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자의 이름은 임표였다. 그의 옆에는 7, 8명의 2미터 가까이 되는 남학생들이 함께했다.이들은 학교 농구팀 멤버로서 덩치가 일반사람보다 컸다.다른 학교 농구팀과 경기했을 때 시비가 붙어 상대방 선수들을 20 몇 명이나 때려눕힌 적이 있다.임표가 조규범의 귓가에 속삭였다.“조 도련님, 이놈 심상치 않습니다.”“왜 겁먹은 거야? 너희 8명이 쟤 하나 해결 못 해?”조규범은 임표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가 보기엔 진서준이 아무리 무술을 배웠다고 해도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리 하나 부러뜨리면 오늘 클럽 쏠게!”조규범이 시원하게 말했다.이 말에 농구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눈이 반짝거렸다.한창 피가 들끓는 나이라 클럽에서 술 마시고 여자 만나는 것이 좋았다.이런 유혹으로 꾀면 안 넘어올 자가 없었다.농구팀 리더인 임표가 명령하기도 전에 이들은 진서준을 포위했다.“이봐. 가만히 다리를 내놓으면 고통받지 않게 해줄게!”진서준은 이들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지금 꺼지면 없었던 일로 해줄게. 아니면 뒷감당하지도 못할 거야...”그는 대학생을 상대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그래도 눈치 없이 계속 달려든다면 혼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뒷감당하지 못해? 허세는. 설마 혼자서 우리 8명을 때려눕히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그중 한 선수가 진서준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키를 보든 체중을 보든 진서준이 열세였다.더군다나 일손도 많아 진서준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이때 한 선수가 먼저 1m 20cm 가까이 되는 긴 다리를 뻗어 진서준의 배를 걷어차려고 했다.이대로 맞았다간 일반사람이라면 전치 2주를 받았을 수도 있다.진서준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상대방은 진서준에게 닿기도 전에 발에 걷어차여 십 미터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이 모습에 조규범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진서준이 무술을 배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방에 2백 근 가까이 되는
“오면 어쩔 건데?”진서준은 심지어 발걸음을 더 빨리 움직여 조규범 앞에 나타나 그의 목을 졸랐다.“으윽...”조규범은 얼굴이 빨개진 채 숨 쉬어 보려고 힘껏 발버둥 쳤다.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는 진서준 앞에서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였다.“서준 씨, 그만 하세요!”대강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허윤진이 갑자기 달려왔다.진서준은 살기가 점차 사라지면서 조규범을 쓰레기 취급하듯이 한쪽으로 내팽개쳤다.바닥에 버려진 조규범은 오장육부가 찢기는 듯이 아파져 와 비명을 질렀다.허윤진 역시 그를 보고선 발로 한 매 걷어찼다.워낙 앞이 뾰족한 하이힐이라 조규범은 아파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은 진서준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진서준이 피식 웃으면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농구부 선수들을 가리켰다.“제가 쟤들처럼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겠어요.”진서준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허윤진은 뒤돌아 조규범을 향해 소리쳤다.“조규범, 내가 어제 말했지? 나한테 치근덕거리지 말라고. 그리고 내 남자친구한테 손대지도 마. 왜 말을 안 들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허윤진은 전에는 그래도 조규범의 체면을 지켜주었다면 오늘에 한 짓을 봐서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조규범은 아무 말 없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과 허윤진을 쳐다보면서 속으로는 꼭 복수하리라 마음먹었다.어릴때부터 그는 이렇게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없었다.진서준과 허윤진에게 복수하지 않고서는 고개를 쳐들고 살 수가 없었다.진서준은 조규범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고는 다가가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복수할 거면 언제든지 환영해. 그런데 한 가지만은 기억해. 윤진 씨한테는 손대지 마. 아무리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똑같이 죽여버릴 거니까!”이 말을 들은 허윤진은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게 된다.이 순간만큼은 언니의 남자를 빼앗아 자기 남자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였다.조규범이 대답하지 않자 진서준은 그
