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타격음이 들리고 나서야 사람들은 문호동이 진서준 앞에 도착했음을 보았다.진서준이 손을 들어 문호동의 주먹을 막았다.평범한 듯 해 보였던 주먹은 산처럼 묵직하게 다가왔고 경기장마저 충격에 흔들리고 있었다.강력한 압박 속에서 진서준의 손뼈가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그것은 뼈와 근육이 중압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이내 진서준의 체내에서 혈기가 모공을 통해 퍼져 나왔다.핏빛 기운이 모여 붉은색 거대한 용으로 변하며 진서준의 등 뒤에 떠올랐다.그 광경은 아까 원현성이 소환한 교룡보다 훨씬 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이와 같은 이변에 횡련 대종사들마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자기 신체를 이 정도로 단련하다니!”곽기린의 눈동자도 흔들렸다.그조차도 혈기를 이처럼 형상화하는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문호동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거두었다. 이내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다시금 한 주먹의 그림자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산을 무너뜨리고 달을 부술듯한 기세로 다가왔다.쾅!다시 한 주먹이 떨어졌고 진서준의 팔이 미세하게 떨리며 그의 이마에는 주름이 잡혔다.문호동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이 주먹은 마치 소림의 금강경과 융합된 것 같군!”한 대종사가 감탄하며 말했다.“듣기로는 문 노인이 젊은 시절 소림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때 그가 내공을 포기하고 횡련을 수련하기 시작했답니다.” 한 노인이 말했다.이를 들은 은범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문 어르신은 심지어 소림의 금강불괴 신공도 수련하셨습니다. 어르신은 금강경과 금강불괴신공을 융합해 자신만의 축골술을 창조하신 것이죠!”사람들의 감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호동의 세 번째 주먹이 내려졌다.이번 주먹은 그림자가 중첩되어 같은 경지의 오급대종사들조차 실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차분한 표정을 지은 진서준의 뒤로 청룡이 떠올랐다.붉고 푸른 두 마리의 용이 동시에 진서준의 팔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진서준의 양팔은 마치 견고한 갑
‘진 마스터님이 졌나?’링 위에 있는 진서준의 가냘프고 거의 쓰러질 듯한 몸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느꼈다.“진 마스터님은 정말 강하지만 문 대종사도 만만치 않네. 그의 실력이라면 육급 대종사와 맞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야.”“소림사의 양대 절학을 모두 익힌 문 대종사가 약할 리가 없지!”“안타깝구나. 대한민국에 또 한 명의 천교를 잃게 되는구나.”진서준이 문호동의 아홉 주먹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이미 현장에 있던 수많은 대종사들이 우러러볼 수준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서준의 전설적인 삶은 여기서 끝이 나는 듯했다.“저 녀석이 용존 이라고? 웃기고 있네!”일부 질투에 가득 찬 젊은 무인이 진서준의 패배를 보며 비웃었다.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다가가 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짝!“아야! 너 뭐 하는 짓이야!”뺨을 맞은 청년은 얼굴을 감싸며 허사연을 분노에 찬 눈으로 쏘아봤다. 하지만 허사연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의 분노는 곧 음탕한 표정으로 변했다.“네가 다시 내 남자를 욕하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허사연이 냉정하게 말했다.“네 남자라고? 하하!” 청년은 잠시 멈칫하더니 큰소리로 웃었다.“네 남자는 곧 죽을 텐데...내가 보기엔 빨리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게 좋겠어! 나는 어때? 네 남자보다 더 강한데!”청년의 모욕적인 말을 들은 허사연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청년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또 때리려는 거야?”청년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밤에 네가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고!”그 순간 강력한 기운이 청년을 압도했다.“손 놔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산산이 조각낼 것이다!”권해철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청년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손을 내려놓으며 권해철을 바라보았다.“늙은이,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나랑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퍽!권해철은 주먹을 날려 청년을 십여 미터나 날려버렸다. 청년의 가슴에는 주먹 크기의 움푹 들어간 자국이
진서준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던 문호동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어린 녀석이 오급 대종사인 나를 상대로 수련한다니... 나를 무시하는 것이 분명해!’“잘도 허세를 부리는구나! 네가 버텨봤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번 보자!”문호동은 크게 외치며 다시 주먹을 날렸다.이번에는 진서준도 주먹을 내질렀다.체내의 영기와 혈해가 융합되며 청홍색의 진룡이 진서준의 팔을 감쌌다.쾅!두 사람의 주먹이 맞붙는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이번에는 천둥 같은 소리는 없었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공기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파동이 지나가는 곳마다 금속 바닥에 하얀 자국이 생겼다.링 위에 있던 이지성과 강성준은 그 파동에 맞아 피를 토하며 몸을 떨었다.곽기린과 황현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그제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소 깨달았다.진서훈이 내공으로 만든 네 개의 벽도 흔들리고 있었다.딱!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문호동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짧았던 옷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그의 근육질 몸이 드러났다.그러나 그의 몸에는 지렁이처럼 불거진 종기가 솟아올랐다.그것은 진서준의 영기가 문호동의 몸속에서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울컥!문호동은 피를 한껏 토해냈고 그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어... 어떻게 이런일이...”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방금까지만 해도 문호동은 연속으로 아홉 번의 주먹을 날리며 진서준이 전혀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축골술이 깨지고 중상을 입게 된 것인지 의문이었다.이렇게 큰 반전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문호동은 그 누구보다도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문호동은 이 절학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겼는지 셀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한 청년에게 패배한 것이었다.마치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이 청년 앞
