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대역을 그만두자, 세자가 미쳐버렸다

대역을 그만두자, 세자가 미쳐버렸다

작가:  단잠참여
언어: Korean
goodnovel4goodnovel
9챕터
25조회수
읽기
보관함에 추가

공유:  

보고서
개요
장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나는 류여진이 다섯 푼에 사 온 하녀였다. 류여진이 혼인 당일 도망치자, 내가 대신 꽃가마를 타고 세자 심인혁에게 시집갔다. 혼인 후 나는 내 신분을 잊고 세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거문고와 바둑, 그림, 글공부를 열심히 배웠다. 또한 류여진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며, 명문가 아가씨인 척했다. 도망친 류여진만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차 마시는 예절을 배우러 찻집에 갔다가 심인혁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여진이가 돌아왔는데, 넌 왜 아직도 그 천한 계집을 내쫓지 않는 것이냐?" 심인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여진이는 저택에 갇혀 지내는 걸 싫어하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할 가짜가 아직은 필요하거든." "게다가 우리 어머니 성격이라면 여진이를 가만두지 않으실 것이다." 친구가 다시 물었다. "그 계집이 아이까지 낳으면 나중에 내쫓기 힘들지 않겠느냐?" 심인혁이 비웃었다. "첫날밤에 이미 임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약을 먹였으니, 설아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노비 문서도 내 손에 있으니, 언제든 팔아치우면 그만이다."

더 보기

1화

제1화

안국후 주태진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역시 세자답군! 솔직히 그 계집이 웃는 모습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명문가 아가씨 같던데, 나한테 넘기는 건 어떻느냐?"

손이 덜덜 떨리며 뜨거운 차가 손등에 쏟아져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인혁은 눈빛으로 경고하며 말했다.

"죽고 싶은 것이냐?"

그 말에 마음 한구석에서 실낱같은 기대가 피어올랐다.

‘어쩌면 심인혁도 나에게 조금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주태진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감싸는 걸 보니, 혹시 마음이라도 생긴 것이냐?"

심인혁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금 설아는 여진이의 신분으로 살고 있다. 여진이의 명예와 세자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왜 어머니께 그 천한 계집에게 예절까지 가르쳐 주라고 했겠느냐?"

그 말은 나의 마음속 마지막 희망을 짓밟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집온 이튿날부터 시어머니인 김정순이 내 머리에 물그릇을 이고 자세 연습을 시키던 이유를.

김정순은 입만 열면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다며 나무랐다.

반년 동안 김정순의 차가운 눈빛과 머리 위에 이고 있던 물그릇, 그리고 서재에서 배우던 여자가 지켜야 할 예절과 도리는 모두 내 악몽이 되었다.

심인혁은 매번 급히 달려와 나를 작은 마당으로 데려갔고,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나는 바보처럼 웃으며, 다 시어머니께서 나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라며 부드럽게 달랬다.

심인혁의 가식적인 다정함에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했고,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반복했다.

주태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그럼 이번에 여진이가 돌아와서 안 나간다고 하면, 그 계집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심인혁이 잠시 침묵했다.

"설아는 3년 동안 내 곁에 있었고, 공은 없어도 고생은 했으니 얌전히 굴면 첩 자리는 줄 생각이다. 이름도 지위도 없는 하녀로 사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경성(京城)에 봄이 왔지만, 겨울의 찬 바람이 불어와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류설아, 평생 안채에만 갇혀 살 생각이냐? 네가 원한다면 동궁의 조력자 자리는 언제든 네 것이 될 것이다."

오늘 아침 태자 소진우가 쪽지를 건네며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3년 동안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 결과, 올해 이 바닥에서 걷은 세금의 2할이 내가 관리하는 세자부의 점포에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그리고 몇 달 전 농사가 잘되지 않아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에도, 나는 앞장서서 곡식과 은자를 절반 이상 기부했고, 황제께서도 크게 기뻐하시며 사흘 뒤 나에게 상을 내리기로 하셨다.