조규범의 아버지는 아들이 머리가 밟혔다는 사실을 듣고 화가 치밀었다.애지중지 키운 외동아들을 짐승처럼 대했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내일 바로 사람을 보낼게.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 봐.”조규범은 전화를 끊자마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이미 마음속으로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 계획한 모양이었다.진서준이 보는 앞에서 허윤진의 몸에 손대고, 또 허윤진이 보는 앞에서 진서준을 갈가리 찢어놓으려고 했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데리고 대강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예 학교 밖으로 나가버렸다.방금 있었던 일로 춤에 흥미를 잃은 것이다.“죄송해요. 저는 조규범이 그런 놈일 줄 몰랐어요.”차에 올라탄 허윤진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진서준은 그녀의 사과가 적응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마음에 두지도 않았는데요, 뭘.”“그런데 조규범은 전라도 3대 가문의 사람이라 분명 사람을 보낼 거란 말이에요.”허윤진이 후회막심한 표정으로 말했다.허씨 가문은 아무리 서울에서 손꼽히는 가문이라지만 전라도 3대 가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농담을 쳤다.“잊었어요? 저는 남주에서 이름난 진서준이라고요!”만월호 사건으로 진서준은 남주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심지어 전라도 3대 가문도 이 소식을 듣고 그와 손을 잡고 싶어 했다.실례가 갈까 봐 직접 만나러 오지 않고 몰래 사람을 보내 진서준의 신분을 조사했다.조사가 끝나고, 진서준같이 실력이 강한 사람이 왜 감옥에 갔는지 의아했다.“그런데 혼자잖아요. 한 가문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요?”허윤진은 여전히 진서준이 걱정되었다.“한 가문이면 뭐 어때서요? 결국엔 티끌 모아 티끌인 거예요.”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억지 좀 부리지 마세요!”허윤진이 화난 듯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녀가 지금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렇게 말했다.“조씨 가문이 대단하다는 걸 알아요. 만약 누가 찾아오면 숨어버리면 되잖아요. 그러면 되겠어요?”
허사연은 허윤진이 말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진서준은 어차피 들킬 바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어떤 남자가 처제한테 치근덕거려서 내가 손 좀 봐주고 왔어요.”허사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둘이 몰래 나쁜 짓을 한 줄 알았던 것이다.“그래요? 난 또...”진서준이 웃으면서 질문했다.“무슨 생각을 했던 거예요?”허사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진서준의 팔을 꼬집었다.“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요. 얼른 옷이나 갈아입어요. 집에서 온종일 기다렸잖아요.”허사연이 이곳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진서준은 기쁘기만 했다.“그래요. 먼저 옷부터 갈아입고 올게요.”이 별장에도 진서준의 방이 있었다. 진서준은 냉큼 방으로 들어가 정장을 벗었다.진서라는 여전히 드레스를 입고있는 허윤진을 보면서 말했다.“윤진 씨도 얼른 옷 갈아입으세요. 식사하기 불편하겠어요.”“그런데 갈아입을 옷이 없네요...”허윤진이 뻘쭘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제 옷 입으면 돼요. 옷장에 새로 산 옷들이 많거든요.”그날 진서준이 사준 옷들을 아직 입어보지도 못했다.“그래요. 고마워요.”허윤진은 진서라 따라 방으로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모두 식탁 앞에 모이자, 유정과 진서라가 주방에서 요리를 꺼내왔다.진서진은 조희선을 가장 상석에 앉혔다.조희선은 밥상 앞에 모인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진서진이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갔을 때, 오직 진서라와 둘뿐이었다.심지어 진서라가 일 때문에 바쁠 때는 혼자 밥 먹을 때도 있었다.“엄마, 왜 그래요?”이상함을 감지한 진서준이 물었다.“아니야. 그냥 기뻐서 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게 얼마 만이야. 네가 감옥에 갔을 때 맨날 네가 배를 곯지 않을까, 잠은 잘 자고 있을까 걱정했거든. 다리만 부러지지 않았다면 매주 보러 가는 건데...”옛 생각에 조희선의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엄마, 이미 지나간 일은 잊으세요. 같이 밥 먹는 날이 오늘만이겠
