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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Author: 리치 사랑
윤해준은 안다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한 팀장을 그대로 보내준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안다혜의 몸이 제일 중요했다.

“괜찮아?”

윤해준이 고개를 숙이고 묻자 안다혜가 고개를 저으며 애써 괜찮은 척했다.

“괜찮아요.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윤해준의 손을 밀어낸 안다혜가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데 다행히 윤해준이 제때 부축했다. 그는 안다혜가 애써 괜찮은 척한다는 걸 알아채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안다혜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집에 가지 뭐하긴 뭐해.”

윤해준이 안다혜를 안아다가 부드럽게 조수석에 내려주더니 안전벨트를 매줬다. 그러면서 남자의 코끝이 안다혜를 스치는데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취기가 올라와 얼굴마저 발그레해진 안다혜를 보고 윤해준이 참지 못하겠는지 그녀의 오뚝한 콧날을 쓸어내렸다.

“주정뱅이네. 다음부터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이렇게 마시지 마.”

안다혜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어째서인지 윤해준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너무 안심되었다. 다른 생각은 일절 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윤해준이 그런 안다혜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조수석에 올라타서는 액셀을 밟아 광릉각을 빠져나갔다.

오늘 여기서 안다혜를 마주친 것도 해야 할 거래가 있었고 그 거래가 마침 여기서 진행되어서였다. 그녀가 있는 룸을 찾아낸 건 들어가지 않고 문 앞을 맴도는 한 팀장이 수상해서였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오정우가 그저 간단하게 몇 마디 물었을 뿐인데 그대로 들통나고 말았다.

빨리 온 게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안소현도 실패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가씨,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시키지 마세요.”

