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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수박빙수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윤하경을 바라봤다.

“응?”

윤하경은 손을 떨며 침착하게 말했다.

“담배 한 대만 주실래요?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몸이 떨려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 강현우는 잠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차 안으로 들어가 담배를 가져왔다.

“먼저 구급차부터 부르는 게 순서 아닐까?”

윤하경은 담배를 받아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킨 뒤, 핸드폰을 꺼내 구조를 요청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강현우는 보상금이라며 1억짜리 수표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보니, 윤하경은 강현우가 우연히 구지호의 차를 들이받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주차장이 이렇게 넓은데 하필 그 차를 들이받다니, 세상에 그런 우연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강현우의 무심하고 태연한 태도를 떠올리면 그게 정말 우연 같기도 했다.

윤하경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주미나가 걱정할까 봐 결국 구지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차 안에서 구지호는 화가 나서 계속 윤하경과 강현우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이건 고의야! 내가 고소할 거야!”

윤하경은 그런 구지호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계속 떠들면 지금 당장 널 차 밖으로 던질 거야. 병원까지 걸어가고 싶어?”

강현우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윤하경은 속으로 구지호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는 강현우와의 몇억짜리 계약이 무산된 상황에서 구지호가 더더욱 원망스러웠다.

병원에서 구지호가 깁스를 마친 뒤, 주미나가 병원에 도착했다.

“세상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더니 구지호를 힐끗 보며 담담히 말했다.

“아줌마, 저한테 묻지 마시고 지호한테 물어보세요.”

구지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뻔뻔해도 윤하경에게 강압적으로 굴다가 강현우의 차에 치였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할 수는 없어 결국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냥... 사고였어요.”

그러자 주미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가 널 들이받은 거야? 엄마가 꼭 책임을 물을 테니 말해!”

구지호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강현우 짓이에요.”

그 이름을 들은 주미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강현우의 배경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녀는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강현우라 해도 잘못한 건 따져야지. 너희 아빠랑 상의해서 내일 걔를 찾으러 갈 거야.”

윤하경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가방에서 강현우가 남긴 수표를 꺼냈다.

“어머님, 이건 현우 씨가 남긴 보상금이에요.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변호사를 통해 협의하시랍니다.”

주미나는 완전히 말문이 막혔고 결국 손바닥으로 구지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운전을 제대로 좀 하지 그랬어?”

구지호는 억울한 듯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하경은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병원을 떠나려 하자, 주미나는 그녀의 찢어진 옷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하경아, 너 옷이 왜 이래? 얼른 집에 들어가.”

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을 나섰다. 머리가 복잡하고 기분이 엉망이 된 윤하경은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불이 꺼져 있었고 모두 각자의 방에서 잠들어 있는 듯 조용했다. 넓은 집이었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집다운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샤워하고 나서 침대에 몸을 누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은 주말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탁으로 내려가 보니 가족들이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고 그녀는 마치 이 집에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녀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제야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윤하연이 고개를 돌리며 미안한 듯 말했다.

"언니, 미안해. 언니가 돌아온 줄 몰랐어. 그래서 따로 밥을 챙기지 못했어."

그러면서 마치 자신이 하인이라도 되는 양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금방 가서 그릇이랑 숟가락 챙겨 올게."

이 모습을 본 윤수철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지 마. 그냥 앉아서 밥이나 먹어. 네 언니 손발 멀쩡한데 왜 네가 챙겨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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