조희선은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아들은 사업이 성공했고 현모양처 같은 여자 친구도 있었다.지금 유일하게 마음 놓이지 않는 것이 바로 진서라였다.진서라는 지금까지 남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기에 조희선은 진서라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줄로 알았다.조희선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라와 단둘이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다.그렇게 저녁 열 시가 되어서야 식사가 끝났다.“서준아, 사연이랑 윤진이 집으로 데려다주도록 해.”조희선이 진서준에게 말했다.10시 넘는 시각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밤 생활이 시작되는 시간이다.그러나 조희선은 아주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진서준이 운전하는 와중에 또 위험이 생길까 봐 걱정됐다.“알겠어요. 그러면 설거지는 서라에게 맡겨야겠어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별장을 나섰다. 허윤진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차에 오른 뒤 허사연은 기지개를 켜더니 고개를 돌려 진서준에게 말했다.“서준 시, 나 오늘 꽤 잘했지?”조금 전 밥을 먹을 때 허사연은 계속 저희선에게 음식을 집어주고 물을 따라줬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허사연을 조희선의 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꽤 괜찮은 정도가 아니던데요. 우리 엄마 당장 사연 씨를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허사연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그녀는 진작에 진서준과 결혼하고 싶었다. 비록 겉으로는 연적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꽤 있었다.그중 한 명이 김연아였다.김연아는 집안이 허사연보다 못하긴 하지만 몸매와 외모는 허사연과 엇비슷했다.“그러면 우리 아빠한테 결혼 얘기 꺼내봐요. 아빠가 동의한다면 저도 좋아요.”허사연은 술을 조금 마셔서 배짱이 커졌다.평소였다면 그녀는 절대 이런 말을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결혼은 연애와 전혀 달랐다.양가 어른들은 반드시 한 번 만나야 했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 했다.그러나 진서준은 더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몰라요. 어쨌든 만족스럽지 않아요.”허윤진은 진서준을 향해 눈을 흘겼다.억지를 부리는 허윤진을 상대로 허사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다.그러나 아직 결혼 얘기를 꺼내기는 일렀다.이내 차는 허씨 일가 별장 앞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릴 때 허사연은 몰래 진서준에게 뽀뽀한 뒤 미련 가득한 얼굴로 떠났다.진서준의 집, 유정 등은 설거지를 마친 뒤 떠났고 조희선과 진서라만이 남았다.“서라야, 여기 와봐.”조희선이 진서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왜요, 엄마?”진서라는 조희선의 앞으로 다가가서 쭈그리고 앉아 그녀를 보았다.“서라야, 너도 이제 어리지 않아. 남자 친구 사귀어야지.”조희선은 진서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애로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조희선이 갑자기 연애 얘기를 꺼내자 진서라는 조금 짜증이 났다.“엄마, 저 아직 어려요!”“안 어려. 벌써 23살이잖아. 엄마는 네 나이 때 서준이를 낳았어!”조희선은 진지한 얼굴로 진서라를 바라보았다.“엄마한테 얘기해 봐. 지금 마음에 둔 남자 있어?”질문을 들은 진서라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비록 등이 넓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를 대신해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었다.경험이 있는 조희선은 단번에 진서라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했다.“엄마한테 얘기해 봐. 누구야?”조희선이 작게 물었다.“엄마, 그만 물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진서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진서라가 말하려고 하지 않자 조희선은 한숨을 쉬었다.“됐다. 엄마도 강요할 생각은 없어. 내가 죽어도 네 오빠가 널 보살펴 줄 거야.”“퉤, 퉤, 퉤. 엄마, 자꾸 죽는다는 말 좀 하지 마세요.”진서라는 입을 비죽이며 짜증 난 듯 말했다.조희선은 이제 곧 50살이었기에 그렇게 늙지 않았다.이때 집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진서라와 조희선이 뭔가 얘기하고 있자 웃는 얼굴로 물었다.“무슨 얘기하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냐. 오빠는 얼른 쉬어!”진서라는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일어나서