안소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이렇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 팀장은 황 대표와 유 대표마저 벌벌 떨게 했던 그 남자를 떠올렸다. 어째서인지 한 팀장은 그 남자의 신분이 그리 간단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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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혜가 웅얼거리며 대답하더니 되물었다.“이건 뭐예요?”“해장국.”윤해준이 안다혜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어제 많이 마셨잖아. 머리 아플 것 같아서 해장국 좀 끓였어.”“좀 먹어. 먹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안다혜는 앞에 놓인 노란 해장국을 보며 마음이 따듯해져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는데 조각 같은 옆모습과 오뚝한 콧날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윤해준은 결혼 상대로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고 전에 만났던 서진우와는 비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넋 놓고 뭐해. 따듯할 때 마셔야지.”윤해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안다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빨간 입술을 벌려 남자가 떠준 해장국을 받아먹었다.해장국이 혀에 닿은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일반적인 해장국과는 달리 과일 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윤해준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웃으며 말했다.“너 귤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인터넷에서 레시피 배웠지.”안다혜는 살짝 부끄러워 귀까지 빨개졌다.“내가 할게요.”그녀는 지금 잘 익은 토마토처럼 얼굴부터 목까지 전부 빨갰다. 윤해준은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여워 자기도 모르게 귀를 살짝 어루만지는데 그녀는 마치 전기라도 붙은 듯 귀를 부여잡으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귀가 빨개진 거 같아서.”안다혜는 그런 윤해준을 외면한 채 그의 손에 들렸던 해장국을 앗아갔다.“내가 한다니까요.”그러더니 해장국을 사발째로 들이키고는 윤해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윤해준은 옆에 앉아 말리기는커녕 웃음기 가득한 눈동자로 그녀가 해장국을 원샷하는 걸 바라봤다.해장국 마시고 속이 개운해진 안다혜는 몸에 힘이 들어가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하려 했다.“휴가 내지.”윤해준은 안다혜가 아직 술을 완전히 깨지 못했을까봐 걱정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어제 일 다 생각나요.”“회사 가서 치워야 할 사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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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해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그렇다면 이 계약은...”말끝을 맺지 않아도 황 대표와 유 대표는 능구렁이라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채고는 안다혜에게 말했다.“다혜 씨, 아까 말한 조건 받아들일게요. 계약서는 챙겨왔죠. 지금 바로 계약할까요?”“가져왔습니다.”안다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라 계약서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현실감이 없었다. 그 뒤로 그녀는 식사를 매우 편안하게 했지만 황 대표와 유 대표는 윤해준이 뿜어낸 무서운 압박감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두 사람 따윈 안중에도 없는 윤해준이 오늘 이렇게 온 건 단 하나, 안다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너무 소중해서 그조차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데 별것도 아닌 것들이 찝쩍대는 걸 용납할 수 없었던 윤해준이 오정우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냈다.[황 대표와 유 대표가 소속된 회사 좀 알아봐봐. 생산 라인에 태클 좀 걸고.]오정우는 윤해준의 의도를 몰랐지만 그래도 윤해준이 시키는 대로 했다. 윤해준과 특별한 거래가 없는 이 두 업체가 어쩌다 밉보이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윤해준과 나란히 룸에서 나오며 안다혜는 이 계약이 이렇게 순조롭게 성사될 수 있었던 건 다 윤해준이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윤해준의 품에 안겨 대문을 나선 그녀는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나 이렇게 물었다.“여기는 어쩐 일이에요?”룸에서 마시고 있었는데 윤해준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이에 그는 저쪽을 보라는 의미로 턱을 살짝 들었고 안다혜는 그제야 팀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순간 안다혜는 눈빛이 매서워졌다. 분명 이 자리는 팀장이 데려온 자리였지만 반나절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한 팀장님 아니세요?”안다혜가 비아냥댔다.“저는 팀장님이 가신 줄 알았는데 여기 계셨네요.”“그게...”팀장이 겁먹은 표정으로 안다혜 옆에 서 있는 윤해준을 힐끔 쳐다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이렇게 말했다.“다혜 씨, 나는 다혜 씨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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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혜는 별수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억지로 웃었다.“그래요. 두 분 다 유쾌한 분이시네요.”“저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5%의 이윤을 주제로 토론하기 위해섭니다. 이건 우리 태안 그룹에서 제안하는 최저 가격이기도 합니다.”황 대표와 유 대표는 그제야 태안 그룹의 속내를 알아채고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런 상황에 풍산 그룹 프로젝트만 있으면 제품을 어디에 내놓든 판매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누가 풍산 그룹 프로젝트를 손에 넣을 것인가인데 지금으로서는 태안 그룹이 제일 유력했다.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성공한다면 이윤은 양보할 수 있지만 술을 먹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다혜 씨, 원래 사업이라는 건 다 술을 마시면서 하는 거예요.”황 대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불만을 털어놓자 유 대표가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고작 이거 마시고 간에 기별이라도 가겠어? 술잔을 내려놓지 말자고.”“술이 흥건히 들어가야 속을 탁 터놓고 얘기하는 거지.”