일부 사람들은 진서준이 죽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또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처단할 것으로 생각했다.이전에는 이지성과 강성준이 도망가게 두었지만 다시 만난 이상 진서준은 절대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었다.진서준은 그들의 스승 또한 봐줄 생각이 없었다.이전의 원수를 해결한 후 진서준은 링 아래에 있던 류재훈에게 물었다.“류 종사님, 저 아직 몇 경기 남았나요?”진서준의 질문에 류재훈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아... 아직 여섯 경기 남아 있습니다.”하지만 곧 류재훈의 얼굴이 변하며 급히 말을 바꾸었다.“진 마스터님, 남은 여섯 경기는 더 이상 안 하셔도 됩니다. 이쪽에서 힘 측정만 하시면 됩니다.”“그건 규칙에 어긋나지 않나요?”진서준이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그때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진서훈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규칙은 죽은 것이고 사람은 살아 있는 법이지. 누군가 불만이 있으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해라!”호국장군 진서훈이 진서준을 옹호하는 말을 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더군다나 진서준의 실력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그가 남은 여섯 경기를 모두 예정대로 치러 봉호를 얻는다고 해도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었다.문호동 같은 대종사조차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나서서 치욕을 자초하겠는가?6급 대종사가 링 위에 오른다?그렇다면 위에 있는 세 명의 호국장군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었다.아무리 경지를 초월하며 겨룬다고 해도 상한선이 있었다.진서준은 진서훈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는 그들의 진씨 일가의 태조였다.진서훈이 있는 한 진씨 일가는 사대 가문의 자리를 절대 잃지 않을 것이었다.“너무 잘됐어요! 서준 씨.”진서준이 링에서 내려오자, 허사연은 바로 달려가 그를 꽉 껴안았다.아까 진서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허사연은 심장이 터질 뻔했다.하지만 이제 진서준이 무사하니 허사연도 안심할 수 있었다.“가자. 힘 측정하러 가야지.”진서준이 미소를 지으
이어서 검을 멘 중년 남자가 측력계 쪽으로 다가갔다.“검존? 이미 칭호를 가졌다고?”진서준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류재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비슷합니다. 대한민국의 검수는 정말 드뭅니다. 조기강은 올해 45세인데, 이미 검의 뜻을 완성하고 4품 대종사 정점 경지에 올라섰습니다. 동북의 조씨 일가에서 나온 절세 천교지요! 그는 국경에서 혼자서 두 명의 해외 강자를 처치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검존이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지요.”류재훈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45세에 이미 4품 정점 대종사이며 검의를 크게 깨친 그는 확실히 절세 천교라고 칭할 만했다.“쳇, 우리 서준 씨는 20대인데 저 사람보다 더 강해.”허사연이 불만스럽게 말했다.진서준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선술을 수련하고 있어 무인들이 수련하는 무도와는 달랐다.만약 선술이 100% 순수한 물이라면 무인들이 수련하는 무도는 60% 이상의 혼탁한 이물을 포함한 혼합물이었다.그중의 차이는 조금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었다.선술 수련은 천부와 영약에 대한 요구가 극히 높았다.“그는 천교고 진 마스터님은 괴물이니까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죠!” 류재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러고는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모든 사람은 움푹 팬 측력계를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 3만 6천 근?” ‘이게 도대체 사람인가? 괴물인가!’‘조기강은 검도만 잘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공포스러운 몸을 가지고 있는 거지?’사람들은 조기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왕 노인도 얼굴이 하얘졌다.“역시 조씨 일가의 첫 번째 천교다.”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의 자신감은 이미 사라졌다.3만 6천 근, 너무도 무시무시한 숫자였다.코끼리조차도 이 주먹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었다.이후 몇 명이 다시 측정하러 나섰지만 조기강을 넘어서는 사람은
류재훈과 다른 호국사들도 깜짝 놀랐다. 16만 근의 힘은 6품 횡련 대종사만이 도달할 수 있는 힘의 기준이었다.그런데 문제는 진서준의 나이였다.“뭐야... 16만밖에 안 돼? 망가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진서준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만약 영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진서준은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측력계를 망가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망가뜨리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너를 인정할 거야!’류재훈은 정신을 차리고 진서준을 다음 테스트로 안내했다.주변의 종사와 대종사들도 함께 따라갔다.이어진 항목의 테스트에서도 진서준은 대종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몇몇 대종사는 손을 저으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들은 50~60년을 수련해서 지금의 실력을 쌓았지만 진서준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련했다고 해도 겨우 20년 남짓이었다.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허탈함을 느꼈다.하지만 허탈함을 느껴도 어찌할 수는 없었다.실력이 강한 건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류재훈이 진서준에게 말했다.“진 마스터님, 칭호는 3일 후 무도 포럼에 발표될 겁니다. 용존 칭호는 떼놓은 당상일 것입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 마스터님, 현천진군이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류재훈이 진서훈이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서둘러 말했다.진서준은 허사연과 일행에게 돌아서서 말했다.“사연아, 너희는 밖에서 잠시 기다려 줘. 금방 돌아올게.”“알겠어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권해철이 옆에 있는 한 진서준은 허사연과 그녀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이후 진서준은 류재훈을 따라 군사 기지의 내부로 들어갔다.“현천진군, 진 마스터님께서 오셨습니다.”류재훈이 문을 두드리며 매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들어오세요.”진서훈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진서준과 류재훈이 들어서자 진서훈은 웃으며 말했다.“앞으로는 그를 진 마스터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용존이라고 부르세요.”
