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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침몰하는 낚싯배, 그리고

Autor: 미친개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01 16:00:22

선장을 잃은 배는 성난 파도가 뱃전을 후려칠 때마다 뒤집힐 듯 자지러지며 거칠게 표류하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세찬 폭우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배가 사정없이 요동치는 순간, 인아는, 도진의 안위가 더욱 뼈저리게 다가왔다.

‘안 돼….’

인아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쓰러진 도진의 상체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다행히 그녀의 허리가 기둥에 묶여 있었기에, 배가 제멋대로 뒤집히고 요동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바다로 쓸려나가는 참사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었다. 악마 주동치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으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고, 남편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지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인 선장 도진이었다.

인아는 두려움으로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허리까지 차오른 침수된 선실 안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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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6. 포식자의 뒤틀린 집착

    스마트폰 휴대전화 화면의 발신자 표시에 뜬 이름은 광수대 과장, 문부열이었다.“…지금 당장 광수대로 복귀해.”전화를 받자마자 귓가를 때린 문부열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뼛속까지 위압적이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라의 미간이 분노와 굴욕으로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조금 전까지 눈앞의 살인마를 잡기 위해 세웠던 모든 계획과 투지가 단 한 통의 전화로 짓밟히는 기분이었다.“과장님, 오늘 자정이면 태풍의 세기가 잦아듭니다. 오 경위님과 정식으로 출동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유라는 억울함과 초조함을 누르며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것은 냉혹하고 비열한 질책뿐이었다.“김 경사, 제정신이야? 누가 출동하래? 네가 뭔데 함부로 해경 쪽 관할까지 휘저으며 대륙 공안 자오즈강과 직접 통화하고 자빠졌어? 네가 철딱서니 없이 벌인 짓 때문에 대륙과 본청 윗선까지 아주 시끄러워졌다고! 공안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국가적 망신이 터지면 그 뒷감당을 네가 할 거야? 정식 보고 체계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국제 공조까지 쑤시고 다닌 건 명백한 월권이야. 어디서 건방지게 선을 넘으려고 해?”문부열이 이토록 격분하며 유라를 매섭게 닦달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음흉하고 추잡한 배경이 깊게 도사리고 있었다. 서귀포해경 서장 고재필이 전화 통화 너머로 유라의 육감적인 몸매를 침 흘리며 탐닉하고, 그녀를 마치 자신의 사유물인 양 칭찬하며 껄떡거리던 그 꼴을 전해 들었을 때부터 문부열의 속은 시커먼 질투와 독점욕으로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감히 어디 영감탱이 하나가 내 밑에서 길든 저 도도한 암캐를 흘겨보고 품평을 해? 김유라는 오직 내 밀실에서만 벌거벗고 앙앙거려야 할 물건이야. 고재필 그 늙은 도둑놈이 저년의 육체를 삼키려고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꼴은 눈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5. 짐승의 망상

    김유라는 태풍이 잠잠해지는 대로 작전을 펼치기 위해 오재도와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서장실과 바로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개방형 접견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펜을 쥔 채 서류를 매섭게 검토해 나갔다.바로 그 시각, 서장실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고재필 경정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책상 위에 놓인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응시했다.대륙에서 건너온 희대의 강간살인마 주동치가 동부서 피해자 박지은은 물론 자신의 관할 해안을 유린하며 양서연을 참혹하게 살해한 것도 모자라, 기어코 청풍 3호 낚싯배까지 장악해 제주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놈이 활개를 쳐 온 지난 5개월간 자신들이 저지른 은폐와 방치가 얼마나 끔찍한 시한폭탄이었는지 깨달은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거대한 사태의 진상을 한 줌의 의혹도 없이 파헤쳐 낸 이가 바로 광수대에서 파견된 김유라 경사라는 사실에, 고재필은 경탄을 넘어 서늘함을 느꼈다.‘독한 년… 하지만 그 치밀한 머리 덕분에 목숨 건졌어. 저런 인재가 우리 서에 있어야 하는데.’지독한 탐욕과 야망을 품은 관료였으나, 적어도 비상사태를 수습할 줄 아는 백전노장의 책임감만큼은 지니고 있었다. 조직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사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의 내면을 채웠다.하지만 그 진중한 책임감의 이면에서, 짐승의 본능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꿈틀거리고 있었다.고재필은 서장실 투명 유리창 너머로 접견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 김유라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다부지게 정리한 올림머리 아래로 드러난 가느다란 목덜미,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남색 정복 셔츠 틈새로 굴곡지게 두드러진 풍만한 가슴의 볼륨, 그리고 펜을 쥐며 미세하게 흔들리는 아찔하게 잘록한 허리까지. 문부열 못지않게 비틀린 성적 취향을 가진 그로서는, 이 엄중한 시국 속에서도 눈앞에 앉아 있는 여경의 육감적인 자태가 시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4. 굶주린 짐승의 표적