침실로 돌아온 뒤 진서준은 찬물로 씻었다.몸을 식힌 뒤 그는 침대로 돌아와서 수련하기 시작했다.몸은 평온해졌지만 마음은 심란했다. 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의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유정과 고한영을 제외하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허윤진의 모습도 불현듯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저녁에 진서준은 허윤진의 부드러운 몸을 느꼈었다. 그 감각이 자꾸만 떠올랐다.심지어 마지막에는 김연아가 치료받을 때의 모습도 떠올랐다.진서준은 결국 수련을 포기하고 자려고 침대 위에 누웠다.그러나 그럼에도 진서준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진서준이 자고 있을 때 네 명의 불청객이 서울에 도착했다.그 네 명은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네 명이었다.그들은 유혁수를 위해 복수하러 온 것이었다.혈운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아야 하는 조직이었다. 혈운 조직 중 한 명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 그들은 상대방을 죽일 때까지 최선을 다해 뒤쫓는다.진서준은 남주성 가문들 앞에서 유혁수를 죽였었다. 그로 인해 혈운 조직은 크게 체면을 깎였다.만약 진서준이 계속 편안히 산다면 앞으로 혈운 조직을 두려워할 사람은 없었다.“서울의 진 마스터, 우리가 왔어.”“우선 백은수를 찾아가서 그 진 마스터의 위치를 알아내.”혈운 조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예준섭이 말했다.다른 세 명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정민식이 서울에 왔을 줄이야. 게다가 진 마스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손에 들린 최신 정보를 본 백은수는 깜짝 놀랐다.정민식은 비록 최근에야 종사에 다다랐지만 서울과 주변 몇 개 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꽤 유명했다.이때 백은수의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백은수는 서둘러 서랍 안에서 총 하나를 꺼내 문가를 겨누었다.하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뒤 백은수는 당황했다.정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문 앞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백은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네 명 모두 무도계에서 거센 피바람을 일으킬
백은수는 진서준의 정보를 가리키며 말했다.예준섭 등 사람은 정보를 자세히 살펴봤다.꼼꼼히 들여다보던 네 사람은 진서준의 정보가 아주 이상함을 발견했다.3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다니, 혹시 감옥에서 뭔가 기연이라도 만난 걸까?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기연이라고 해도 평범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강해질 수는 없지 않은가?25살의 청년이 권해철을 참패시키고 유혁수를 죽이다니.선천 대종사가 한 게 아니라면 도저히 믿기가 어려웠다.“설마 가짜 정보로 우리를 속이려는 건 아니지?”변정선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꼰 다리가 움찔하자 대리석으로 만든 탁자에 균열이 갔고 곧 산산이 조각났다.백은수는 겁을 먹어서 식은땀을 흘리며 서둘러 말했다.“종사님들,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종사님들을 속이겠습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내일 진 마스터와 정민식 씨가 싸우니 그곳에 직접 가보세요!”“정민식? 종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그 사람?”함영식이 물었다.“네, 그 사람이요.”백은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어디서 하는데?”“용행 무관이요.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시작합니다.”시간과 장소를 알게 되자 예준섭 등은 시선을 주고받았다.그들은 일단 내일 그 대결을 구경할 생각이었다. 그 청년에게 종사와 싸울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만약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들은 백은수를 봐줄 것이다.하지만 정보가 가짜라면 백은수도 진서준과 함께 지옥으로 보낼 것이다.“내일 아침 당신도 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예준섭이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백은수의 귓가에서 터졌다.그 순간 백은수는 저승에 발을 반쯤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예준섭 등 네 사람이 떠난 뒤 백은수는 서둘러 숨을 돌리며 고개를 돌렸다.조금 전 예준섭이 손가락을 튕겼던 방향의 벽에 십여 센티미터의 큰 구멍이 남아있었다.벽도 그런데 사람 몸이었으면 어땠을까?백은수는 자신이 내일 반드시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