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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무료한 천마

Author: 연월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0 18:43:34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전, 하늘과 땅 사이가 가장 엷어지는 시각이었다.

한양 북쪽 끝 오래된 초가에서 늙은 대장장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식구들의 곡소리가 문풍지를 흔들기도 전에, 마당 한가운데 흰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말이었다. 갈기가 달빛을 머금은 듯 은빛으로 흐르고, 발굽이 땅에 닿았는데도 흙 한 톨 일지 않는 백마였다.

방 안, 이불 위에 누운 노인의 몸에서 희뿌연 혼이 일어나 앉았다. 혼은 제 몸을 내려다보고, 울고 있는 아들 며느리를 보고, 마지막으로 벽을 뚫고 들어온 백마를 보았다.

“아이고, 내가 죽었구먼.”

"그렇다."

"말이 말을 하네?"

"그렇다."

"저승사자는 검은 갓 쓰고 온다더니."

"그건 저쪽이 하는 일이야. 난 하늘로만 가지."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랬다. 처음엔 놀라도, 이 흰 말을 보면 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았다.

"그럼 가기 전에 하나만 물어봅시다. 저 놈이 내 장도리 몰래 내다 판 거, 그거 저승 가서 일러바쳐도 되는 거요?"

“타라.”

노인의 혼이 투덜거리며 백마의 등에 오르자, 말은 지붕을 뚫고 곧장 하늘로 솟구쳤다. 구름을 가르고, 별 사이를 지나는 내내 등 뒤에서 장도리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장도리가 얼마짜리였는지, 며느리가 처음 시집왔을 때 어땠는지, 사실 그 며느리가 더 미웠다는 이야기까지.

그 끝이 어딘지 알수 없을 만큼 커다란 문 앞에 혼을 내려놓았을 때,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말 양반, 얘기 들어줘서 고맙소. 근데 대꾸 좀 하고 사시오. 그러다 혼자 늙어 죽소."

문이 열리고, 닫혔다.

백마는 한참을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안 죽는다.”

대답할 사람은 이미 없었다.

천 번째였던가, 만 번째였던가. 세는 것을 그만둔 지도 오래였다.

인왕산 중턱, 사람 발길이 끊긴 바위 위에 사내 하나가 걸터앉아 있었다.

허리까지 늘어진 머리칼은 눈처럼 희었고, 은빛이 감도는 흰 도포 자락이 밤바람에 느리게 펄럭였다. 앉아 있는데도 키가 9척은 족히 넘어보였는데 서 있다면 저잣거리 장정들보다 머리 둘은 위에 있을 터였다. 실제로 지난번 저잣거리에 내려갔을 때 엿장수가 그를 올려다보다 목을 삐끗한 적이 있었다.

얼굴은 차가웠다. 깎아놓은 듯 반듯한 콧날, 얇게 다문 입술, 그리고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깊은 눈. 지나가는 처자들이 넋을 놓고 보다가도, 그 눈과 마주치면 화들짝 고개를 돌리는 얼굴이었다. 아름다운데 무서웠다. 무서운데 또 보고 싶은 얼굴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줄도 몰랐다.

이현. 인간들 사이에 섞일 때 쓰는 이름이었다. 이름을 지을 때 별 고민은 없었다. 처음 내려온 날 처음 본 간판이 '이현 약방'이었다.

그는 발 아래 펼쳐진 한양의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지루하군."

"그렇게 지루하면 나랑 놀든가."

등 뒤 수풀이 스르륵 갈라지며 낮고 느릿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오지 마라."

"벌써 왔소."

"그럼 가라."

"방금 왔는데?"

검은 비늘이 달빛에 번들거리며 바위를 감아 올라왔다. 굵기가 장정 허벅지만 한 구렁이가 이현 옆에 똬리를 틀더니, 몸을 한 번 크게 비틀었다. 비늘이 물처럼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사내 하나가 앉아 있었다.

흑단 같은 머리를 느슨하게 묶어 내리고, 검은 도포 앞섶을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사내였다. 이현 만큼이나 키가 컸고, 얼굴은 이현과 정반대로 지나치게 다정해 보였다. 눈꼬리가 늘 웃고 있었고 무엇을 보든, 누구를 보든, 심지어 이현이 노려볼 때조차 살랑거리는 눈은 끊임 없이 다정함을 흘렸다.

"오랜만이오, 천마 나리."

"간장 냄새가 나는군."

"오늘 새로 씻었소. 밀가루도 곱게 쳐서." 구렁이가 제 뺨을 쓸며 히죽 웃었다. "어떻소. 뽀얗지?"

"반죽 같군."

“나리는 칭찬을 그렇게밖에 못 하시오?”

"칭찬 아니었다."

구렁이는 상처받은 척 가슴을 부여잡았다가, 금세 이현 옆에 넓적한 바위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노파의 배에서 구렁이로 태어나 간장과 밀가루로 몸을 씻고 사내가 된 요괴. 사람들은 옛이야기 속에서 그를 구렁덩덩신선비라 불렀다.

"그 이름 좀 바꿀 수 없나. 길어."

"나리가 부르실 일이나 있으시오? 맨날 '야' 아니면 '너'면서."

"그래서 바꾸라는 거다. 부를 일이 생길까 봐."

"그거 지금 나랑 친해지고 싶다는 소리요?"

"아니다."

"맞는 것 같은데."