세자부로 돌아가면 이 기쁜 소식을 심인혁에게 알리려 했는데, 정작 나를 기다린 건 부군인 그가 나를 첩으로 강등시키겠다는 소식이었다.

쪽지의 글씨가 찻물에 번져갔다. 종이를 구겨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류여진이 사람들을 이끌고 들이닥쳤다.

"설아야, 3년 만인데, 자기 은인도 못 알아보는 것이냐?"

나는 본래 상인의 딸이었으나 홍수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가족을 잃은 뒤, 나는 인신매매를 하는 사람에게 넘겨졌고 류여진이 다섯 푼에 나를 사 왔다.

그날부터 나는 그녀가 마음대로 때리고 욕해도 되는 존재가 되었다.

3년 전 그날까지 말이다.

"아가씨."

나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치던 날, 아가씨께서 직접 말씀하셨지요. 제가 대신 혼인하면 그동안의 은혜는 모두 갚은 것으로 하겠다고요. 잊으셨습니까?"

류여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닥치거라. 그건 내가 너에게 내린 상이었다!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자리를 내놓아야지."

류여진은 내게 다가와 악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천한 계집은 전쟁터에서 군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나는 입안의 피비린내를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전 아직 심씨 가문이 인정하는 세자비입니다."

"네가 잊은 모양이구나. 넌 내 이름 달고 있는 가짜일 뿐이다."

류여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심인혁은 나만 사랑한다."

"믿기지 않느냐? 그러면 내가 재미있는 구경을 시켜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류여진은 사람들에게 나를 끌고 가 묶으라고 명령했다.

잠시 후, 류여진은 심인혁의 방으로 달려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오라버니, 방금 실수로 태자 전하를 다치게 했습니다. 태자 전하께서 사방으로 사람을 찾고 계시는데, 저는 아무 신분도 없는 평민이라 벌을 받을까 봐 무섭습니다…"

심인혁이 애틋한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다, 걱정 말거라. 설아는 너랑 체격이 비슷하니, 대신 다녀오라고 하마."

가슴의 상처가 다시 찢어지는 듯했고, 참았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마음대로 다뤄지는 천한 하녀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고, 노비 문서만 찾으면 바로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펼치기
다음 화 보기
다운로드