    주동복은 짙은 뿔테 안경을 코끝까지 거칠게 추켜올리고, 땀과 먼지로 때가 절은 작업 모자를 이마에 깊숙이 눌러쓴 채 제주경찰서 로비의 구석진 그늘을 짐승처럼 서성였다. 정연우라는 여대생을 쥐어짜 내어 뜯어낸 정보에 따라 현직 경찰이라는 김유라의 동선을 대조하던 놈의 음흉한 시선이, 로비 한구석 벽면에 걸린 대형 텔레비전 화면으로 불쑥 꽂혔다.시뻘건 속보 자막이 화면을 흉포하게 가로지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속보] 서귀포 남단 해상 조난 ‘청풍 3호’ 승선자 명단 발표승선자 : 선장 김도진, 장성봉, 김인아,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 괘도한타이틀 아래 ‘괘도한’이라는 가짜 이름과 함께, 낯익은 흑백 여권 사진이 툭 튀어나왔다. 그 순간 주동복의 시뻘건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정없이 일렁였다.‘…형?’이름은 비록 괘도한이라는 생소한 가명이 적혀 있었지만, 화면 속 사진은 의심의 여지조차 없이 일란성 쌍둥이인 자신과 완전히 판박이인 그 서늘하고도 잔인한 눈매, 그리고 코 옆의 미세한 검은 점까지 자신의 형인 주동치의 얼굴이었다.주동복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에 곤두박질칠 것 같은 벼락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짐승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망상과 의심으로 뒤엉키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형이 왜 하필 저 배에 타고 있는 거야? 그것도 왜 괘도한이라는 이름으로? 설마 신분을 세탁하고 숨어든 건가? 왜? 아니, 그보다 저 조난된 배가 지금 연락이 끊겨 실종됐다고?’주동복의 뇌리에 시커먼 불안감이 치밀어 올라 심장을 조여왔다.주동복은 8년 만에 지옥 같은 교도소 감방에서 기어 나온 자신처럼, 형 주동치 역시 그 지독하고 악랄한 한국 계집 ‘꽃뱀’ 김유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3. 악귀의 악다귀

    민원실의 묵직한 문이 덜컥 열리며 지치고 늙은 중년의 부부가 들어섰다. 얼굴 가득 먹구름이 낀 가냘픈 체구의 인아 어머니와 그 뒤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뒤따르는 인아의 아버지가 그들이었다. 실종된 만삭의 딸과 사위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조바심내며 찾아온 참이었다.“…안사돈.”실종된 만삭의 딸 생각에 간밤에 눈물로 밤을 지새워 애간장이 타들어 가던 인아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강미숙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슬픔을 서로 나누며 의지하고 싶었던 간절한 부름이었다.그러나 강미숙은 그 부름이 무색하게 고개를 홱 돌려 독이 잔뜩 오른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입꼬리가 흉측하게 떨리고 있었다.“사돈?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 아, 그 꽃뱀 딸년 찾으러 왔겠지! 그래, 내가 미쳤지. 애초에 그딴 계집을 며느리라고 들여놨으니 내 아들 팔자가 이 모양이지!”“안사돈, 지금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내뱉는 미숙의 폭언에, 그동안 속으로만 삭이던 인아의 아버지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 자식의 생사가 오가는 참담한 현장에서 사돈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미숙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섬뜩한 눈을 번뜩였다. 그녀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듯 더 크게 소리쳤다.“뭐가 지나쳐? 우리 성봉이는 장씨 집안 귀하디귀한 3대 독자야!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들이라고! 그런데 태풍 예보까지 뜬 바다에 누가 나가자고 꼬드겼겠어? 다 네년 딸년이 우리 성봉이 홀려서 이 사달을 낸 거 아니야! 애나 낳고 집구석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어디 만삭의 몸으로 남편을 꾀어내서 바깥으로 싸돌아다니냐고!”강미숙의 서슬 퍼런 패악과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단정 짓고 인아를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2. 연쇄 강간 살인 사건