"그럼. 강호준, 호준으로 불러주시오."

이현은 대답 대신 바위 끝으로 반 뼘쯤 옮겨 앉았다. 구렁이는 반 뼘 따라 굴러왔다.

"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오?"

"그래."

"재미없지?"

"오늘은 말이 많더라. 장도리 얘기만 반 시진."

"장도리?"

"모른다. 나도."

강호준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현은 웃지 않았다. 다만 아주 잠깐, 입꼬리가 실 한 올만큼 움직였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내 말을 좀 들어보시오." 구렁이 강호준이 몸을 일으키며 눈을 반짝였다. "요즘 한양에 혼처가 줄줄이 잡혔소. 혼례 앞둔 처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아시오?"

"시어머니."

“그것도 맞긴 한데. 첫날밤이오. 신랑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시집가는데, 그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질 않거든.”

"그래서."

"그러니 우리가 가르쳐주자는 거요. 꿈속에서. 혼례 열흘 전부터, 밤마다." 구렁이가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건 일종의 보시요. 덕을 쌓는 일이지."

"네가 덕을 쌓는다고."

"사람이 변하오."

"너는 사람이 아니잖아."

"요괴도 변하오!"

이현은 그를 물끄러미 보았다. 강호준은 그 차갑고 짜증나는 시선을 꽤 오래 버텼다. 그러다 슬쩍 눈을 피했다.

“좋소, 덕은 반쯤. 나머지 반은 재미요.”

"반이나 되나."

"칠 할이 재미요. 됐소?"

"그럼 나는 무얼 하고."

"나리는 꿈길만 열어주시오.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는 분이니, 사람 꿈 하나 여는 거야 일도 아니지 않소. 그다음엔 구경." 구렁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리가 언제 재미난 걸 직접 해본 적이 있소? 늘 보기만 하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요."

"혼례를 치르면."

"그날로 끝이오. 깔끔하게. 신랑 있는 집엔 얼씬도 안 하오. 나도 나름 도리는 있소."

"도리라는 말을 아는군."

"나리, 오늘 유독 날이 서 계시오. 장도리 영감 때문이오?"

이현은 다시 한양을 내려다보았다. 불빛 하나하나가 똑같아 보였다. 오백 년 전에도 아니 천 년 전에도 그랬다.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그러나 그 생각은 붙잡을 틈도 없이 바람에 흩어졌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엔 너무 오래 살았고 지루했다.

그리고 어쩐지, 장도리 영감의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대꾸 좀 하고 사시오.’

"어느 집이냐."

강호준이 손뼉을 쳤다.

"역시 나리는 말이 통한다니까!" 그가 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한양 사대부가 혼처들이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

"이건 어디서 났나."

"중매쟁이 할멈 소맷자락에서."

"훔쳤군."

"빌렸소. 돌려줄 거요. 아.마.도." 강호준의 손가락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다 한 곳에서 멈췄다. "여기. 호조 정랑집 큰따님. 열흘 뒤에 혼례요. 이름이.. 소희?"

"열흘."

"딱 좋지 않소."

이현이 일어섰다. 도포 자락이 펄럭이며 달빛을 쓸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근사해서, 강호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중얼거렸다.

“저 얼굴로 왜 구경만 하겠다는 건지.”

"뭐라 했나."

"아무것도. 가십시다, 천마 나리! 아니 이현인가?"

그 때부터였다 이들의 야릇한 장난이 시작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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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2화 첫경험이 어찌

    그의 달콤하고 농염한 입맞춤은 계속되었다.그의 혀는 여전히 그녀의 혀를 감쌌다 놓기도 하고 혀를 깊이 빨아들이기도 했다. 그의 손은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어느덧 그녀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침상을 적실 정도가 되자 그는 천천히 입을 아래로 내려 물이 가득한 곳을 핥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교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안되어요,, 제발 그만!! 아아아...""진짜 그만해? 그러면.. 그래도 한번쯤 끝은 보여줘야지. 안그래?"그는 그녀의 비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좀 더 깊고 집요하게 깊은 곳을 핥았고 때로는 자신의 혀를 그곳에 밀어 놓기도 하였다.세상에 그녀는 태어나서 이런 야릇하고 망측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시집가기 전에 어멈들이 하나씩 알려주기는 한다지만 이런 것일 줄이야.어느덧 절정에 오른 그녀는 자신의 허리가 휘도록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좋아?""으..으...아.... 악... 좋...아요..""그럼 계속한다. 앞으로 열흘 동안 너에게 모든 걸 알려줄 거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게."이제 시작이라니... 지금까지는 뭐였지?그런 생각으로 잠시 숨을 고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선 팔도를 다 뒤져도 이렇게 잘생긴 얼굴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얼굴은 어찌 그리 하얀지. 긴 숙눈썹이 그늘져 깊은 그의 눈이 더욱 깊어보였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몽환적이고 야릇한 표정이 그녀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아플꺼야! 그럼 소리질러도 돼, 아무도 안 들을 테니."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오늘은 이것만...."그러더니 이내 그의 거대한 남근이 그녀의 깊은 곳으로 밀려 들어왔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아득하고 멍해지는 고통이었다. 그는 그대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묵직한 그의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려는 듯."아팠어? 이젠 좋을 거야."그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거대한 몸이 그녀를 누른 상태였지만 그의 허리는 아주 유연하게 그녀의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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