최신 챕터

더보기

독자들에게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9 챕터
제1화
안국후 주태진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역시 세자답군! 솔직히 그 계집이 웃는 모습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명문가 아가씨 같던데, 나한테 넘기는 건 어떻느냐?"손이 덜덜 떨리며 뜨거운 차가 손등에 쏟아져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심인혁은 눈빛으로 경고하며 말했다. "죽고 싶은 것이냐?"그 말에 마음 한구석에서 실낱같은 기대가 피어올랐다.‘어쩌면 심인혁도 나에게 조금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주태진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감싸는 걸 보니, 혹시 마음이라도 생긴 것이냐?"심인혁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지금 설아는 여진이의 신분으로 살고 있다. 여진이의 명예와 세자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왜 어머니께 그 천한 계집에게 예절까지 가르쳐 주라고 했겠느냐?"그 말은 나의 마음속 마지막 희망을 짓밟았다.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집온 이튿날부터 시어머니인 김정순이 내 머리에 물그릇을 이고 자세 연습을 시키던 이유를.김정순은 입만 열면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다며 나무랐다.반년 동안 김정순의 차가운 눈빛과 머리 위에 이고 있던 물그릇, 그리고 서재에서 배우던 여자가 지켜야 할 예절과 도리는 모두 내 악몽이 되었다.심인혁은 매번 급히 달려와 나를 작은 마당으로 데려갔고,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약을 발라주었다.나는 바보처럼 웃으며, 다 시어머니께서 나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라며 부드럽게 달랬다.심인혁의 가식적인 다정함에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했고,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반복했다.주태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그럼 이번에 여진이가 돌아와서 안 나간다고 하면, 그 계집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심인혁이 잠시 침묵했다."설아는 3년 동안 내 곁에 있었고, 공은 없어도 고생은 했으니 얌전히 굴면 첩 자리는 줄 생각이다. 이름도 지위도 없는 하녀로 사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경성(京城)에 봄이 왔지만, 겨울의 찬 바람이 불어와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류
더 보기
제2화
세자부로 돌아오자 심인혁이 류여진의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설아야, 이 옷으로 갈아입거라. 바람 쐬러 나가자꾸나."그가 흐트러진 나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 손을 뻗었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심인혁의 손이 허공에 멈췄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야, 내가 요즘 나랏일로 바빠 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구나. 그래도 부군인 나에게 화를 내지는 말거라."입을 열었지만, 목구멍이 무언가에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류씨 가문에 들어온 이후, 심인혁이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욕을 먹거나 매를 맞지 일쑤였다.그는 류씨 가문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내 편을 들어준 사람이었다.평소에도 다정한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집안 사람들은 모두 내가 세자의 지극한 총애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그 다정한 말과 칭찬들에 취해, 나는 사랑도 꾸며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나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서방님, 어제 현령(縣令)께서 사람을 보내 집안 하인들의 노비 문서를 관아에 등록하라고 재촉하셨습니다. 집사님이 친정에 가셔서 없으니, 연화라도 보내서…"심인혁은 급히 나를 이끌고 문을 나서며 건성으로 대답했다."설아야, 집안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하거라. 일단 빨리 나가자꾸나!"마차를 타고 거리를 한참 돌았고, 마차 안은 그가 사준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마차는 태자부 문 앞에 멈춰 섰다.태자 소진우가 상석에 앉아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심인혁이 내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태자 전하, 제 부인이 철이 없어 거리에서 태자 전하를 본의 아니게 다치게 하였습니다. 하여 태자 전하께 죄를 빌고 용서를 구하고자 데리고 왔습니다."소진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심인혁, 대낮에 귀족을 습격한 것은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큰 죄다. 정말로 이 여인의 짓이 맞느냐?"심인혁이 손에 힘을 주자 내 손목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마음을 깊은 절망으로 떨어뜨렸다."태자 전하
더 보기
제3화
