도 다함께 힘을 합치면 장병급은 끄떡없었다.그런데 김예훈 앞에서는 그저 가벼운 종잇장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이들이 뒤로 물러설까 망설이고 있을 때, 김예훈은 자세를 바로잡고 아무렇지 않게 탄알이 없는 총을 내던지더니 앞으로 걸어갔다.상대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예훈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뿐이다.기세등등하던 처음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두려움뿐이었다.마치 눈앞에 서있는 사람이
김예훈은 멈춰서는 대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이 와중에 가끔은 앞으로, 가끔은 뒤로 물러서면서 불시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했다.피융! 피융! 피융!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소리에 바닥과 벽면에는 구멍이 수없이 생겼다.맞은편에 서 있던 상대가 다시 공격에 나서려고 움직이는 순간, 저격수한테 총을 맞아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김예훈은 여전히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면서 상대방의 총알이 강철기둥에 부딪혀 반사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상대가 하나둘씩 쓰러졌다.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체로 몸을 막고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저격수는 생각보다 먼곳에 있지 않았다. 그저 맞은편에 있는 창고 옥상에 있을 뿐이었다.피융! 피융!이 과정에 끊임없이 총알이 날아왔지만 김예훈은 전부 시체로 막아버렸다.창고 아래에 도착해서야 시체를 버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창고 옥상으로 향했다.상대방의 저격 기술이 그날 스카이 팰리스에서 자신을 저격하던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문득 상대방의 신분이 궁금했다.퍽!김예훈이 발로 창고 문을 걷어차는 순간, 총구가 자신을 향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상대방한테 저격할 기회도 주지않고 앞구르기로 총구를 피했다.바로 이때, 아까 눈깜짝할 사이 바닥에서 주웠던 총으로 전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이때, 맞은편에 검은색 쫄쫄이 옷을 입고 여우 가면을 쓴 여자가 나타났다.몸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비록 뾰족한 하관만 살짝 보였지만 무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런데 김예훈은 왠지 모를 익숙함에 급히 상대를 제압하는 것보다 피식 웃을 뿐이다.“아는 사람인가 보군. 김씨 가문의 사람이지? 김병욱이 그렇게 날 죽이고 싶어 해? 임현우가 먼저 나를 죽이겠다고 발 벗고 나섰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너까지 보낸 거야? 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을 가지고 있길래.”김예훈의 담담함에 여우 가면을 쓴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볼 뿐이다.김예훈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적은 없었지만 이
김예훈이 신속히 창고 옥상을 벗어날 때,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나린이 수납장에서 기어 나왔다.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고 차갑기만 했다. 마치 예전의 블랙 위도우처럼 냉정하게 지금 이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소나린은 신속히 VIP 대기실을 벗어나 누군가에게 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무리와어울렸다.통화가 연결되고, 소나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곽 도련님, 저예요. 저 지금 밀양 국제공항에 있는데 김예훈이 역시나 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들과 맞닥뜨렸어요. 계획에 성공하셨어요. 이 정도면 김예훈은 이미 죽은 것 같아요.”“소한미 씨?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한테 직접적으로 전화하지 마시라고요.”전화기 너머에서 곽영현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이러라고 시킨 거예요?”소나린은 멈칫도 잠시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곽 도련님 대신 제가 너무 기뻐서요. 계획에 성공하신 걸 축하드려요. 김예훈이 살아있다고 해도 아마 감옥에 잡혀갈 것이 뻔해요. 이곳은 밀양이라 힘을 쓰지도 못할 거예요. 이제 다른 가문들과 손잡고 밀양 기관을 압박하면...”퍽!말도 채 끝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복부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한 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소나린에게 무언의 협박을 보냈다.소나린은 고개 숙여 복부 상처를 보면서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었다.“방...”소나린은 말도 못 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거두게 되었다....이 시각 밀양 홍천 팰리스 VIP 로열룸.임현우는 한 무더기의 자료를 테이블 위에 던지더니 말했다.“그 사람이었네. 글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함이 든다 했어. 우리 셋째 할아버지와 넷째 할아버지를 망친 사람이었어. 역시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마주해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어. 그것도 모자라 나랑 맞서기까지. 감히 희망호를 압류하고 몇조 원에 달하는 재산까지 몰수해? 이런 젠장!”김예훈의 진정한 신분과 실력이 놀라운 것보다 그한테 맞은 열
