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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작가: 수박빙수
윤하경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하희연의 손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윤하경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하희연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언니 모성에 막 왔으니까 오늘 같은 자리에서 알 만한 사람들을 좀 소개해 주려고 해. 다들 언니랑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하지만 윤하경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관심 없어.”

하희연의 주변에 모인 이들은 결국 집안 덕에 모인 부잣집 2세들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기에 굳이 인연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덧붙였다.

“나 볼일 있어서 다음에 봐.”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거절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희연 주위로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 남자가 다가와 장난스럽게 눈썹을 올리며 말을 건넸다.

“희연아, 이분이 네가 말한 그 사촌 언니야? 진짜 예쁘네!”

그는 또렷한 인상에 건들건들한 태도로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유명수입니다.”

하지만 윤하경은 그 인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하희연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하희연은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무대 앞으로 끌고 갔다.

하희연은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잠깐만 주목해 줘!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해. 여기 내 사촌 언니 윤하경이야. 앞으로 모성에서 언니를 보게 되면 다들 잘 부탁해!”

그리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잔을 높이 들었다.

“언니 우리 같이 한잔하자. 이젠 언니도 우리 하씨 집안 식구야.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하희연은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인상이라, 이 말을 하며 한 번 더 눈을 깜빡였다. 겉으론 순수하게 보였지만 윤하경은 하희연의 과한 친절 뒤에 숨은 의도를 읽지 못할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만약 하병철이 단 한마디로 오해를 풀어줬다고 해서 하희연이 진심으로 다가올 리 없다는 것을 윤하경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웨이터 쟁반 위에 올려진 술잔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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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질문에 윤하경은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아까 강현우가 내뱉었던 말은 솔직히 윤하경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강현우라면 언제나 자기 뜻대로 모든 걸 밀어붙이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갑자기 이성적이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이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어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하석호도 말을 잇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며칠 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뭔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그래서인지 그의 어깨도 조금은 가벼워진 것처럼 보였다.하석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 봐.”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잘 생각해 볼게.”사실 생각해 본들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이제 자신과 강현우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으니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인연을 피할 수 없었다.그런데도 어쩐지, 마음 한쪽에 작은 용기가 생겨났다. 이렇게 도망칠 수 없다면 이제는 한 번쯤 더 용기 내서 맞서보고 싶었다.윤하경의 눈빛이 어느새 또렷해졌다.클럽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뒤, 하석호는 이제 일이 잘 마무리됐으니 바로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윤하경은 차 안에서 언제쯤 하병철에게 자신과 강현우의 관계를 솔직히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아직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하희연의 생일 파티가 다가왔다.하병철은 본래 사치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집안처럼 성대한 생일파티를 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끼리 조용히 즐기라고 내버려두는 편이었다.원래는 하희연이 별장 마당에서 소규모로 파티를 하기로 했지만 결국 장소를 바꿔 하희연이 관리하는 프라이빗 클럽에서 열기로 했다.윤하경이 선물을 들고 도착했을 땐, 이미 안에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하희연은 화려한 고급 드레스를 입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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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와.”강현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윤하경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석호를 바라보다가 결국 강현우 옆에 조용히 앉았다.그러자 하석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도 곧 강현우와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강 대표님...”“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강현우가 먼저 말을 끊었다. 그는 원래부터 거침없는 스타일이라, 온화한 하석호와 나란히 앉아 있으니 두 사람의 분위기 차이가 확연했다.강현우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하석호를 무심히 쳐다봤다.“하 대표님이 원하는 일, 내가 못 해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라는 게, 손해 보면서 할 이유는 없겠죠. 내가 물러나길 바란다면 나를 만족시킬 만한 조건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강현우의 목소리는 느긋하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다.하석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어느새 완전히 비즈니스 모드로 돌입했다.“강 대표님께서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손해를 끼칠 생각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두 회사가 경쟁 관계니까, 굳이 맞붙기보단 협력하는 게 서로에게 더 이익 아닙니까? 결국 경쟁은 누군가 반드시 지게 마련이지만 그게 저일 수도 있고...”하석호가 미소를 머금은 채, 강현우를 바라보며 술잔을 채워 내밀었다.“혹은 강 대표님일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손을 잡는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그땐 우리 둘 다 이기는 겁니다.”하석호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 날카로운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한층 더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하 대표님이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한 번 싸운다고 하면 질 일이 없죠.”그는 짧게 하석호를 바라보며 두 사람 모두 업계 거물임에도 분위기만큼은 강현우 쪽이 훨씬 압도적이었다.강현우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손끝으로 유리잔을 천천히 굴리더니 낮게 웃었다.“제가 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건, 의미 없을 것 같은데요.”하석호는 그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고 자신도 모르게 윤하경을 힐끗 바라봤다.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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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경이 말을 끝내자, 강현우가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방금 전과는 달리 그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진 것만 같았고 윤하경은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한 건지 몰라 괜히 어깨를 한 번 움츠렸다.하지만 강현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용히 숟가락을 들어 죽을 한 입 떠먹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시간은 네가 정해.”윤하경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진짜요?”“아니면 방금 한 말 취소할까?”윤하경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지금 바로 하석호한테 전화할게요.”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들고 식탁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가 하석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는 하석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여보세요, 하경아.”윤하경이 조용히 물었다.“내가 문자 보낸 거 봤어?”하석호는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미안, 어제 밤새 한숨도 못 자서 잠깐 눈 붙이느라 못 봤어. 무슨 일이야?”요즘 하석호는 경성 프로젝트 때문에 매일 정신없이 바빴다.특히 어제 오후에는 경성 프로젝트 총괄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쪽에서 강한 그룹이 경쟁 조건을 더 높였다고 알려왔다. 이는 하석호에게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윤하경도 그가 왜 이렇게 지쳐 있는지 짐작하고 있어 곧장 본론으로 말했다.“현우 씨가 만나주겠대.”“정말이야?”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상대방이 보지 못할 걸 깨닫고 바로 말을 이었다.“응, 진짜야. 언제 시간 돼?”하석호는 반쯤 누워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오늘 점심 어때?”“좋아. 그럼 네가 장소 정해서 문자로 보내줘.”전화를 끊은 윤하경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고 강현우는 여전히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식사하는 모습조차 항상 단정하고 여유로웠다. 마치 식탁에서도 늘 품위를 지키는 사람 같았다.윤하경이 밝은 표정으로 다가가자, 강현우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한 번 닦았다.“너무 좋아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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