태자부를 나오니 류여진의 마차가 문 앞에 서 있었다.내 몸에 피가 없는 걸 본 그녀의 눈에 질투가 스쳤다."설아야, 괜찮느냐? 다 나 때문이다. 내가 머리 숙여 사죄하마."심인혁은 웬일인지 류여진을 무시하고 나를 안아 마차에 태웠다."의원을 불러놨으니 당장 돌아가서 진찰받자꾸나."심인혁의 무시에 류여진의 질투가 폭발하려 했다. 그녀는 내 소매를 홱 걷어 올리며 독기 어린 눈으로 쏘아붙였다."오라버니, 설아가 다치지도 않았군요! 설마 태자 전하를 꼬셔서 벌을 면한 건 아니겠지요?"그녀는 내 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목에 있는 붉은 자국, 태자 전하께서 남기신 흔적이 분명합니다. 오라버니, 설아가 잠시 홀려서…"심인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그 붉은 자국은 어젯밤 술에 취한 그가 남긴 것이었다.나는 변명할 가치도 없어 류여진의 손을 쳐냈다.심인혁이 내 손목을 낚아채며 하인에게 몸을 검사할 늙은 하녀를 부르라고 명령했다.나는 모든 기대와 희망이 사라진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이것은 어젯밤에 서방님께서 남기신 겁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하면 될 일이다. 별일 아니니 얌전히 있거라."‘별일 아니라고?’류여진이 살짝 긁혀 상처가 난 것은 수많은 의원이 달려올 큰일이고, 그녀가 탕후루를 먹고 싶어한다는 것 또한 큰일인데, 내가 누명을 쓰고 버림받는 건 별것도 아닌 일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3년 동안 한 이불을 덮고 산 심인혁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결국 늙은 하녀가 내 결백을 증명했다.갈기갈기 찢긴 옷을 걸치고 뜰에 들어서니, 연화가 문 앞에 쓰러져 숨만 겨우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연화는 피로 젖은 노비 문서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마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드디어 받아왔습니다…"나는 미친 듯이 의원을 불렀지만,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마님, 노부인님께서 연화가 저택의 재물을 훔쳤다며 곤장 쉰
더 보기
제4화
불길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심인혁은 류여진을 안전한 곳에 두고 불길 속으로 다시 뛰어들려 했다."오라버니,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류여진은 그를 꽉 붙잡았고, 그녀의 눈에는 득의양양한 빛이 스쳤다."놓거라!"심인혁은 눈이 벌게진 채 류여진을 뿌리치고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설아에게 구하러 가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엄청난 열기가 그를 밀어냈다.지붕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려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렸다."설아가 아직 안에 있다. 어서 구해야 한다!""불길이 너무 거세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설령 들어간다 해도 마님께서는 이미…"하인이 심인혁의 앞을 가로막았다.심인혁은 눈이 충혈된 채 무작정 뛰어들려 했다."헛소리 하지 말거라! 설아는 튼튼해서 분명히…"다음 순간, 심인혁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정순이 심인혁의 미친 듯한 모습을 보고는 하인들을 시켜 그를 기절시킨 것이었다.큰불은 밤새도록 타올랐다.다음 날 아침, 하인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폐허를 뒤지다 몸을 웅크린 채 숯처럼 타버린 시신 두 구를 찾아냈다.그중 한 시신의 손에는 옥팔찌가 끼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심인혁이 올해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라 내가 한시도 빼놓지 않았던 물건이었다.깨어난 심인혁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안색은 창백했다.그는 넋을 잃고 타버린 시신의 팔찌를 바라보며, 내 마지막 저주를 끊임없이 떠올렸다."심인혁, 너 같은 놈은 모두에게 버림받고, 목이 달아나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머리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심인혁은 가슴을 움켜쥔 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고, 정말로 나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류여진은 눈 속의 기쁨을 감추고 심인혁의 품에 안겨 가련하게 울음을 터뜨렸다."오라버니, 일부러 발을 삔 게 아니닙니다. 설아가 그렇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심인혁은 습관적으로 그녀를 달래려 했지만, 고개를 숙이는 순간 알 수 없는
더 보기
제5화
류여진은 당황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제가 세자비인데 어찌 가로챘다고 하십니까. 세자께서 증언해주실 겁니다."류여진이 다급하게 심인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서방님, 말씀 좀 해보십시오."심인혁은 멍하니 입을 열었다."이 여인은 제 부인 맞습니다."내시가 떠난 뒤, 심인혁은 모든 기운이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줄곧 내가 세자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하녀라 생각했는데, 그가 모르는 곳에서 나는 이미 빛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 나를 잃고 텅 비어버린 마음도, 빼앗긴 공도 모두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내시가 떠나자 류여진이 다가와 다정하게 위로했다."오라버니, 설아가 죽어서 저도 슬픕니다. 허나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심인혁의 소매를 잡고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이제 설아가 없으니, 우리도 떳떳하게 함께할 수 있습니다."