“제가 김태빈한테 시킨 건 맞지만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거미파 킬러를 심문하려고 한 거였어요. 거미파 킬러가 박연서를 암살하려던 게 확실해요. 저는 안동 김씨 가문의 내정된 차기 수장으로서 결정적인 순간에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에요. 제가 함부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 빼고는 저를 탓할 수 있는 게 뭔데요? 저는 김태빈한테 박연서를 건드리라고 한 적도 없고, 골든 수비대가 함부로 해도 된다고 한 적 없어요.”김현민은 차를 마시며 태연하기만 했다.“게다가 제가 방금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거미파 킬러가 진작에 죽었다고 했어요. 가짜 소문이 퍼진 것도 박연서와 김예훈이 손을 잡고 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작이었다고요. 그런데 함정에 뛰어드는 사람이 제가 아니라 오히려 김태빈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죠.”“거미파 킬러가 이미 죽었다고?”김서하는 멈칫하고 말았다.‘내가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긴 했지만 증인이 없다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잖아?’김현민은 웃으며 부하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을 보면 거미파 킬러는 누군가에 의해 구덩이에 묻히고 있었다.김서하는 그 장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박연서 그년이랑 김예훈 사이에 뭐가 있는 거 아니야? 아니면 어떻게 둘이 힘을 합쳐서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생각을 할 수 있어. 이런 제기랄. 저 사람들 때문에 우리만 강력한 조력자를 하나 잃어버렸네.”김현민이 웃으며 말했다.“새옹지마인 거죠. 김태빈한테 시킬 때부터 사실 이미 그가 실패했을 때의 후과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김예훈이 강하게 반격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작은아버지가 마침 외국에서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셋째 집안과 넷째 집안의 무너진 거니까요. 작은아버지가 김태빈을 무너뜨리고 셋째 집안의 권한을 빼앗았으니 평소 중립을 지키던 셋째 아버지가 이런 상황에서 계속 중립을 지킬 리는 없다고 봐요. 셋째 아버지가 계속 중립을 지킨다 해도 언젠가 한쪽으로 치우칠 거라고 믿어요.”김현민의 확신에
박연서가 김승준에게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을 바꿔야 한다고 할 때, 진주 외곽에 있는 은밀한 별장 안.휴대폰 벨 소리에 깨난 김서하는 전화를 받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자기 방에서 나와 김현민 방문을 두드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큰일났어. 김태빈이 잡혔대. 거미파 킬러를 잡아서 입을 막으려다가 별장에서 충돌이 발생했는데 그놈의 김예훈이 김태빈의 뺨을 때려서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어. 게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김승준이 돌아왔고. 김승준이 직접 김태빈의 오른손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렸대. 김태빈을 골든 수비대 책임자 자리에서 끌어내려 그 자리에 김윤후를 앉혔고, 김태빈은 집법부대에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대. 김예훈 그놈은 귀한 손님 대접받기로 하면서 누구든 그를 건드리기만 하면 죽여 버릴 거래. 현민아, 우리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돼. 계속 이대로 나갔다간 네 주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거야. 네가 동원할 수 있는 인맥도 점점 줄어들 거고.”각종 일을 처리하느라 지쳐서 잠들었던 김현민은 이 순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핸드폰을 켜보니 많은 사람이 상황 보고를 보내왔다.하지만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뒤에도 서두르지 않고 창문에 기대어 차를 마셨다.“현민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그렇게 한가롭게 있어. 재난이 닥쳐온 거 모르겠냐고.”김서하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빨리 집법부대에 연락해서 김태빈을 풀어주라고 해. 골든 수비대가 김윤후한테 넘어가면 안 돼. 박연서가 골든 수비대를 장악하는 순간 우리가 엄청 불리해져. 아니다. 김승준의 명령이라 너도 말리지 못하겠지. 어르신 만나야겠어.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르신밖에 없어.”김서하는 이 순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김현민의 것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김현민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당황할 필요 없어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까. 지금 어르신께 도움을 요청하면 오히려 저희가 무능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난 괜찮아.”박연서는 뒤돌아 밝은 눈동자로 김승준을 바라보다 곧 미안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십 년 동안 내가 승준 씨에게 너무 큰 실망을 안겨준 것 같아. 아이를 잃고 계속 슬퍼하다가 승준 씨 감정은 한 번도 살피지 못했어. 승준 씨도 나를 신경 쓰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알고 있어. 내가 다시는 아이를 가질 마음이 없어서 어르신께서 현민이를 아들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한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현민이가 지금 안동 김씨 가문에서 꽤 큰 권력을 쥐게 되는 바람에 수장 자리가 위태로운 거잖아. 이렇게 된 거 다 나 때문인 것 같아.”김승준은 평소 눈물만 흘리던 아내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을 줄 모르고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 씨가 연서 씨 마음의 병을 고쳐줬다는 게 사실이었어?’김승준은 박연서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인맥을 동원했는지 모른다.‘아무런 효과도 없었는데 김예훈 씨한테 뺨을 몇 대 맞은 거로 다시 회복했다고?’김승준은 이해가 안 되어 김예훈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아내가 다시 정상인 모습으로 돌아오자 더 이상 원망할 마음도 없이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사실 난 연서 씨를 한 번도 탓한 적 없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우리 다시 시작하면 돼.”박연서는 갑자기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조용히 말했다.“아니.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김승준이 멈칫할 때, 박연서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지금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서 10년 전 우리 아들이 일찍 죽은 일을 다시 조사하고 있어.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목숨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래야 마음의 병도 나을 수 있고, 정말 지나간 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김승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빈이가 오늘 저녁에 온 이유도...”“맞아. 내가 몇 가지 자료를 확인했거든. 어제 그 자료들을 불태우라고 시킨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