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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Author: 도토리
그러고 나서 다음 날도 발코니에 앉아 꼬박 하룻밤을 새웠다.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어지러우며 관절도 쑤셨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본채를 바라보았다.

이내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갔다.

사람이 100명 가까이 사는 저택은 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7성급 호텔에 버금갈 정도였다. 게다가 식사할 수 있는 깔끔한 다이닝룸도 있고, 방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물론 이런 귀한 대접은 백아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식사가 필요한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따라서 밥때가 되면 알아서 다이닝룸으로 가서 먹어야만 했다.

다들 일찍 일어난 편은 아닌지라 다이닝룸에 사람이 적었다. 백아영은 일부러 구석진 곳을 찾아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 맞은편에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에릭이었다.

그는 손에 사과 하나를 들고 느긋하게 한입 베어 물더니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

“그쪽 오빠 어제 돌아왔던데요?”

어젯밤에 이미 알고 있었는지라 백아영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에릭은 사과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여유로운 어조로 놀리는 듯 비꼬는 듯 말했다.

“당신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자체가 마음이 변했다는 뜻이 아닐까요?”

백아영은 입맛이 뚝 떨어진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닝룸을 나섰다. 그러나 다시 방에 돌아가는 대신 밖으로 걸어갔다.

에릭은 먹다 남은 사과를 들고 별채 대문 기둥에 기대어 서서 비아냥거렸다.

“가게요?”

백아영은 그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멀어져갔다.

등 뒤에서 에릭의 충고가 들려왔다.

“다시는 돌아오지 마요. 누나의 남자를 빼앗아 간 여자는 여태껏 없었으니까.”

본채.

안가연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좋게 말했다.

“이제 갔어. 성준아, 너희 둘 사이도 고작 별거 아니네.”

이성준이 창가에 서 있었다. 비스듬히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커튼에 가려져 그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분위기 또한 눈에 띄게 어두웠지만, 말투만큼은 싸늘할 정도로 무심했다.

“난 지금 우리 거래밖에 관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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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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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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