그 모든 것은 진서준을 위해서 그리고 진요한을 구하기 위해서였다.이 세상에서 진요한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오직 진서준뿐이었다.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에게 선술을 가르치는 것도 예전 진씨 일가에게 진 빚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지금 그 빚은 다 갚았다.진요한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진서준에게 달려 있었다.“얘야, 너희 가족이 고생이 많다.”진서훈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아버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생은 괜찮습니다.”진서준이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내년 3월 신농회에서 제자를 모집할 예정이야.”“알고 있습니다. 그때 그곳에 숨어들 거예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방법이 신농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진서준이 힘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한다면 죽음밖에 없을 터였다.“얘야, 너는 네 아버지가 너무 닮았어. 가기 전에 인피 가면이 필요할 거야.”진서훈이 진지하게 말했다.진요한을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진서준을 진요한으로 오인할 것이다.오늘의 봉호전 이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진서준과 진요한의 관계를 추측할 것이다.“인피 가면이요?”진서준은 그 이름에 소름이 돋았다.진서훈은 진서준의 반응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진짜 사람의 피부가 아니라 사람 피부와 비슷한 것인데 얼굴에 붙이면 우리 같은 노인네들도 네가 인피 가면을 썼는지 구별할 수 없을 거야.”진서준이 물었다.“그런 건 어디에서 구해야 하나요?”“네가 직접 구할 필요는 없어. 내가 사람을 보내서 받을게. 너는 이제 신분을 숨기고 편안한 곳에서 수련하다가 3월에 인피 가면을 쓰고 신농산에 가면 돼.”진서훈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금운에 있는 운대산으로 가서 수련을 계속하겠습니다.”진서준도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그는 마지막 두 달 동안 자신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고 싶었다.“서준아, 반드시 힘의 한계를 알아야 해!”진서훈이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진요한을 구하는 이 임무를 진서준에게 맡기는 것은 확실
진서준이 떠난 후 봉호전 참가자들의 열정은 더욱 높아졌다.진서준 덕분에 그들은 젊은이도 오래된 대종사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젊은 무인들이 경지를 뛰어넘는 싸움에 도전했지만 대다수는 얼굴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린 채 패배했다.하지만 몇몇 특별한 예외도 있었다.동북 조씨 일가의 조기강은 올해로 마흔다섯 살이었지만 무도계에서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속했다.마흔다섯 살의 나이에 사급 대종사에 오르는 것은 무도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조기강은 검술을 수련하고 있어 내공 종사보다 더 어려운 길을 걷고 있었다.오늘 봉호전에서 그는 7연승을 거두었다.마지막 상대는 매우 유명한 대종사였다.그 대종사 역시 4급이었는데 오래된 대종사여서 같은 경지에서는 적수가 거의 없는 인물이었다.더군다나 조기강은 연속으로 일곱 번 싸운 뒤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다.모두가 조기강이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단 세 번의 검으로 그는 오래된 대종사를 이겼다.이후 국안부에서도 조기강을 더 이상 참가시키지 않고 바로 귀가하게 했다.하루 동안 진서훈과 그 일행은 적지 않은 유망한 인재들을 발견했다.그러나 그 유망한 인재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유명한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강남의 서씨 가문, 남서의 유씨 가문, 북서의 유씨 가문, 동북의 조씨 가문.경성의 사대 가문에서도 많은 강자들이 등장했다.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남주성의 진서준이었다.표면적인 경력만 보면 진서준은 신분이 가장 낮은 편이었다.특히 진서준이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두가 더욱 놀랐다.“이게 전설의 삼십 년 하동, 삼십 년 하서, 젊은이를 얕보지 말라는 말인가?”“진 마스터님은 당연히 절세의 천교지!”“이제 호칭을 바꿔야지. 앞으로 진 마스터님 말고 용존 이라고 불러야 해!”일부 천교들은 진서준의 소식을 듣고 그를 가볍게 여기며 과장된 것으로 생각했다. 또 어떤 이들은 진서준과 겨뤄보고 싶어 했다.진서준이 정말 그렇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