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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eur: 유월냥이
강현우의 시선은 줄곧 윤홍주에게 머물러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도,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애가 타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란의 마음에 문득 불안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나직이 신음했다.

“아주버님... 머리가 아파요.”

강현우는 그제야 윤홍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김영란을 돌아보았다.

“괜찮겠느냐?”

“예, 참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김영란이 말했다. 그러고는 일부러 강현우에게 바짝 다가붙어 제 몸을 온전히 그에게 기댔다.

멀리서 보면, 강현우가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윤홍주 역시 그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인헌황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담담한 얼굴의 윤홍주를 바라보던 인헌황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주야.”

“그 아이가 끝내 네 진심을 저버렸구나. 홍주야, 훗날에는 반드시 사람을 잘 살펴 네 아버님 같은 훌륭한 사내를 만나거라.”

윤홍주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첩은 다시 혼인할 생각이 없사옵니다.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신첩 뜻입니다. 혼인은... 어머니의 유언이었기에 한 번으로 충분하옵니다.”

그녀는 다시는 혼인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인헌황후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뜻은 충분히 알겠다. 불꽃놀이가 끝나면 오늘 안으로 너를 궁 밖으로 내보내 주마. 너와 강현우의 문제도 내가 책임지마!”

“이제야 알겠구나. 어찌하여 네가 그토록 떠나려 했는지…. 너에게는 배신과 기만이 능지처참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터이니.”

그 말에 윤홍주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오래도록 울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인헌황후를 바라보는 순간, 끝내 참아 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마, 잠시 바람을 쐬고 오고 싶습니다.”

인헌황후는 말없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래, 다녀오너라. 너를 이 높은 담장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내 못난 아들과 혼인시켰을 것이다.”

윤홍주는 울음이 터질까 두려워 손수건을 받아 들고 예를 올린 뒤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인적이 끊긴 곳에 이르자 그녀는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두 뺨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강현우 때문이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을 떠나지 않는 악몽이 그녀를 끝없이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홍주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그때였다.

“홍주야.”

어느새 뒤를 따라온 강현우가 윤홍주의 등 뒤에 멈춰 서서 나직이 그녀를 불렀다.

윤홍주는 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조용히 훔쳐 냈다.

강현우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연회가 끝나면 함께 돌아가자.”

그리고 어렵게 사과를 꺼냈다.

“내일은 함께 장생사에 가자꾸나. 날짜를 세어 보니, 마침 윤가군이 전사한 날이더구나.”

“내가 함께 장생사에 올라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도 용서를 빌겠다.”

강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장한 탓에 목소리마저 가늘게 떨렸다.

이제야 윤홍주가 자신을 멀리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윤가군은 그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그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약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늦지는 않았다.

강현우는 제때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믿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한 걸음마다 절을 올리며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용서를 빌겠소. 홍주야, 그리하면 되겠느냐?”

윤홍주가 뒤를 돌아보자, 때마침 김영란이 나타났다.

김영란은 윤홍주를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이내 자신의 배를 가만히 어루만지며 나직이 불렀다.

“아주버님, 머리가 아픈 탓인지 배까지 뒤틀리는 것 같아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 너무 아파요.”

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몸도 성치 않으면서 어찌 함부로 돌아다닌 것이냐?”

입으로는 타박했지만, 결국 그는 김영란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윤홍주를 돌아보며 오늘은 반드시 함께 영안후부로 돌아가고, 내일은 장생사에 함께 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그 모습을 본 윤홍주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강현우, 우리 사이에 내일은 없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낮았던 탓일까, 강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윤홍주는 옅게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현우는 그 미소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자신의 청을 받아들인 줄로만 알았다.

연회는 계속 이어졌다.

술잔이 오가고, 가무는 끊이지 않았다.

밤하늘에는 불꽃이 연이어 피어올랐고, 황제는 인헌황후를 부축해 적성대(摘星臺)에 올라 눈앞에서 불꽃놀이를 감상했다.

김영란은 강현우의 품에 기대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불꽃을 바라보며 더없는 행복을 느꼈다.

그 사이, 윤홍주는 남몰래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인헌황후의 시녀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강현우는 연회 내내 윤홍주의 모습을 찾았다. 문득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끝내 쫓아가지 않았다.

김영란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고, 연회 도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게다가 윤홍주는 함께 영안후부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약조를 어길 리 없다고 그는 믿었다.

‘어깨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으니, 편전에서 쉬고 있겠지. 연회가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가면 돼.’

‘그토록 금실 좋게 지내지 않았던가. 내가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기만 하면, 마음 깊은 홍주는 결국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강현우는 그렇게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그 시각, 윤홍주는 이미 궁궐을 빠져나온 뒤였다.

말에 오른 그녀는 북쪽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힘껏 내달렸다.

‘잘 있거라, 강현우!’

마침내 윤홍주는 자유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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