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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연쇄 강간 살인 사건

Author: 미친개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3 16:00:37

19호 태풍 ‘잠자리’의 거센 비바람이 서귀포해경을 집어삼킬 듯 몰아친 뒤였다.

현장 출동이 가로막힌 채 내근근무 처분을 받았던 김유라는 그 시간 동안 서장실 한구석에 틀어박혀 서귀포 관할에서 발생했던 양서연 피살사건의 기록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유라는 정밀 부검 감정서와 현장 사진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국과수의 베테랑 감식 전문가이자 평소 친분이 있던 양민호 박사와 긴급하게 전화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박사님, 양서연 사건의 흉기 흔적과 사후 은폐 수법 말입니다. 이거 단순한 성범죄자의 소행이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경동맥을 절단한 방식이나 체액 반응을 지우기 위해 약품을 사용한 흔적까지… 혹시 대륙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미제 사건들과 대조해 보셨습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양민호 박사의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김 경사 말이 맞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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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3. 악귀의 악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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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호 태풍 ‘잠자리’의 거센 비바람이 서귀포해경을 집어삼킬 듯 몰아친 뒤였다.현장 출동이 가로막힌 채 내근근무 처분을 받았던 김유라는 그 시간 동안 서장실 한구석에 틀어박혀 서귀포 관할에서 발생했던 양서연 피살사건의 기록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유라는 정밀 부검 감정서와 현장 사진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국과수의 베테랑 감식 전문가이자 평소 친분이 있던 양민호 박사와 긴급하게 전화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박사님, 양서연 사건의 흉기 흔적과 사후 은폐 수법 말입니다. 이거 단순한 성범죄자의 소행이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경동맥을 절단한 방식이나 체액 반응을 지우기 위해 약품을 사용한 흔적까지… 혹시 대륙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미제 사건들과 대조해 보셨습니까?”전화기 너머에서 양민호 박사의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김 경사 말이 맞네. 나도 뭔가 찜찜해서 대륙 쪽 범죄 데이터베이스와 비공식적으로 대조해봤지. 놀라지 말게. 절개 방식이나 시신 유기 패턴이 거의 판박이야. 이건 제주 토박이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어.”양 박사의 그 한마디가 유라의 등골을 번개처럼 관통했다.‘잠깐… 토박이 짓이 아니라면?’유라의 머릿속에서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주동치가 대륙의 공안 수사망을 피해 제주에 발을 디딘 시점. 그리고 5개월 전, ‘괘도한’이라는 위조여권으로 제주에 입국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정확히 맞물렸다.서늘한 깨달음이 온몸의 피를 차갑게 식혔다.‘주동치, 이 짐승이 제주에 건너온 지 벌써 5개월이 넘었어…! 드러난 것만 해도 대륙에서 30건이 넘는 강간 살인을 저지른 놈이야. 그런 놈이 그 짐승 같은 본성을 억누른 채 이 제주 땅에서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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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도의 결단에 최철규를 비롯한 상황실 대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들이 언론 브리핑을 실제로 강행하기 직전이었다.쾅—!상황실의 무거운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서귀포 해양경찰서장 고재필 경정이 매서운 기세로 들이닥쳤다. 고재필의 서슬 퍼런 눈초리가 얼어붙은 상황실 내부를 한 바퀴 훑었다.그는 최근 잔인하게 유린당한 채 관할 해안가에서 떠오른 여대생 양서연의 변사사건을 상부와 육지 경찰에 공조할 생각은 애초부터 품지도 않은 채 철저하게 묻어버렸던 인물이었다. 자칭 강력 사건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고재필의 뇌 구조에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란, 젊은 놈들이 짐승처럼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벌인 일탈이자 사내들의 흉측한 본능에 의해 단발적으로 발생한 해프닝 정도의 뒤틀린 고정 관념에 불과했다.‘아니, 이 미친 녀석들이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자빠졌어? 지금 강력한 하이탕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데다, 곧바로 후속 태풍까지 몰려와서 해경 전력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쪼개져 나가는 판국인데….’고재필의 머릿속은 온통 서귀포해경의 관할 치안 지표와 자신의 안위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서연 사건 때처럼 이번 조난 사고 역시 굳이 육지 경찰과 공조하거나 상부에 시끄럽게 보고조차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금, 이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차피 태풍이 물러가는 대로 내부적으로 조용히 덮고 처리해도 조직 안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잡음일 뿐이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그런데 여기에 대륙 전체를 피로 물들인 희대의 연쇄 살인마 ‘주동치’의 진짜 실체가 세상에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버리는 것이었다. 서귀포해경의 치안 부실과 은폐 의혹이 고스란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며, 이는 곧 자신의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안위까지 한 방에 날려버릴 치명적인 도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50. 태풍 속에서 타오르는 사냥개의 결기

    오재도와 깊은 대화를 나누던 유라의 목소리는 분노와 초조함에 격앙되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머릿속으로는 조금 전 문부열의 집무실에서 치러야 했던 그 끔찍한 치욕이 걷잡을 수 없이 되살아났다. 문부열의 노골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스스로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고, 억눌려 있던 풍만한 가슴을 짐승의 탐욕스러운 시선 앞에 고스란히 드러내야만 했던 그 순간.문부열의 거친 손아귀가 브래지어 훅을 풀어헤쳐, 그녀의 팽팽하고 풍만한 유방을 짓이기던 그 음란한 유린. 그가 침을 흘리며 유두를 잘근잘근 씹어대고, 그 치욕적인 밀실 속에서 터져 나온 굴욕적인 신음을 빌미로 기꺼이 받아낸 정보가 바로 지금 손에 쥔 '괘도한=주동치'의 신상이었다.유라의 얼굴은 문득 그 불쾌한 기억이 덮쳐올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모멸감과 분노로 사정없이 파르르 떨렸다.‘그 더러운 짐승 앞에서 옷을 벗고, 내 가슴을 내어주고 굴욕을 팔아서 겨우 얻어낸 정보야… 내 몸뚱이를 지옥의 제물로 바쳐가며 건져낸 이 진실이, 지금 저 바다 위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들고 있다고…’유라의 가슴속은 복수심과 씻을 수 없는 모멸감으로 미칠 듯이 울렁거렸다. 문부열의 발밑에서 헐떡이며 굴종했던 자신의 처참한 꼴이 떠오를 때마다 뺨이 화끈거리고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유라는 그 치욕을 뼛속 깊이 짓누르며, 부르르 떨리는 얼굴을 겨우 감추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뱉어냈다.“그 짐승, 아니 악마가… 서귀포 앞바다, 그것도 지금 조난된 ‘청풍 3호’에 타고 있다고요.”유라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철제 책상 모서리를 으스러뜨릴 듯 움켜쥐었다. 짐승의 타깃이 된 도진과 인아, 그리고 성봉은 이제 단순한 해난 사고의 조난자가 아니었다. 주동치는 자신의 일그러진 욕망과 살인마의 본성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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