안다혜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입가에 걸린 미소도 옅어졌다. 그제야 전에 누군가 디 두 대표가 여자를 좋아하기로 소문났다고 알려줬던 게 떠올랐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이끄는 두 회사는 업계 선두를 달리는 회사라 태안 그룹에 필요했다.“그래요. 두 분이 흥이 나신다면 저도 그 흥을 깨트릴 수는 없죠.”안다혜가 이렇게 말하더니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술잔을 거꾸로 들어 머리 위로 흔들며 다 마셨음을 알렸다. 이에 유 대표와 황 대표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더 짙어졌다.“역시 다혜 씨는 통쾌한 사람이라니까.”“그러게. 태안 그룹에 다혜 씨 같은 사람만 있다면 계약도 진작 성사했을 텐데.”“그러게나 말이야. 시끄러울 거 하나 없이 바로 체결했지.”안다혜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에서 이 자리가 나를 위해 파놓은 함정임을 알아챘다. 십 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팀장이 돌아오지 않는 게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안다혜가 어두운 눈빛으로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했다.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밖에서 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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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팀장이 머리를 푹 숙인 채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안소현에게 전화를 걸어 진척을 보고했다.“아가씨. 맡겨주신 일 잘 마무리했습니다.”“잘했어요.”수화기 너머로 안소현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퇴근 후, 팀장은 차를 운전해 안다혜와 함께 광릉각으로 향했다. 룸으로 들어서자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남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황 대표님, 유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팀장이 활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지만 대표로 불리는 두 사람은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오만한 태도로 팀장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한 팀장, 요새 풍산 그룹 프로젝트 준비한다고 들었어. 바빠도 우리가 다 이해하지.”팀장이 웃으며 손사래를 치더니 안다혜에게 앉으라고 눈빛을 보냈다.“바쁘긴요. 제가 접대를 잘했어야 하는 건데. 자주 연락도 못 드렸네요.”그들은 저마다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지만 일단은 먼저 인사치레로 서로의 친분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권모술수임을 알 수 있었다.안다혜는 홍일점이 되어 유 대표로 불리는 사람 곁에 앉았다. 팀장은 곁눈질로 그런 안다혜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귀띔했다.“잠깐 이리로. 두 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이쪽은 우리 회사 직원 안다혜라고 합니다. 풍산 그룹 프로젝트의 주요 책임자기도 하죠.”이에 두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안다혜를 발견한 순간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눈빛이 야릇해졌다. 단번에 두 사람은 뜻을 맞춘 것이다.“한 팀장, 너무한 거 아니야? 다혜 씨처럼 예쁘고 우수한 직원을 왜 이제야 소개해 주는 거야?“”그러게. 한 팀장, 일단 술 한잔 들어.”두 사람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한 팀장을 몰아붙였다. 한 팀장은 두 사람 다 술자리에서 일 얘기를 하기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웃으며 말했다.“두 분이 뜻을 모아서 얘기하시는데 저야 별 수 있나요?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한 팀장이 이렇게 말하며 술을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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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에 만나고 다시는 마주친 적이 없어 서진우는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 알아보라고 보낸 사람들도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의 소식을 알아 오지는 못했다.“쓸모없는 것들.”서진우가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방안을 돌아다니며 요즘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다혜가 수상했다. 사귀었을 때만 해도 얌전한 척은 다 하더니 헤어지자마자 꼬리를 드러냈으니 말이다.“안다혜 이 빌어먹을 년.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나라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누가 마지막까지 웃는지 한번 지켜보자고.”서진우가 핸드폰을 꽉 움켜쥐자 금세 핏줄이 튀어나왔다. 그러다 문득 풍산 그룹에 지인이 있던 게 떠올랐다. 낮은 신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든 그 지인에게 안다혜를 손봐주라고 할 생각이었다.‘이 프로젝트 절대 안다혜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돼.’서진우는 바로 풍산 그룹에서 관리자로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프로젝트를 확정할 때 안다혜가 건넨 서류를 백지로 프린트해달라고 하자 지인이 망설이기 시작했다.온천 프로젝트는 윗분들도 매우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단지를 걸었다가 발각되면 목이 잘려 나가는 건 한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인의 걱정을 읽어낸 서진우가 걱정할 거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안다혜 시골에서 올라온 대학생인데 태안 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할 뿐이에요. 뒷배 같은 거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제야 지인이 한시름 놓았다. 지인을 달래고 전화를 끊은 서진우는 그제야 음침했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한편, 태안 그룹.안다혜는 풍산 그룹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데이터를 연구하며 그들이 원하는 스타일이 도대체 뭔지 깊이 파고들었고 비교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이지영은 안다혜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자료를 검토하는 걸 보고 감히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안다혜가 기지개를 쭉 키는데 지그시 감은 눈과 작고 갸름한 얼굴이 어딘가 나른해 보였다.그때 프로젝트팀장이 안다혜 앞에 나타나 가볍게 기침하더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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