심인혁은 그녀를 홱 돌아보았고, 그의 눈에는 충격과 이질감이 가득했다."떳떳하게?"그는 처량한 웃음을 터뜨렸고, 스스로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류여진, 설아는 방금 죽었다. 그런데 넌 방금 설아의 공을 가로챘지!""이제 와서 떳떳하게 함께하자고? 설아가 아니었다면 류씨 가문의 세자비 자리도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류여진은 질투에 눈이 멀었지만 겉으로는 억울한 척했다."오라버니,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저 오라버니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제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게다가 오라버니도 원래 저를 다시 들일 생각이었잖습니까.""설아의 공을 제가 받은 것은 폐하께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불에 타 죽었다는 사실을 아시고 세자부를 벌하실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걸고 대신 나선 것도 모두 오라버니를 위해서였습니다!"그때 심인혁의 이복형인 심도윤이 다가왔다.그는 심인혁의 어깨를 토닥이며 타이르는 듯 말했다."인혁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집
더 보기
제6화
심인혁과 류여진은 원하던 대로 혼인을 올렸지만 혼인 생활은 엉망진창이었다.류여진은 그가 상상하던 속세에 물들지 않은 선녀 같은 여인이 아니었다.그녀는 돈을 물 쓰듯 썼다.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내가 3년 동안 애써 모아 둔 세자부의 재산 절반 이상을 써 버리고, 쓸모없는 보석과 장신구만 한가득 사들였다.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말했다."저는 세자비이니 품위와 격식은 갖춰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망신을 당하는 건 오라버니입니다."그녀는 오만하고 제멋대로였다. 집안 살림을 맡을 권한을 두고 시어머니인 김정순과 끊임없이 다투었고, 여러 차례 김정순을 화병으로 몸져눕게 했다.세자부 전체가 류여진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고, 하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다.심인혁은 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고, 밤마다 서재에서 잠을 잤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3년 동안 마음속에 품고 그리워했던 첫사랑이, 막상 환상이 깨지고 보니 이토록 추하고 속물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그리움이 깊어질수록 지금의 류여진이 증오스러웠고 자신도 미웠다.보름 뒤, 류여진의 사촌 오빠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건달들을 데리고 세자부 대문 앞에서 난동을 부렸다.그 남자는 동네 깡패 같은 분위기를 풍겼고, 류여진을 보자마자 마구 잡아당기며 소리쳤다."여진아, 나랑 약속했잖느냐, 잠깐 돈만 챙겨서 돌아오겠다고! 어떻게 나를 두고 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갈 수가 있느냐?"류여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다급히 부인했다.마침 밖에서 돌아오던 심인혁이 이 광경을 목격했고,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남자는 심인혁을 보자 더욱 기세등등해졌다."이 새파랗게 생긴 놈아, 잘 듣거라. 여진이는 이미 내 여인이고, 우리 사이에는 아이도 있다!""헛소리 하지 말거라!"류여진이 비명을 지르며 반박했다.그 말을 들은 심인혁의 마음에 의심이 피어올랐다."류여진, 날 속인 것이냐?""아닙니다, 오라버니. 혼인 첫날밤에 제가 처녀임을 증명하기 위해 침상에 깔아두었던 천에 피가 묻어 있었던 것을 잊으신 겁니까?"류여
더 보기
제7화
심인혁은 사람을 시켜 남자를 쫓아냈고 류여진은 방에 가둬버렸다.그는 혼인을 끝내고 싶었다.그런데 그때, 류여진이 입을 막으며 헛구역질을 했고, 불려 온 의원이 맥을 짚어보더니 그녀가 임신했다고 말했다.심인혁은 멍해졌다.그는 득의양양한 류여진의 얼굴을 보며 기쁨은커녕 강렬한 구역질과 허무함을 느꼈다.그 순간 심인혁은 나를 떠올렸다.그는 혼인 첫날밤, 직접 내게 건네주었던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는 약이 생각났다.심인혁은 처음부터 류여진의 아이만을 원했었다.그런데 지금 그는 류여진 같은 천한 계집은 자신의 아이를 가질 자격조차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세자부의 대를 잇기 위해, 가문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심인혁은 결국 이 분노를 참아냈다.두 사람은 그날 이후 겉으로는 부부였지만,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다. 류여진은 임신했다는 이유로 점점 더 제멋대로 행동했다.심인혁이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논다는 소식이 들리자, 류여진은 곧장 그곳으로 찾아가 난동을 부렸고, 그 일로 그녀는 온 경성 귀족 여인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심인혁은 그녀를 더욱 멀리했고, 서재에 틀어박혀 내가 남긴 물건들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내 옷을 묻어 가짜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며, 내 이름을 끊임없이 불렀다."설아야… 내가 미안하다…""설아야… 제발 돌아오거라…"하지만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린 한낱 허상에 불과했다.나는 불길 속에서 죽을 줄 알았지만, 다행히 태자가 보낸 사람들 덕분에 연화와 함께 구출되었다.그 불에 타 버린 두 구의 시신은, 그저 공동묘지에서 가져온 이름 없는 시신일 뿐이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침상에 누워 있었고 온몸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연화가 내 침상 곁을 지키고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태의가 내 맥을 짚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마님, 아이를 가지신 지 두 달이 되셨습니다."순간 나는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날