    19호 태풍 ‘잠자리’의 거센 비바람이 서귀포해경을 집어삼킬 듯 몰아친 뒤였다.현장 출동이 가로막힌 채 내근근무 처분을 받았던 김유라는 그 시간 동안 서장실 한구석에 틀어박혀 서귀포 관할에서 발생했던 양서연 피살사건의 기록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유라는 정밀 부검 감정서와 현장 사진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국과수의 베테랑 감식 전문가이자 평소 친분이 있던 양민호 박사와 긴급하게 전화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박사님, 양서연 사건의 흉기 흔적과 사후 은폐 수법 말입니다. 이거 단순한 성범죄자의 소행이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경동맥을 절단한 방식이나 체액 반응을 지우기 위해 약품을 사용한 흔적까지… 혹시 대륙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미제 사건들과 대조해 보셨습니까?”전화기 너머에서 양민호 박사의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김 경사 말이 맞네. 나도 뭔가 찜찜해서 대륙 쪽 범죄 데이터베이스와 비공식적으로 대조해봤지. 놀라지 말게. 절개 방식이나 시신 유기 패턴이 거의 판박이야. 이건 제주 토박이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어.”양 박사의 그 한마디가 유라의 등골을 번개처럼 관통했다.‘잠깐… 토박이 짓이 아니라면?’유라의 머릿속에서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주동치가 대륙의 공안 수사망을 피해 제주에 발을 디딘 시점. 그리고 5개월 전, ‘괘도한’이라는 위조여권으로 제주에 입국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정확히 맞물렸다.서늘한 깨달음이 온몸의 피를 차갑게 식혔다.‘주동치, 이 짐승이 제주에 건너온 지 벌써 5개월이 넘었어…! 드러난 것만 해도 대륙에서 30건이 넘는 강간 살인을 저지른 놈이야. 그런 놈이 그 짐승 같은 본성을 억누른 채 이 제주 땅에서 5개월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1. 비겁한 은폐

    오재도의 결단에 최철규를 비롯한 상황실 대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들이 언론 브리핑을 실제로 강행하기 직전이었다.쾅—!상황실의 무거운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서귀포 해양경찰서장 고재필 경정이 매서운 기세로 들이닥쳤다. 고재필의 서슬 퍼런 눈초리가 얼어붙은 상황실 내부를 한 바퀴 훑었다.그는 최근 잔인하게 유린당한 채 관할 해안가에서 떠오른 여대생 양서연의 변사사건을 상부와 육지 경찰에 공조할 생각은 애초부터 품지도 않은 채 철저하게 묻어버렸던 인물이었다. 자칭 강력 사건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고재필의 뇌 구조에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란, 젊은 놈들이 짐승처럼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벌인 일탈이자 사내들의 흉측한 본능에 의해 단발적으로 발생한 해프닝 정도의 뒤틀린 고정 관념에 불과했다.‘아니, 이 미친 녀석들이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자빠졌어? 지금 강력한 하이탕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데다, 곧바로 후속 태풍까지 몰려와서 해경 전력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쪼개져 나가는 판국인데….’고재필의 머릿속은 온통 서귀포해경의 관할 치안 지표와 자신의 안위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서연 사건 때처럼 이번 조난 사고 역시 굳이 육지 경찰과 공조하거나 상부에 시끄럽게 보고조차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금, 이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차피 태풍이 물러가는 대로 내부적으로 조용히 덮고 처리해도 조직 안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잡음일 뿐이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그런데 여기에 대륙 전체를 피로 물들인 희대의 연쇄 살인마 ‘주동치’의 진짜 실체가 세상에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버리는 것이었다. 서귀포해경의 치안 부실과 은폐 의혹이 고스란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며, 이는 곧 자신의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안위까지 한 방에 날려버릴 치명적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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