더 보기
제8화
그 후 나는 서진명이라는 가명으로 남장을 하고 소진우를 따라 변방으로 향했다.나는 국공부의 살림을 맡으며 배운 경영 지식으로, 그를 위해 군사들이 먹을 식량을 마련하고 전쟁에 필요한 돈을 모았으며, 심인혁의 서재에서 몰래 배운 전술과 전략으로, 적을 물리치고 전쟁에서 이길 계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반년 후, 변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소진우가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자, 황궁에서는 그의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가 열렸다.연회에서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태자를 도운 조력자인 나를 거듭 칭찬했다.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황제는 심인혁을 바라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심인혁, ‘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구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나무패를 하사받은 후로 네 상점들의 매출이 곤두박질쳐 망하기 직전이라더구나.""어찌 된 일이냐? 짐의 하사품이 불만인 것이냐, 아니면 이전의 모든 것이 다 속임수였던 것이냐?"심인혁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서둘러 무릎 꿇고 빌었지만,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했다.류여진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바로 그때, 나는 소진우의 뒤에서 걸어 나와 얼굴의 가면을 벗었다."폐하, 세자께서 폐하의 은혜에 불만을 품으신 것도 아니고, 폐하를 속이려 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단지 그 상점들의 진짜 주인이 바뀌었을 뿐입니다."순간 연회장은 정적에 휩싸였다.심인혁의 손에 들린 술잔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그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설아냐? 살아 있었구나, 그럴 줄 알았다…"나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상석에 앉은 황제를 향해 조용히 몸을 굽혀 예를 표했다."소인 류설아, 폐하를 뵙습니다. 부디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나는 준비한 증거들을 올렸다."폐하, 예전에 상점을 운영하며 강남에 농사가 잘되지 않아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 해결하려 힘을 보태고 여러 계책을 올린 사람은 소인이었습니다. 지금의 세자비 류여진이 아닙니다!"류
더 보기
제9화
잔혹한 진실이 심인혁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팠다.그가 소중히 여겼던 은인이 사실은 그를 납치했던 장본인이었고, 그가 존경하던 형은, 사실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다."쿨럭—"심인혁의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류여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아닙니다! 저는 세자의 아이를 가졌으니, 저를 함부로 건드리면 안됩니다!"나는 차갑게 웃으며 그녀의 볼록한 배를 쳐다봤다."아이라고요? 정말로 아이를 가지신 것이 맞습니까?"나는 소리 높여 말했다."폐하, 소인은 태의원의 의원께서 이 자리에서 직접 류씨의 맥을 짚어, 사실인지 거짓인지 밝혀 주시기를 청합니다!"황제의 허락을 받은 의원이 다가와 류여진의 맥을 짚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폐하, 류씨의 맥은 평온하며 아이를 가진 맥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류여진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분명히…"나는 담담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임신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마셨다고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아니면 배에 넣은 솜 베개를 어느 가게에서 샀는지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류여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황제는 크게 분노하여 즉시 류여진과 심도윤을 감옥에 가두고 가을에 처형하라고 명했다.그리고 세자 심인혁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죄로 세자의 지위를 빼앗기고 관직에서 쫓겨났으며, 세자부의 모든 사람은 평민으로 강등되었다.높은 세자였던 심인혁은 한순간에 아무것도 없는 죄인의 아들이 되었다.연회가 끝나자 그는 미친 듯이 궁 문 앞에서 나를 막아섰다."설아야, 내 말 좀 들어보거라! 일부러 안 구한 게 아니다! 난…"나는 자신의 추한 면모를 드러내는 낯선 사람을 보듯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았다."심 공자님, 예의를 지켜 주십시오."그는 내가 차갑게 거리를 두는 말투에 상처를 받은 듯, 눈에는 고통과 후회가 가득했다."설아야, 내가 정말 잘못했다. 돌아와 주면 안되겠느냐?""내 곁으로 돌아오거라. 세자비 자리도 다시 네게 돌려 주마. 이
더 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